야간 당직을 서고 피곤할텐데 아내는 고은이 가은이하고 나들이를 가자고합니다. 오랫만에 나서는 나들이라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서부터 마음이 들떠는가봅니다. 다른 사람들 하고는 달리 맞벌이에다가 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이틀에 한 번씩 그것도 저녁에 가서보니 미안한 마음이 많은가 봅니다. 집으로 올라가는 내내 그 미안한 마음들을 늘어놓습니다.
차소리가 들리고 개가 짖어대자 고은이 가은이는 마루까지 나와서 깡총거리며 온몸으로 엄마 아빠를 맞이합니다. 이제 제법 묵직하게 안겨오는 고은이 가은이를 보며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벌써 고은이 가은이가 자라서 이제 아이들과 같이 바깥 나들이를 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광고의 한 토막같이 초원 위에 파라솔을 펼쳐놓고 아이들이 그 넓은 초원 자락을 제비처럼 막 날아다니듯이 뛰어다니는 그런 장면들이 아내의 머리 속에는 가득한가봅니다. 우리들이 그렇게 자라지 못해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고 인격적인 발달이나 지적인 발달을 도와주고자하는 소박한 욕심을 아내도 가지고 있나봅니다.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점심을 풍성한 푸성귀와 구수한 된장찌개로 아주 맜있게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황토방으로 목욕가면서 지나친 길을 보고 고은이는 "아빠, 우리 목욕하러 가는 거예요?"하자 가은이도 옆에서 "아빠 목욕하고 싶어요. 국수 먹고 싶어."하며 앵무새처럼 언니의 말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오늘 엄마 아빠하고 같이 기차타고 놀러 갈거예요."하자 고은이 가은이는 고함을 지르며 합창하듯이 "기차요오?"하고 기뻐합니다.
봄기운에 나른했는지 남원역에 도착하기 전에 고은이는 설핏 잠이 들었습니다. 남원역에 도착하자 고은이 가은이는 기차를 보며 "아빠 저기 기차가 있어요. 기차 커요 아니 길어요."하며 깡총거리며 기뻐합니다. 여수까지 표를 끊고 자리에 올랐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고은이 가은이는 조용합니다. 사람들이 내리고 주위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이 자리 저 자리를 뛰어다니고 좋아합니다.
여수가까이 오니 바다가 보이고 바다위에 배가 보이자 고함을 지르며 "아빠, 바다가 보여요. 아빠, 배도 있어요. 와아 큰 배 작은 배. 배 많다."하며 고함을 치며 좋아합니다. 아내는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당직 서면서 깊이 자지도 못한 피로감이 그대로 밀려오나봅니다. 아이들은 제자리와 아내의 자리를 왔다갔다하며 들떠있습니다.
여수에 내려 오는 표를 구입하고 택시를 타고 오동도에 갔습니다. 바다 바람을 쐬고 방파제를 걸으며 바다위를 바라보며 고은이 가은이는 신이났습니다. 제트보트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 신기해하기도하고 고기 잡이배를 보며 기뻐하기도하고 큰 배를 보며 고함을 지르기도합니다.
시간에 쫓기듯이 식물원 구경을 하고 순환꼬마기차를 타고 돌아나오는데 낯선 사람들이 많으니까 또 고은이 가은이가 조용해졌습니다. 역으로 돌아오니 마음의 여유가 좀 생깁니다. 돌아올 차 시간대기에 바쁘다보니 오동도에 가서는 정작 무엇을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광장에서 고은이 가은이와 잡기 놀이를 했습니다. 아빠 엄마가 있으니 낯선 환경인 줄도 모르는가 봅니다.
동백꽃도 설명하고 팬지도 설명하고 다시 잡기놀이를 했습니다. 따라가는 시늉만하고 제 자리를 맴돌았더니 고은이 가은이가 그대로 안겨 옵니다. 출발시간이 되어 개찰을 하고 기차에 다시 올랐습니다. 네 좌석을 잡아 자리를 돌리고 마주 앉았습니다. 아내와 마주보고 같이 나란히 앉아서 오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차창 밖으로 풍경들을 보며 고은이 가은이는 여전히 신이 나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내는 행복에 젖어 있습니다. 이내 날이 어두워지고 밖이 깜깜해졌습니다. 오랫만에 같이 나선 나들이에 피로감이 겹쳐오는가 봅니다. 고은이가 먼저 자고 아내도 설핏 잠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나는 사랑하는 고은이 가은이 그리고 아내를 보며 참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