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시회를 마치고 교장선생님께 쓴 글입니다.
올해도 또 돌아왔네요. 올해는 컷팅식까지 한다는데...
내 생각엔 이렇게 진지하게 전시회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올해도 단풍이 들기 시작합니다...
< 작품 전시회를 마치고 >
작품전시회를 마치고 느낀 점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봅니다.
무엇을 잘못했다, 무엇을 잘했다 평가함이 아니고 더욱 발전을 바라는 마음인 거 아시지요?
1. 목적을 분명히 하자
작품 전시회의 목적과 방향을 분명하게 정하고 준비를 해야 힘도 덜 들고 시행착오도
적을 것입니다. 일테면 전시회의 목적을 ‘작품성’ 에 두느냐, ‘학습소산물’ 에 두느냐,
‘모두가 참여하는 1인 1작품’ 에 두느냐 등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1인 1작품이라면 작품성을 조금 소홀히 할 수도 있지만,
1인 1작품이면서 동시에 작품성도 갖추길 바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될 테지요?
그리고 전시회의 목적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정해야겠지만
특히 전시회 장소는 충분히 사전에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장소가 협소하다면 ‘작품성’ 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을 것이고,
‘1인1작품’ 에 가치를 둔다면 장소선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안목있는 진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전에 어느 면에 중점을 둘 것인지 담당자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2. 기획은 목적에 맞게
목적이 분명히 정해지면 장소와 작품에 따라 진열을 구상해야 할 텐데요.
장소를 답사해서 작품을 진열할 수 있는 공간과 보조 기구 등을 마련하고
전시할 수 있는 기본 조건들을 마련해 주면 교사들의 수고를 조금 덜어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책상을 진열대로 쓴다면 책상을 덮을 수 있는 책상보를 규격에 맞추어
만들어 주시면(천으로 만든 탁자보)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모조지 전지보다
우선은 비용이 더 들겠지만 오래쓰고 힘도 덜 들고 보기에도 좋으니 훨씬 경제적이겠지요?
기본적인 전시회 틀이 만들어지면 작품을 거둬들이고 진열하는데 드는
힘과 노력과 시간이 절약되리라 생각합니다.
3. 진열과 배치 등에 관하여
작품을 수집하는데 종류를 한정하지 말고 자유롭게 가져오도록 한다면 조금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로 그림이나 만들기, 꾸미기, 보고서 등에서 사진이라든지, 작곡이라든지 뭐
그 밖의 아이들의 생활을 담아낼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자신의 몸으로 만든 작품’ 같은 거라면 일정한 시간에 ‘공연’ 토록 하면
그것도 한 작품이 될 거구요. 보는 이들에게도 ‘보는 전시’에서
‘느끼는 전시’ 로 다가설 수 있으니까요. 리코더를 잘 부는 아이 같으면 자신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공연 안내 포스터’를 붙이고
그 시간에 작품발표를 하면 아주 좋겠지요.
그리고, 액자와 같은 경우도 반드시 파는 액자만 고집할 게 아니라
작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규격과 형식을 강조하지 않은
자유로움이 있으면 좋겠어요.
진열시에는 걸어놓아야 할 작품과 누워있어야? 멋있는 작품을 구별해서
누워있어야 좋은 게 서 있거나, 서 있어야 폼이 나는 걸 눕혀놓지 말아야겠지요.
참, 작품을 진열할 진열대는 한쪽으로만 놓는 게 좋겠습니다.
전시 작품을 구경하다 보니 양쪽에 진열된 경우는 관람하기 어려워서
대충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관람 순서를 화살표로 안내해 놓으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 않고
편한 관람이 될 것 같구요.
4. 관람 방법에 대하여
대영박물관, 루블 박물관에 갔을 때 그곳의 아이들이 그 유명한 작품 아래서
배를 깔고 누워 작품을 바라보고 무언가 쓰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문화 유산을 많이 가진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그 자유로움이 우리에겐 부족한 면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전시회 때 정해진 시간 외에 재량시간을 이용해서 보았는데요,
처음엔 4개의 모둠으로 정해서 돌려가며 보고 와서는 느낌을 적어봤고,
오늘은 다시 <관람의 관점>을 정해주고 보게 각자 공책을 들고 가서
보면서 적어오게 했습니다. 무엇을 중심으로 볼 것인가? 라는 주제 하에
<잘 된 작품> <창의성> <협동작품> <작품의 재료> 등의 관점을 제시하고
자신의 관점을 정해서 보고 쓰는 것이지요.
그런 태도들이 습관화 된다면 논술지도는 굳이 따로 시간 들여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의사와 환자로 본다면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잘 볼 줄 알아야 합니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삼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약 저약 또는 이주사 저주사 잔뜩 찔러보고 ‘이게 아닌가?’ 하면 곤란하듯이
아이들에게도 이것저것 교육적 처치 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교사의 ‘보는 눈’ 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교사를 기대한다면 이것저것 바쁜 일거리 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볼거리’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교사들이 직접 전시회도 가보고, 음악회도 가보고, 책도 읽어보고 하는
<보는 일> 이 우선되어야 <할 일> 도 생기는 법이지요.
이렇게 말 하라고 하면 죽을 때까지 말하다 죽는 게 또 선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저는 천상~~~ 선생 밖에는 못할 거라 생각하며 이만 말을 줄입니다.
추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낮게 잎을 떨구는 가을입니다......
첫댓글 고뇌하는 선생님 그저있음님. 젊은시절 아무생각없이 시간만 보낸 저는 부끄럽습니다.
황제의 딸님 말씀에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