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 서산대사와 함께 길을 걷다.
(하동 화개면 신흥에서 의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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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2호 태풍 “나크리”가 북상 중으로 내일 전국에 비가내리며 제주에는
최고 300mm의 폭우가 쏟아질 거란 기상예보가 있었으며,
서울 경기북부는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육박하면서 올 들어 첫 “폭염경보”가
내려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한 햇살에 바람도 뜨겁게 불어 한증막을 연상케 하는 무더위가 지속되었다.
만석이던 지리산대성동계곡 산행예약이 태풍얘기로 하루만에 10석이 취소되었다.
요즘은 여름휴가철이라 가족여행도 많아지면서 회원확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여름 폭염이 30일 넘게 지속돼 평소보다 1만여 명이 더 사망할 수도
있다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상청의 폭염주의보 기준은 33도 이상 최고기온이 이틀 이상 연속될 경우
발효된다.
보고서에는 2020년 여름시작 일이 빨라지고 30일 이상 비 없는 폭염이 지속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더위가 한 달간 계속되면 세균성질환, 면역력 저하 등으로 평균 사망치보다
1만 명 이상이 더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최악의 폭염사례로 기록된 1994년에는 7월 16일부터 29일까지 14일간
폭염주의보가 지속되면서 7월 평균 사망자 수보다 1700여명이 더 사망했었다.
한 달간 폭염이 계속되면 우선 “뎅기열”같은 아열대성 질병과 살인사건 발생률이
2배 이상 늘어나고, 대형사고가 일어나고, 대규모 정전 사태로 냉방기기 가동이
중단 돼 고령인구의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풍 “나크리”는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접근하면서,
서해와 남해안에 많은 비를 내릴 것이라는 예보와 함께 오늘 우리가 가야 할
지리산에도 지역적으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날씨는 조금 우중충 할 뿐이지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양동매씨들의 불참은 이미 고착화되었고,
휴가철과 태풍이 맞물려 오늘은 33명의 회원이 지리산대성계곡 산행에 참여했다.
한국 5대악(大嶽)의 하나인 지리산(智異山)은
산세(山勢)가 크고 골이 깊어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을 비롯하여
뱀사골, 칠선(七仙)계곡, 한신계곡 등 4대 계곡 외에 심원(深院), 대성동(大成洞),
백무동(白武洞) 등 20여 개의 크고 작은 골짜기가 특색을 자랑한다.
불일폭포, 구룡폭포, 용추폭포, 칠선폭포, 차발목, 삼홍소 등 이름 있는 폭포들이
계곡을 따라 산재(散在)해 있다.
오늘 우리가 가는 대성동계곡도 이중에 하나이다.
산행버스는 곡성휴게소에 들린 뒤 국도와 지방도를 달리면서 거창으로 향했다.
조국의 산하(山河)는 한 여름을 맞아 마치 성숙한 여인처럼 짙푸른 녹색의 빛깔로
활기차고 “자르르”한 윤기를 더해가고 있다.
물 흐르는 강과 계곡에는 래프팅시설을 갖추고 레포츠를 즐기며,
쌍계사 가는 길은 봄에는 벚꽃이 만발해 꽃 터널을,
여름에는 녹색의 잎이 햇볕을 가려줘 시원한 그늘 터널을 만들어주었다.
계곡은 더위를 피해 온 많은 인파들로 북적이고 몰려든 사람들은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하며 여름을 즐기고 있다.
도로변에는 차량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주차하고 있어서.
산행버스는 아슬아슬하게 주차중인 차량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우리를 신흥마을
앞에다 내려주었다.
시간은 오전 10시, 산행은 신흥마을 길목산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 산행코스는 신흥마을에서 출발,
의자바위 -출렁다리 -서선대사 고행길인 신흥에서 의신마을까지이며,
산행1팀은 여기에 더하여 벽소령산장식당(의신마을) -대성동계곡 -의신마을로
되돌아오는 일정이다.
서산대사 길(옛길)은
하동 화개면 신흥마을에서 의신마을까지 약 십 오리정도 되는 숲길이다.
이 길을 “옛길”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했으며 더러는 “서산대사길”이라고도 부른다.
보통명사인 옛길보다는 이야기가 스며있는 서산대사길이 더 운치가 있어 보인다.
이 길은 아스팔트길이 생기기 전에는 대성골, 의신마을 사람들이 화개장터로 오가는
생업의 길이었다.
삼정에서, 의신에서, 그 위 벽소령 넘어 산청과 함양에서 개나리 봇짐지고 고행
(苦行)과 같은 이 길을 우리 선조들은 운명처럼 다녔을 것이다.
삼정과 벽소령 사이에는 빗점이라는 곳이 있는데 한국전쟁 때 이곳은 빨치산
무리들의 아지트였다.
서산대사 길은 결국 의신을 지나 삼정과 빗점, 벽소령으로 연결되는 곳이다.
빨치산을 소탕하기 위해 넘나들었던 추적자들과 쫓기는 자들이 들짐승처럼 산야
(山野)를 숨죽이며 다녔을 길이다.
최치원선생이 지리산을 향해 첫 발걸음을 디뎠던 곳도 결국은 바로 이 길이었다.
관직에 나오라는 말을 듣고 그가 귀를 씻었다는 “세이岩”이 계곡에 있다.
서산대사(1520-1604년) 휴정(休靜)은 대성 골 원통암에서 득도하여 순례의 길에
들어섰었다.
서산대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한양 수복에 공을 세웠다.
“유(儒), 불(佛), 도(道)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하며 삼교통합론(三敎統合論)
의 기원을 이루어 놓았다
나는 산행보다는 하루를 즐기기로 했다.
천천히 산길을 걸으며 계곡물에 발도 담그며 여유를 부리며 옛길을 따라 걸었다.
부회장이 “명상을 제대로 하려면 흐르는 물이 있는 곳에서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계곡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나무그늘 바위에 앉아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서산대사 의자바위에도 앉아보고, 출렁다리를 건너 의신에 늦게 도착했다.
경남 하동의 의신마을은
하늘아래 첫 마을로 잘 알려진 곳으로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아 깨끗한 먹거리와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받아 항상 신선함이 감도는 마을이다.
남서쪽으로 남해와 섬진강을, 북동쪽으로는 삼남지방을 연결하는 벽소령이 있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했던 이곳은 최근 지리산에서 나는 고사리와 각종 산나물,
고로쇠 수액으로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고 있다.
의신계곡은
화개장터에서 지방도로를 따라 12km정도 올라가다 의신마을에 이른다.
예전에 의신寺란 절이 있어 붙인 이름이란다.
대성계곡이 갈라지는 대성橋에서 의신마을까지, 의신마을에서 삼정을 지나
빗점 골까지 북서쪽으로 발달하면서 암반과 숲이 많아 여름철 피서인파가 즐겨
찾는 곳이다.
오늘 하산시간은 오후 3시 30분으로 정했다.
최기사가 간이침대를 펴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기 순자”자매가 팔각정에서
더위를 식히며 쉬고 있고,
대성 골을 다녀온 발 빠른 회원들이 몸을 씻으려 가까운 계곡으로 내려가고 있다.
시간이 남아 서넛이 어울려 가게에 들려 막걸리 한 잔씩을 했다.
대성동계곡은 작년에도, 또 몇 번 다녀온 곳이라 가지 않기로 했다.
대성동계곡은
의신마을 입구에서 벽소령산장식당을 지나 산을 돌아가면 세석산장으로 올라가는
길로 대성 골이 있으며 시원한 계곡이 흐르고 있다.
마을 뒤편엔 지리산옛길(서산대사 길)이 있으며 서산대사가 출가한 아늑하고 예쁜
원통암이 있다.
하산시간이 지났는데 회원 한 사람이 오지 않고 전화연락을 취해도 불통이다.
지리산관리소로 전화를 걸어 방송을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대답이다.
하늘은 갑자기 어두워지며 빗방울도 떨어진다.
화도 나고, 울화도 치밀었지만 모두들 긴장하며 지루한 시간을 기다렸다.
4시 반이 조금 넘으니 그때서야 뛰어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자기는 하산시간을 4시 반으로 알았다며 혼자서 세석까지 갔다 왔다는 것이다.
실소(失笑)를 금 할 수가 없었다.
여름에는 저녁을 / 마당에서 먹는다. / 초저녁에도 / 환한 달빛 /
마당 위에는 멍석 / 멍석 위에는 / 환한 달빛 /
달빛을 깔고 / 저녁을 먹는다. /
마을도 / 달빛에 잠기고 / 밥상도 / 달빛에 잠기고 /
여름에는 저녁을 / 마당에서 먹는다. / 밥그릇 안에까지 / 가득 차는 달빛 /
아! 달빛을 먹는다. / 초저녁에도 / 환한 달빛
(오 규원의 詩 “여름에는 저녁에” 全文)
(2014년 8월 1일)
첫댓글 자상한 후기 글을 통해 옛길을 마음으로 걸어 봅니다. ~ 계곡 물 소리 새 소리 아이들의 물장구 치는 소리가 들린듯 합니다 . ~~ 다음주에 웃음 꽃 피우는 행복한 산행 하시게요 . 감사합니다.
2주차 얼굴을 볼 수가 없었지요, 항상 밝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좋은곳 다녀오셧네요 회장님의 후기를 읽으며 마음이 함께 대성골로 향해봅니다 감사합니다*^^*
빨리 8월이 지나가서 마지막 주 산행 때 해맑은 모습 보고싶네요.
@팡팡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산행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가는 곳마다 새롭기만 하네요.
저는 이번에 대성골코스로 갔는데 산행후기를 읽으니 서산대사길도 가보고 싶어지네요.
잊었던 기억들을 일깨워 주는 듯한 산행후기속의 詩들도 참 좋아요.
매번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처음 써준 댓글 고맙구요, 6월의 장미처럼 활짝 웃는 모습이 퍽 인상적입니다.
아름다운 미인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