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당기(盛唐期) 낭만주의 시인 이백(李白)의 한시.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일세, 인간 세상 아니네
중국 당(唐) 시인 이백의 한시로, 《이태백문집(李太白文集)》에 실려 있다. 시제가 ‘산중답속인(山中答俗人)’으로 되어 있는 판본과 제1구가 ‘問余何意棲碧山’으로 되어 있는 판본이 있다. 보통 칠언절구로 분류되며, 1,2,4구의 마지막 글자, 즉 山(산)·閑(한)·間(간)이 운자(韻字)들이며, 4 ·3으로 끊어 읽는다. 이 시를 근체시(近體詩)의 율격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칠언고시로 분류하기도 한다.
도교가 유행하던 중국 진(晉) 때 도연명(陶淵明)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소재를 취했다. 속세를 벗어나 자연 속에 묻혀 한가로이 지내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낭만주의적 경향의 시이다.
제3,4구는 《도화원기》 중 무릉(武陵)에 사는 한 어부가 도화림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별천지에 이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인 도원경을 그린 것으로서, 제1구의 물음, ‘왜 푸른 산중에 사느냐’는 속인의 물음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기도 하다. ‘別有天地非人間’이 단순히 경치가 아름다운 것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높은 경지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제는 세속을 벗어나 자연 속에 은둔하는 한가로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제2구 ‘笑而不答心自閑’에 잘 나타나 있다. ‘笑而不答’과 ‘心自閑’은 각기 별개의 의미를 지닌 두 말이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시적 분위기를 고취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자연에 대한 동경과 낭만주의적 경향은 젊어서 도교에 심취했던 작가의 면모를 잘 드러내준다.
이백의 시에서 자주 보이는 환상성은 대부분 도교적 발상에 의한 것이며, 산중(山中)은 그의 시적 세계의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다. 이백은 중국 성당기의 시인으로 자(字) 태백(太白), 호(號)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불리는 중국 최대의 시인이며, 시선(詩仙)이라고도 한다. 당대 낭만파 시인의 제1인자로서 안사의 난 이전의 당대 시정신을 집대성한 1,100여 편의 작품이 현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