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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년 여섯살 난 처녀 애 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 이구요 우리집 식구 라구는 세상 에서 제일 이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둘이 랍니다 아차 큰일 났번 했군, 외삼춘을 빼 놓을 뻔 했으니 지금 중학교에 다니는 외삼춘은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지 집에는 끼니 때나 외에는 별로 붙어 있지를 않으니까 어떤 때는, 한 주일씩 가도 외삼춘 코빼기도 못 보는 때가 많으니 까요 깜빡 잊어 버리기도 예사지요, 무얼. 우리 어머니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둘도 없이 곱게 생긴 우리 어머니 금년 나이 스물 네살 인데 과부 랍니다 과부가 무엇인지 나는 잘 몰라도 하여튼 동리 사람들이 나더러 " 과부 딸 " 이라고들 부르니까 우리 어머니가 과부 인줄을 알지요 남들은 다 아버지가 있는데 나만은 아버지가 없지요 아버지가 없다고 아마 " 과부 딸 " 이라나 봐요 외 할머니 말을 들으면 우리 아버지는 내가 이 세상에 나오기 한달 전에 돌아 가셨대요 우리 어머니 하고 결혼 한지는 일년만 이구요 우리 아버지의 본집은 어데 멀리 있는데 마침 이동네 학교 교사로 오게 되었기 때문에 결혼 후에도 우리 어머니는 시집 으로 가지 않고 여기 이집을 사고 (바로 이 집은 우리 외할머니 댁 옆집 이지요 ) 여기서 살다가 일년이 못되어 갑자기 돌아 가셨 다니까 나는 아버지 얼굴도 못 뵈었지요 그러기에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버지 생각은 안나요 아버지 사진 이라는 사진은 나두 한두번 보았지요 참으로 훌륭한 얼굴 이야요 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면 참말로 이 세상에 서 제일가는 잘난 아버지 일거예요 그런 아버지를 보지도 못한다는건 참으로 분한 일이야요 그 사진도 본지가 퍽 오래 되었는데 이전에는 그 사진을 늘 어머니 책상 위에 놓아 두시드니 외할머니가 오시면은 오실때 마다 그 사진을 치우라고 늘 말씀 하셨는데 , 지금은 그 사진이 어데 있는지 없어 졌어요
언젠가 한번 어머니가 나 없는 동안에 몰래 장롱 속에서 무엇을 꺼내 보시다가 내가 들어 오니까 얼른 장롱 속에 감추는 것을 내가 보았는데 그게 아마 우리 아버지 사진 인것 같았어요 아버지가 돌아 가시기전에 우리가 먹고 살것을 남겨 놓고 가셨대요 작년 여름에, 아니로군, 가을이 다 되어서 군요 하루는 어머니를 따라서 저 여기서 한 십리나 가서 조그만 산이 있는 데를 가서 거기서 밤도 따먹고 또 그 산 밑에 초가 집에 가서 닭 고기 국을 먹고 왔는데 거기 있는 땅이 우리 땅 이래요 거기서 나는 추수로 밥이나 굶지 않게 된다구요 그래두 반찬 사고 과자 사고 할 돈은 없대요 그래서 어머니가 다른 사람의 바느질을 맡아서 해 주지요 바느질을 해서 돈을 벌어서 그걸루 청어도 사고 달걀도 사고 또 내가 먹을 사탕도 사고 한다구요 그리고 우리집 정말 식구는 어머니와 나와 단 둘 뿐인데 아버님이 게시던 사랑방이 비어 있으니까 그 방도 쓸겸 또 어머니의 잔 심부름 도 좀 해줄겸 해서 우리 외삼춘이 사랑방에 와 있게 되었대요
금년 봄에는 나를 유치원에 보내 준다고 해서 나는 너무나 좋아서 동무 아이들 한테 실컷 자랑을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 오누라니까 사랑에서 큰외삼춘(우리집 사랑에 와있는 외삼춘의 형님 말이 야요)이 왠 낮선 사람 하나와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외큰 외삼춘이 나를 보더니 " 옥희야 ! " 하고 부르겠지요 " 옥희야 이리온 와서 이 아저씨 에게 인사 드려라 " 나는 어째 부끄러워서 비슬 비슬 하니까 그 낯선 손님이 " 아, 그애기 참 곱다 자네 조카 딸 인가 ? " 하고 외삼춘 에게 묻겠지요 그러니까 큰 외삼춘은 " 응, 내 누이의 딸, - - 경선 군의 유복녀 외딸 일세 " 하고 대답 합니다 " 옥희야 이리온 응 ! 그 눈은 꼭 아버지를 닮았네 그려 " 하고 낯선 사람이 말 합니다 " 자, 옥희야 커단 처녀가 왜 이모양 이야 어서 와서 이 아저씨께 인사해어, 너의 아버지의 옛날 친구 신데 오늘 부터 이 사랑에 계실 턴데 인사 여쭙고 친해 두어야지 " 나는 이 낯선 손님이 사랑방에 계시게 된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줄거워 졌습니다 그래서 그 아저씨 앞에 가서 사붓이 절을 하고는 그만 앞 마당으로 뛰어 들어 왔지요 그 낯선 아저씨와 큰 외삼춘은 소리를 내서 크게 웃드군요 나는 안방으로 들어 오는 나름으로 어머니를 붙들고 " 엄마, 사랑에 큰 삼춘이 아저씨 하나를 데리구 왔는데 그 아저씨 가 이제 사랑에 있는데 " 하고 법석을 하니까 " 응, 그래 " 하고 어머니는 벌써 안다는 듯이 대수롭잖게 대답을 하드군요 그래서 나는 " 언제 부텀 와 있나 ? " 하고 물으니까 " 오늘 부텀 " " 애구, 좋아 " 하고 내가 손뼉을 치니까 어머니는 내 손을 꼭 붙잡으면서 " 왜, 이리 수선이야 " " 그럼 작은 외삼춘은 어데루 가나 ? " " 외삼춘도 사랑에 계시지 " " 그럼, 둘이 있나 ? " " 응 " " 한 방에 둘이 있어 ? " " 왜, 장짓문 닫구 외삼춘은 아랫방에 계시구 그 아저씨는 웃방에 계시고 그러지 " 나는 그 아저씨가 어떠한 사람 인지는 몰랐으나 첫날부터 내게는 퍽 고맙게 굴고 나도 그 아저씨가 마음에 들었어요 어른들이 저희끼리 말하는걸 들으니까 그 아저씨는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와 어렸을 적 친구라구요 어데 먼데 가서 공부를 하다가 요새 돌아 왔는데 우리 동리 학교 교사로 오개 되었대요 또 우리 큰 외삼춘 과도 동무 인데 이 동리 에는 하숙도 별로 깨끗한 곳이 없고 해서 우리 사랑으로 와 계시게 되었다구요 또 우리도 그 아저씨 한테서 밥값을 받으면 살림에 보탬도 좀 되고 한다구요 그 아저씨는 그림책 들을이얼마든지 있어요 내가 사랑방에 나가면 그 아저씨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보여 줍니다 또 가끔 과자도 주구요 어느날은 점심을 먹고 이내 살그머니 사랑에 나가 보니까 아저씨는 그때서야 점심을 잡수셔요 그래 가만히 앉아서 점심 잡숫는걸 구경 하고 있노라니까 아저씨가 " 옥희는 어떤 반찬을 제일 좋아 하누 ? " 하고 묻겠지요 그래서 삶은 달댤을 좋아 한다고 말 했드니 마침 밥상에 놓인 삶은 달걀을 한알 집어 주면서 나더러 먹으라구 합니다 나는 그 달걀을 벗겨 먹으면서 " 아저씨는 무슨 반찬이 제일 맛나우 ? " 하고 물으니까 그는 한참 이나 빙그레 웃고 있드니 " 나두 삶은 달걀 ! " 하겠지요 나는 좋아서 손뼉을 짤깍 짤깍 치고 " 아, 나와 같네 그럼 가서 어머니 한테 알려 여지 " 하며 일어 서니까 아저씨가 꼭 붙들면서 " 그러지 말어 " 그러시지요 그래두 나는 한번 맘을 먹은 댐엔 꼭 그대루 하고야 마는 성미 이지요 그래서 안 마당으로 뛰처 들어 가면서 " 엄마, 엄마 사랑 아저씨두 나처럼 삶은 달걀 을 제일 좋아 한대 ! " 하고 소리를 질렀지요 " 떠들지 말어 " 하고 어머니는 눈을 홀기십니다 그러나 사랑 아저씨가 달걀을 좋아 하는 것이 내게는 썩 좋게 되었어요 그것은 그 다음 부터는 어머니가 달걀을 많이씩 사게 되었으니까요 달걀 장수 노친네가 오면 한꺼번에 열 알도 사고 스무알도 사구 그래선 두고 두고 삶아서 아저씨 상 에두 놓고 또 으례 나도 한알씩 주고 그래요 그 뿐만 아니라 아저씨 한테 놀러 나가면 가끔 아저씨가 책상 서랍 속에서 달걀을 한 두 알 꺼내서 먹으라고 주지요 그래 그 담부터는 나는 아주 실컷 달걀을 많이 먹었어요 나는 아저씨가 매우 좋아요 하지만 외삼춘은 가끔 툴툴 하는 때가 있었어요 아마 아저씨가 마음에 안드는 가봐요 아니 그것 보다도 아저씨 상 심부름을 꼭 외삼춘이 하게 되니까 그것이 싫어서 그러나 봐요 한번은 어머니와 외삼춘이 말다툼 하는 것을 내가 들었지요 어머니가 " 야, 또 어데 나가지 말고 사랑에 있다가 선생님 들어 오거든 상 내가야지 " 라고 말씀 하시니까 외삼춘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 제길, 남 어데 좀 볼일이 있는 날은 으례이 끼니때에 안 들어오고 늦어지니 - - - " 하고 툴툴 하겠지요 그러니까 어머니는 " 그러니 어쩌간니 ? 너 밖에 사랑 출입할 사람이 어데 있니 ? " " 누님이 좀 상 들구 나가 구려, 요샛 세상에 내외 합니까 ! " 어머니는 갑자기 얼굴이 빨게지시고 아무 대답도 없이 그냥 외삼춘을 향하여 눈을 홀기셨습니다 그러니까 외삼춘은 홍홍 웃으면서 사랑으로 나갔지요 나는 유치원에 가서 창가도 배우고 댄스도 배우고 하였습니다 유치원 여자 선생님이 풍금을 아주 썩 잘 타요 그런데 우리 유치원에 있는 풍금은 우리 예배당에 있는 있는 풍금과는 아주 다른데 퍽 조그마한 것이지 마는 소리는 썩 좋아요 그런데 우리집 윗 간에도 유치원 풍금과 꼭 같이 생긴것이 놓여 있다는 것이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그래 그날 나는 집으로 오는 길로 어머니를 끌고 윗간 으로 가서 " 엄마, 이거 풍금 아니유 ? " 하고 물으니까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 그렇단다 그건 어찌 알았니 ? " " 우리 유치원에 있는 풍금이 이것과 똑 같은데 무얼, 그럼 엄마도 풍금 탈줄 아우 ? " 하고 나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이때껏 한번도 어머니가 이 풍금 앞에 앉은 것을 본 일이 없기 때문 입니다 어머니는 아무 대답도 아니 하십니다 " 엄마, 이 풍금 좀 타봐 ! "하고 재촉 하니까 어머니 얼굴은 약간 흐려 지면서 " 그 풍금은 너희 아버지가 날 사다 주신 거란다 너희 아버지가 돌아 가신 후에는 그 풍금은 이때 까지 뚜껑두 한번 안 열어 보았다 - - -" 이렇게 말씀 하시는 어머니 얼굴을 보니까 금방 또 울음보가 터질것 같아 보여서 나는 그만 " 엄마, 나 사탕 주어 " 하면서 아랫 방으로 끌고 내려 왔습니다
아저씨가 사랑방에 와 계신지 벌써 여러밤을 잔뒤 입니다 아마 한달 이나 되었지요 나는 거의 매일 아저씨 방에 놀러 갔습니다 어머니는 나더러 그렇게 가서 귀찮게 굴면 못쓴다고 가끔 꾸지람을 하시지만 정말이지 나는 조금도 아저씨를 귀찮게 굴지는 않았습니다 도리어 아저씨가 나를 귀찮게 굴었지요 " 옥희 눈은 아버지를 닮았다 그 고운 코는 아마 어머니를 닮았지 ! 입하고 ! 응, 그러냐 안 그러냐 ? 어머니도 옥희처럼 곱지 응 ? - - " 이렇게 여러 가지로 물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 아저씨 입때 우리 엄마 못봤수 ? " 하고 물었더니 아저씨는 잠잠 합니다 그래서 나는 " 우리 엄마 보러 들어 걸까 ? " 하면서 아저씨 소매를 잡아 당겼더니 아저씨는 펄쩍 뛰면서 " 아니, 아니 안돼 난 지금 분주 해서 " 하면서 나를 잡아 끌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는 무슨 그리 분주 하지도 않은 모양 이었어요 그러기 때문에 나더러 가란 말도 않고 그냥 나를 붙들고 앉아서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뺨에 입도 맞추고 하면서 " 요 저고리 누가 해주었지 ? 밤에 엄마 하고 한 자리에서 자니 ? " 하는 등 쓸데 없는 말을
자꾸만 물었지요 그러나 왠 일인지 나를 그렇게 귀여워 해주는 아저씨도 아랫방에 외삼춘이 들어 오면 갑자기 태도가 달라 지지요 이것 저것 묻지도 않고 나를 꼭 껴 않지도 않고 점잖게 앉아서 그림책 이나 보여주고 그러지요 아마 아저씨가 우리 외삼춘을 무서워 하나 봐요 하여튼 어머니는 나더러 너무 아저씨를 귀찮게 한다고 어떤 때는 저녁 먹고 나서 나를 꼭 방안에 가두어 두고 못 나가게 하는 때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있다가 어머니가 바느질에 정신이 팔리어서 골몰 하고 있을때 몰래 가만히 일어 나서 나오지요 그런 때에는 어머니가 내가 문 여는 소리를 듣고서야 파딱 정신을 차려서 쫓아와 나를 붙들지요 그러나 그런때 어머니는 골(화)은 아니 내시고 " 이리온, 이리 와서 머리 빗고 - - " 하고 끌어다가 머리를 다시 곱게 땋아 주지요 " 머리를 곱게 땋고 가야지 그렇게 되는 대로 하구 가문 아저씨가 숭 보시지 않겠니 ? " 하시면서 ' 또 어떤 때는 머리를 다 땋아 주시고는 " 응, 저고리가 이게 무어냐 ? " 하시면서 새 저고를 내어 주시는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였었습니다 아저씨는 나더러 뒷 동산에 올라가자 하셨습니다 나는 너무 좋아서 가자고 그러니까 아저씨는
" 들어 가서 어머님께 허락 맡고 온 " 하십니다 참 그렇습니다 나는 뛰어 들어가서 어머니께 허락을 맡았습니다 어머니는 내 얼굴을 다시 세수 시켜 주시고 머리도 다시 땋고 그리고 나서는 나를 으스러 지도록 한번 몹시 껴 안았다가 놓아 주었습니다
" 너무 오래 있지 말고, 응 " 하고 어머니는 크게 소리를 치셨습니다 아마 사랑 아저씨도 그 소리를 들었을 거에요 뒷 동산에 올라 가서는 정거장을 한참 내려다 보았으나 기차는 안 지나 갔습니다 나는 풀잎을 쏙쏙 뽑아도 보고 땅에 누운 아저씨 다리를 가서 꼬집어 보기도 하면서 놀았습니다 한참 논뒤에 아저씨와 손목을 잡고 내려 오는데 유치원 동무들을 만났습니다 " 옥희가 아빠 하고 어디 갔다 온다 ! " 하고 한 동무가 말 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모르는 아이 였습니다 나는 얼굴이 빨개 졌습니다 그때 나는 얼마나 이 아저씨가 정말 우리 아버지 였더라면 하고 생각 했는지 모릅니다 나는 정말로 한번 만 이라도 " 아빠 ! " 하고 불러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렇게 아저씨 하고 손목을 잡고 골목 골목을 지나 걸어 오는 것이 어찌도 재미가 좋았는지요 ! 나는 대문 까지 와서 " 난 아저씨가 우리 아빠문 좋겠다 ' 하고 불쑥 말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얼굴이 홍당무 처럼 빨개 져서 나를 몹시 흔들면서 " 그런 소리 하문 못써 " 하고 말 히는데 그 소리가 몹시 떨렸습니다 나는 아저씨가 몹시 성이난 것처럼 보여서 아무 말도 못하고 안으로 뛰어 들어 갔습니다 어머니가 " 어디 까지 갔던 ? " 하면서 나와 안으며 묻는데 나는 대답도 못하고 그만 훌쩍 훌쩍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놀라서 " 옥희야, 왜 그러니 ? 응 ? " 하고 자꾸만 물었으나 나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울기만 하였습니다
이느날은 일요일 인고로 나는 어머니와 함께 예배당에 가려고 차리고 나서 어머니가 옷을 갈아 입는 동안 잠깐 사랑 에를 나가 보았습니다 아저씨가 아직도 성이 났나 ? 하고 가만히 방 안을 들여다 보니 책상에 앉아서 무엇을 쓰고 있던 아저씨가 내다 보면서 빙그래 웃어주고 있었습니다 그 웃음을 보고 나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아저씨가 지금은 성이 풀린 것이 확실 하니까요 아저씨는 나를 이리 보고 저리보면서 흝어 보더니 " 옥희 오늘 어데 가노 ? 그렇게 곱게 차려 입고 " 하고 물었습니다 " 엄마 하고 예배당에 가 " " 예배당 에 ? " 하고 나서 아저씨는 잠시 나를 멍 하니 바라 보더니 " 어느 예배당에 ? " 하고 물었습니다
" 요 앞에 에배당 가지 뭐 " "응 ? 요 앞이라니 ? " 이때 안에서 " 옥희야 " 하고 부드럽게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라가 들렸습니다 나는 얼른 안채로 뛰어 들어 오면서 돌아다 보니까 아저씨는 또 얼굴이 빨갛게 성이 났겠지요 내 원 참으로 무슨 일로 요새는 아저씨가 그렇게 성을 잘 내는지 알수 없었습니다 예배당에 가서 찬미 하고 기도 하다가, 기도 하는 중간에 갑자기 나는 혹시 아저씨두 예배당에 오지 않았나 ? 하는 생각이 나서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남자석을 바라다 보았습니다 글랬는데 하, 바로 거기에 아저씨가 와 앉아 있겠지요 그런데 아저씨는 어른 인데도 눈 감고 기도 하지 않고 우리 아이들 처럼 눈을 번히 뜨고 여기 저기 두리번 두리번 바라 봅니다 나는 얼른 아저씨를 알아 보았는데 아저씨는 나를 못 알아 보앗는지 내가 빙그레 웃어 보여도 웃지도 않고 멀거니 보고만 있겠지요 그래 나는 손을 흔들었겠지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말드군요 그때에 어머니가 내가 팔 흔드는 것을 깨닫고 두 손으로 나를 붙들고 끌어 당기더군요 나는 어머니 귀에다 대고 " 아저씨도 왔어 ! " 하고 속삭 이니까 어머니는 흠찟 하면서 내 입을 손으로 막고 막 끌어 잡아다가 옆에 앉히고 고개를 누르드군요 보니까 어머니가 또 얼굴이 홍당무 처럼 빨개 졌군요 그날 예배는 아주 젬뱅 이었지요 웬일 인지 예배 다 끝날때 까지 어머니는 성이 나서 강대(책 등을 올려 놓고 볼수 있도록 만든 연단)만 향하여 앞으로 바라보고 앉았고 이전 모양으로 가끔 나를 내려다 보고 웃는 일이 없었어요 그리고 아저씨를 보려구 남자석을 바라 보아도 아저씨 역시 한번도 바라 보아주지도 않고 성이 나서 앉어 있고 어머니도 나를 보지도 않고 공연히 내 옆구리를 콱콱 잡아 당기지요 왜 모두들 성이 났는지 ! 나는 그만 으아으아 하고 한번 울고 싶었어요 그러나 바로 멀지 않은 곳에 우리 유치원 선생님이 앉어 있는 고로 울고 싶은 것을 아주 억지로 참었답니다
내가 유치원에 입학한 후 처음 얼마 동안은 유치원에 갈때나 올때나 외삼춘이 바래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밤을 자고난 뒤에는 나 혼자서도 넉넉히 다니게 되었어요 그러나 언제나 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때이면 어머니가 옆 대문 (우리집 에는 대문이 사랑 대문과 옆 대문 둘이 있어서 어머니는 늘 이 옆 대문 으로만 출입 하시는 것이 었습니다) 밖에 기다리고 섰다가 내가 달음질 쳐 가면 나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가군 하는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어쩐 일인지 어머니가 대문가에 보이지를 않겠지요 어떻게도 화가 나는지요 물론 머리 속 으로는 ' 아마, 외할머니 댁에 가셨나 부다 하고 생각 했지마는 하여튼 내가 돌아 왔는데 문간 에서 기다리지 않고 집을 떠났다는 것이 몹시 나쁘게 생각 되드군요 그래서 속으로 ' 오늘 엄마를 좀 골려야 겠다 생각 하고 있는데 옆 대문 밖에서 " 아이고, 애가 벌써 왔나 ? " 하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그 순간 나는 얼른 신을 벗어 들고 안방 으로 뛰어들어가서 벽장문을 열고 그속에 들어가 숨어버렸습니다 " 옥희야, 옥희 너 안 왔니 ? " 하는 어머니 소리가 바로 뜰에서 나더니 ' 여태 안 왔군 ' 하면서 밖으로 나가는 모양 이었습니다 나는 재미가 나서 혼자 흐응 흐응 웃었습니다 한참을 있드니 집에서는 왼통 야단이 났습니다 어머니 목소리도 들리고 외할머니 목소리도 들리고 외삼춘 목소리도 들리고 !
" 글쌔, 하루종일 집이라곤 안 떠났던 옥희가 유치원 파하고 오문 매일 주던 과자가 없기에 어머님 댁에 잠깐 갔다 왔는데 고 동안에 이런 변이 생긴걸 - - " 하는 것은 어머니 목소리 " 글쎄 유치원 에서는 벌써 이십분 전에 떠났 다는데 원 중간에 서 - - " 하는 것은 외할머니 목소리 , " 하여튼 내 나가서 댕겨 볼테다 원 고것이 어델 갔담 " 하는것은 외삼춘 목소리 이욱고 어머니 의 울음 소리가 가늘게 들렸습니다 외할머니는 무어라고 즁얼 중얼 이야기 하는 중 이었습니다 ' 이젠 그만 하고 나갈까 ? ' 하고도 생각 했으나 ' 지난 주일날 예배당 에서 성냈던 앙갚음을 해야지 ' 하는 생각이 나서 나는 그냥 벽장 안에 누워 있었습니다 벽장 안은 답답하고 더웠습니다 그런데도 이욱고 부지중에 나는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 습니다 얼마 동안 이나 잤는지요 ? 잠을 깨어 보니 아까 내가 벽장 안으로 들어 왔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참 ! 이상스러운 곳에 내가 누워 있고나, 어둡고 덥고 좁고 ---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엉엉 울기 시작 했지요 그러자 갑자기 어데 가까운 데서 어머니의 외마디 소리와 함께 벽장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달려 들어 나를 안아 내렸습니다 " 요, 망할 것아 ! " 하시면서 어머니가 내 엉덩이를 너댓번 때렸습니다 나는 더욱더 소리내 울었습니다 그때에는 어머니도 나를 끌어 안고 따라 울었습니다 " 옥희야, 옥희야 ! 응, 인젠 괜찮다 엄마가 여기 있잖니 응, 울지 마라 ! 옥희야, 엄마는 옥희 하나믄 그뿐 이다 세상 다 일이 없다 옥희만 있으믄 엄마는 살수 있단다 옥희야 울지 마라, 응 울지 마라 " 이렇게 어머니는 나더러 자꾸 울지 말라고 하면서도 어머니는 끊이지 않고 그냥 자꾸 자꾸 울었습니다 외할머니는 " 원 고것이 도깨비가 들렸단 말일까 벽장 속엔 왜 숨는담 " 하고 앉아 있고 외삼춘은 " 에, 재수, 매유(업다 뜻의 중국말)다 " 하면서 밖으로 나ㄴ갔습니다 (이어지는 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