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불고 욱신거리는 한밤중이다. Vampire와 Bat가 마주 앉아 있고 호롱불의 희미한 빛이 그들의 이마를 조용히 비추었다. 압생트를 거푸 들이켜던 Vampire가 입을 뗐다. "묘수(妙手)가 없을까?" "별것 아닌 듯한데 쓰러지는 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제가 시베리아 친구를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손오공 만나는 건 좀 기다려 보시죠." Blood house는 고요 속에 잠겨 있다. 숲속의 나무 잎사귀에서 이슬지는 소리와 condor의 노래 소리만이 이따금 정적을 깨뜨릴 뿐이다. 강물은 제 소리를 지우며 흘러가고 지친 별들이 산허리에 내려와 쉬고 있다.
'누가 그랬던가. 지옥이 천국이라고, 지옥에도 사랑이 있다고……‘ 회상에 잠겨 있던 Gambler가 손오공에게 묻는다. "오공님은 저승 세계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저승사자 반장을 하고 있다. 너같은 놈들을 팔열지옥(八熱地獄)과 팔한지옥(八寒地獄)에 배치하는 일을 한다." "지옥 중에서 고통이 가장 덜한 곳은 어디인가요? 천국은 있는 건가요? 제가 그곳에 갈 수 있을까요?" 손오공은 칠흑 같은 어둠을 응시할 뿐 아무런 말이 없다. 지옥이 가까워지는 것인지 더운 열기가 엄습(掩襲)했다.
"지옥은 대부분 비슷비슷하고 거기서 거기다. 천국 가는 인간들은 급격히 줄고 있어 조만간 없어지게 된다." 깜짝 놀란 Gambler가 소리쳤다. "천국이 없어진다고요…… 인간 세계에는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데 천국을 왜 없애는 건가요?" 창밖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갈증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Gambler에게 말을 건넨다. "인간들은 너무 잔인하다. 인간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힘없는 생명체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행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뭇 생명들을 안쓰럽게 여기고 감싸 주려 시도해 본 적이 있느냐. 세상 만물은 인간들의 이기적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만물은 아름답고 조화롭게 공생(共生)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 세계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을 잘 알면서도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너희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노력하면 점차 달라지지 않을까요?" "쯧쯧, 인간들은 좀처럼 변하지 않아."
창밖에는 어둠에 뿌리 내린 작은 별들이 멋쩍게 웃고 있는데 열차는 어느새 Hell-planet에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