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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두 달 동안 미국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큰 아이를 맞아 인천공항으로 마중나갔다.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까지 10,530km, 비행시간이 13시간40분 걸렸다고 한다.
대한항공 노선중에서 애틀란타, 뉴욕에 이어 세번 째로 먼 노선이다.
큰 아이는 어렸을 때 나의 여행파트너로 함께 여행을 많이 해서 고등학교 졸업전에 친구들을 이끌고
배낭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고 항공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다.
자연히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두 달 동안의 미국체류생활에 대한 얘기 보다는
비행기와 여행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어제 큰 아이와 나누었던 얘기를 바탕으로 장거리노선에 대해 소개한다.
< 노스웨스트항공 B747 조종석에서 기장님과 함께, 1993년 미국시애틀공항에서 촬영 >
자동차는 연료탱크만 크게 하면 주행거리를 쉽게 늘릴 수 있다. 그러나 항공기는 조금 다르다.
워낙 덩치가 커서 이륙하는데 최대중량을 맞추려면
연료탱크를 늘리면 탑승객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성도 따져야 한다.
우리가 자가용승용차를 유지할때 연료절약을 위해 항상 휘발유를 가득 채울 필요가 없는것 처럼
항공기도 무조건 많이 날기 위해 연료탱크를 크게 할 필요가 없이
운항거리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연료를 탑재해야 탑승정원을 늘릴 수 있다.
항공기가 같은 기종이라도 다양한 변형 Variants가 있는 것도
다양한 운항노선에 맞게 항속거리를 차별화하기 때문이다.
- 아래 : A340-500, A340 기종 중에서 항속거리가 가장 길다.
초장거리노선 (Ultra Long Flight) 이란 ?
항공노선에서 초장거리노선 Ultra Long Flight는 뚜렷한 기준은 없지만 보통 거리는 7500마일 (12,000km),
비행시간은 15시간 이상으로 잡으면 될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긴 노선이 인천-애틀란타 (11,400km) 정도로
초장거리 논스톱노선에 들어갈만한 노선은 아직 없다.
< 아시아-뉴욕 태평양횡단 논스톱노선을 열게 된 B747SP 기종, 동체가 B747-200 보다 짧다. >
장거리노선의 등장은 B747SP(Special Pefrormance) 기종이 물꼬를 텄다고 한다.
B747SP는 일부 장거리노선이 필요했던 항공사의 요구로
점보기 B747-200의 동체를 짧게하여 항속거리를 늘린 기종이다.
1976년 아메리카항공은 이 기종으로 뉴욕-도쿄(10,854km) 노선과 샌프란시스코-시드니(11,937km) 노선을
개설하였다. 대한항공이 뉴욕논스톱노선을 개설한 것도 B747SP로 알고 있다.
12,000km 벽을 깬 것은 유나이티드항공 B747-400의 홍콩-뉴욕 노선이었다.
이 노선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신형 기종인 A330, B777에 밀리고 있던 B747-400의 진가를 일깨워준 기록이었다.
<유나이티드항공 B747-400, 홍콩첵랍콕공항, 지금은 B777-200으로 홍콩-뉴욕 논스톱으로 비행>
세계최대항속거리 A340-500의 등장 비행시간 18시간30분 !
A340-500은 에어버스가 초장거리노선용으로 2002년에 나온 기종으로 최대항속거리가 16700km로
2006년 B777-200LR 기종이 등장할 때 까지 세계에서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기종이다었다.
싱가폴항공은 2004년에 A340-500기종을 투입하여
싱가폴-뉴욕EWR (15,345km), 싱가폴-L.A.(14,114km) 노선에 취항시켰다.
비행시간이 무려 18시간이다. 경우에 따라 20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싱가폴-L.A.노선은 뉴욕노선보다 거리는 짧아도 북극노선을 이용하는 뉴욕노선과 달리
제트기류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실제 비행시간은 L.A.노선이 더 많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싱가폴항공은 18시간이 넘는 이 노선에 단순한 관광객들 보다는 비즈니스맨들이 많아서인지
싱가폴항공은 3 class로 탑승정원 310명 정도 되지만 전좌석 비즈니스클래스로 98석을 장착하였다.
< 타이항공 초장거리기종 A340-500, 방콕수완나붐공항 >
타이항공도 A340-500으로 방콕-뉴욕(13,963km), 방콕-L.A.(13,309km) 노선을 개설하여
A340-500은 전세계에서 최장거리노선 1,2,3위를 비롯하여 Top 10 중에서 4개 노선을 장악하게 되어
경쟁기종인 B777을 따돌리고 최장거리노선에서 독보적인 존재를 과시하였다.
< 타이항공 A340-500 뉴욕노선의 좌석배치도, 일반석도 36인치로 다른 기종보다 4-5인치 넓다. >
당시 타이항공의 홈페이지에 실렸던 좌석배치도를 보면 타이항공은 뉴욕행 A340-500 기종은
18시간이 넘는 초장거리비행시간을 감안하여 좌석피치가 32인치가 보통인
일반석좌석도 36인치로 늘려 장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외의 초장거리노선으로는 콴타스항공 B747-400ER의 시드니-댈러스(13,804km),
델타항공 B777-200LR의 애틀란타-요하네스버그(13,852km) 등이 있다.
A340-500의 쓸쓸한 퇴역
A340-500의 영광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타이항공은 일찌감치 방콕-뉴욕, 방콕-L.A. 논스톱노선에서 철수했고,
싱가폴항공의 두 노선도 마지막 취항을 불과 한 두달 남겨 놓고 있어
금년 말이면 세계최장거리노선 Top 10에서 A340-500은 완전히 물러나게 될 것 같다.
타이항공도 A340-500을 4대 보유하고 있지만 지금은 한 대만 취항시키고 있다.
A340-500의 인기도는 싱가폴항공의 A340-500 운명에서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기기종은 일류항공사들이 퇴역시키면
제3세계의 항공사들한테 중고기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싱가폴항공에서 퇴역할 A340-500은 다른 항공사로 팔려가지 않고 싱가폴항공이 대체기종으로
차세대기종인 에어버스의 A350와 수퍼점보 A380기를 추가로 도입하는 조건으로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인수한다고 하는데 아마 중고기시장에서 판로가 쉽지 않은 탓으로 생각된다.
< 싱가폴항공 B747-400, 싱가폴항공은 일찌기 이 기종을 퇴역시켰다. >
A340-500의 몰락은 경제성에 있다. A340 기종은 엔진이 4개로 엔진이 두 개인 A330과 B777에 비해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고유가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기종이다.
이미 싱가폴항공은 4발 엔진인 B747-400을 같은 이유로 모두 퇴역시켰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경기불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특히 싱가폴항공은 두 노선을 전좌석 비즈니스클래스로 운영하였는데
왕복 $8,000이 넘는 요금에 승객들이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 싱가폴항공 B777-200ER. B747을 퇴역시키고 장거리노선은 B777과 A380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팩터로 ETOPS (Entended Range of Twin Operation) 라는 규정이다.
이는 엔진이 2개인 기종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들 기종은 비행중 엔진이 하나 고장나더라도
규정된 시간이내에 비상착륙을 할 수 있는 항로를 운항해야 하는 규정이다.
예를 들면 ETOPS 120 규정을 받는 기종은 운항중에 비상착륙을 할 수 있는 공항이 2시간 이내에 있어야 한다.
현재 B777, A330 등 장거리에 취항하는 기종들과 B737NG, A320 패밀리 등은 ETOPS 180을 적용 받는데
이쯤 되면 항로를 설정할 수 없는 지역은 지구면적의 5%에 그쳐 거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경우에 이르며
최근에 개발된 B787은 ETOPS 330을 인증받아 논스톱으로 11시간의 거리는
제한없이 직선으로 항로를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점보 B747에 대항하여 엔진3개의 기종이 등장하였지만 B777등의 위세에 눌려 모두 단명하였다.>
상 : MD-11, 맥도넬더글라스 제작. 여객기로 인기가 없어 지금 대부분이 화물기로 개조되어 운항하고 있다.
중 : DC-10, 더글라스개발, 맥도넬더글라스 제작. 점보기에 대항하여 더글라스사가 개발한 기종이다.
하 : L-1011, 록히드사가 개발한 기종으로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없었다.
이렇게 초기에는 엔진에 대한 신뢰가 낮아 ETOPS 규정이 생겼지만 이젠 엔진이 두 개 뿐인 기종들도
항로개설에 거의 제한을 받지 않아 DC-10, MD-11, 트라이스타 L-1011 등의 3발제트여객기나 A340, B747 등의
4발젠트여객기의 인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초장거리노선이 인기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 ... 좀 쉬었다 갑시다 !
초장거리노선의 Top 3의 몰락은 경제성이 낮은 A340-500 기종탓 만은 아닌것 같다.
싱가폴항공이 A340-500 노선을 폐쇄하기로 한 결정이 나기 전에
이미 델타항공 B777-200LR의 애틀란타-뭄바이(13,695km), 홍콩-디트로이트(12,645km),
유나이티드항공 B747-400의 뉴욕-홍콩(12,990km),
아메리칸항공 B777-200ER의 시카고-델리(12,045km) 노선이 문을 닫았다.
< 델타항공 초장거리노선기종 B777-200LR, 인천-디트로이트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
그런데 사라진 초장거리노선과 남아 있는 초장거리노선을 보면 한 가지 의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사라진 초장거리노선은 항로상에 있는 중간 경유지가 있고 남아 있는 초장거리노선은
마땅한 중간경유지가 없는 노선이다. 싱가폴항공 A340-500 노선이 사라지면
세계최장거리노선의 1,2위에 오르게 되는 콴타스항공의 싱가폴-댈라스(13,804km),
델타항공 애틀란타-요한스버그 노선 등은 마땅한 중간경유지가 없는 노선이다.
초장거리노선의 Top 10에는 콴타스항공의 댈러스-시드니, 댈러스-브리즈번 노선 등
호주노선이 들어 있는데 모두 마땅한 중간경유지가 없는 노선들이다.
< 콴타스항공 B747-400, 콴타스항공은 장거리노선에 아직도 B747-400을 취항시키고 있다. >
대체노선이 있는 초장거리노선의 운명
반면에 사라진 초장거리노선을 살펴보면 싱가폴항공은 싱가폴-뉴욕(15,354km) 논스톱노선의 경우
A380 기종의 싱가폴-프랑크푸르트-뉴욕JFK(16,480km) 경유편과 거리편차가 7%,
싱가폴-L.A.(14,114km)노선은 싱가폴-나리타-L.A.(14,121km) 경유편과 거리편차가 거의 없다.
폐쇄된 타이항공의 A340-500 방콕-L.A.(13,309km) 노선도 B777-300ER 방콕-인천-L.A.(13,310km)와
정확히 일치한다. 또 하나 이들 경유편은 환승과 차원이 다르다.
환승편의 경우 탑승수속을 새로 하여 탑승할 기종과 좌석이 바뀌고 연결시간도 불규칙하여
불편한 과정이지만 경유편의 경우는 경유지에서 별도의 추가 수속은 없고
1,2시간 정도 경유지 공항에 내려 쇼핑이나 휴식 후에 자기 좌석에 다시 탑승하게 되니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델타항공의 홍콩-디트로이트(12,645km) 노선도 없어졌는데
이 논스톱노선도 홍콩-인천-디트로이트(12,746km) 경유노선과 거리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홍콩-인천노선은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 코드쉐어로 운항하고 있다.
이들 초장거리 논스톱노선은 다른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진 것이 아니라
같은 항공사의 복수노선인 경유노선과의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봐야 할 것 같다.
< 에어캐나다 초장거리기종 A340-500, 홍콩첵랍콕공항 > 고속도로에서도 휴게실을 이용하는데
이런 사례를 보면 항공기제작사들이 초장거리노선을 위한 항속거리를 늘린 기종을 개발하고 있지만
승객들은 논스톱항공편의 한계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즉 동남아시아나 미국서부노선 정도의 논스톱노선의 경우는 경유편보다 선호도가 높지만
비행시간이 15시간이 넘어가면 아무리 논스톱이라고 하지만
중간에 팔다리 쭈욱 뻗고 쉴 수 있는 경유항공편을 선호하는 것 같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여행할 때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 2011년9월, 미국 보잉사초청으로 미국방문때 탑승했던 대한항공 B777-200ER, 시애틀공항 >
문득 2000년 브라질을 여행할 때가 생각난다.
대한항공의 인천-L.A.-사웅파울로 노선은 L.A.공항에서 체류시간을 포함하여
꼬박 25시간-27시간 걸리는 초장거리 노선이다. 인천-L.A.까지 12시간을 날아가서 한 두 시간 쉬고 난 후에
바로 12시간을 또 비행해야 하는 일정이다.
당시 나의 선택은 인천-L.A.까지는 노스웨스트항공의 마일리지를 이용하고,
L.A.시내로 들어가 친구들과 점심을 함께 하고 대한항공으로 L.A.-사웅파울로 노선에 탑승했고
귀국할 때도 L.A.에서 이틀을 체류하였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비행시간이 15시간을 넘기는 논스톱 초장거리노선은 취항하는 항공기는
체력을 과시하여 좋을지 몰라도 일반석에서 갇혀야 하는 승객의 입장에서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김동주님의 블로그에 퍼 왔습니다..
우리 회장님이 파라과이를 다녀오셨기에..
그런데 파라과이이에서 한국오시는데 36시간 걸리셨다고..
그리고 그중 최장기 비행시간이 15시간이라구 하셔서...ㅎㅎ
이기회에 비행기에 대한 상식도 배우며 함께 나눔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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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비행기가 뜨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답니다, 그런데 이런 자세한 내용까지.. 한수 배우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왜..비행기를 타면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걸까요?저만 그런가요?>?
그때 그때 다르답니다..비행중에 난기류를 만나서 덜컹거리는 분위기에서는
서로가 놀란 표졍으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곤 한답니다..
비행기를 타기전에 이런 정보를 한번쯤 읽어보심도 도움이 될것이라 더욱 감사...
정말 신기합니다..저럴 큰 동체가 오랜시간 하늘에 뜨고 이동한다는 사실이~~~
한수 배우고 가네요...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