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애플》의 여덟 가지 이야기는 모두 ‘감응정신병folie a duex’이라는 정신병리학 증상을 모티프로 한다. 이 병은 한 사람의 정신이상증세(환각, 망상 등)가 생활반경을 공유하는 정상인에게도 옮아가는 증상을 가리킨다. 실제로 소설의 각 이야기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화자 내지 관찰자로 등장하고, 이들은 아주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광기의 극단을 향해 치달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광기는 투명한 물에 잉크 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주변인들에게 스멀스멀 퍼진다. 마리 유키코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골든애플》은 한마디로 “광기의 전염”에 대한 소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첫 이야기 <에로토마니아>는 어떤 재판을 방청하는 ‘마이코’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피고석의 남자는 인기 소설가를 피습한 혐의로 체포됐는데, 증인들이 상반된 증언을 하는 바람에 재판장은 판결은 혼란에 빠진다. 그러던 와중에 마이코가 직접 증인으로 나서면서, 전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이밖에도 인터넷에 올린 댓글 하나가 초래하는 파장을 다룬 <칼리굴라>,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벌어지는 파국을 그린 <클레이머>,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하고도 기억상실에 괴로워하던 여자가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는 이야기 <데자뷔>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기리노 나쓰오와 미나토 가나에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첫손에 꼽히는 작가 마리 유키코가 ‘감응정신병’이라는 충격적 모티프를 전면에 내세운 사이코 미스터리 소설. 평범한 인물들이 광기의 극단으로 치닫는 여덟 가지 이야기가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처럼 어우러져 있다.
골든애플, 마리 유키코, 최고은, 반양장본, 320쪽, 197*138mm, 13,000원, 비채
첫댓글 전작인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마인드(그 어두운 심연)에 정말 '이야미스('싫음, 불쾌함'이라는 뜻의 일본어 '이야'와 미스터리 소설의 '미스터리'를 결합)'의 대표주자라고 하는 말이 공감이 가는..암튼 이번 작품도 그럴텐데.. 하는 마음이 생기면서도...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드는 건 어찌된 일인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