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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서 입체적인 인생을 사는 서동국 이정자 부부
서귀포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선물을 받는 크리스마스 같은 날들이라고 했다. 싱싱한 생선이 필요하면 정박해 놓은 배를 몰고 나가 서귀포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는다. 그리고 직접 손질해서 회를 떠 초밥으로 만들고 뼈는 시원한 지리탕으로 끓인다. 최근 긴 장마와 더위로 삼겹살 100그램과 얼추 가격이 비슷하다는 상추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다.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등등 둘이서 자급자족할 만큼 야채는 집에서 길러 먹는다. 닭을 키워 유정 란을 먹는데 더위 먹은 닭들이 여름에는 계란을 잘 낳지 않는다고 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부럽지 않은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는 서동국 이정자 부부.
이 두 분은 육지에서 부부 교사로 근무하다가 명퇴하여 9년 전 서귀포에 정착했다. 두 사람은 결혼하기 전에 자녀 출산을 하지 않기로 미리 서약을 했다. 평생 밀월 같은 삶을 꿈꾸었거나 한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즐기며 사는 욜로(you only life once )의 삶을 원했을 것이다.
울릉도가 고향이라 바다가 놀이터였던 서 선생은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릴 적부터 파도와 절친이었던 서 선생은 현직에 있을 때 윈드서핑하러 제주도에 자주 오게 되었다. 윈드서핑 때문에 서귀포와 친해졌으나 막상 정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테니스 인프라였다. 서귀포는 4계절 내내 운동하기 좋은 기후에 넉넉한 코트 시설을 갖춰 테니스 홀릭인 이 부부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왔다. 그래서 바다낚시와 윈드서핑과 테니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서귀포에서 인생2막을 정착한 이 부부. 매일 새벽 다섯 시에 기상하면 제일 먼저 테니스 코트로 향하는 서동국 이정자 부부의 인생이 궁금했다.
해외에서 3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막 귀국했으나 여행의 피로감 없이 싱싱한 얼굴을 하고 온 부부 팀을 서귀포 테니스장에서 만났다. 이 부부 팀은 실력이 짱짱해서 남자 두 분이 복식 경기로 도전해도 쉽게 이길 수 없을 정도로 파트너십이 대단하다고 한다. 60대 초,중반의 이 부부는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서귀포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자연 환경이 아름답고 평화로워 아무리 자랑을 해도 모자랄 정도로 만족스럽다. 4계절 내내 좋은 환경에서 테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올레길과 오름, 곶자왈등 제주 특유의 자연을 만끽 할 수 있는데 근접성이 좋아 매일 여행하듯 살아가고 있다. 특히 바람이 좋은 날은 바다로 가 윈드서핑을 하고 맨발에 모래를 밟고 걸으며 온 몸을 정화시킬 수 있으니 제 2의 인생을 살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명퇴 후 24시간을 부부가 함께 하고 있는데 힘든 점은 없는지..
현직에 있을 때는 각자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만나기 때문에 서로 부딪칠 일이 없었다. 서귀포에 내려와 처음 몇 년간은 그동안 서로에 대해 몰랐던 점들이 자꾸 눈에 띄어 조율하는데 좀 애를 먹었다. 그런데 매일 함께 테니스 경기를 하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좁혀 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역시 부부가 같은 취미를 즐긴다는 것은 공감대 형성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테니스는 언제부터 시작한 것인가요?
대학 때 교양과목으로 잠깐 쳤고 결혼 후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다. 전국대회 출전은 크게 비중을 두지 않고 살았다.
테니스는 언제 치나요?
새벽 5시부터 7시 반까지 테니스를 하고 특히 주말에는 막걸리와 해장국 내기를 한다. 한라클럽 회원들이 팀을 나눠 단체전을 하는데 긴장감 있고 협동심을 기르는데 최고다. 오후에는 종종 이벤트 경기를 할 때도 있다.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지만 부부가 함께 하는 테니스만큼 재미난 스포츠는 없는 것 같다. 관심사가 같아서 대화의 기회가 많고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복이다.
새벽 테니스를 마친 후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낚시나 윈드서핑 하기에 날씨가 여의치 않으면 주기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큰 글씨로 된 소설을 읽는다. 소설을 빌려 2주 동안 부부가 서로 돌려 보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은 주로 스마트 폰으로 정보를 얻게 되는데 소설은 타인의 편에 서서 보는 '역지사지'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오래 읽다보니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더 많이 생기고 주인공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추측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법에 감탄하게 된다. 요즘처럼 모든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동일한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입체적 사고’가 필요하다. 소설을 읽는 것은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공감예행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윈드서핑을 하는 동안에는 무엇을 하나요?
처음에는 함께 윈드서핑을 했는데 힘에 부쳐 무리한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주로 성산이나 사계등지에서 남편이 3~4시간 서핑을 하는 동안 모래 위를 맨발로 걷는다. 특히 바닷물에 젖은 모래를 맨발로 걷는 것은 수퍼어싱(super earthing)으로 신체의 균형을 되찾게 해 주는 접지효과의 최고라고 한다. 맨발 걷기가 치유력이 좋다는 어씽(earthing)이론을 읽고서 밤이면 서귀포 혁신도시에 생긴 어씽장을 남편과 함께 자주 걷는다.
부부가 여행도 자주 가나요?
세계 곳곳을 다니는 편이다. 독일 여행 할 때 교포의 도움으로 함부르크에 있는 실내 테니스장의 카펫 바닥에서 맨발로 테니스 쳤던 일이 잊혀 지지 않는다. 남편이 윈드서핑 하러 하와이 마우이 갈 때도 테니스 라켓을 가지고 갔다. 새벽에 테니스 훈련하고 저녁에 현지인들과 교류전 하면서 한국 동호인의 탄탄한 테니스 실력을 알리고 왔다. 올해 6월에 갔던 피지에서는 현지인들이 테니스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둘이서 매일 랠리를 한 시간 이상 계속 하면서 보냈다. 테니스를 하는 동호인 세 부부가 다낭에서 4일간 테니스 투어한 일도 재미있었던 추억이다.
요즘은 다들 살기 힘들어서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다는데 당시만 해도 매우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나이 들수록 자녀가 없어 쓸쓸하지 않나요?
솔직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결정한 내용이다. 일단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열악하고 성장 후 생활이 너무 힘들것 같아서 결혼 전 미리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제까지 후회하지 않고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부부가 생활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서로를 신뢰하며 배려하는 삶속에서 둘이 같이 이루는 성취라고 생각한다. 또 가까이 있는 이웃에게 나누며 사는 것. 물질이든 경험이든 꿈이든 나누면 커지고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행위로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것.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계획도 있나요?
우리의 일상이 늘 특별한 것이라서 지금처럼 건강유지 하면서 오래도록 좋은 사람들과 테니스를 하며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는 게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귀포의 소속된 테니스 클럽은?
우리 부부는 역사가 30년 된 한라클럽에 소속해 있고 아내는 서귀포 하나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하나클럽은 서귀포의 유일한 여성클럽으로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초창기 회원들은 서귀포 협회 주관의 오세아니아 시합 전국, 도내 시합등 큰 대회 라인즈맨.심판, 진행 도우미로 봉사해왔다. 현재도 COYS (서귀포자원봉사)회원으로 다수기 활동하고 있는 아름다운 클럽이다. 또 온라인으로 전국에서 모이는 즐테여(즐거운 테니스 여행) 회원으로 활동하고 제주지역의 즐테여 회원들과도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7월 30일, 태풍의 영향으로 약간 파도가 있었지만 이 부부가 소유하고 있는 배에 올라 트롤링, 일명 황제 낚시를 체험했다. 두 시간 동안 서귀포 일대를 유람하면서 미리 던져둔 루어(lure)낚시에 고기가 걸리면 좋고 아니면 그냥 단순 배 여행이 되는 것이라 특별히 고기잡이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니 심적으로 여유로웠다. 주로 가을에 배낚시를 하면 다양한 생선이 잡히는데 여름에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두 시간 만에 잿방어 6마리가 걸렸다. 살아서 펄펄 뛰는 잿방어를 당기는 그 순간, 낚시꾼들이 환호하는 손맛이 어떤 것인지 실감을 할 수 있었다. 난생처음 잡아 본 그 잿방어는 부부의 협동으로 회로 초밥으로 매운탕으로 점심 식탁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어느 호텔 주방장 솜씨 부럽지 않는 달콤새콤한 초밥이 입안에 들어 올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누구나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꿈꾼다. 나이 들어가면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첫째 건강, 둘째 친구, 셋째가 취미활동이라는 말이 있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이 부부는 색소폰과 켈러그라피, 그림 그리기등 음악 미술 체육을 하며 창의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매일 꿈꾸던 삶을 실천하고 사는 서동국 이정자 부부는 하루하루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페러다이스(paradise)에 머무는 중이다.
*테니스로 정을 나누는 한라클럽
서동국 이정자 부부가 매일 운동하고 있는 서귀포 한라테니스클럽을 탐방했다. 8월 5일, 회원들은 더위를 피해 실내 테니스장을 예약해 월례대회를 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역사가 30년 된 서귀포 한라테니스클럽은 다수의 부부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이 70대부터 30대까지 분포되어 있어 50명 회원 간의 배려가 철저하고 경쟁 보다는 화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클럽이다. 평소 새벽에 모여 운동하되 공휴일은 무조건 새벽 (동절기 6시30분 ,하절기 6시) 먹을락(해장국, 막걸리내기)경기를 해 회원 간의 교류와 화합을 다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먹을락 경기에는 테니스인이면 클럽 불문하고 누구든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흥겨운 경기를 통해 교제하고 화합의 기회를 갖는다. 제주도가 괸당 문화가 (괸당은 돌보는 무리라는 뜻인 권당(眷黨)의 제주어 표기)있어 외지 분들이 와서 적응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한라테니스 클럽은 문턱이 낮아 누구라도 쉽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자랑이다.”
30여 명 모인 회원들은 가볍게 개회식을 마치고 양 팀으로 나눠 단체전 경기를 시작했다. 참가 숫자와 상관없이 서비스를 넣은 회원이 그 한 게임을 마치면 다른 회원이 이어서 게임에 들어갈 수 있는 로타리 경기를 하는데 지켜보니 매우 효율적인 경기 방식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라켓을 잡았다는 윤세명 회장은 “올해 10월에 30주년 행사를 하기 위해 그동안 클럽 회원들의 사진을 모아 앨범 제작을 하려고 계획했다”며 “과거의 사진을 올려놓은 협회의 클럽 홈페이지 개편으로 사진들이 날아가 다른 이벤트를 준비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또 “30년 전 아침 레슨 받는 6명이 모임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회원 수 50명. 긴 세월동안 흔들림 없이 탄탄한 클럽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것은 임원들과 회원들이 워낙 적극적인 협조를 해 주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15년 전부터 인천에서 테니스를 했다는 김성의(53세)는 일찍 은퇴하고 3년 전에 서귀포에 정착했다. 많은 클럽 중에 한라클럽 회원이 된 이유는 클럽 분위기가 좋아서라고 한다. 회원들의 연령 폭이 다양하고 동호인수도 많은데 진한 정을 주는 그 친밀감 때문이라고 한다.
라켓을 잡는 순간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존재감을 깨닫는 다는 신미희 회원은 수 년 전에 이 클럽에서 운동하다 잠시 쉬었다. 그리고 다시 회원으로 재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서로를 아껴주는 깊은 우애와 정 때문이라고 한다.
오픈부 우승자인 강기준은 제주도 토박이다. 그는 고양시 행주산성배 오픈부에서 우승했다. 10년 전부터 한라클럽 회원으로 활동한 강기준은 “예전에는 젊은 클럽이었는데 30년의 세월이 흐르다보니 평균 연령이 높아졌다”며 “형님들이랑 화목하게 지내다 보니 다른 클럽들이 부러워한다. 현재 실력은 조금 딸리지만 후배들이 쑥쑥 자라고 있어 앞으로 많이 성장할 클럽으로 기대가 된다”고 했다.
테니스가 인생의 활력이 된다는 박선용 총무는 다년간 임원으로 활동했다. 행사 때마다 여름에는 수박화채로 겨울에는 오뎅탕을 준비해서 회원들의 입을 즐겁게 해 준다. 호텔에서 음료 담당 쉐프를 했던 분이라 그런지 수박화채가 상큼하니 색달랐다. 박 총무는 “15년 전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고 자랑할 만한 클럽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육지에서 제 2의 인생을 위해 서귀포에 정착하는 분들은 언제라도 환영한다”고 했다.
매 월 첫 번째 토요일에 월례대회를 하고 주말아침마다 누구라고 참여할 수 있는 먹을락 행사를 하는 한라클럽은 똘똘 뭉친 정으로 거듭 발전해 나가고 있다.
임원
회장 윤세명 총무 박선용 재무 김미정 경기이사 김부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