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더 스킹은 우선 매질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파우더는 비선형 매질에 속합니다. 물과 비슷하죠. 하지만 물보다 밀도가 낮습니다. 공기가 95% 이상 98%까지 포함되어 있거든요.
하드팩-피스트에서의 스킹은.. 2d에서의 기하학적 운동입니다. Shaped Ski의 등장은 스킹을 편하게 만들었지만, 설계된 반지름(R) 안에 가두었습니다. 스키를 눕히기만 하면 사이드컷이 바닥면에 닿아 호를 그립니다. 선으로 나타나죠.
하지만 파우더-비선형 매질은 2D의 세계를 단숨에 3D 공간으로 확장해버립니다. 파우더에 들어가는 순간, 에지가 걸릴 바닥이 사라집니다. 선(Line)은 면(Surface)이 되고, 다시 체적(Volume)의 개념으로 변하죠.
피스트에서 눈(Ground)은 변하지 않는 상수였지만, 파우더에서는 눈 자체가 스키어의 압력에 따라 밀도가 변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됩니다.
즉, 피스트 스킹이 정해진 반지름을 따라가는 선의 유희였다면, 비선형 매질인 파우더에서의 스킹은 스키어가 직접 매질의 저항을 설계하며 나아가는 입체적인 공간 창조같은 것입니다. 스키어가 만드는 플렉스 패턴대로 나아가거든요.
속도는 선형매질에선 정지 혹은 그에 준하는 속도라도 문제 없습니다만, 파우더에서 속도는 눈에 뜨고, 나아가는데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장치입니다. 차가 정지해 있을 때 스티어링이 무겁다가 움직이면 가벼워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매질의 흐름이 생기면서 양력이 발생하고, 스키 바닥면이 눈 위로 떠오릅니다. 이때부터 비로소 스키는 자유로워지고, 아주 미세한 피봇팅만으로도 거대한 호를 그릴 수 있는 조향의 자유를 얻게 되죠.
속도는 중력에 따른 것이지만, 개인들에겐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걸 임계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각자의 임계치 선상 위에서 스킹을 하는 것이 파우더 스킹을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파우더에선 보이는 것과 실제는 다르거든요. 저항값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중력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그 중력이 만들어내는 속도를 제어 가능한 유효 데이터로 받아들이는 지점은 스키어마다 다르겠죠. 파우더 위에서 스키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물리적 임계치와, 스키어가 공포를 이기고 조향권을 쥐는 심리적 임계치가 만나는 그 선상(Borderline)의 게임 같은 겁니다.
같은 경사라면 파우더에서의 속도는 줄어듭니다. 저항이 크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소모율은 올라가죠. 더 힘듭니다.
매질을 밀어내고, 압축하고, 다시 띄워 올리는 모든 과정에 스키어의 에너지가 투입됩니다. 피스트에서의 스킹과 모글스킹의 에너지 소모율이 다르듯이요.
이런 관점에서 스키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캠버가 있는 스키, 플랫한 스키, 풀 라커 스키. +, 0, - 로 볼 수 있으니, 플랫 캠버는 뉴트럴인 겁니다
우리가 파우더에서 +(캠버)를 지양하는 이유는 그 텐션이 눈과의 대화(동기화)를 방해하기 때문이고, -(풀락커)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는 그 무력함이 조향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으로는 뉴트럴0(플랫) 위에서 비로소 스키어는 매질과 1:1로 대면하게 되는 것이죠.
사이드컷 또한 스키를 구분하는 축이 됩니다. 흔히 말하는 직진 성향이란 다른 의미로는 사이드컷을 제한하여 스키어에게 자유도를 주는 것입니다. 역설적이죠. 모글스키가 그런 성향입니다. 파우더 스키 또한 스키어에게 자유도를 주기 위한 설계가 유리합니다.
요즘 유행병처럼 번지는 댐핑도 2d를 전제로 한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팩용으로 설계된 댐핑은 파우더에서는 둔하게 작용합니다. 파우더라는 천연의 댐퍼 위에서 기계적인 댐핑 시스템은 오히려 설면의 정보를 차단하는 노이즈가 될 수 있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올마운틴/믹스드 스노우 계열의 스키는 이 모든 걸 다 집어넣은 형태입니다. 팁앤테일 라커, 언더풋 캠버, 사이드컷, 댐핑까지. 언더풋 캠버는 살짝만들어가고, 팁라커보다 낮게 설계됐죠.
언제나 대중은, 피스트에서는 어떤가요를 궁금해 합니다. 또한 파우더에서는요?를 다시 묻습니다. 제조사는 이에 답하려 불가능조합을 멋지게 정렬해보려는 노력을 거듭하죠. 게다가 인바운드의 대부분의 날들은 하드팩 상태이고, 대부분의 스키어들은 시즌 중 10-15 days 이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조사들이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께-허리 사이즈는.. 문제가 된다 안 된다 이전에 위에 열거한 기준들보다는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두꺼울수록 파우더에 잘 뜬다보단 어떻게 생겨야 잘 뜨냐가 먼저이니까요. 라커가 설계된 스키라면 두께에 상관 없이 일단 뜹니다. 딥파우더에 들어가는 날들이 많지 않다면 굳이 뚱뚱한 걸 힘들게 탈 필요도 없고요.
무게는 허리 사이즈에 비례되는 것이니, 내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에 따라 달라지는 건 동일합니다. 기본적으로 무거우면 힘들어지거든요. 두께로 인해 처음엔 둔하게 느껴질 수 있고, 적응하면 나아지지만, 어쨌든 둔한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카본+디자인이란 대안이 나오긴 했지만, 가격이 비싸서 대중적이진 못하고, 그 외의 다른 방법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무게는 개선되겠지만, 두께가 주는 둔함은 스키어의 적응도에 따라 달러집니다. 무게도 뭐 같은 범주겠네요.
제 경험을 말해 보자면, 저는 스톰체이서입니다. 파우더 스킹을 디폴트로 깔고 있죠. 따라서 캠버나 사이드컷이 불필요합니다. 자유도를 우선시 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팁라커면 충분합니다. 제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은 케이스입니다.
제 스키 중에 112는 팁앤테일 라커+사이드컷+언더풋 캠버입니다. 이 아이를 딥파우더에서 타면.. 속도를 내기에 약간 불안정합니다. 오버턴의 경향이 발생하고, 슬라이딩 이니셜이 그닥입니다. 하지만 적당히 트랙아웃된 인바운드 스킹 시에는 날라다닙니다. 그 정도를 생각하고 설계한 스키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124는 팁라커+플랫캠버입니다. 사이드컷도 거의 없습니다.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radius와 스키어가 실제로 얻는 자유도는 다릅니다. 전술 했던 것처럼 수평면에서 만드는 호와 3d에서 만드는 호-플렉스패턴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설계, 즉, 파우더와 스키어가 1:1로 대면하는 상황을 위해 설계된 스키입니다. 스키어가 만드는 호(밀도)를 따라 간다..는 생각인 거죠.
결국 스키를 어떻게 타는지, 그리고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는 걸 장황하게 설명했네요.
눈소식)
첫댓글 모바일에서 쓴 거라 사진을 붙였는데, 안 나오네요. 음..
얼마전에 허리 딮파우더를 접하고 나서 궁금했던 부분들이 어느정도 잘 이해됐습니다.
당시의 제 경험을 떠올려보면.. “ 일반 사면에서 느꼈던 턴 전환시기의 지지대가 사라진 느낌? 턴을 끝내고 시작하는게 명확히 발로 느껴져야하는데.. 그게 물렁물렁 물침대위에 올라선 느낌이어서 불안감을 느꼈던것 같습니다. 주로 미들턴호가 익숙했다보니 급경사에서 더 세게 느껴진거 같기도 합니나. 스키는 허리 109/길이 178/ 팁&테일락커/턴호20미터의 가벼운 파우더투어링 용입니다 “
혹시 이 불안감을 줄여나가는 방법이나 연습팁이 있다면 조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추가로.. 파우더에서 댐핑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더 듣고싶습니다. 아직 경험이 적어 의미를 이해를 못하고 있나봅니다 -.-;; 아울러 말씀하신 125허리 & 팁락커 스키중 추천해주실만한 스키들이 있으면 공유도 부탁드리겠습니다 ^^
상세하게 설명해주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댐핑이란 건 진동을 잡아주는 반발억제 용도입니다. 충격흡수 같은 것이죠. 떨리는 걸 잡아줍니다. 애초에 바닥이 있는 2D에서의 설계입니다.
파우더에선 그 진동이 매질에 의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댐퍼는 둔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올마운틴/믹스드 스노우 계열의 스키는 댐핑을 설계한 스키입니다. 대중이 80% 이상의 시간을 하드팩에서 스킹한다는 것을 제조사가 알기 때문이죠. 하드팩에서 파닥거리면 스키어들이 싫어하거든요. 결국은 실용성, 범용성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올마운틴이란 게 그런 의미니까요.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획득하냐의 절충이 될 것입니다. 하드팩에서의 안정감이 중요시 되는 이유입니다.
본격적 파우더 스키로 가면, 선택의 폭이 줄어들지만, 명확해지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제품을 콕 집어 말하는 건 좀 조심스럽네요. 다만 125 정도라면 가벼워야 하니 카본소재를 추천합니다. 투어링 셋업으로 다른 소재도 있긴 합니다만, 카본을 따라걀 순 없습니다. 다만 가격이 비싼 게 문제죠
@파우더 아 이해했습니다. 설명 감사드립니다 ^^
눈 예보 부럽습니다 !! ^^
와...무슨 물리학 논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의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