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40)
발, 그 너머 1
-길
홍도화(1954~ )
발길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없다
어깨너머로 본 동작을
밤마다 반복하며
기억의 창고에 저장을 했다
가위 사용하는 법을
자세하게 배우지 못해
베이기도 하고
잘리기도 했다
돌아갈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까 망설이다
맞이하는 아침이면 생각을 했다
뒤에 따라오는 이가 볼 수 있도록
그래, 길을 만들자
길을 낸다
미이 홍도화 시인
충북 음성 출생. 1993년 최초 미용장 자격 취득. 2008년 최초 미용예술학 박사학위 취득(서경대). 2010년 국민포장, 2022년 충북봉사대상발 수상. 현재 예사랑 미용봉사단으로 활동 중. 예일미용고등학교 설립지, 교장. 2010년 충북여성 글 공모전 입상, 2015년 해산 박두진공모전 수상, 한국작가 신인상. 시울림, 짓거리시세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산문집 <미용과 함께하는 세상>1,2,3집, 동인시집 <너의 향기를 마시는 어느 날>, 시집 <끼> <이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발이 빚는 바람>이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40번째 시는 홍도화 시인의 “발, 그 너머 1 -길”입니다.
어떤 분야건 한 부문에서 선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경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올림픽에서 딴 최초의 금메달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양정모 선수의 레슬링입니다. 흑백 텔레비전으로 보고 감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각 텔레비전 프로에서 양정모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까지의 노력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미용의 역사는 채 100년이 되지 않습니다. 1933년 오엽주 여사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종로 화신백화점 내에 문을 연 ‘화신미용실’이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미용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채 100년이 안 된 우리 미용이 K-뷰티를 이끌어나가고, 권위 있는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발길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없”으나 “어깨너머로 본 동작을/ 밤마다 반복하며/ 기억의 창고에 저장”하는 미용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뒤에 따라오는 이가 볼 수 있도록” “길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후학들에게 미용기술을 전수했습니다. “어깨너머” 도제식 교육을 탈피하여 선진화된 교수법이나 체계적인 이론 수업으로 헤어디자이너를 교육했습니다. 그야말로 “길을 낸” 것입니다.
이 시에서의 발은 髮을 뜻하는 걸로 보입니다. 髮은 미용의 시작(근본)이자 완성입니다. 근본을 제대로 알아야 완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험난하고 수고로울 수 있으나 그것을 넘어야 “길을” 내는 리더가 되는 법입니다.
미용의 교육자로서, 리더로서 “발, 그 너머”를 완성하기까지 “베이기도 하고/ 잘리기도 했”던 경험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이 우리의 미용을 선진화한 주춧돌이 되었을 테니까요.
“길”을 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숭고합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5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