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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아침의 부산함과 오후의 바쁜 일과를 어느 정도 비켜간, 조금은 나른한 여유를 부리고 있는 그 시각. 변함없는 밝은 미소의 그가 브라운관에 등장한다. 노란 비옷의 톡톡 튀는 감각으로 구름 낀 시청자들의 마음을 화창하게 해주는가 하면 야무진 짧은 한마디로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기상 캐스터는 기자이자 프로듀서이자 아나운서, 때로는 작가에 코디네이터까지 담당해요. 기상청에서 전달해주는 예보문은 간단명료하죠. 이 예보문을 잘 파악한 뒤에 취재하고, 구성하고, 보도하는 게 기상 캐스터의 몫이에요. 예를 들어, 따뜻한 봄 날씨라고 해도 비교 대상이 어제인지 지난해인지에 따라 일기 예보는 달라져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하는 거죠. 날씨 변화가 밋밋하기 마련인 봄 가을은 시청자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한 계절이지요.” 어느 새 10년차라는 현인아 기상 캐스터에게도 한정된 시간 안에 순발력 있게 전달한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연륜이 쌓일수록 책임과 의무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되고, 그래서 늘 그의 노력과 공부는 진행형이다. “기상 캐스터들에게 여름은 그야말로 전쟁이에요. 장마와 태풍으로 하늘이 잠잠할 틈이 없는 때니까요. 2005년 8월, 딸아이 출산을 앞두고 어찌나 걱정을 했는지.... 하늘이 도왔는지 그 해 여름은 기상이변이랄 만큼 태풍도 비켜갈 정도로 너무나 평온했죠. 출산 100일도 채 안 돼 복귀하니 바로 날씨가 나빠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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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기상캐스터, 그는 아직 진행형
MBC 기상 캐스터 중 임신 중 방송하고, 출산 후 복귀한 첫 케이스로 꼽히는 그는 일과 육아를 현명하게 병행하는 ‘워킹맘’의 전례를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똑똑하고 능력이 많았던 그의 어머니가 결혼과 함께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만 사신 게 안타까웠다고. “물론 엄마의 삶을 전적으로 존경하지만, 저는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일하는 엄마를 택할래요. 제 딸에게도 자극이 될 테고, 그 자체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성 엄마가 될 계획은 일찌감치 접었다. 임신 초기부터 육아 서적을 섭렵했지만 ‘책 속 모델과 우리 아이는 다르다’ ‘내 식대로 키우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당탕 일상 속에서도 아이는 고맙게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아이를 낳은 후 그에게는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여느 엄마들처럼 모든 판단의 기준이 자신에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되었고, 남편과의 오붓한 데이트는 언감생심. 출퇴근 시간 차 안에서의 음악감상이 혼자만의 유일한 호사가 되었지만, 딸아이와 얼굴을 마주하면 긴장된 하루의 피곤함도, 여유 없는 일상의 아쉬움도 모두 잊게 된다며 어른들의 말을 새록새록 실감하는 요즘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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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기상 예보 ‘언제나 쾌청’
아울러 그의 일기 예보도 변화를 맞고 있다. 날씨는 곧 생활이기 때문에 현실과 밀접한 이야기를 전한다는 원칙은 그대로이나 여기에 아기 엄마의 눈으로 본 조언이 더해진다. 꽃샘 추위가 끝나는 날에는 “실내에 답답하게 갇혀 있던 아기와 오랜만에 나들이 하기 좋은 날입니다. 얇은 점퍼나 카디건 잊지 말고 나들이 하세요”라는 엄마들 귀에 쏙 들어오는 멘트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늘을 살핀다는 그. 그가 전하는 날씨라면 마음만은 ‘언제나 맑음’이요, 그의 가족 기상 관측 또한 ‘햇볕은 쨍쨍’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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