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의 횡포
임병식 rbs1144@daum.net
1년여 만에 부모님 산소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사는 곳에서 거리가 멀어 일 년이면 한두 번 찾아뵙는데 금년에는 한 해가 저물도록 나서지 못하다가 뒤늦게야 들른 길이었다. 작년에 허물어진 봉분을 새로 고쳐 지은지라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이럴 수가 있는가. 선친묘소는 그런대로 떼가 살아있는데, 모친 묘소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새로 덮어놓은 떼는 거의 죽어 있을 뿐 아니라 봉분도 어지럽게 파헤쳐져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멧돼지 소행이 분명했다.
그러잖아도 자주 녀석들이 출몰해 봉분을 훼손해 놓아 보수를 한 후, 비장의 조치까지 강구해 놓았는데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발칙하게 파헤쳐 놓았으니 기막히고 황당하기만 했다.
조치했다는 건 다른 게 아니다. 누구의 말을 들으니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크레솔 용액을 산소 주변에 놓아두면 효과가 있다고 해서 그리해 놓았다.
한데 웬걸, 그것까지 뽑아놓았다. 그런 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퇴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호랑이 똥을 구했으면 하는데 그게 어디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인가. 해서 마음만 답답할 뿐이다.
그리 만들어 놓은 건 산소가 양지바른 곳에 있다 보니 녀석들이 어디서 먹이를 먹고 나서 이곳에서 뒹굴며 쉬었던 것 같다. 흔적을 보노라니 한두 마리의 소행으로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한 무리가 지속적으로 머문 것 같다.
내가 황망하여 망연자실해 있으니 동행한 조카가 입을 뗀다. 나중에 자기가 그물을 사서 접근을 못 하도록 둘러치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다소 안심은 되는데 그게 과연 방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요즘 보면 유해 동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것 같다. 산골 마을은 어디나 멧돼지와 고라니가 농작물을 망쳐놓고, 까치나 까마귀, 물까치들은 과수 농사에 피해를 준다.
엊그제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본 광경이다. 영광군 안마도를 집중 조명하는데 그곳에 사는 꽃사슴 떼가 심각하게 산을 망쳐놓고 있었다. 나무란 나무는 죄다 껍질을 벗겨놓고, 풀은 모두 파헤쳐서 부스럼이 난 사람의 머리 형상을 해놓고 있었다. 거기다가 밤이 되면 마을 가까이 내려와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이런 건 10여 년 전 누가 녹용을 얻기 위해 산에 몇 마리를 방목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그 개체수가 늘어나 지금은 천여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이놈들은 차츰 활동지역을 넓혀 헤엄을 쳐서 인근 섬까지도 건너다닌다고 한다.
섬 주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고구마와 고추, 마늘과 깨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넌더리를 내고 있었다. 밤만 되면 야경단을 조직하여 순찰하여보지만 별로 효과도 없다고 한다. 겨우 마을로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주인을 찾아서 포기각서를 받았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군청에 찾아가 퇴치를 호소했으나 시원한 답을 얻어낼 수 없었단다. 자기들도 달리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다고 난감해하더란다.
가축은 농수산식품부에서 관장하고 야생동물은 환경부 소관인데 부처 간 서로 떠밀고 있다는 것이다. 농수산부에서는 사슴은 가축이지만 이미 야생생태에 놓여있으니 환경부 소관이라고 하고, 환경부에서는 사슴이 가축이니 농수산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발뺌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야생동물 보호법’이 발목을 잡은 것 같다. 법규상 함부로 잡아 죽일 수가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인 것이다. 빠른 법 개정이 요구된다.
법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옛날에는 야생동물의 씨가 말라가니 환경보호 차원에서 포획을 막는 강력한 법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멧돼지, 고라니, 사슴을 비롯한 덩치 큰 산짐승들이 넘쳐나고, 조류 중에서는 까치나 까마귀 물까치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것들이 끼치는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중에서도 멧돼지로 인한 피해는 아주 심각하다. 작물을 헤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분묘를 훼손하며 사람을 공격한다. 그래서 낯선 산길은 홀로 걷기도 조심스럽다. 이런 지경이고 보면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
들리는 말로는 이밖에도 야생에 방목한 염소의 피해도 심각하다고 한다. 농가소득을 올리고자 풀어놓은 흑염소들이 섬이란 섬은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식욕이 왕성하여 못 먹는 것이 없다고 한다. 나무껍질은 죄다 벗겨 먹고 풀은 포기째 파먹으며 번식력까지 왕성해졌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이것들이 점령한 섬은 성한 나무가 없고 풀도 자라지 않아 비가 오면 산사태가 나고 그로 인해 식수원까지 고갈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지경이고 보면 부처 간 서로 네 탓 공방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전에는 그런 얘기를 들어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직접 부모님 산소가 훼손된 것을 보니 그 심각성이 깊이 느껴진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한다. 처음에는 귀해져서 보호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인내할 수준을 이미 넘어서고 있지 않나 한다. 그런 만큼 정부에서는 하 세월 부처 간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최상층부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지휘 감독하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는 시급한 것이 멧돼지의 퇴치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여 피해를 주는데, 피해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으로 그물을 쳐서 효과가 있으면 싶은데 과연 기대해도 될지는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현시점에서는 뾰족한 수단이 없으니 그물을 치는 것으로 효과가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2023)
첫댓글 멧돼지를 비롯한 유해조수의 해코지가 도를 넘었습니다 산골농장에 고구마나 땅콩, 옥수수와 콩, 팥 따위 농작물은 맷돼지와 고라니의 밥이고 각종 과일은 까치와 직박구리의 성찬입니다 심지어 익어가는 고추는 꿩이 쪼아 씨를 빼먹고 참깨나 콩을 심으면 싹이 나기도 전에 비둘기떼가 다 먹어치우죠 쥐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 피해사실을 입증하여 유해조수 포획신청을 하면 허가를 받아 일부 잡을 수는 있지만 노련한 엽사들도 멧돼지 한 마리 잡기가 어려운 실정이지요 대책도 없이 야생동물보호에 치중하는 당국의 탁상행정이 한심합니다 먹이사슬도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만 주장하니 불어난 멧돼지가 어디로 가겠어요 상위포식자가 없으니 태평성대지요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밉니다 성묘때 봉분에 술을 뿌리면 멧돼지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농장을 경영하는 이선생의 댓글을 보니 야생조수의 피해가 더욱 실감이 나는군요.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피해가 막심해질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급한 것은 멧돼지의 개체수를 줄이는 일을 강구해야 할것 같습니다. 사람에게 위험하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