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봉 '바윗길의 추억' 온데간데 없고 100여 m 계단 '포장'
금정산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부산의 진산이자 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곳이다. 그런 만큼 휴일, 평일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부산을 품에 안은 넉넉함만큼 산세가 넓고 울창한 숲에 호쾌한 조망, 암봉의 아름다움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자락에 품은 봉우리만도 최고봉인 고당봉을 비롯해 장군봉, 계명봉, 원효봉 등 여럿이다. 이 가운데 상계봉과 파리봉은 금정산성의 서쪽 끝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11월 추억의 코스로 찾은 곳은 금정산 상계봉(上鷄峰·637m)~파리봉(坡璃峰·615m) 코스다. 금정산은 주택가와 인접해 있다 보니 등산 코스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렇지만 이 가운데도 유난히 많은 시민이 찾는 주요한 등산로가 있다. 이번에 답사한 코스가 그런 곳으로 덕천동과 화명동 주민이 즐겨 찾는 구간이다. '다시 찾는 근교산' 초기에 소개한 이 코스는 최근 큰 변화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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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숲 길과 바윗길 번갈아 걸어 '아기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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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취재팀이 금정산 상계봉 직전의 바윗길을 지나고 있다.뒤로 덕천동으로 내려가는 능선이 완만하게 펼쳐진다. 조망이 탁 트이는 바윗길에서는 낙동강과 백양산 등을 볼 수 있다. |
파리봉은 금정산의 여러 봉우리 가운데서도 빼어난 암벽미로 이름난 곳이다. 불교의 여러 보물 가운데 하나인 수정을 의미하는 파리라는 이름답게 금정산의 보물 같은 암봉이다. 그런데 파리봉 정상에서 100여 m 암벽 전체에 걸쳐 덱 계단을 설치했다. 암벽에 무수히 구멍을 뚫고 설치한 계단은 이전 파리봉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번 코스는 북구 덕천동 북구인공암벽장 입구를 출발해 한국폴리텍대학 갈림길~전망 덱~석불사 갈림길~상계봉~제1망루~파리봉~가나안수양관~안심사~화명정수장-화명수목원 갈림길~약수터~산불감시초소를 거쳐 북구 화명동 그린숲속아파트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11㎞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30분 안팎,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5시간30분 걸린다.
산행은 북구 덕천동 북구인공암벽장 입구 도로에서 출발한다. 암벽장 안내판에서 낙동고 방향으로 10m쯤 가서 해병대 전우회 북구지회 왼쪽 1차로 도로로 올라간다. 100m 정도 올라가면 바로 산길이 시작된다. 산불감시초소 옆을 지나 뚜렷한 주 등산로를 따라간다. 금정산의 여느 등산로와 마찬가지로 샛길이 많지만 갈림길 대부분에 있는 이정표의 파리봉 방향을 따르면 되고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에서는 뚜렷한 길로 가면 된다. 곧 공동묘지 사이로 올라간다.
■상계봉 지나면 바위 많은 능선 곳곳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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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동에서 출발해 곧 지나는 완만한 숲 길. |
공동묘지를 지나면 아파트단지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 계속 오르막을 간다. 곧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 상계봉·남문 방향으로 간다. 5분 정도 편안한 길을 가면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과 만나는데 곧 다시 만난다. 잠시 뒤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에서 상계봉 방향 직진이다. 완만한 오르막을 가면 동네체육시설을 지나 오른쪽 한국폴리텍대학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길이 가팔라지면서 통나무 계단을 오른다. 급경사를 올라가면 시야가 트이는 능선이다. 만덕과 덕천 시가지 너머 백양산과 만덕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등 뒤로는 낙동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완만해진 길을 5분 정도 가면 전망 덱이 있는 삼거리다. 상계봉 방향은 오른쪽이다. 정면 숲 위로 상계봉이 나타난다. 이어 난간이 처진 계단을 내려가면 운동시설이 있고 이정표 사거리다. 좌우의 길은 표시가 없고 상계봉은 역시 직진 오르막이다. 송전탑을 지나면 빼곡한 소나무 사이로 완만한 오르막이다. '화명경계지점-제1망루가는길' 안내판이 서 있는 삼거리에서는 오른쪽이다. 다시 길이 가팔라지며 통나무 계단을 오른다. 이후로는 완만하게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10여 분 가면 급경사가 시작되기 전 이정표 사거리다. 오른쪽 내리막은 상학초등학교·석불사 방향이고 파리봉은 직진해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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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 안심사를 지나기 직전 바라본 파리봉. |
곧 암벽이 나타나고 바윗길을 오르면 북구와 낙동강 방향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5~6분 오르면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길이 꺾인다. 중간중간 바윗길을 걸어가면 곧 상계봉 정상이다. 동쪽과 남쪽으로 시야가 트여 장산과 백양산, 엄광산, 황령산 등을 볼 수 있다. 여기서 파리봉 가는 길은 정상석 좌우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가면 짧은 암릉을 지나 완만한 흙길이다. 200m쯤 가면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며 이정표 없는 Y자 삼거리다. 오른쪽은 남문 방향이고 답사로는 왼쪽 오르막이다. 곧 제1 망루를 지나 등산로 안내도 옆으로 직진한다. 망루 오른쪽으로 가면 역시 남문으로 이어진다.
급경사를 잠시 내려가면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성벽을 따라가면 좌우로 시야가 트이는 곳마다 전망대다. 짧은 급경사를 오르내리면 곧 파리봉 정상이다. 정상석 뒤로 산성마을이 넓게 펼쳐지고 그 뒤로 멀리 고당봉이 우뚝하다. 정상에서는 왼쪽 화명동으로 내려가는 길과 직진해서 서문과 산성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정상석 뒤 서문 방향으로 내려간다. 암벽에 설치한 덱 계단을 내려간다. 산성마을과 금정산 주능선이 손에 잡힐 듯하다. 중간중간에 이전에 설치한 로프를 볼 수 있다.
■드넓은 산성마을·우뚝한 고당봉 조망 호쾌
덱 계단을 거의 다 내려가면 탐방로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 길은 성벽을 따라 내려간다. 여기서는 왼쪽으로 내려간다. 낙엽 덮인 미끄러운 흙길을 10여 분 내려가면 무덤이 나오고 곧바로 사거리다. 왼쪽은 파리봉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답사로는 오른쪽이다. 곧 가나안 수양관이 나오고 마당을 가로질러 내려간 뒤 연못 옆 포장도로로 나간다. 성벽 사이를 지나 30m쯤 내려가면 수양관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임도가 갈라진다. 임도를 따라 100m 정도 가면 Y자 삼거리다. 오른쪽은 서문 방향이고 답사로는 왼쪽이다.
콘크리트에 이어 보도블록 포장길을 간다. 왼쪽으로 파리봉 암봉이 올려다보인다. 100m 정도 가서 왼쪽 안심사 방향으로 접어든다. 주택 형태의 안심사를 지나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쪽 철망 담장을 따라가면 곧 삼거리다. 답사로인 화명정수장 방향은 왼쪽이다. 5~6분 가면 약수터를 지나고 이후로는 주 등산로를 따라 내려간다. 동네체육시설을 지나 기도원에서부터는 임도를 걷는다. 15분 정도 내려가면 비닐로 만든 산불감시초소 앞에서 길이 갈라진다. 화명정수장 방향은 왼쪽이지만 산성터널 접속도로 공사 중이라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곧 그린숲속아파트가 나오고 철망 담장 사이 출입구로 들어가 내려가면 곧 도로에 닿는다.
◆떠나기 전에
- 서문 방향 하산길 '안전·편의'만 고려한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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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봉에서 서문 방향으로 내려가는 바윗길에 설치한 덱 계단. |
20년 전 '가 볼 만한 근교산' 시리즈를 83회에 걸쳐 연재하며 부산과 근교의 코스를 소개한 뒤 시작한 '다시 찾는 근교산'은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의 대표적인 산행 코스를 여러 차례에 걸쳐 소개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금정산을 오르는 코스의 다양함은 크게 변화가 없다. 특히 이번 상계봉~파리봉 코스처럼 금정산의 주요 봉우리를 연결하는 코스는 이전부터 발길이 잦은 곳이라 등산로도 뚜렷하다.
그렇지만 세월이 세월인 만큼 크고 작은 변화가 있기도 했다. 이번 코스를 비롯해 금정산 등산로의 주요 지점마다 어김없이 예전에 없던 이정표가 설치돼 있다. 이는 금정산뿐 아니라 장산과 백양산, 엄광산 등 이름있는 봉우리는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부분 이정표가 세 갈래 길 가운데 두 곳, 또는 네 갈래 길 가운데 두 곳이나 세 곳만 표시했다. 워낙 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고 동네 사람이라면 이정표가 없어도 상관없겠지만 이왕 이정표를 설치할 때 좀 더 친절하게 표기했으면 한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이라면 아무래도 파리봉을 들 수 있다. 파리봉에서 화명동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도 상단부는 덱 탐방로를 설치했고 서문 방향 하산로는 암벽 코스 전체가 덱 탐방로로 덮였다. 안전을 위해 설치했겠지만 등산이란 게 원래 위험을 개인이 감수하고 하는 행위라는 측면에서 파리봉 바윗길의 등반성이 크게 훼손됐다고도 할 수 있다.
◆교통편
- 교통카드 한 장만 들고 편하게 접근
이번 금정산 파리봉~상계봉 산행은 부산 시내인 만큼 대중교통편이 단순하고 편리하다. 출발지인 북구인공암벽장은 도시철도 3호선 숙등역 6번 출구를 나와 곧바로 오른쪽으로 꺾어 남해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면 나온다. 산행을 마치는 화명동 그린숲속아파트에서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부산역까지 가는 59번 시내버스와 구포시장~산성 공해마을을 오가는 금정구 1번 마을버스가 운행한다. 파리봉에서 산행을 마친다면 산성마을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구포나 온천장 방향으로 내려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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