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명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사적 보복, 이대로 좋은가
데일리안
김효숙 기자
2021.12.20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9)의 집에 들어간 뒤 조씨를 둔기로 폭행해 현행범 체포된 A(21) 씨가 1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9)의 집에 들어가 둔기를 휘두른 20대 남성이 검찰에 구속송치됐다. 온·오프라인 개인이 범죄 가해자를 엄단하겠다는 목적으로 직접 행동에서 나서는 경우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러 '사적 보복'이 더 큰 범죄를 낳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은 20일 조씨 집에 들어가 둔기를 휘둘러 조씨를 다치게 한 혐의(특수상해)를 받는 A(21)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씨 전력에 분노해서 공포감 주려고 했다"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조씨 상해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법이 해결 못 해주니 나선건데 정의구현이다', '속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사적 보복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해자의 처벌을 기다리지 않고 개인이 직접 행동에 나서 응징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개 범죄 가해자에 대한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의 처벌, 심판 수위가 국민 법감정과 어긋날 때 발생하는 경향이 크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장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에 대해 국가의 공적 형벌 체계를 못 믿으니까 개인적으로 응징하는 '사적 형벌' 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국내 성범죄·아동학대 등 강력사건 범죄자의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해 논란이 됐던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자는 "대한민국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사적 보복 행위는 대개 엄한 처벌로 이어진다. 강력범죄 신상정보 등을 공개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지난 4월 대구지법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한 30대 남성은 자신의 전 여자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30년 친구에게 격분해 살해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인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준강간 사건 공판이 열리기 전 피해자를 살해해 사법 체계에서 규정한 정당한 국가형벌권 행사의 가능성을 없앴다"며 "피고인은 비문명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사적 보복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적 보복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결코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될 수 없고, 법치주의 안에서 개선, 보완점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공정식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무리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하더라도 불법적 방식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사적 행위까지 동원해서 보복하려는 행위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그 자체로 반사회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법무정책실장은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하는 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막기 위해 역사적으로 필요성,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사적 복수는 잘못한 대상과 범죄 정도를 잘못 평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다른 범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조씨 개인으로서는 이미 형벌 형기를 마치고 추가적으로 보안처벌을 받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2월 출소 후 7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전담 보호관찰관으로부터 24시간 1대1 밀착감시를 받는다. 전담 보호관찰관은 조두순이 외출하면 즉시 이동 경로를 확인한다.
임 원장은 "가족이 피해를 당해도 국가가 부과하는 형벌은 기껏 벌금형이나 낮은 징역형이다 보니 개인의 울분이 커질 수 있다"며 "국가도 피해자의 억울함, 감정 등을 고려해 형벌권을 행사하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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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dailian.co.kr/news/view/1065046/?sc=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