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니까 만보도 거뜬하게 성공한듯 합니다. 오늘부터 작심하고 구역을 정해 만보코스를 짜보기로 했습니다. 오름오르기보다 훨씬 쉽고, 빠른 녀석과 처지는 녀석의 간극도 줄일 수 있고, 아직 왼쪽 갈비뼈 쪽이 다소 불편한 감이 있어 걷는 것이 훨씬 무리도 안될 것 같고, 그리고 꼭 해보고 싶었던 제주도 올레길 돌아보기를 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평소 눈여겨 보았던 종달리 해안도로 주차가능한 지역에서 종달리와 하도리 딱 경계에 있는 하도리해수욕장까지 다녀오면 우리의 첫 작업치고는 무리가 없을 듯 하여 스타트를 그리 정해보았습니다. 평소 그 길을 드라이브할 때마다 너무 근사해서 꼭 걸어보고 싶었던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대장정의 서막은 아름다운 종달리 해안도로에서 세 녀석 각자 하나씩 베낭매고 멋지게 열리고, 우리는 해안도로에서 중간중간 해안 절벽 쪽 풍경도 즐기면서 가을볕 아래에서 열심히 걸었습니다. 종달리에서 하도리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오른쪽에 우도풍경을 동반하기에 더 멋드러집니다.
구절초가 한창인데 해안가 바람을 이겨내느라 줄기를 대폭 줄이다보니 바닥에 깔린 형상입니다. 높은 산 정상에 소나무들이 자꾸 키를 줄이며 눕는 것처럼 제주도 구절초 참 귀엽습니다.
하도리해수욕장, 그러니까 오늘 목표지점까지 제 걸음으로 5,256보입니다. 다시 돌아가면 만보되겠다 싶은 기대감!
하도리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몇 번 바다의 유혹에 끌려 완이가 샛길로 빠지려 했지만 그래도 잘 참아주었습니다. 하도리해수욕장에 와서 역시 완이와 태균이는 입수!
두어시간 바다에서 놀다가 다시 걸어서 돌아가야하는데 완이가 물에서 나올 생각을 안합니다. 그래서 준이와 태균이만 준비시켜 먼저가라고 재촉하니 돌아갈듯이 도로 쪽까지 가더니 태균이가 요지부동 움직이질 않습니다. 태균이를 애타게 재촉하는 준이의 모습이 멀리서도 잡힙니다.
완이가 바다에서 나오질 않으니 태균이 제깐에는 결코 두고갈 수 없다고 나름 생각한 듯 합니다. 완이를 바다에서 끄집어 내서 옷입히니 그 때서야 비적비적 길을 나섭니다. 기특한 녀석!
완이데리고 부리나케 하도리해수욕장을 벗어나니 두 녀석은 이미 긴 다리를 지나 멀리멀리 걷고 있는 것이 겨우 눈에 들어옵니다. 태균이 길눈 밝은 건 정말 알아주어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돌아오는 길, 녀석들 따라잡느라 부지런히 걷는데 조금의 투정도 없이 배낭한번 벗지않고 아주 훌륭한 태도를 보인 완이. 완이배낭 속에 완이 먹을 것 일일이 눈으로 확인시켜가며 넣었더니 정말 효과만점입니다. 자기 것에의 인식까지 도와주는 게 정말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옆으로 전혀 빠지지않고 도로길만 열심히 왔더니 걸음수가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래도 9천보를 넘겼으니 보람있습니다. 모두들 잘 했다고 칭찬과 엄지척 몇 번씩 날려주고...
만보 못 채운 것이 영 아쉬워서 세화 제주해녀박물관에 가서 산책 더하고, 완이는 인라인도 태우고... 참으로 완이는 철인3종경기 종목 모두 섭렵했네요. 비록 자전거 대신 인라인을 했지만...
내일은 하도리해수욕장에서 토끼섬까지 걸으면 오늘과 비슷하지 싶습니다. 세화 해녀박물관까지 합치면 만보도 넘을테니 대략 거리는 6km 정도 됩니다. 첫 작업치고는 너무나 훌륭합니다. 녀석들! 모두 너무 기특했네요.
첫댓글 넘 멋진 선택, 박수 쳐 드립니다.🙏‼️🍒
배낭까지 메니 탐험가들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