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험에서 우리의 경험으로
오원우
1. 여는 말
3월 10일 시작되었던 필리핀 해외 이동학습이 6월 22일에 막을 내렸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 나에게 변화한 점과, 필리핀에서의 소중했던 시간, 경험을 에세이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에쎄이를 시작하려고 하니 주제 선정이 막막했다. 왜냐하면 필리핀에서의 일상과 여행, 등 쓰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게 내가 생각해 냈던 주제는 부족함이다. 왜냐하면 내가 필리핀에서 겪은 것들이 나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2. 시간
금산 간디학교에 들어오고 벌써 2학년이 되었고. 처음으로 후배가 들어오고 선배가 졸업했다. 그리고 우리는 2학년 필수 과정 중 하나인 해외 이동학습을 가게 되었다.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갔던 느낌 이였지만 기분은 너무 좋았다. 왜냐하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해외 이동 학습이 코 앞으로 다가왔었기 때문이다. 간디고를 졸업한 친형에게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고 14, 15기의 소식지로 보고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기도 하면서 필리핀의 기대감도 많이 커졌다. 그리하여 두 가지 목표가 생겼는데 1번 째는 후회 없이 보내기 2번쨰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오기였다. 몇몇 친구들은 부모님, 핸드폰과 잠깐 작별하고 물도 전기도 잘 나오지 않고 굳이 자신이 불편함을 감수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도보여행도 정말 재미있게 다녀왔었고, NO PAIN NO GAIN이라고 생각했기에 출국 날이 더 가까워질수록 감정이 절정에 도달하고 있었다.
3. 필리핀 그리고 문화
그렇게 3월 10일 다가왔고 우린 부모님과 작별을 한 후 필리핀으로 떠났다. 4시간의 비행을 끝마치고 처음 필리핀에서 느낀 건 더웠다. 그렇지만 필리핀의 거대한 야자수와 산의 압도되는 분위기가 정말 아름다웠다. 그렇게 우린 지프니를 타고 깔리까산으로 갔다. 처음 도착했을 땐 내 생각보다 건물들이 깔끔하고 좋았다. 앞서 다녀왔었던 15기가 기대하지 말라고 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 좋았다. 비록 도마뱀이 많고 개미도 많았지만 곤충과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딱히 힘들진 않았다. 그렇게 “필리핀을 온몸으로 경험하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환경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여기저기서 소와 닭이 지나다니고, 거대한 야자수도 있고,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지프니와 트라시클등 여기저기 이색적인 게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음식 문화적인 부분도 신기했다. 대표적으로 발룻이 있다. 발롯은 부화 직전의 알을 삶은 요리이다. 처음엔 되게 먹기 싫게 생겨서 이질감이 들어서 얼굴을 찡그렸지만 “ 내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배우기 위해서 왔는데 예의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춤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만약 이 나라의 전통춤을 배워서 한국 사람에게 보여줬을 때 대충 췄을 때와 제대로 췄을 때 그 사람들이 그 나라를 판단한다. 처음엔 좀 하기 싫고 이질감이 들어도 어쩌면 우린 그 과정에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을 많이 배우고 경험했다.
4. 여행
필리핀에서 배우고 공부도 하지만 물론 여행도 다녀왔다. 기억에 남았던 여행을 나열해 보자면 첫 번째는 Forest camp다 포레스트 캠프는 계곡에 있는 수영장인데 한국과 별다를 게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숲과 물은 정말로 깨끗했다. 필리핀에 자연을 이렇게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두 번째는 Dauin이다. 다윈은 원래 Apo라는 섬을 가기로했지만 일정이 복잡해져서 가게 된 곳이다. 아포 섬을 가지 못한 것이 처음엔 아쉬웠지만 다윈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본 산호들과 물고기들은 알록달록했다. 마지막은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인 Siquijor이다 시퀴홀은 유일하게 2박 3일로 다녀왔는데 그렇게 큰 섬은 아니지만 정말 재밌게 놀았다. 특히 절벽 다이빙, 타잔 스윙, 등은 정말 짜릿했다. 항상 조금 힘들 일상을 보내고 더위와 싸우고 그렇게 지내다가 여행이라도 같이 가면 피로가 정말 풀리는 기분이었는데 사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휴식이 조금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바쁜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다 함께 놀아 날려버리고 부족한 에너지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5. Home stay
어쩌면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부딪쳐보고 부족한 것을 채워 본 적은 홈스테이 였던 것 같다. 홈스테이를 가기 전에는 한시라도 빨리 가보고 싶었고, 홈메이트가 정해졌을 땐 불안이 엄습했고, 끝나고 나선 그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나의 홈 메이트는 예준이였다 처음 보는 가족들과 친해져야 하고 예준이와도 잘 지내야 하는 상황이 처음엔 조금 힘들게 다가왔다. 사실 나에게 예준이와 지내는 게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 예준이는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고 나도 예준이를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기 싫었다. 그러다 양쪽 의견이 엇갈리면서 잠깐 대화를 단절 한 적도 있었다. 관계 속엔 분명한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내가 간디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내가 생각하는 예준이는 항상 불편을 초래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예준이를 대할 때 좀 더 강하게 말했다하지만 홈 스테이를 통해 예준이를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아직도 예준이와의 관계에서는 어렵고 힘든 부분이 있지만 아직은 점점 알아가는 중인 거 같다. 사실 홈스테이에서 그나마 힘들었던 일상을 편하게 해주었던 사람들은 아무래도 가족들인 것 같다. 처음 가족들을 봤을 땐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항상 우리의 마마는 밥을 맛있게 해주셨고 파파와 쿠야는 항상 인자하게 웃어주셨고 아떼는 우리가 “불편하진 않을까“ 생각하시며 우리를 챙겨 주셨다. 내가 느낀 홈스테이 가족들은 항상 웃음을 지으시고 가진 게 없어도 항상 무언가를 나누어 주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분들이었다. 그 가족의 일상에 들어가 밥을 먹고 집안일을 돕고 청소하는 것 등이 나에게는 새롭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그분들이 나눠주신 사랑으로 또 내가 다듬어지고 뭔가 채워지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같다.
6. 공동체
필리핀에 온 후 걱정이 생긴 것은 아무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붙어서 생활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점점 익숙함 속에서 갈등이 자주 일어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를 자아냈다. 개인 대 개인으로 싸움이 일어났던 적도 있었고 학급 전체에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내가 이런 공동체 생활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신뢰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믿음과 신뢰는 쌓는 건 금방이지만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16기랑 지내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많이 싸우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관계라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항상 예외는 있듯 이전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도난 문제가 발생했다 그 당시에는 범인이 누군지도 궁금하지 않았고 조금에 충격이 있었다 그렇게 도난 식솔회가 열렸고 나는 우리 안에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혹여나 있다고 해도 용기 내서 나와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울 것 같았다. 결국 밤중을 넘어가 즈음에 한 친구가 솔직하게 말해 줬다. 그때 내가 느꼈던 건 조금의 분노도 있었지만 아직 16기가 믿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 비록 지금까지 쌓아왔던 신뢰는 무너졌을지 몰라도 계속 다시 쌓고 무너지고 하는 그런 과정에서 비로소 만들어지는 게 공동체인 것 같다. 공동체는 생각해 보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다, 원석은 아직 가공되지 않아 날카로운 면이 있지만 지속해서 깎이고 부딪치고 하면서 결국 원석 속 보석이 나온다. 공동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결국 지속적인 마찰과 갈등이 있지만 그 과정을 보내고 나면 아름답게 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두가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견해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갈등으로 배워간 거 같다.
7. “나“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금산에 있을 땐 집에 가서 어느 정도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지만 필리핀에선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들과는 더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하기 귀찮은 일을 할 땐 불평불만을 내놓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애들은 ”너 사춘기 왔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사춘기가 아닌 것 같은데 사춘기라고 하니 답답도 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좀 돌아보다 보니 금방 답이 나왔다. 평소에 공격적인 말투와 친구들에게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이 나의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 본다면 나만 힘들었던 것도 아니고 맘에 들지 않는 결과를 가졌던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마다 항상 투덜대고 짜증을 냈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은 16기에도 영향이 갔다. 처음에는 인지 하지 못했지만 내가 이러한 행동을 지속할수록 친구들이 지쳐가는 것을 보았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내가 직접 겪어 보니 짜증이 났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건 내가 짜증을 내면 다른 친구들도 짜증이 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언어적인 부분이 문제가 생겼던 적도 있었다. 청소하던 중 한 친구가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원우야 너 말투가 조금 화내는 듯이 말해서 말을 걸기가 조금 꺼려져“ 이 말을 듣고 처음엔 조금 놀랐다 난 내가 지나가듯 욕을 많이 쓰긴 했지만 그게 불편함을 초래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후부터 조금 더 조심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거 같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불편함을 토해내고 짜증도 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는 법을 배운 듯하다.
8. 마치는 말
사실 필리핀에 가기 전부터 너무나도 큰 기대를 가지고 간 탓에 점점 익숙해지는 일상이 지루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날보다 내가 얻어가고 경험해 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내는 나날들이 더 많았던 거 같다. 비록 우리가 필리핀에서 있었던 모든 일, 모든 경험이 다 좋은 경험이라 차마 말을 할 수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우리가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우리가 배워가는 것은 무조건 있다고 생각한다. 가기 전에 후회 없이 보내고 오는 것을 원했는데 달성한 것 같다. 어떤 친구들은 필리핀에서의 104일이 너무나도 길고 지루할 수도 있다 물론 재미있고 즐겁게 지낸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떻게 필리핀을 느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난 확신 할 수 있을 거 같다 우리 모두 각자의 부족함을 필리핀에 천천히 채워왔다. 마지막으로 모든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