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선 사진전-가정동에서”
장소 : 배다리 사진공간
기간 : 2013년 9월 6일(월) ~ 15일(일)
관람시간 :12시30분~19시30분, 9일(월) 휴관
후원 : 인천문화재단
<전시장 정보>
제1전시장 : 사진공간 배다리 : 인천시 동구 금곡동 14-10 TEL 070-4412-0897
제2전시장 : 한 점 갤러리 : 인천시 동구 창영동 15-7 TEL 070-8227-0857
제3 전시장 : 전 모닝글로리 매장 : 아벨 서점 옆 건물
작가가 기록한 인천시 서구 가정동 재개발 구역은 도시재생사업으로 ‘루원시티’라고 불린, 국내 최초 입체복합도시의 모형을 선보여 시민들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들어선 2008년 후, 본격적으로 철거하는 2012년 하반기 전까지 ‘유령도시’로 전락해 현재에는 과도한 개발주의의 한 모형으로 시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과정 중에 작가는 2011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근 2년에 걸쳐 찍은 사진들 중에서 주택과 관련한 사진들을 모아 이번 전시회를 한다. 단순히 재개발의 문제점을 나열하지 않고, 사람이 떠난 후 방치된 집합주택과 단독주택, 아파트 집의 외관과 내부를 통해 루원시티의 계획이 세워지기 전에 가정동의 사람들은 어떤 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며 살았으며, 루원시티라는 꿈의 도시가 진행되다 중단된 지금, 과연 떠나간 사람들은 어떤 공간에서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는지를 방치된 주택에서 찾고자 했다.
-작업노트- (장수선)
슬펐다. 기이했다. 무서웠다. 그런데도, 끌렸다. 거기에 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인천시 서구 가정동에서 근 2년을 보냈다. 낮에도 사람이 없어 무서웠고ㅡ사람이 있어도 무서웠다. 결혼식장, 은행, 찜질방, 학원 건물, 한방의원, 15층 아파트 등등. 루원시티라는 가본 적 없는 낙원은 끝내 자본의 시대에서 좌초했다. 꿈이었던 루원시티는 이제 한갓 유령으로 가정동을 배회한다. 마지막 철거를 앞둔 몇 채의 건물들이 피뢰침처럼 지상으로 삐죽하게 튀어나와 있다. (2014년 4월까지 남은 건물 모두 영영 허공으로 죽을 예정이다.)
보았다. 공간을. 집합주택인 빌라와 맨션의 건물과 건물 사이를. 꽉 밀폐된 외부를. 기적처럼 그곳으로 햇빛이 드나들었다. 그 공간은 폐허이면서, 동시에 유적지였다. 어떻게 21세기에 ? 사람이 버린 공간에서 환멸과 우울이 따라다녔다. 특히나 반쯤 땅에 묻힌 반지하에 이르렀을 때, 나는 해머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추락하고 있었다. 다른 세계로, 지구의 바깥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그곳은 삶과 죽음이란 구분을 무너뜨렸고, 문은 제 구실을 잃고 허공에 초현실적으로 떠 있었고, 곰팡이는 몇 년째 확산되어갔고, 지난 비가 빠지지 않아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다. 지금 이 땅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보는 것처럼 시간도, 여기에 있을 수 없는 것처럼 공간도 혼란스러웠다. 시퍼런 바람이 우주로 데리고 갈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