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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 | 5년 만에 다시 마라톤 최고 기록을 ..... | 2007-11-09 오전 11:50:48 |
이만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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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이의 본명:
최고 기록을 갱신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빈번한 결혼식, 중국여행 등 피치 못할 모임이 계속되어 훈련은 하면서도 음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았다. 중국여행 중에도 현상 유지하기위해 새벽에 10km 씩 뛰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고, 귀국하니 10월 15일. 대회 일자에 3주 남았다. 그때부터 몸 만들기를 위한 철저한 다이어트와 금주, 그리고 20km 장거리 훈련위주의 연습을 하였다. 11월 4일 일요일, 날씨는 쾌청하고 바람은 잔잔하지만 체감온도는 쌀쌀하다. 바람막이용 비닐을 뒤집어 쓰고 매제와 많은 사람 속을 비집고 들어가 8시에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 오늘은 너무 욕심내지 말고 4시간 안에만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하고 출발 신호와 함께 천천히 달려 나간다. 11,000여명이 일시에 뛰쳐나가니 큰 도로가 비좁아 서로 어깨를 부딪칠 정도다. 10km 지점에서 시간을 보니 52분. 너무 빠르다 싶어 속도를 늦추려 했지만 모두들 잘 뛰기 때문에 우리도 함께 달리기로 했다. 쌀쌀한 날씨이지만 그래도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햇빛이 나면 덥겠다. 수서역을 지나 세곡동 사거리에서 서울공항도로를 달리는데 저 멀리서 반환점을 돌아 오는 국제선수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선수들은 보이지 않고 모두들 새까만 피부의 선수다. 한참 뒤에 한국선수의 모습이 보이자 모두들 반갑다는 인사로 파이팅을 외친다. 20km에서 시간을 확인하니 1시간 43분. 후반을 위해 스피드를 약간 조정하며 25km 지점의 반환점을 도니 시간은 2시간 10분. 이제 남은 거리는 17.2km. 25km 지점의 급수대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달리는데 지금까지 같이 뛰던 매제가 뒤처지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쫒아 오겠지 하며 달려 보지만 옆을 스치는 사람은 매제가 아니다. 쳐젔구나 생각하며 혼자 뛰려니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져 심심하다. 30km 지점에서 에너지 바인 파워젤을 받아 먹으며 생각해 본다. 2시간 35분대로 통과했으니 1km를 6분대로 뛰면 40km 지점은 3시간 35분경 도달한다. 지치지만 않고 현재와 같이 1km 당 5분 30초만 유지한다면 5분은 단축할 수 있겠다. 35km 지점의 마의 벽을 잘 넘기면 좋은 기록을 달성할 것 같다. 세곡동 사거리를 지나 내리막 길을 달린다. 수서IC가 있는 곳이 35km 지점이다. 콘디션이 좋은 것인지 힘 드는 것을 못 느끼겠다. 땀을 계속 흘려 몸무게가 더 줄어 들어 그런지 몸도 좀 가벼워진 느낌이다. 35km 지점도 무사히 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남은 거리는 약 7km. 더 무리하지 말고 이대로만 달려 40km까지 3시간 30분에 도달해야한다. 허리,무릎, 발꿈치 등 모든게 정상이다. 속도를 약간 빨리하여 옆 사람들을 추월하며 달린다. 길옆에는 지쳐서 걷거나, 걷다뛰다를 반복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35km 전후가 마라톤의 마의 벽 지점임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저 멀리 40km 지점의 마지막 급수대가 보인다. 물 한모금을 먹을 경우 현재의 속도를 늦추어야 되는데 갈증은 참을 만하여 먹지 않고 달리기로 한다. 3시간 30분을 조금 지나 40km를 통과하며 계산해 본다. 남은 거리 2.195km를 마지막 스퍼트로 달린다면 나의 최고기록을 달성할 수 있겠다. 평소 연습 때도 마지막 구간에서는 전속력으로 마무리를 하였기에 기록에 도전하기로 하고 더 빨리 달린다. 41km를 지나니 잠실 운동장 입구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다. 마지막 안깐 힘을 다해 잠실운동장 트랙으로 진입한다. 이제 남은 거리는 300m. 모두들 힘을 다해 달린다. 나도 뒤질세라 마지막이라는 심정에 더욱 빨리 뛴다. 전광판의 시계는 3시간 43분을 지나고 있고, 경쾌한 전자음 소리를 들으며 결승선을 통과한다. 출발 할 때 사람이 많아 출발선을 통과하는데 1분 정도가 걸렸으니 잘하면 내 종전 최고기록을 갱신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너무 힘이 들었는지 양쪽 다리가 뻣뻣해지며 쥐가 나는 것 같다. 바로 옆 의무대로 가서 맨소래담으로 양다리를 맛사지를 하고 나니 좀 풀린다. 옷을 갈아입고 나니 응원 온다던 김 인영이 전화를 한다. 막걸리와 따끈한 족발을 무겁게 들고 김 인영이 홍 정무와 함께 나타난다. 천막안의 테이블에 한상 가득차려 놓고 인하대병원 마라톤 동호인들과 함께 막걸리 피티를 벌렸다. 핸드폰 sms 문자로 온 기록을 확인하니 3시간 42분 50초. 나의 마라톤 최고기록이다.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은 2002년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에서의 3시간 43분 23초이다. 나이 들어 못 할 줄 알았는데 5년 만에 기록을 갱신하다니. 매제도 3시간 59분 23초로 4시간 벽을 오랫만에 깼다.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 자리를 옮겨 기록 갱신을 축하하는 건배로 흥은 점점 더해만 가고.
마라톤 교실에서의 다음 대회는 SAKA에서 주최하는 11월 18일 서울 하프마라톤대회에서 10km 참가다. 현재 등록 선수는 김인영, 전연호, 이만구이며 기타는 개인사정으로 불참이다. 나의 다음 마라톤은 12월 2일 싱가폴 대회이다. 일주일 정도 쉬고 나서 또 훈련을 시작해야겠다. 더 늦기 전에 내년부터는 해외 마라톤 투어를 해 볼 계획이며, 2008년 4월3일에 있을 파리 대회는 이미 등록을 마치었고 그 이후의 해외 대회도 점검 중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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