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해는 떡국을 무척 좋아했으며, 별다른
양념없이 맹물에 조선간장으로만 간을
맞춘 물에 끓여낸 떡국도 좋다고 잘 먹었다.
너는 이 다음에 커서 떡집 딸하고 결혼하여
떡국이나 싫컷 먹거라~
동네 가마댁 할머니는 명절이어도 새엄마한테
제대로 못 얻어먹는다며 핼쓱해진 아해를 불러
종종 끓여주며 말했다. 떡집 딸한테 가거라...
비오는 날이면 반짝반짝 빛나던 하얀 장화를
신고 다니던 방앗간집 김주사네 이쁜 손녀가
자기 색시가 되는줄 알고 아해는 수줍어했고...
철쭉꽃 피고지고, 기러기도 몇번을 줄지어
끼륵끼륵 되며 왔다갔다하는 하늘을 쳐다보니
세월이 무심하게 흘렀다.
아해는 떡집 사위가 되기는 커녕 가족들이
마트에서 사다가 끓여먹고 조금 남은 떡국을
마저 해치우고 설거지를 하고있네...
테레비 뉴스가 나온다.
어느 직장은 설명절에 상여금이 왕창 나왔다고~
이제는 주변지인들이 대부분 퇴직들을 했지만
어떤 직장을 다니냐에 따라서 상여금으로 자기네
상품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생닭회사 다니던 P형은 명절때마다 생닭...
비누회사 다니던 A후배는 별별 비누를 다 받고...
"이럴줄 알았다면 돈공장을 다닐걸 그랬나봐"하며
참치공장 다니던 부처님 귀를 가진 B형은 명절
보너스로 받은 참치캔을 따서 소주 한잔에 웃고...
떡국 조금 남은걸 끓이다가 탔는지 쇠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며 설거지하던 냄비를 보니 남의 말
할 것 없다. 이 냄비도 내가 양식기 공장 다니며
특별보너스 상품으로 받은 냄비이네...(^_^)
그나저나 대략 27년전에 받은건데 이 놈의
냄비는 빵꾸도 안나고 잘 쓰고 있구나~
나도 그때 돈공장이나 금공장을 다녔더라면
받은걸 잘 불려서 싹이 트고 열매가 되서 떡집
하나 차릴 수 있었을까 ?
창밖에서는 눈빨이 희끗희끗 날리는데 빵꾸도
안나고 27년간 잘 쓰는 냄비하나 닦으면서 별
생각을 다하고 있구나...
설거지 끝냈으니 봉다리 커피나 한잔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