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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대학의 ‘2급 언어재활사 국가시험 응시’에 관한 특례 여부를 두고 원격대학 학생들과 한국언어재활사협회가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원격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오는 30일 치러지는 제13회 언어재활사 국가시험의 응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보건복지부에 특례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한국언어재활사협회는 특례 시도가 공정한 자격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언어재활사는 발달지연,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등으로 인해 의사소통 발달이 더딘 아동들, 뇌혈관질환, 치매, 파킨슨증 등으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갖게 된 성인들의 언어능력을 진단하고 치료해주는 전문 직업이다.
‘2급 언어재활사 국가시험’은 지난 2013년 민간자격증의 난립을 막고 장애인 및 필요 대상자에 질 높은 언어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대책으로, 장애인복지법상 대학원, 대학, 전문대학의 언어재활 관련 학과 석사, 학사,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한 경우 응시할 수 있다.
다만 당시 유사 민간기관에 한해 자격증을 발급받은 언어재활사들에게 향후 3년간 그 자격을 인정하고, 3년 내 국가자격증 특례시험에 응시해 정식으로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2급 언어재활사 국가시험’ 응시자격.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홈페이지
한국언어재활사협회에 따르면 응시 자격의 문제가 되는 원격대학 2곳은 해당 특례기간에 시험응시가 가능하도록 포함된 학교다. 다만 2015년 특례기간이 종료됐을 때 시험응시가 불가능하도록 조치됐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 사이버대학교의 졸업생들은 시험을 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애인복지법’ 제72조 2항에 의거해 사이버대학교 언어치료(재활) 졸업생이나 졸업예정자는 국가 자격시험인 2급 언어재활사 응시 자격이 없지만,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은 이를 어기고 ‘고등교육법’ 제2조의 학교의 종류를 제한적으로 해석해 사이버대학을 일률적으로 배제하기보다는 장애인복지법령상 언어재활 관련 교과목 이수 여부 및 학위취득 여부에 따라 응시자격을 판단함이 적절하다는 자의적 해석과 논리를 내세워 원격대학 출신에게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주어왔다는 것.
이에 한국언어재활사협회는 2015년부터 법률적 자문을 구해가며 복지부와 국시원에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해 왔고 2022년 8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언어재활사시험 시행계획공고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에서는 2023년 6월 원고 적격성 이유와 장애인복지법상 ‘2급 언어재활사는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원·대학 또는 전문대학의 언어재활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관련 학과의 석사학위·학사학위·전문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국가시험의 응시 자격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대학원·대학·전문대학에서 해당 교과목을 이수하고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고 한정해 해석할 수는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언어재활사의 국가고시 자격요건에 ‘대학원·대학 또는 전문대학’으로 특정돼 있으므로 ‘원격대학’은 2급 언어재활사의 자격요건에 관한 학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려워 원격대학 졸업생의 응시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 쟁점 조항에 따라 언어재활 분야의 민간자격에 대하여 국가자격제도가 도입되면서 종래 민간자격 하에서 원격대학에 언어치료학과가 존재한다는 언급만 있을 뿐, 나아가 장애인복지법에서 원격대학의 졸업생들에게 언어재활사의 응시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의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원격대학은 대면 수업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고등교육법상 대학원·대학·전문대학에서 실시되는 수준의 실습·실기 교육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시원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10월 31일 대법원은 소송을 심리불속행 기각해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고 이에 따라 원격대학 졸업생은 2급 언어재활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됐다.
대구사이버대학교 언어치료학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13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원격대학 학생의 제13회 언어재활사 국가시험 응시와 제11회·제12회 원격대학 합격자 자격 취소와 관련해 특례 등 구제 방안을 요구하는 단체시위를 진행했다. ©에이블뉴스DB
판결에 따라 현재 11월 30일 치러지는 제13회 2급 언어재활사 국가시험에 원격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이 시험을 볼 수 있는지에 관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며, 2022년 제11회와 2023년 제12회 시험 합격자인 원격대학 졸업생들의 자격이 취소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러한 상황에 원격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복지부에 2급 언어재활사 국가시험 자격 유예 요청 등 해당 판결이 가져올 여파에 대한 구제 방안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격대학 학생들은 현재까지 대구사이버대학교와 원광디지털대학교가 언어재활사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복지부 산하 국시원의 정책인데, 정부 정책을 믿고 공부한 학생들의 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등록비·실습비·재학 기간 등을 낭비하며 대거 실업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복지부는 시험응시에 대한 유예기간을 주거나 조사를 해서 응시 자격을 재정립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국언어재활사협회 입장문. ©한국언어재활사협회
반면 한국언어재활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원격대학 졸업생과 재학생에게 언어재활사 자격시험 특례를 부여하려는 모든 시도를 단호히 규탄하며 공정한 자격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특례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니라, 자격 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지키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서 자격 제도의 본질을 지키려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이 판결을 무시하는 복지부의 특례 시도는 이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반칙이며, 자격 제도와 법치주의를 동시에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격 제도는 철저히 법에 따라 운영돼야 하며, 특정 집단에 예외를 허용하는 순간 그 근간이 무너진다. 우리는 복지부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러한 특례 시도를 강행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복지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격 제도를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할 책임이 있다. 공정한 자격시험과 엄격한 기준은 모든 응시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이 원칙에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복지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자격 제도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반드시 이행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협회는 ▲대법원 판결 즉각 수용 ▲원격대학 졸업자 및 예정자, 재학생에 대한 언어재활사 자격시험 특례 추진 즉각 중단 ▲자격 제도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 ▲언어재활사들의 근무환경 개선 및 구체적인 지원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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