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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봉 271m, 중바위산 306m
전주 시민에게 상서로움의 상징인 산이다. 일반적으로 기린은 키가 큰 동물을 일컫는 외에, 재주와 지혜가 뛰어난
젊은이를 가리키는 기린아라는 말에도 인용되고 있고, 성군이 이 세상에 나올 전조로 나타난다는 상서로운 상상의 동
물을 뜻하기도 했던 것이다.
기린봉(271m)과 중바위산(306m)은 전북 전주시 남노송동 교동, 남고동, 인후3동(아중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전주
사람들에게 상서로움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으로도 귀여움을 받고 있다. 산자락 가까이까지 건물들이 들어서서 그 아
름다운 경관이 조금 망가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다. 전주에는 일대의 아름다운 곳을 고른 전주십경이
있다. 그 십경 가운데 제1경이 기린토월(麒麟吐月)이다. 동쪽 기린봉 위로 진주처럼 떠오르는 아름다운 달을 전주의
첫째 가는 경관으로 꼽은 것이다.
기린봉이 숲으로 된 옷을 입고 바위봉으로 우뚝 솟은 것과는 달리 중바위산은 톱날 같은 바위등성이가 200여m 거의
수평으로 이어진다. 여기 등성이 바위는 통바위가 아니라 모서리를 가진 차돌바위들로 날카롭고 뾰족하다.
그 바위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마치 대포처럼 남쪽을 향해 비스듬히 하늘을 향하고 있어 장관이다. 암릉 양편으로 벼
랑을 이루고 있고 길도 따로 없지만, 그렇다고 통과하지 못할 것도 없어서 그저 조심조심 천천히 매달리고 기어오르
고 건너뛰며 지날 수 있다.
그 바위등성이 끝에 천주교 순교자의 무덤이 있다. 중바위산 고스락 바로 앞 널직한 잘록이 오른편에 있는 200여 평
의 기이한 소나무숲도 특이하다. 따로 가꾸어 놓은것 같은 이 숲의 소나무들은 하나 같이 한 줄기로 꼬불꼬불하면서
도 5m 키로 고르게 자라 있어 신기하다. 골짜기의 안개가 올라와 이 숲으로 스며들 때는 더욱 신비하고 꼬부랑 요술
할머니가 꼬부랑지팡이를 짚고 걸어 나올 것 같은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바위산은 중이 고깔을 쓴 모양이어서 얻은 이름이다. 또 기린봉 남쪽 자락에서 중바위에 이르는 산을 '당그래봉'
또는 '일자봉' 이라 하기도 한다. 이 산줄기가 전주시의 우아동 방향에서 보면 일(一) 자로 보이고, 남쪽 상관에서 보
면 당그래(고무래)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기린봉은 원래 마당재가 산행의 들머리다. 그러나 마당재는 도시개발로 산줄기가 깎여 지금은 큰 길이 지나는 평지
가 되어 있다. 전주시 동부 우회도로의 아중역(아중저수지 옆)에서 마당재를 거쳐 풍남 초등학교까지 새로 난 길을
문화로라 한다. 이 문화로의 마당재 근처에 기린봉 줄기와 아중리 택지개발지구 사이(철조망이 있음)로 선린사로 들
어가는 길이 있다. 문화로와 선린사 들목의 모서리가 기린봉 산행의 들머리다. 모서리에 초소 같은 빨간 벽돌의 단칸
건물이 있다.
이 들목에서 산비탈의 통나무계단을 통해 마당재 절개지 위로 올라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등성이 길은 많은 사람
들이 다니기 때문인지 넓고 좋으며 군데군데 운동시설은 물론 앉아 쉴 수 있는 긴 의자들도 마련되어 있다. 15분 쯤
가면 번듯한 정자가 자리잡고 있는 잘록이에 이른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가 된다. 계속 등성이로 계단을 밟아 오르
면 곧장 기린봉에 이르고, 왼편 비탈로 돌아가면 꽤 규모가 큰 선린사에 다다른다. 선린사의 물이 좋다. 선린사에서
바로 기린봉으로 오르는 비탈길은 좀 가파르다. 선린사 길과 등성이 길은 기린봉 고스락의 바로 아래에서 만난다.
일행은 고스락에서 쉬며 전주시가를 둘러보고 운장산 모악산 고덕산 등도 조망했다.
기린봉은 기린의 목처럼 솟아 있어 가파르다. 기린봉에서 내려서면 잘록이가 있고 안내판도 있다(마당재 1km, 중바
위 800m). 여기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십자가로 나선다. 기린봉, 군경묘지, 약수터, 중바위로 가는 길이 교차
한다. 중바위까지는 계속 등성이를 타면 된다. 아중리 저수지로 터진 골짜기에 있는 이 약수터는 물이 좋은 것으로
이름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떠다 마신다 한다. 시원한 물맛과 약수터로 돌아가는 넓은 길이 이 약수터의 소문을 말해
주고 있다.
약수터에서 중바위산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손질이 안 되어 어설프다. 이 길은 철탑이 있는 봉우리에서 등성이 길과
만난다. 이 봉우리에 돌로 쌓고 동고산성터가 분명하게 보이고 크나큰 송전탑도 서있다. 여기부터 길은 평지처럼 편
안하게 이어지다 슬그머니 서쪽 방향으로 틀며 천천히 잘록이로 내려선다. 이 잘록이 오른편에 견훤의 궁터가 있다.
넓고 네모진 궁터에는 낮은 철책이 둘러쳐져 있다.
궁터를 둘러보고 다시 잘록이로 돌아와 등성이를 조금 올라서면 넓은 평지 오른편에 앞서 말한 기묘한 꼬부랑 소나
무숲이 있다. 소나무숲을 지나면 바로 중바위산 고스락이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고스락서부터 멋있는 바위등성이
가 시작된다. 200m즘 되는 이 바위등성이는 까다롭고 위험하기도 해서 통과하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수평으로 길
게 이어지던 등성이가 아래로 기울어지며 바이가 끝나는 곳에 큰 돌십자가와 천주교 성지 안내판이 서있다. 돌십자
가 위에 높이 선 천연바위가 성모 마리아상 같아 명물이다.
순교자 무덤은 이 돌십자가 남쪽 바로 아래에 있지만, 옆으로 돌아가야 한다. 순교자 무덤에서 내려서면 넓은 시멘트
마당이 있다. 치명자산 천주교 교회의 슬라브 지붕이다. 교회에서 14곳 십자가를 거쳐 내려오면 전주천 냇가의 길에
내려서고 내를 따라 4~5분 걸어 나서면 한벽당이다. 한벽당에서 맑은 냇물과 어우러진 중바위산과 고덕산 남고산성
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면 옛 어른들의 풍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료출처 : 월간산 200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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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팔경
1) 기린토월 (麒麟吐月) : 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 기린봉
전주 동에서 솟은 "기린의 상"인 수호봉의 정상에 툭 솟아 오르는 여의주 달을 상찬한 것
2) 남고모종 (南固暮鐘) :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남고산성
남고진의 저녁 노을을 갈라 울리는 남고사의 범종, 철고 소리가 삼라만상에 두루 적시는 불심의 느낌을 상찬한 것
3) 한벽청연 (寒碧晴烟) : 전주시 완산구 교동
한벽당 옥류동 아래 한벽당의 청아한 조망, 풍정을 두고 말한 경탄임
4) 다가사후 (多佳射帿) :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다가산
다가천변 물이랑을 끼고 백설 같은 입하화 무지개를 그리는데, 전주 한량들이 호연지기를 겨루는 오시관중의
과녁판 울림의 장관, 삼현육각 선율에 기녀들의 춤가락이 옥색바람에 묻혀드는 풍정과 기백을 말함.
5) 덕진채연 (德津採蓮) : 전주시 덕진구 덕진공원
풍월정자의 저녁노을, 뜸부기 우는 달밤, 가얏고 선율이 내려앉은 호연어화, 연꽃 풍정은 부성의 비파호 답다.
여기에 모였던 사람들 중에서 여자들은 그네를 뛰였고, 남자들은 씨름판의 환성을 같이하며 하루를 즐기던 모
습, 여기에 그윽한 연꽃의 향기를 더한 것이 전주 옛 8경의 하나인 덕진 채연이다.
6) 동포귀범 (東浦歸帆) : 완주군 용진면 신기리(마그네다리 부근)
거울 같은 봉상, 봉실봉을 내다보며 고산천을 돌고, 마가내 선창부두, 만가리천을 돌아 닫는 소금배, 젖가리배,
시탄배, 생강배, 곡식배, 이 풍경이 어찌 산수도가 아니랴
7) 비비락안 (飛飛落雁) : 전주시 덕진구 전미동과 완주군 삼례읍 경계의 한내변
달빛, 당풍에 천만쪽으로 부서지고, 꿈실은 고깃배도 오르내리는 한내천 백사장 갈숲에 사뿐이 내려앉은 기러
기떼를 비비정에 올라 바라보는 한폭의 수묵화
8) 위봉폭포 (威鳳瀑布) :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추졸산의 위봉산성 인간이 보면 질투할까봐 수십곡을 돌고 돌아 홀로 살아 노래 짓고, 옥 포말 안개로 피어
오르는 극락문이 여기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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