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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기행문
- 작성자 : 신ㅂㄹ(중3여)
나의 발트 3국 여행은 에스토니아 탈린-에스토니아 파르누-라트비아 리가-리투아니아 빌뉴스-폴란드로 진행된다. 차근차근 따라가보자.
첫 번째, 탈린에서 이야기이다. 우리는 여행의 두 번째 날(첫 번째 날은 비행기에서 사라졌다.)부터 본격적인 탈린 투어를 시작하였다. 투어 첫날부터 선전 포고를 하듯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오기 시작했다. 낭만적인 풍경이지만 현실은 낭만적이지는 않았기에 기분은 조금 처진 상태로 숙소 밖을 나섰지만 앞선 당당쌤 팀은 먼저 떠났기 때문에 서둘러 버스를 타고 뒤쫒아 가며 투어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고난이 산더미였지만 버스를 탐으로서 잠시 일단락 되었다. 버스에서 보는 에스토니아의 풍경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저번에 느낀 에스토니아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어서 그랬는지 무척 긴장되고,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는 느낌을 받으며 본 풍경이라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또 비가 왔다. 착잡한 마음을 달램과 동시에 다시 비가 그치고, 우리는 다시 네브스키 성당을 향해 전진했다. 도착하기 몇 분 전에는 정체 모를 건물을 하나 발견했는데 몹시 아름다웠다. 비가 살짝 내린 탓에 건물 앞에 피어있는 꽃의 꽃잎에 사뿐히 맺힌 이슬들이 햇빛을 받아 빛나는 광경은 아직도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다. ‘미녀와 야수’에 나올 법한 건물이었다. 명소 같았는데 아쉽게도 다시 오지 못하여 이름을 알지 못한다. 어쨌든 본 목적지인 네브스키 성당은 얼마 안가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과자집처럼 생긴 외부가 인상 깊었고, 내부는 뭔가 기시감이 들었다. 이전에 내가 방문한 성당 중 비슷한 곳이 있었나보다.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초를 구매해 기도도 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성당 앞에서 사진도 찍었는데 우리 앞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후 톰페아 성을 가기 위해 지도를 켰는데 입구를 잘못 찾아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래서 우선 다른 곳을 가기로 했는데 그 이후 다시 보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꽤 투박하고 웅장한 인상이었던 것은 기억난다. 밥 전후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전망대도 방문했다. 성 올라프 교회 안에 딸려 있는 전망대는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져서 경악을 주었고, 올라가니 세찬 바람으로 공포를 안겨주었지만 도심 속을 내려다 보는 듯한 장점이 있었다. 다음 전망대인 코투오차 전망대, 파트쿨리 전망대는 그 전 전망대에서 어렵게 올라간 높이를 훨씬 빠르게 올라가서 약간의 허무함을 주었지만 두 전망대의 경치는 조금 달라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버스킹도 감상할 수 있었고, 갈매기로 추정되는 새들이 많았다. 쇼핑센터에서 처음 접한 현지식은 너무 짜거나 느끼해서 먹기가 힘들었다. 처음이라 어색한 것투성이였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함께한 하루였다. 세 번째 날부터는 빠르게 진행하겠다. 세 번째 날은 박물관, 미술관 투어를 했다. 아침에 전통 시장에 들러서 빵과 고기, 과일을 먹고 미술관부터 방문했는데, 원래 쿠무 미술관 방문 후 카드리오르고 미술관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생각보다 너무 지연되는 바람에 카드리오르고 미술관은 다음을 기약했다. 쿠무 미술관에는 여러 전시관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 중 현대미술과 고전미술로 추정되는 전시관만 방문했다. 현대미술 전시관에는 기법과 소재가 특이한 미술 작품이 많았는데,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가로선으로 이어서 그린 그림, 노트에 낙서한듯한 그림, 서예 붓을 이용한 듯한 기법의 그림, 철판에 그린 그림, 뒤에서 눌러서 입체감을 형성한 그림, 젬탱글, 착시 효과, 추상화 등등이 있었다. 조용하고 세련된 분위기였는대 철장에 그림이 걸려있는 전시 형식이 세련됨을 더했다. 게다가 공간 대비 많은 그림을 걸 수 있었고, 기하학적인 느낌을 주었다. 천장에는 실감나는 새 모형을 달아둔 것이 독특한 분위기를 주고, 철장의 그림자가 흰색 시스루 커튼 때문에 휘어져 보이는 것이 하나의 작품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고전미술 전시관의 그림들은 유화 느낌이 강했고, 정말 우리가 흔히 보는 고전미술 느낌이었지만, 커다랗고 화려한 액자가 단색 벽에 걸려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흔히 상상한 미술관의 모습이지만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척 커다랗고 세련된 미술관이었다. 메모 남기는 구간에 메모도 남기고 왔다. 어쨌든 시간이 너무 지연되고 지치는 바람에 선생님을 따라서 어제 갔던 쇼핑센터에 잠시 머물다가, 몇몇끼리 에스토니아 역사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잘 꾸며놓아 놀랐는데, 체험 위주의 재밌는 박물관이었다. 왕 옷도 입어보며 재밌게 놀았다. 역사박물관이라 그런지 굉장히 다양한 품목들이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화폐, 무기 등등) 역사박물관에서 나오면 근처에 러시아 대사관이 있는데 전쟁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대사관 앞에 붙은 포스터와 배너 등에 잘 드러나 있어서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탈린 광장은 굉장히 유쾌했고, 리듬을 타며 버스킹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녁에 돌아와 부대찌개를 끓여먹고 게임을 하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것으로 셋째날을 마무리 했다. 네 번째 날은 어제 산책한 공원을 한 번 더 다녀오며 시작했다. 이후 비루게이트부터 어제 갔던 탈린 광장(본 명칭은 라에코야 광장이다.) 중심지까지 투어를 했는데 그 길목이 너무 익숙한 것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니 저번 핀란드 여행 때 다녀왔던 곳이었다. 1년만에 보는 풍경은 익숙하지만 조금 새로웠고, 작년에 방문했던 갤러리도 지금은 다른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다. 컨셉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메뉴 해독에 실패하고 나 포함 몇 명은 중식당으로 빠졌다. (컨셉 식당은 엄청 유명한 곳이었는데 거기도 맛있었다고 한다. 다음이 있다면 도전해봐야겠다.) 중식당 이후 조금 더 광장을 둘러보다가, 맥도날드에서 모여서 일본식 정원을 방문하고, 고대하던 예쁜 미술관인 카드리오르고 미술관의 공원을 산책했다. 여유자적한 느낌의 공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탈린에서의 3일같은 4일이 마무리가 되었다.
두 번째 여행지는 같은 에스토니아의 다른 도시인 파르누이다. 파르누는 확실히 탈린에 비해 한적해서 시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저번 탈린에서의 숙소는 호스텔이라서 호실이 분리되어 있었던 것과 다르게, 이번 숙소는 자가라서 한 집 안에 방만 따로 쓰는 방식이라 조금 더 친해지기 좋은 구조다. 우선 짐을 풀고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라이어 게임, 아이엠 그라운드 등의 게임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화를 거의 나눠보지 못했던 남자애들과도 조금 더 친밀해진 것 같다. 어쨌든 쉬기도 쉬었겠다, 이제 파르누에 온 본 목적인 파르누 해변으로 출발할 차례! 파르누 해변과 숙소의 거리는 걸어서 거의 5분 거리였기 때문에 기대를 안고 해변을 구경하러 갔다. 음, 파르누 해변에 대한 내 총 감상평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하늘은 너무 예뻐서 신내림이 일어날 것 같은 하늘이었지만, 바다의 색은 흙탕물 색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람이 세서 모래가 총알처럼 날라왔다. 어떤 이유든 기억에 남고 눈길이 가는 해변이긴 했다. 근처에 워터파크가 있어서 해수욕은 아마 워터파크에서 노는 것으로 바뀌었다. 난 사정이 있어서 갈 수 없겠지만. 해변 근처 둘레길을 걸었는데 호수에 징검다리가 있고, 갈대가 무성한 모양새가 소설 소나기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오늘의 일정은 이게 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친해진김에 숙소에서 재밌게 놀 수 있었다. 베개싸움도 하면서 말이다. 숙소의 다른 것들은 모두 좋았는데 에어컨이 고장난 상태에서 벌레가 매우 많았다. 너무 더워서 창문을 조금 열면 방충망이 없어 벌레가 잔뜩 들어와서 우리는 벌레와의 사투도 벌였던 것 같다. 그땐 조금 힘들기도 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나름 추억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음 날(여행의 6일차) 애들은 모두 워터파크로 떠나서, 나는 윤서 언니랑 카페에 가고, 파르누를 둘러보았다. 카페는 리버뷰였는데 인테리어가 예쁘고, 가격은 싼데 맛있어서(빵과 음료가 4유로!) 한국에도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들어오면 이 가격이 아니겠지만. 나가서 강변을 구경하며 걷다가 탈린 게이트와 공원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물이 다 갈색인 것 같다. 이 강도 갈색 빛을 띄었다. 어떤 요인으로 오염된 것 같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흙탕물의 느낌이라 더 자연적인 듯한 느낌이 드는 갈색.) 언니가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는 것 때문인지 현지인 두명한테나 사진을 찍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한 팀은 그냥 흔한 사진 부탁이었는데 한 팀은 엄청 큰 캐논 카메라를 언니한테 지워주고 엄청 많은 사람을 찍어달라고 해서 황당했다. 사진작가가 언니를 세워준 곳에서는 사람이 다 안 나와서 언니는 그 카메라를 들고 100m 정도나 뒤로 가야했던 웃픈 상황이 벌어졌다. 그 사람은 사진을 찍을 줄 아는게 맞는 걸까? 어쨌든 이제 다른 공원으로 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니 바람이 엄청 불어서 겨우 언니가 가져온 우산을 폈지만, 거의 뒤집힐 뻔했다. 게다가 청바지 물이 빠져서 내 흰 가방과 신발을 파란색으로 만들어 놓았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했을 땐 기진 맥진한 상태였다. 그래도 둘러본 파르누는 마음에 들었다.
세 번째 여행지는 라트비아의 리가이다. 우리는 몇 시간 버스를 타고 국경을 건너서 라트비아를 마주했다. 라트비아의 첫인상은 공사중이라 그런지 조금 차가웠고, 에스토니아보다 건물이 회색조가 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 숙소에 가까워질수록 그런 느낌이 조금씩 사라졌다. 터미널 근처가 그랬던 것일까? 또, 라트비아는 예술을 좋아하는 나라 같다. 지하철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여기 저기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도 조금 더 자유로운 인상으로 보이나보다. 어쨌든 숙소에 짐을 두고 밥을 먹으러 갔는데, 무려 한식당! 이름이 ‘설악산’이었다. 안에서는 BTS등의 여러 K-POP가수가 나오고 음식도 완전 한국 스타일, 인테리어도 한국의 느낌이었는데, 종업원과 손님은 모두 현지인이었다. 한국 문화가 외국에도 통하는 것일까. 밥이 나오는 데 오래 걸려서 그동안 파르누부터 이상하던 내 폰 고치기를 시도했으나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여러 시도를 했지만, 남은 여행기간 동안 당당쌤 공폰을 쓰는 것으로 하고 포기했다. 그래도 페북이랑 인스타는 가능해서 엄마 아빠랑 연락하고, 게시물을 올리는 게 되는 것은 다행이었다. 이후 좀 더 기다리고, 밥이 나왔다. 오래 기다린 값을 하듯, 음식이 매우 맛있었다. 밥을 완전 고봉밥으로 담아주셨지만 다 먹을 정도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멜론 같은 과일도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만족스러운 식사 후 리가성당 광장을 둘러보는 자유시간을 가지고, (나랑, 채리 유현이는 자유시간 동안 다우가바강을 보고 너무 예뻐서 꼭 다시 오기로 다짐했다. 물 색은 갈색+녹색이었지만 하늘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푸른빛으로 보였다.) 숙소로 돌아가니 숙소도 만족스러워서 행복했다. 저번처럼 자가는 아니지만 한 호실이 매우 커서 그 안에 방이 나뉘어진 형식이라 거의 자가처럼 지낼 수 있었다. 여기는 벌레도 없고, 환경도 쾌적해서 편했다. 그래서 파르누에서 했던 베개싸움과 게임들을 마저 하며 놀았다. 다음 날(여행 8일차)은 삼형제의 집을 구경했다. 옹기종기 비슷하면서 다른 세 집이 붙어있는 모습은 마냥 귀여워보였지만, 그 속에 담긴 역사는 슬펐기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삼형제 건물 앞에서도 관악기를 불며 버스킹을 하는 분이 계셨다. (확실히 예술의 나라인 것 같다.) 세계 여러나라의 관광객들을 상대해야해서 그런지, 한국인이라고 하니 애국가와 아리랑을 불어주셨다. 거기서는 한국이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감동이었다. 아리랑은 어떻게 아시는 걸까. 팁을 드린 후 엽서를 사고 스웨덴문으로 걸어갔다. 스웨덴문에서도 현악기를 뜯으며 연주하고 계셨는데 그 선율과 문이 잘 어울려서 듣기 좋았다. 뭔가 단정하면서 고운 느낌이랄까. 음악에 빠져있던 찰나에, 모델견 세 마리를 데리고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을 보았다. 흰 원피스를 입은 알프스소녀 느낌의 분들과 모델견, 스웨덴문과 단아한 선율의 조합은 정말 영화같은 장면이었다. 강아지를 만지는 것도 허락해 주셨는데 너무 순하고 보드랍고 예뻤다. 스웨덴문에서 조금 더 걸으면 나오는 전쟁 박물관에서는 라트비아의 암울한 역사를 볼 수 있었다. 무료임에도 매우 잘 되어있어 놀랐는데, 층이 많았고, 전쟁에 참가한 개개인을 기리는 공간도 있었다. 관련 일들을 재현한 곳도 중간중간 있었는데 화가 나기도 했고 속상했다. 전쟁 와중에도 음악을 즐기고 반지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슬펐고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했던 현실이 안타까웠다. 우리도 비슷한 역사를 가졌기에 많은 공감을 일으킨 박물관이었지만, 막상 우리를 그렇게 만든 과거의 일본이 그곳에서는 정말 좋은 나라였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부분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박물관을 나와 밥을 먹고 자유 기념비와 시계탑을 방문했다. 높게 솟아있는 기념비가 인상깊었다. 조금 앉아서 쉬다가 일행을 놓치는 바람에 급하게 성탄 대성당으로 뛰어갔다. 성탄 대성당을 처음 들어갈 때 있는 금지 조항이 신기했는데, 바로 반바지 불가 조항때문이었다. 다행히 난 긴바지를 입고 있어서 화를 면했다. 이후 놀이터에 가서 쉬고, 솜사탕을 먹었는데 무척 크고 부드러웠지만 조금 맛이 특이했다. 한국의 솜사탕과는 조금 다른, 사탕수수 설탕을 쓴 듯한 맛이었다. 어쨌든 이후에 라트비아 대학교를 잠시 둘러보고 숙소에 왔다. 힘든 일정이었지만 이대로 끝내지 않고 야경까지 보고 왔다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처음에는 좀 많이 부끄러웠는데 어느 순간 익숙해지니 조금 재밌기도 했다. 이 날 난 바로 뻗었다. 여행 9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부터 블렉헤드의 집(이름이 조금 이상하다. 한국어로는 검은 머리의 전당)에 들렀다가, 캣하우스 외관을 구경했다. 캣하우스와 얽힌 길드 스토리는 재밌었고, 무엇보다 지붕에 달린 고양이 장식이 귀여워서 기억에 남는 곳이다. 그리고 고대하던 다우가바강 유람선 체험을 하러 갔는데 너무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라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우가바강으로 흘러가는 작은 강의 작은 다리 옆에서 듣는 아코디언 연주도 너무 낭만적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보는 강은 색다른 느낌으로 예뻤고, 다른 배에 인사하는 것도 재밌었다. 강은 펄을 뿌려놓은 듯이 반짝였고 분수에서는 무지개빛이 돌았으며 배도 아름다웠다. 다음에 저번 탈린에서 먹었던 현지식 뷔페와 같은 브랜드인 LIDO라는 현지 뷔페에 갔는데, 저번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신중히 골라담았다. 다행히 저번보다는 훨씬 나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음에 공원 벼룩 시장에 들러서 귀걸이와 목걸이를 샀다. 마침 귀걸이 한쪽을 잃어버린 참이라 반가웠다. 서비스로 주신 개구리 호박 펜던트도 너무 마음에 들고 말이다. 목걸이는 시계 부품 느낌의 특이한 디자인이다. 좋은 악세사리를 얻은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았다. 이후 즐겁게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했는데 여기도 층이 많아서 다리가 좀 아팠다. 그래도 체험과 볼거리가 많아서 좋은 경험이었다. 상주에 있는 낙동강 생물 자원관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음에 리가 중앙시장 근처의 전망대에 갔는데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올라가기 수월했다. 아찔한 높이였지만 시내와 다우가바강이 잘 보여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서는 중앙시장에서 쇼핑도 하고, 숙소 근처로 돌아와 근처 카페에서 크로와상을 먹었다. 관련해서 윤서언니에게 이곳의 카페문화에 대해 조금 들었는데, 근처 카페도 나름 유명한 곳이라 붐비지만,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느긋하고, 카페 종업원도 천천히 얘기하고 가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따뜻한 분위기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오늘도 야경을 보러 갔는데 마찮가지로 재미있었다. 책에서 라트비아의 야경을 극찬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 도심과 알전구 달린 공원의 조화가 너무 예뻤다. 밤에 울려퍼지는 버스킹 소리는 낭만을 더했다. 어쨌든 어김없이 여행 10일차의 아침이 또 밝았다. 오늘 일정은 해수욕이어서 기차를 타고 유르말라 해변에 갔다. 물은 파랗게 빛났지만 다우가바강처럼 가까이서 보면 녹색+갈색인 오묘한 빛깔이었다. 거기에 예쁜 구름, 부드러운 모래가 더해지니 너무 예뻤다. 본격 일정인 맨발 걷기를 하기 전, 바닷물 오래버티기 내기를 했는데 물이 엄청 차가웠지만 버텨냈다. (맞다. 내기 이겨서 당당쌤한테 맛있는 거 얻어 먹어야 하는데.) 어찌나 차갑던지 발이 콕콕 쑤셨다. 그래도 여름인데. 어쨌든 본격적으로 맨발걷기를 시작했는데 먼 거리였지만 얘기하고, 놀면서 걸으니 힘들지 않게 완주했다. 해변에서 비키니만 입고 썬팅하고, 축구하고, 자전거타며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확실히 개방적이라 느꼈다. 중간에 줄로 된 놀이터도 있었는데, 그 위에서 중심잡으며 서있는 것이 꽤 재미있었다. 재밌었던 맨발 걷기 그 이후, 자전거도 대여해서 탔다. 여러모로 불안했지만 인파속을 달리는 것도, 자연 속을(나무 사이, 해변) 달리는 것도 경치가 좋아서 즐거웠다. 다만 끝날 때즈음에 이정헌이 사라져서 정신없게 끝나긴 했다. 열차 출발 5분전에라도 찾아서 다행이다. 어쨌든 돌아와서 조금 자다가 나랑 유현이, 채리, 서준이, 정헌이는 밥 먹을겸 산책을 나갔는데, 서로 옷을 바꿔입고 모두 모자를 쓴 모습이 제법 웃겼다. (난 채리옷을 빌려 입음.) 어쨌든 검은 머리 전당을 둘러보고 맥도날드에 가서 저녁을 먹은 후 근처 광장과 버스킹을 둘러보았는데 갑자기 장난치고 싶어져서 남자애 둘만 남기고 우리는 조용히 빠져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어찌저찌 다시 모였는데 아이스크림가게 분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알고보니 또래였는데 너무 예뻤고, 대화하다 결국 인스타까지 교환하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에 가는데 유럽 길거리 포토그래퍼(내가 여행 오기 전에 영상으로만 본!)분의 눈에 들어서 신문처럼 인쇄된 우리 사진을 얻었다. 굉장히 황홀한 기분을 느낀 하루였다. 맞다. 자기 전에 다우가바강에 마지막으로 가서 노을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라트비아에서의 추억을 정리하듯 말이다.
드디어 네 번째 여행지인 리투아니아 빌뉴스이다. 리투아니아는 우리가 조금 구석진 곳에 숙소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조금 더 거친 느낌이었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숙소 근처를 지나가는 차량의 사람들이나 숙소 사람들은 조금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버린 숙소에 짐을 풀고 스시집에 갔다가 쉰 후 후힛존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카페에 방문하여 일기를 썼다. 알바생분이 예쁘기도 하고, 옛 건물을 개조한 것인지 성당이나 교회의 천장과 비슷한 천장의 형식, 인테리어가 인상깊었다. 물론 음료랑 치즈케익도 맛있었다. 어쨌든 조금 더 휴식을 취하고 베트남 음식점에서 쌀국수를 먹은 후 숙소로 돌아왔다. 가는 길에 하늘에서 밥을 먹는(크레인으로 커다란 테이블, 의자를 위로 올려서 식사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연도의 예약은 끝났다고 한다. 어쨌든 그러고 당당쌤과 몇몇 모여 야경을 보러 갔는데, 그때 반짝이는 광장과 바이올린, 첼로의 버스킹은 정말 아름다웠다. 첫인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리투아니아와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인 8월 14일에는 아침부터 새벽의 문, 성 테레사 성당과 러시아 동방 정교회를 들린 후 빌니우스 성당 광장과 성당을 빠르게 돌았다. 이후 게디미나스 성에 올라가서 전망을 둘러보고, 세 십자가 언덕을 방문했다. 게디미나스 성과 세 십자가 언덕 모두 산을 올라야 갈 수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전망이 매우 좋았다. 리투아니아의 구시가지가 훤히 보여서 올라간 맛이 났다. 내일 트라카이섬을 방문하기 때문에 옷을 사려고 몇몇과 일행에서 빠졌는데 내가 괜히 구시가지 쪽에 가서 옷을 골라보자해서 애들을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했다. 어쨌든 구시가지 쪽에 마땅한 옷가게가 없어서 다시 H&M에 갔다. 딱히 입을 옷이 없길래 그냥 나비핀을 샀다. 돌아오니 완전 다리가 얼얼한 것이 2만보는 넘게 걸은 듯. 이 다음으로는 뭘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음날인 8월 15일은(여행 13일차) 트라카이섬을 가기로 한 날이라 곧장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섬으로 출발했다. 다리로 이어진 덕인지 기차로 바로 갈 수 있었다. 도착한 우리는 트라카이 성을 가기 위해 걸었는데, 지름길도 있었지만 우리는 풍경을 좀 더 보기 위해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발트3국의 물은 녹조때문에 초록색이거나 갈색인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 여기의 물은 매우 맑아 바닥이 모두 보였다. 길을 걷다가 보트를 타는 모습이 너무 낭만적으로 보여서 보트도 타보았는데 힘들지만 재밌었다. 아, 참! 보드를 타다가 만난 현지 분의 딸이 12살 때 BTS에 미쳐 있었다고 해서 신기했다. 물 위에서 보는 성의 모습은 사진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왜 공격하기 힘든 성인지 알 것 같았다. 단단한 성벽과 사방이 물로 둘러 싸여 있다니. 성으로써 최고의 지형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성을 투어하기 전, 현지 음식을 먹었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먹었는데, 다만 벌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다음에는 물건들을 사고 성을 구경했다. 양가 할머니를 위한 기념품은 이 때 구매했다. 성은 엄청 예뻤지만 이미 지친 상태라 돌아다니는 것을 너무 힘들었다. (성 안쪽에 볼 것이 많기 보다는 성 자체가 예쁜 느낌이었다) 어쨌든 이후 힘든 몸을 이끌고 숙소에 와서 조금 쉬다가 다시 야경을 보려고 산에 올랐다. 게디미나스 언덕과 세 십자가 언덕 모두 보는 한번 올라온 곳이었지만 저녁에 보는 모습은 색달랐다. 반짝반짝 빛나는 야경이 낭만적이었고 올라갈 때 돌리는 버스킹 소리도 좋았다. 그러나 다리가 너무 아파서 마지막에는 감각이 없었다. 어찌저찌 잠에 들고 다가온 리투아니아에서의 마지막 날은 쉬면서 편하게 보내다가 기념품 샵에 들르고, 마지막으로 빌뉴스 TV타워에서 저녁을 먹었다.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으며 타워가 돌아가서 풍경을 보기도 편했다.
이후 폴란드에 들러 야경을 보고, 게임을 하며 놀다가 인천공항, 한국으로 돌아왔다. 2주가 넘는 긴 시간이라는 것을 이 기행문을 작성하며 느꼈지만 막상 경험한 나에게는 굉장히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다.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여행이었던 것 같다. 돌아오고 1주일이 넘게 지나 벌써 개학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다음 후속모임에서 모두 건강히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