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받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바닷가 네 자매이야기인데 여기에도 산이 있다.
일본인들이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일본의 산악계를 세 장면으로 요약정리해 놓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보여주는 그 세계를 풀어 보자.
번역되지 않을 일본어 등산서적을 함께 읽고자 원(願)을 세우고 일본어를 독학해 오고 있다.
잘난척 하는 걸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하자면 요즘 독해실력이 또 늘었다. 적당한 선^^을 넘었다.
곧 세팅을 해서 참가자는 아무런 부담없이 함께해도 좋을 일본어 산서 읽기 모임을 만들 예정이다.
그런데 일본어 공부 삼아라도 볼까 싶어 이 영화 DVD를 두어번 들었다가도 그만두었다.
포스트에 보여주는 게 내 취향이 아니어서이다.
결국 핑계와 용기(?^^)를 낸 이유는 드림위즈의 박순백 박사가 페이스북에서 이영화를 극찬한게 기억나서이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다행히 이 영화에 산이 들어 있다. 그것도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일본 등산역사의 얼개'이 녹아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개그맨 윤탁과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키가 조그만 이 친구가 주인공이다.
이 친구는 세째 딸이 다니는 운동구점의 주인공인데, 대단한 친구이다.
영화를 대충 일본어 공부에 주안점을 주면서 스킵해서 보았기에 정확한 내용은 장담하지 못한다.
큰언니가 취미가 뭐냐고 묻자,
'등산을 좀 했어요'라고 답을 하는데, 일본어로는 '조토 야마노보리...'가 된다.
일본어로 등산은 '등산(등산 -토잔으로 발음)과 산등(山登り 야마노보리) 두개가 있다.
흔히들 등산은 좀 전문적인 산오르기를 말하고, 야마노보리는 하이킹 정도를 말한다고 한다.
따라서 저남자의 표현인즉슨, 겸손하게 우리말로 하자면 '북한산이나 지리산을 올라요'라는 뜻이다.
그러자 세째 딸이 '언니 아니야 '조금' 수준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야마노보리'가 아니라 '토잔'임을 말하는데...
7년전에 마나슬루 원정대에 참가했다고 말하고 있다.
마나슬루는 말그대로 일본이 1956년 세계 초등한 14좌 중의 하나로 일본의 산이다.
수많은 대원들이 죽으면서 이루어낸 비극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패전이후 비참하고 숨죽여 살던 일본인들은 환호했고, 그래서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마나슬루는 한국인들의 산이기도 하다.
김정섭 형제의 3차에 걸쳐 수많은 희생을 낳으면서 분투한 비극의 산이기도 하다.
1997년 산악계를 대표하는 작가 박인식 극본, 정승권 코디네이터로 제작된 드라마 '산'이 있다.
김상중, 감우성 그리고 홍리나 주연으로 홍리나의 부상으로도 화제가 된 드라마인데,
이 영화의 주제 역시 김정섭 형제의 마나슬루 도전사이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드라마 '산'의 영어 제목이 그래서 마나슬루(Manasulu)이다.
*사진출처
극중에서 김상중과 홍리나의 북한산 인수봉 결혼장면이라고 한다.
지금도 유투브에서 주제곡 '저산너머'를 들을 때면 감동이 전해진다.
일본인들에게 산에 대한 두번째 강렬한 인상은 1970년 우에무라 나오미의 에베레스트 일본 초등이기 쉽겠다. 한국인들에게 고상돈의 1977에베레스트 초등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일본은 심지어 1975년 타베이 준코가 세계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초등했다. 77 에베레스트 원정대장인 김영도가 갖는 불안 중에는 2년전 일본 여자도 올랐는데, 한국남자들이 혹시 못오르면'도 있었다 한다.
영화에서 저 친구는 아니나 다를까 에베레스트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발가락 6개를 잃었다고 한다.
이 설정은 이후 '야마노이 야스시'로 이어지기 위한 복선이다.
저 친구가 운영하는 운동구점.
지금 이 지방이 가마쿠라라고 하는데, 그곳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오른쪽에 우모복과 등산복이 눈에 띤다.
오른쪽 노란 옷을 입은 친구는 한눈에 보아도 얼굴에 동상끼가 있는게 고산등반가이다.
산악계를 은퇴한 분홍옷 윤택에게 다시 원정을 떠나자고 설득하고 있다.
'야마노이씨도 손가락을 10개 잃었는데..'라고 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야마노이 야스씨는 일본을 대표할 세계적인 산악인임은 말할 것도 없다.
(-> 여기를)
그리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희생했음에도 끊임없이 고산등반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대중들은 이제 순수한 '고산등반'에는 그리 관심이 없다.
어쩌면 '생존드라마', '서바이벌', '조난과 사투'에 더 관심이 많다.
일본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난이 있어야 관심을 갖는...
그런만큼 야마노이 야스시는 현재 일본인들에게 제일 임팩트 있는 산악인일 것이다.
'아무나 그렇게는 못해....'
이렇게 해서 1950년대 마나슬루 - 1970년대 에베레스트 - 1990년대 야마노이 야스시- 로 이어지는
일본 등산사의 큰 그림을 직관적으로 감독은 보여주고 있다.
아마 많은 일본인들도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곧바로 이해했을 것이다.
이상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조금 보고, 그 중에서 산을 찾아낸 이야기였습니다....~~~
첫댓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를 좋아해서 거의 다 본편인데,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에다 주연배우도 좋아해서 푹 빠져서 봤지요.
의외로 이 영화 끝까지 못보았지만, 잔잔히 재미있네요... 원정가서 만난 일본 여성 산악인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나는데,.. 이영화에서도 일본인들의 자유로운 '성'의식이 유독 인상에 남습니다.
주연배우를 말씀하셔서.. 이제까지는 사실 일본 여자 배우 잘 구분을 못했는데, 찾아보니 배우 중 한명은 악(岳)에도 출연했었네요.~~~
아 참 그리고 어제 술한잔 하면서 청룡영화제를 보았는데,
아는 여배우들은 전도연 김혜수 급이더라고요....~~~
잘 감상합니다.
형님. 격려 말씀 감사드립니다. 첫추위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