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 심훈(沈熏)熏스며들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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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대한민국의 독립유공자, 소설가, 시인, 언론인, 영화배우, 영화감독, 각본가. 200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받았다.
본명심대섭(沈大燮)직업작가, 신문기자 호 해풍(海風)·백랑(白浪)·금강생(金剛生)·삼준·삼보본관청송 심씨출생1901년 9월 12일, 경기도 과천군 하북면 흑석리(現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동 177-1번지) 장편소설<상록수><직녀성><영원의 미소> 당진에 심훈문학관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