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남미의 '땅끝'인 '뿐따 아레나스(Punta Arenas)'에 오겠다고 마음 먹었을 땐, 자연스레,
'우수아이아(Ushuaia)'에도 가 봐야지! 했었지요.
굳이 어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저,
어차피 가는 것, 거기도 '땅끝'이니까. 하는 생각이었으니까요.
이번에 이 두 곳을 오면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 어디든, 인접한 국가들 사이가 좋지 않구나. 하는 진실을요.
서로 맞닿아 있다 보면, 당연히 '영토 분쟁'이 있는 거니까요.
그건 여기 남미의 '칠레'와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 나라가 군데군데 서로 다툼이 없었을 리가 없었겠고, 그러다 보니 국민감정 역시 좋을 리가 없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도 있거든요.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3자인 제 입장에서는,
'남미 대륙의 땅 끝'인 '뿐따 아레나스'를 주장하는 칠레의 의견도 고개가 끄덕여 지고,
그 보다 아래인 (비록 섬이긴 하지만('불의 땅(Tierra de Fuego)' '뿐따 아레나스'보다 훨씬 아래에 있으니(제가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달려온 거리로 6백 Km도 넘는다 하니) '우수아이아'가 땅끝이라는 아르헨티나의 주장도 일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아르헨티나의 주장을 반박이라도 하려고 칠레 측에선, '우수아이아' 아래 '비글 해협' 너머 섬인 '나바리노(Navarino) 섬'에 '윌리암 항구(Puerto William)'를 개방해, 우리는 니네(아르헨티나) 보다 더 아래에 또 다른 땅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는 의미도, 또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사실을 이번에 와서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양국 국민들의 얘기도 듣게 되어서,
저 개인적으로도 중립적인(?) 자세가 될 수밖에 없긴 했는데요,
저는 사실은 그 '윌리암 항구'까지 가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두 나라 사이의 감정이 안 좋은 만큼, 국경통과 과정도 만만치가 않아서,
특히 우리 같은 제 3자인 외국인은, 더 까다로운 서류 등을 준비해야 하는 등, 맘먹었다고 바로 가지는 게 아니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서류를 만들거나 신청을 하고, 또 입국심사까지 받는 복잡한 절차는 하고 싶지 않다. 는 생각 때문에, '윌리암 항구'에 가는 건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여기 남미의 '땅 끝'에 와서, 두 곳이 세 곳으로 바뀌면, 그만큼 시간적 정신적 경제적인 타격이 클 터라서요.
근데요,
제가 이미 가보았고 통과를 했던 '뿐따 아레나스(Punta Arenas)'도 분명 '땅끝'의 분위기는 있었거든요?
거긴, 그냥 보기엔 그저 세상의 한 도시거나 마을 같아 보이지만, 그래도,
여기도 땅끝이구나! 하는 감정이 들었고, 그 느낌 역시 '이국적'이었다는 건데요,
여기 '우수아이아(Ushuaia)'에 와 보니, (밤에 도착해서 분간이 잘 되지 않았지만)
여긴, 지리(형)적으로도 '천혜의 요새' 같은 '땅끝'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을 진한 감동까지가 들더라구요.
게다가 시각적으로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구요.
물론, 저는 이곳에 오기 전에도 '유튜브' 같은 곳이거나, 지도 검색을 통해,
이곳의 사진은 이미 접했던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풍광을 직접 눈으로 보다 보니,
아, 이런 곳이 있다니! 이런 곳이 실재로 존재하다니! 아니면, 어떻게 이런 곳이 이 세상의 끄트머리에 숨어 있었다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감동적이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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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감한 밤에 현지에 도착했던 저는, 도심의 불빛을 보면서,
작지 않은 도시로구나! 하는 생각만을 했었는데,
'에어 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숙소에서 그 밤을 보내는데(숙소는 깨끗하고 아늑했습니다. 겨울 철이라 손님들이 없어서이기도 했지요.),
비가 내렸습니다. 여기 아파트 단지의 창밖을 보니,
여기도 기온이 높아서(원래 그렇기도 하다 하고) 눈 대신 비가 내렸는데, 당연히 산에는 눈이 내렸다는 거지요.
그리고 여기도 당연히(더욱 남쪽이라) '뿐따 아레나스'처럼,
아침 9시가 넘어도 밤기운이 남아 있었는데요,
주인이 간단하게 아침을 준비해 줘서 먹고 있는데, 반대편(베란다) 창을 통해 보니,(아래)
확실히, 산에 빙 둘러싸인 곳이구나! 를 느낄 수 있었지요.
(사진과 그 실재 느낌은 다릅니다.)
그런데 아직도 비가 완전히 그친 게 아니라서,
흐린 분위기였고, 또 여기 날씨를 보니 최근 1주일 전에 눈이 온 뒤에, 도심이나 낮은 곳은 이제 얼어붙었던 눈들이 많이 녹아내렸고 지금도 녹는 중이라고 하는데,
'일기 예보' 상으로도 짙은 구름으로 하루 종일 잔뜩 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눈 덮인 산 풍경을 보려면 청명하게 갠 날이 아름다울 텐데...... 하는 안타까움과,
내가 왔다고, 여기 날씨가 갑자기 좋아질 리도 없을 터고...... 하는 아쉬움도 있었답니다.
그렇지만, 그 먼 길을 달려왔던 저는,
우수아이아의 실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기대감에,
주인으로부터 이런저런 안내를 받은 뒤 아파트를 나섰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라는 주인의 말이 있었지만,
여기 돈을 환전하지도 못한 상태여서, 그리고 어차피 저야, 굳이 버스를 타고 싶지도 않아서(천천히 이곳의 풍광을 즐기려면 걷는 게 나을 것이라서) 걷는 쪽을 택했는데요,
아파트 촌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이런(위) 풍경이 펼쳐지더군요.
축축하고 약간 을씨년스런 그러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지요.
그렇게 한참을 언 눈이 녹아서 물진창이 된 도로를, 아직도 남은 얼음길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걸어,
도심쪽 언덕을 올랐는데,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서도 눈 덮힌 산들을 병풍처럼 등지고 있는 도심이 보이면서는,
야, 대단하구나!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을까? 하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근데요,
저는 여기의 변화무쌍하다는 날씨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비록 하늘 한 쪽이 개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다가 금방 무거운 구름들이 하늘을 뒤덮겠지...... 하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또 당연히(?),
인증샷을 찍어두기까지 했지만,
날씨가 쾌청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 어려운 길을 왔는데, 이런 우중충한 분위기만 느끼며 돌아간다면(예보상 계속 흐리기만 해서), 그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서요......
뭔가 그 조짐이 이상했습니다.
점점 개어가는 느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또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날씨라,
조금이나마 햇볕이 비치는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다! 하면서,
햇볕의 양에 따라 수시로 변하던 풍경에 디카를 집중시켜(그런데 그런 결정적인 순간에 또 디카가 말썽을 부리더라구요......),
사진을 찍는답시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답니다.
더구나, 그 오른 쪽, 여기 말로는 '올리비아' 산과, 다섯 형제 산(두 산이 특히 뾰족뾰족해서) 주변에 머물고 있는 구름들을 보면서,
금방 저 구름들이 하늘을 덮을 텐데...... 하는 조바심에도,
단 한 장의 사진이나마, 조금이라도 더 햇볕을 받은 풍광의 사진을 찍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는데요,
어쩐지 하늘이 점점 개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답니다. 그러니,
이거, 무슨 일이람? 하면서도,
내가 운이 좋은 건가? 하기까지 하면서도,
그 햇볕의 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점점 하늘이 개어가고, 산들이 파란 하늘에 대비되어 더욱 하얀 색을 드러나게 만드는 눈산을 비치니......
제가 어찌 아니 흥분했겠습니까?
야, 아름답다, 이 도시! 이런 보물 같은 도시가 숨어 있었다니! 하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로,
사진에 집중했는데요,
제가 그랬던 건, 어쩐지 맑고 환한 날씨의 풍광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고,
나중에 이곳에 대한 그림이 나온다면, 그런 맑은 날의 깨끗한 색감의 도시를 그리고 싶어서였답니다.
야, 날은 점점 개어갔고, 도시의 색깔도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지요.
아래는, 그 아래 '비글 해협'인데,
사진 가운데 조그만 전봇대 있는 곳이 해협 입구이고요,
그 오른쪽 눈에 덮인 산이 보이는 곳이 또 칠레령 '나바리노 섬'인데......(아래)
길에 얼어붙었던 눈이 녹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끄러워, 보통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가급적 흙이거나 잔디를 밟으면서 저는 오전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이 정도만 돼도 성공이다! 하는 생각이 들드라구요.
더 욕심부릴 필요도 없고,
이렇게 깨끗하고 선명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음에,
하늘에 감사라도 드리고 싶었답니다.
(나중에 그림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제야 저는 천천히 도심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의 전체적인 풍광에 대한 사진은,
이 정도면 족하다! 고 생각했던 거지요.
그러면서 이제는,
도심의 부분부분 사진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기 위해서요......
그런 뒤,
이제는 거기에 한 번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제가 이번 남미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연초에), 한 TV 프로그램인지 '유튜브'를 보긴 했지만,
'우수아이아에 사는 한국인 가족'을 찾아가기로 했답니다.
어쩐지 한 번 가보고 싶어서였지요.
(여기에 그 프로그램을 링크시켰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한 번 보시면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pXwwkcqumk
결국 그 집을 찾아갔고,
운이 좋으시네요. 이렇게 활짝 갠 날에 오시다니! 하고 반겨준,
그 방송에 나오는, 서른 살이라는 주인공(그 어머니도)과 직접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