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학이편 2장
2-1.
有子曰(유자왈) 其爲人也(기위인야) 孝弟(悌)(효제)요 而好犯上者(이호범상자) 鮮矣(선의)니 不好犯上(불호범상)이요 而好作亂者未之有也(이호작란자미지유야)니라
有子가 말하였다. “그 사람됨이 효도하고 공경하면서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드무니,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고서 亂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있지 않다.
有子는 孔子弟子니 名若이라 善事父母爲孝요 善事兄長爲弟라 犯上은 謂干犯在上之人이라 鮮은 少也라 作亂은 則爲悖逆爭鬪之事矣라 此는 言人能孝弟면 則其心和順하여 少好犯上이니 必不好作亂也라
유자는 공자의 제자이니, 이름은 약이다. 부모를 잘 섬기는 것을 ‘효’라 하고, 형과 어른을 잘 섬기는 것을 ‘제(悌, 제)’라 한다. ‘犯上(범상)’은 윗자리에 있는 사람을 범함을 이른다. ‘鮮(선)’은 적음이다.
‘作亂(작란)’은 悖逆(패역)하고 다투고 싸우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능히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에게 공경하면 그 마음이 和順(화순)해서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는 이가 적으니, 반드시 亂(난)을 일으키기를 좋아하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2-2.
君子(군자)는 務本(무본)이니 本立而道生(본립이도생)하나니 孝弟也者(효제야자)는 其爲仁之本與(歟)(기위인지본여)인저
君子는 根本을 힘쓴다. 근본이 확립되면 仁의 道가 생겨나니, 孝와 弟는 아마도 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다.”
務는 專力也요 本은 猶根也라 仁者는 愛之理요 心之德也라 爲仁은 猶曰行仁이라 與者는 疑辭니 謙退하여 不敢質言也라 言君子凡事를 專用力於根本이니 根本旣立이면 則其道自生이라 若上文所謂孝弟는 乃是爲仁之本이니 學者務此면 則仁道自此而生也라
‘務(무)’는 힘을 專一(전일)하게 쓰는 것이요, ‘本(본)’은 根(근)과 같다. ‘仁(인)’은 사랑의 원리이고 마음의 덕이 다. ‘爲仁(위인)’은 行仁(행인, 인을 행함)이란 말과 같다. ‘與(여)’는 의심하는 말이니, 겸손하여 감히 단언하지 못한 것이다. ‘군자는 모든 일에 오로지 그 근본을 힘쓰니, 근본이 확립되고 나면 그 도가 저절로 생겨난다. 윗글에서 말한 바 ‘孝弟(효제)’는 바로 이 仁(인)을 행하는 근본이니, 배우는 자들이 이것(효제)을 힘쓰면 인의 도가 이로부터 생겨남’을 말한 것이다.
☉ 程子曰 孝弟는 順德也라 故로 不好犯上이니 豈復有逆理亂常之事리오 德有本하니 本立則其道充大라 孝弟行於家而後에 仁愛及於物이니 所謂親親而仁民1)也라 故로 爲仁은 以孝弟爲本이요 論性則以仁爲孝弟之本이니라
或問 孝弟爲仁之本이라하니 此是由孝弟면 可以至仁否아 曰 非也라 謂行仁自孝弟始라 孝弟는 是仁之一事니 謂之行仁之本則可커니와 謂是仁之本則不可라 蓋仁은 是性也요 孝弟는 是用也라 性中에 只有箇仁義禮智四者而已니 曷嘗有孝弟來2)리오 然이나 仁主於愛하고 愛莫大於愛親이라 故로 曰 孝弟也者는 其爲仁之本與인저하니라
☉ 정자(伊川(이천))가 말씀하였다. “효제는 순한 덕이다. 그러므로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니, 어찌 다시 常理(상리)를 거스르고 어지럽히는 일이 있겠는가. 덕은 근본이 있으니, 근본이 확립되면 그 도가 충만하고 커진다. 효와 제가 집안에 행해진 뒤에 인과 사랑이 남에게 미치니, 이것이 이른바 ‘친한 이(친척)를 친히 하고서 백성(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을 행할 때에는 효제를 근본으로 삼고, 본성을 논할 때에는 인을 효제의 근본으로 삼는 것이다.” 혹자가 “효제가 인의 근본이 된다 하였으니, 이것은 효제로 말미암아 인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까?” 하고 묻자, 나(이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아니다. 인을 행함이 효제로부터 시작됨을 말한 것이다. 효제는 인의 한 가지 일이니, 〈효제가〉 인을 행하는 근본이라고 이른다면 괜찮지만, 이것이 인의 근본이라고 이른다면 불가하다. 인은 본성이고 효제는 용이다. 性(성) 가운데에는 다만 인 · 의 · 예 · 지 네 가지만 있으니, 어찌 일찍이 효제가 있겠는가. 그러나 인은 사랑을 주장하고, 사랑은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효제는 인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1) 親親而仁民
앞의 ‘親’은 親愛함이고, 뒤의 ‘親’은 어버이를 위시한 친척이며, ‘仁’ 역시 사랑함을 이른다. 이는 《孟子》〈盡心上〉 45장에 “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이라고 보이는바, 親 · 仁 · 愛가 모두 사랑이나 사랑에 차등이 있어 親이 가장 깊고, 仁은 人道로 대하는 것이며, 愛는 물건을 아껴 함부로 殺傷하지 않음을 이른다.
2) 蓋仁……曷嘗有孝弟來
性은 五性으로 仁 · 義 · 禮 · 智 · 信이며, 孝弟는 仁의 한 조목일 뿐이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來’는 조사이다.
[출처] 논어 학이편 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