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가 세상의 전부인 사춘기, 관계 속에서 겪는 거절과 상처는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이 됩니다."
Q. 선생님, 너무 놀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글을 씁니다.
어제 저녁에 아이가 씻고 나오다 실수로 헐렁한 긴소매 옷이 걷혀서 팔 안쪽을 보게 되었는데, 날카로운 걸로 붉게 그은 상처들이 여러 개 있는 걸 봤어요. 순간 숨이 턱 막혀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굳어버렸습니다.
요즘 부쩍 핸드폰만 쳐다보며 한숨을 쉬고, 매일같이 붙어 다니던 무리 아이들하고 연락도 안 하는 것 같아서 그냥 친구들끼리 좀 다퉜나 보다 했거든요. 사춘기니까 자기들끼리 풀겠지 하고 내버려 뒀는데, 방에 틀어박혀서 혼자 자기 몸에 그런 짓을 하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내가 엄마가 맞나 싶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당장 아이 방에 들어가서 왜 그랬냐고, 누가 널 괴롭히는 거냐고 캐묻고 싶은데... 제가 아는 척을 하면 아이가 더 엇나가거나 놀라서 마음을 꽁꽁 숨어버릴까 봐 무서워서 어제오늘 밥도 한 술 못 넘기고 있습니다.
친구 관계가 틀어져서 저렇게 괴로워하는 건지, 아니면 혹시 은따나 왕따라도 당하는 건지... 엄마인 제가 어떻게 말을 꺼내야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마음을 열어줄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선생님.
A. 안녕하세요, 우연히 아이의 자해 흔적을 발견하시고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부여잡은 채 문의를 주셨네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충격 속에서도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하시며 아이를 돕고자 하는 부모님의 절박한 사랑과 애통함이 깊이 느껴집니다.
사춘기 시기 아이들에게 교우관계는 세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절대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소외감, 갈등, 혹은 단절은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벅찬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때로는 그 억눌린 심리적 고통을 덜어내고 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 몸에 상처를 내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자해는 죽고 싶다는 의미라기보다,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다, 내 고통을 알아달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부모님께서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차분하고 수용적인 태도를 보여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이런 짓을 했어!"라고 행동을 질책하거나 상처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네 팔의 상처를 보았어. 혼자서 얼마나 많이 힘들고 아팠을까, 엄마가 몰라줘서 미안해"라며 아이가 겪고 있을 내면의 외로움과 고통에 온전히 공감하는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주세요.
한편, 자해 행동은 지속될 수 있기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우선 아이가 최근 친구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따돌림이나 언어폭력과 같은 외부적인 위험에 노출된 것은 아닌지 명확한 상황 파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직접 원인을 캐내려다 보면 아이가 방어적으로 마음을 닫을 수 있으므로, 아이가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털어놓고 자해 대신 건강하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아이가 적절한 치유 과정을 통해 다시 세상과 건강하게 연결되고, 부모님께서도 안심하시며 미소를 되찾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아이의 아픈 마음을 지켜주는 부모님의 따뜻한 대처법"
1. 또래 관계의 고통을 결코 사소하게 여기지 마세요
어른들이 보기에 사소한 다툼일지라도, 관계의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아이가 교우관계로 괴로워할 때 "공부나 해라" 혹은 "친구는 또 사귀면 된다"라는 식의 반응은 아이를 더욱 깊은 고립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아이의 슬픔과 분노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아픔'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2.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도록 돕는 정서 훈련
자해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속 소용돌이를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이가 상처를 내고 싶을 만큼 힘들 때, "지금 화가 나니? 아니면 너무 외로운 거니?"라고 물어봐 주세요.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할수록, 아이는 충동적인 자해 행동 대신 건강하게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3. 가정 내에서의 안정된 '애착'이 최고의 보호막입니다.
또래 관계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곳은 가정이어야 합니다.
부모님의 일관된 사랑과 따뜻한 소통은 아이가 세상의 편견과 따돌림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안전 기지'가 됩니다. 아이를 다그치기보다, 언제나 네 편이 되어주겠다는 확신을 주어 아이가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심리적 에너지를 채워주세요.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De Luca, L., Giletta, M., Menesini, E., & Prinstein, M. J. (2022). Reciprocal associations between peer problems and non-suicidal self-injury throughout adolescence.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63(12), 1486-1495.
Victor, S. E., Hipwell, A. E., Stepp, S. D., & Scott, L. N. (2019). Parent and peer relationships as longitudinal predictors of adolescent non-suicidal self-injury onset.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and Mental Health, 13(1), 1-13.
King, N. J., Tonge, B. J., Heyne, D., Pritchard, M., Rollings, S., Young, D., ... & Ollendick, T. H. (1998). Cognitive-behavioral treatment of school-refusing children: A controlled evaluation.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37(4), 395-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