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리웁고 가슴 아픈 것 7
다음날 잠을 못자서 부스스한 얼굴로 집안
청소며 화단에 물을 주고 있는데
거실 유선전화기가 울린다
화분 몇 개만 더하면 되는데
아쉬운 마음을 남기며 수화기를 들으니
광주에서 국립대학에 다니는 둘째 아들이다
별 뒷바라지도 못해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지혼자 으째으째 하더니 읍내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학비가 저렴한 국립
대학교에 합격하였던 것이다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하며 한턱
푸짐하게 쏘라 해서 없는 실탄을 장전해서
대흥사 보리향기에서 보리밥이랑 갈치
조림이랑 동동주랑 푸짐이 냈다
자식들이 공부를 못해 늘 우거지상인
큰 시누이가 트집을 잡았지만
외아들 손주인 아들을 이번에는 남의 눈도
있어 그냥 넘길 수 없었는지
시어머니가 봉투에 입학금으로 보태쓰라며
이백만원을 주고 갔다
“그래 둘째 아드님! 잘 지내고 계시세요
얼마나 재미가 좋은지 벌써 광주에 간 지
두달이 넘어가는데 이제야 이 엄마가
생각난 모양이네“
해순이는 섭섭한지 말이 술술 잘 나온다
아들이야 이담에 예쁜 색시 얻어 장가 보내면
그때부터 남남이고 처갓집 좋은 일만 시킨다고
그러던데 나는 어떨까....
“ 응 엄마! 잘 지내고 있어. 기숙사 생활이라
규율이 엄격해서 그렇지 자는데 먹는데
전혀 이상없어. 학기초라 너무 바뻐 연락
못한거야 넘 섭하게 생각하지 말기“
둘째 아들은 엄마 마음을 읽기나 한듯
미안해하며 말까지 더듬는다
“그래 알고 있어. 엄마가 괜한 소리를 해본거야
아드님! 마음 쓰지 말아요“
“엄마! 아빠는 전과 마찬가지지 할머니도
여전하고.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언젠가
받은대로 다 돌려 드리고 엄마를 호강시켜
드릴께요 그리고 매일 집에만 있지 말고
가을인데 어디라도 놀러 다녀오세요“
“그리고 엄마! 여기 와보니 모두 노트북
하나씩 다 갖고 있어 강의시간에도 이용하고
필요한 자료도 찾아볼 수 있고.
근데 나만 없어 늘 빌려쓰느라 눈치만 봐
엄마! 미안하지만 저렴한 것이라도 사주세요“
둘째 아들은 아주 간곡히 말을 한다
해순이는 누구보다도 둘째 아들 성격을
잘 안다
하기사 자기가 임신해서 낳아, 젓 먹이며 키우고
지금까지 기르면서 뒷바라지 했으니
모르리가 없겠지만 아이들 품성은 부모 절반,
사회생활 절반 닮는다고 한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2달 동안 고민하다가
전화를 했겠는가
마음이 많이 아파온다
그런줄도 모르고 남편이란 사람은 늘 90 넘은
시부모 죽을까봐 찰거머리처럼 곁에 붙어
있고 자기와 아이들은 늘 제외된 대상이다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노트북 한 대 사
줘야지
해순이는 둘째 아들에게 보름만 기다려 보라고
하면서 내심 결심을 아우른다
오전 10시경 가게에 나가니 남편이 가게문을
열어 놓고 없다
바쁜 일이 있겠지 하며 음악을 들으며
보내다가 찾아온 후배와 점심으로 회정식을
먹고 가게에 와 보니 성산리에서 과수원하는
송희가 배 한박스를 보내온 것이다
‘기집애! 난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한 번
못주는데 매년 챙겨주기만 하고‘
미안한 마음에 서랍을 열어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을 뒤져 송희에게 전화를 걸으니
신호는 가는데 안 받는다
다음을 기약하며 포장지를 막 뜯어보는데
불쑥 남편이 들어온다
어제 외박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어디서 난 배냐고 묻는다
‘성산리에 사는 친구 송희가 보낸 배라고
하자 아무런 말도 없이 다시 나간다
오후에 가게문을 닫을 시간
선물 온 배를 반씩 구분하여 반은 가게에
놓아두고 반은 집에 가져갈려고 하는데
남편이 들어오며 배를 자기 부모에게
가져다주라고 퉁명스럽게 윽박을 지른다
너무 억울하고 분하지만 이젠 싸움도 지쳐서
시키는대로 집에 가져갈 배를 몽땅 퇴근길에
시집에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선물이면 분명 상자로
왔을텐데 비닐봉지에 조금만 담아왔다고
역정을 내버린다
그냥 참고 갈려고 하던 해순이는 화가 순간
치밀어 시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하고 시어머니는 이젠 말대꾸까지 한다고
야단법썩 난리이다
“어머니! 제가 언제 대들었어요. 단지 어머님이
오해하시길래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드릴
려고 했던 것인데“
해순이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생각을 하면서도
말에 날이 선다
“야! 너 봐라 분가해서 살더니 이젠
이 시어머니도 눈에 안 보이는구나
안 먹는다. 도로 가져가거라“
며 비닐봉지째로 마당에 내팽개친다
그 소리에 놀란 시아버지가 쫓아나오고 시누이
까지 나와서 해순이를 보면서 혀끝을 심하게
끌끌 찬다
시아버지는 영문도 모르면서 해순이를
야단치고 시누이는 자기 엄마을 나무란다
“엄마! 그러게 내가 뭐라고 그랬어요
어제 엄마 아들이 와서 뭐라 그랬어요
며느리 믿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이깟것 얼마나 된다고 난리야
에이! 길에 있는 거지에게나 주지 “
눈에 있는 쌍심지는 다 돋꾸며 말을 막
한다
시아버지는 핸드폰으로 자기 남편을 호출
하며 못된 며느리라고 한다
잘한 것은 당연하고 못한 것만 따지는
시어머니 역성팬 시아버지이다
조금 있으니 남편이 무슨 큰 일이 터진 듯
부리나케 달려오고 시어머니의 곡성은 더 커진다
참 너무나 늙은 여우같은 노인네이다
머리라도 콱 쥐어박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고
한숨만 빈가슴을 채우다 허공에 뿌려진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의 서슬이
너무 퍼렇다
자기는 처다보지 않고 자기 엄마한테로 가
무슨 일이냐면 위로를 한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으찌 그리 슬픈지
저승사자도 못낼 곡성을 애가 끓어지라 한다
한술 더 보태 시누이도 자기 엄마가 너무
불쌍하다고 같이 울기에 동참한다
남편은 그 모습을 보자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고 해순이를 잡아 먹을 듯 째려보며
시부모, 시누이에게 잘못했다고
두손을 싹싹 빌고 잇다
해순이는 억울하고 원통하기는 했지만
이젠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 버린다
시아버지의 호통에 남편은 해순이 보고
자기 엄마에게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으라
종용한다
아니 자기가 무어 잘못 했단 말인가
잘못했다면 처음에는 자기 남편이고 두 번째는
시어머니 아닌가
아니 나한테 들어온 선물 내가 조금 먹어도
안 된단 말인가
언제 자기가 그렇게 혼자만 몰래 먹고 시집을
문전박대 했던가
했으면 지네들끼리 했지
늘 자기 몰래 아들을 불러 오만가지 이간질
밥을 사 먹이고 협잡을 하던 인간들이
자기들 본모습이 아니던가
해순이는 빨랑 와서 잘못을 빌으라는 남편의
말에 처음에는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으니
자기 잘못도 있겠다 싶어 그럴려고 했으나
강압적으로 모두 합심하여 윽박 지르며
항복까지 받겠다고 나서니 기가 막힌다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러는가
가만히 서서 온 몸을 떨며 눈물을 흘리니
시어머니는 욕까지 해댄다
“아니! 저 얘가 뭘 그렇게 잘했다고 몸을
치뜰고 있는거냐
내가 아닌걸 맞다고 하는거냐
아이고 조상님! 억울해서 못살겠습니다“
라고 마당에 두다리를 쭉 뻗고 누워버리니
남편은 해순이에게 다가와 따귀를 한 대
올려붙이며 빨리 사과하라고 한다
정말 해도 너무 하다
어찌 이렇게 한결같이 한통속이란 말인가
유유상종
초록은 동색이라 하던데
하나뿐인 며느리로 들어와 10년 동안 시집
살이 했지 맞벌이 시누이 애들도 맡아
길러 주었지 명절마다 고기며 과일이며 사다가
받쳤고 그 많던 손님 인상 한번 안 쓰고
다 대접했지
정말 부엌에서 화장실 한 번 못가고
죽을뚱 살뚱 일만 했는데
늘 나쁜 음식들은 자기와 자기 애들이 먹고
지네들은 아들과 딸이랑 안방에서
보란듯이 웃으며 좋음 음식만 즐긴 것 아닌가
이젠 어디까지 머리를 숙여야 속이 그렇게도
후련해 질까
내가 이집에서 나가면 화풀이도 그만 둘까
해순이는 가만히 남편을 째려보다
얼른 돌아서 대문을 확 열어 제키며
눈물을 장대비 오듯 뿌리며 뛰어 나간다
눈물이 앞을 가려 어딘지도 모르고 무조건
달려가기만 한다
뒤에서 소리치는 남편과 시부모들의 악다구니
는 더 이상 들리지도 않는다
해순이는 무조건 길따라 달리고 있다
가을바람이 해순이 귓가에서 속삭인다
‘해순아 달려 달리란 말이야
깃털처럼 가볍게 달리란 말이야
너 초등학교 운동회때 엄마손을 잡고 달려
1등을 하였잖아
저 인간들 굴레를 빨랑 벗어나 바람처럼 달려
달리다 보면 슬픔도 억울함도 다 없어지고
하늬바람처럼 가슴이 부드럽고
가을바람처럼 마음이 붉게 물들어 올거야
더 이상 울지는 마
너 옛날에는 아주 씩씩하고 똑똑하고 독한
아이라고 주변에서 말했잖아
너희 엄마도 늘 너를 무릎에 누워 놓고
말했잖아
세상을 어리석게 살지 말라고 말이야
그러니 달리면서 슬픔도 분함도 내려놓고
저기 보이는 가을빛이 머무는 단풍나무숲
으로 힘을 내서 달려 가 보아
너가 그리도 보고파 하던 H가 너를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해순아! 그렇게도 슬프니?
나 엄마야 이젠 더 이상 울지 말아라
엄마가 늘 니곁을 따라 다닐거야
괴롭고 슬프면 엄마를 생각해 보아
우리 전에 너와 함께 같이 갔던 대흥사
단풍길 기억하니
너는 너무 좋아서 엄마손을 잡고 깡충깡충
달리며 가을잎만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엄마가 많이 아파서 그 약속을 다 지키지 못해
서 늘 미안했단다
이젠 그 약속 내가 지켜줄 수 있단다
해순아! 내사랑하는 딸 해순아!
울지만 말고 독하게 마음을 먹어
그런 인간들이 보는 곳에서 울면 지는거야
다음엔 더 큰 트집을 물고 올거야
해순아! 불쌍한 내딸아!
엄마를 보아. 우린 언제나 친자매같은 모녀였잖아
뒤돌아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과거는 과거대로 묻혀 놓고 미래를 설계해
보렴. 늦었지만 너의 외로움 나눠줄 H가
너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잖아
그러니 더 이상 뒤를 보지 말고 달려
달리란 말이다
울분이 가셔지고 억울함이 없어질 때까지
저기 보이는 가을산으로 달리려므나
내사랑 해순아!
가을바람과 돌아가신 엄마가 귓속을
윙윙거리도록 속삭인다
해순이는 달린다
어딘지도 모르지만 가을바람이 인도하고
멀리서 부르는 엄마손길을 따라
H가 있는 곳으로 하염없이 달려간다
보름달이 뜬 중천에는 희미한 구름만
보이고 길에는 멍한 삶들이 떠 다닌다
모두 다 그렇고 그런 삶들
시간속에 간직될 삶들은 어디에도 없다
공허한 가을 저녁 스산한 바람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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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상이 끝나는 곳 까지라도 달릴수만 있다면
그래서 행복을 찾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리~~~
이 가을엔 행복하길 바래보며 감사히 머물다갑니다
한가위닮은 명절되세요~~
시부모 대접 하지말고 소흘이 생각 하면서 편이 사세요
이정도면 서울에서는 아에 인연 끊고 살아요
부모도 부모같아야 대접 받아요 잘해도 별수 없을거예요
나중 후회 하지 말고 편하게 사세요 힘내시고요 화이팅
이번 한가위에는 찾아 가지 마시요 꼭이요
저리도 경우를 모르는 시댁이라면 거기다 줏대없는 남편까지 해순씨가 너무 가엾네요
변할것 같지않은 시댁과 남편을 인간의 참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면
해순씨의 자유를 찿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