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향한 가혹한 비난과 수치심은, 우울증보다 더 깊은 곳에서 우리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Q.선생님, 지금 손이 덜덜 떨리고 눈물만 나서 화면이 잘 보이지도 않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씁니다.
오늘 저녁에 아이 방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뛰어 들어가 봤더니, 아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놀라서 안아주려고 했더니 저를 확 밀쳐내면서, 자기는 너무 쓸모없고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서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숨 쉬는 것조차 끔찍하다며 자기 머리를 막 때리고 쥐어뜯는 겁니다.
최근 들어 부쩍 기운도 없고 자기 방에만 있길래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가 보다 생각만 했지, 속으로 자기 자신을 이렇게까지 혐오하면서 끔찍한 생각까지 하고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놀란 마음에 울며불며 "네가 얼마나 소중한 딸인데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냐"고 달래봤지만, 아이는 제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그저 다 끝내고 싶다는 말만 반복하다 지금은 지쳐서 잠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안 보는 사이에 아이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할까 봐 방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제가 평소에 아이를 너무 몰아세운 걸까요? 당장 내일 아침에 아이가 깨어나면, 엄마로서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아이가 저 무서운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 좀 살려주세요 선생님.
A.안녕하세요, 아이의 극단적인 고통을 눈앞에서 마주하시고 얼마나 큰 충격과 두려움을 느끼셨을지, 부모님의 절박하고 무너지는 마음이 글을 통해 깊이 전해집니다.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그 간절한 마음에 먼저 깊은 연대와 위로를 보냅니다.
현재 아이가 호소하는 극심한 '자기 혐오'와 자해적 행동은 단순히 일시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넘어선 심각한 심리적 위기 상태로 보입니다. 상담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청소년기의 자살 사고는 '정말 삶을 끝내고 싶다'는 의미라기보다 '지금 겪고 있는 이 압도적이고 끔찍한 심리적 고통을 제발 멈춰달라'는 처절한 구조 신호입니다. 아이는 지금 내면에 쌓인 거대한 절망과 분노를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해 공격적으로 표출하며, 자아 존중감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가장 먼저, 그리고 최우선으로 당부드릴 것은 '물리적, 심리적 안전의 확보'입니다. 댁 내의 위험한 물건들을 눈에 띄지 않게 치워주시고 당분간 아이를 혼자 두지 마십시오. 아이가 깨어났을 때 "부모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하냐", "너는 소중한 사람인데 왜 그런 논리 안 맞는 소리를 하냐"며 아이의 인지를 교정하려 하거나 죄책감을 자극하는 말씀은 절대 피하셔야 합니다. 대신, "네가 그동안 스스로를 미워할 만큼 혼자서 너무나 큰 고통을 견디고 있었구나. 엄마가 몰라줘서 미안해.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네 편이고, 널 안전하게 지킬 거야"라며 아이의 고통스러운 감정 자체를 비판단적으로 수용하고 타당화해 주시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따뜻한 위로와 의지만으로는 현재 아이를 덮치고 있는 심리적 위기를 온전히 다루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급성 위기 상태에서는 지체 없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나 임상심리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심리 평가와 위기 개입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기저에 우울증이나 다른 심리적 요인이 있는지 파악하고, 아이가 다시 내면의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안전망을 구축하시길 간곡히 권해드립니다. 부모님 또한 이 과정에서 홀로 소진되지 않으시도록 전문가의 지지를 반드시 함께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자기혐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3단계 마음 돌봄"
1. 우울 뒤에 숨은 '수치심'을 먼저 보아주세요
아이가 우울해 보일 때 단순히 "기운 내"라는 말보다는, 아이가 스스로를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있는지(수치심), 혹시 자신을 혐오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내면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주어야 합니다.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여기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조언이 아니라,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매 순간 확인시켜 주는 따뜻한 연결감입니다.
2. 완벽함에 대한 강박과 비난을 멈추게 하세요
자기비난이 심한 아이들은 실수에 대해 매우 가혹한 기준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찍습니다.
아이가 작은 실수를 했을 때 "다음엔 더 잘하자"라고 말하기보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쏟은 노력에 주목해 주세요. 실수는 아이의 인격이 아니라 단순한 행동의 결과일 뿐임을 인식시켜 주어야 아이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3. 자아존중감 회복과 전문가의 도움 연결하기
내면화된 수치심과 자살 사고는 아이 혼자만의 의지로 극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아이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자존감을 높이는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미 자살 사고가 빈번하거나 일상생활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면, 아이가 가진 왜곡된 인지 구조를 상담을 통해 치료적으로 재구조화해야 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McLoughlin, A., Sadath, A., McMahon, E., Kavalidou, K., & Malone, K. (2022).Associations between humiliation, shame, self-harm and suicidal behaviours among adolescents and young adults: A systematic review protocol.PLoS ONE, 17(11), e0278122.
Lieberman, A., Robison, M., Wonderlich, S. A., Crosby, R. D., Mitchell, J. E., Crow, S. J., ... & Joiner, T. E. (2023).Self-hate, dissociation, and suicidal behavior in bulimia nervosa.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335, 44-48.
Lurigio, A. J., Nesi, D., & Meyers, S. M. (2024).Nonsuicidal self injury among young adults and adolescents: Historical, cultural and clinical understandings.Social Work in Mental Health, 22(1), 12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