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기가 막혔다. 주인?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 니가 선택한거야, 억울해하지마."
그는 아래 사람 처다보듯 날 내리깔아 보더니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꼭 내 맘을 궤뚫어 보고있는 것 같았다.
선택? 내가 언제 주인이 되달라고 말했단 말인가.
"난 그런 선택따위 한 적 없어."
내가 말을 마치자 그의 표정의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는 피식 하고 한번 웃더니 날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 중저음의 낮은 어조로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잘 생각해봐-"
생각해보나 마나 난 그런적이 없었고 그걸 원했던 적도 단 한순간도 없었다.
하지만 나약한 난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증오란 감정이 머리끝까지 차오름과 동시에 두렵고 이런 내가 한심했지만,
이 학교에서 내 편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저... 조용히 고개를 내리깔고 가만히 있는 수밖에.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난 아이들의 속닥거림을 들으며 교실로 돌아갔다.
"야, 쟤 6반에 전학온애 아니야?"
"맞어, 반승현한테 완전 찍혔대."
"왕따라며?"
"아직도 몰랐어? 우지민이랑 사귄다는 소문도 있던데?"
"웬일이야. 큭큭, 왕따끼리 사귀는거야?"
이제 난 경원고등학교의 '공식왕따' 였다.
내가 왕따라는걸 모르는 애들은 없었다.
자괴감과 동시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역겨운 기분이 들끓어올랐다.
교실에 들어가자 역시나 아이들은 나를보고 보란듯이 수군거렸다.
우지민은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일부러 괜찮다는 듯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자리에 앉았다.
펑펑울면서 안괜찮다고 힘들다고 티를 내기엔 내 자존심이 그걸 허락치 않을 것 같았다.
우지민은 위로도 해주지 않았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다행이었다. 누군가가 조금만 건들여도 눈물이 폭포수처럼 터질 것 같았으니까.
수업은 평소대로 진행되었지만 하나도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이곳이 미치도록 싫었다.
점심시간
반 아이들이 밥을먹으러 모두 나가고 교실엔 또 나와 우지민 뿐이었다.
난 멍하니 칠판만 응시한 체 앉아있었다.
우지민은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그렇게 몇분, 우지민은 내 눈치를 조금 보는 듯 하더니 침묵을 깨뜨렸다.
"괜..찮아?"
"...괜찮아보여?"
"아니"
"그래. 안괜찮아."
"......"
"난 내가 왜 이런꼴을 당해야하는지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어."
무언가를 말하려던 우지민은 입을 다물고 나에게 자두맛 사탕을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어렸을 적 정말 좋아하던 사탕이였다.
"먹어."
우지민은 한번 웃더니 사탕을 까서 입에 넣었다.
조그만 입이 우물거렸다.
"고마워"
사탕을 까서 입에 넣었다. 달달하고 새콤한 자두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함이었다.
어렸을때 참 많이 먹었던 사탕이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던데...
항상 맛을 더 느끼려고 깨물어 먹곤 했었다.
와드득 와드득. 사탕 깨지는 소리가 기분좋게 들렸다.
"이 사탕, 요즘 파는 곳 못봤는데..."
"딱 한곳 있어."
"정말? 어딘데?"
"비밀이야."
"치사하다!"
내 말에 우지민은 말없이 웃어보였다.
정말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다. 웃는게 묘하게 예쁘다.
특히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저 회색빛 눈동자...
"나 뚫어져."
"응? 아, 응"
나는 민망해서 획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하여튼 나는 조금만 이래도 금방 얼굴이 빨개져서 탈이다... 휴
얼굴도 식힐 겸 창문을 조금 열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상쾌한 바람. 시원했다.
옅게 라일락향기도 풍겨왔다. 우지민에게서 나는 향기같았다.
눈을감고 향기를 맡으니 꼭 아까 갔던 그 곳에 있는 느낌이였다.
이상하게 이 아이와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저번에도 처음보는애 품에 안겨서울고...
향기때문인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집.
오늘은 다행이도 족제비놈이 남으라는 소리가 없어서 종례마치자마자 부랴부랴 하교했다.
교복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지잉. 지잉.
집이 조용해서인지 핸드폰 진동소리가 크게 들렸다.
발신자를 보니 지혜였다.
그러고보니 여기와서 잘 도착했다고 안부전화 한번 안했다.
손바닥으로 머리를 한번 내리친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엄마야!"
("이 나쁜기지배!!!!")
"귀 찢어지겠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지옥에서 천국에 간 느낌이 들었다.
근데 목소리에 힘이 팍 들어간걸 보니 화가 많이났나보다.
삐지면 오래가는데... 어떻게 풀어줘야하지.
예전엔 피자빵에 바나나우유면 금방 풀어졌는데...
이젠 그럴수도 없다.
("넌 찢어져도싸! 나쁜기지배!! 어쩜 전화한통 없어!")
"미안..."
("나쁜년! 전화해도 다 씹고!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 아, 잠깐만 나좀 말하구!")
뒤에서 한성이가 바꿔달란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티격태격이네...
몇 일전만 해도 나도 저기서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을텐데...
반가움과 서러움에 목이 메었다.
가시같은게 목에 박힌 느낌이였다.
("왜 말을안해!")
"흑..흐윽.."
("은담이 너 울어? 야, 박한성 은담이 울어. 어떻게 해.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봐. (아유, 반지혜 너때문에 내가 못살아.
이리 줘봐!)")
뒤에서 들리는 한성이 목소리.
그립다... 너무 그립다...
("여보세요? 차은담!")
"응. 나 괜찮아. 안울어. 그냥...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나오려던걸 애써 참으며 말했더니 목이 따끔거렸다.
("안 울긴 뭘 안우냐. 너 울음 참고있잖아.")
"다음에 통화하자"
역시... 날 너무 잘아는 한성이.
눈물이 너무 솟구쳐 더이상 전화를 없을 것 같아 조용히 핸드폰 플립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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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댓쪽지 원하시면 ★을 댓글앞에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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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1빠
아 너무 기다렸었는데 못찾았었는데, 이제 찾았어요!! 너무 재밌어요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요~
^.^재밌었다니까 기뻐요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담편~기대할께요^-^
네^^*감사합니다ㅎㅎ
★ 짜ㅑㅇ 재밋어용!!! 담편빤낭~~
재밌다니까 기분좋아요ㅋ.ㅋ 담편빨리올릴게용~
★다음편 기대할게용 하핫
^^*네네 기대많이해주세요~ㅎㅎㅎ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기대요^^!
네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웅~역시재밋는~ㅋㅋㅋㅋ담편기다리고잇을께용~
담편올렸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