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368차 산행기(2012. 6.1)
장소 : 동아대 병원 - 대신공원- 꽃마을
참가자 : 춘성, 중산, 난곡
오늘은 가장 열성적으로 참가해왔던 몇 회원님들이 해외여행 중이라
참가자가 몇 분 되지 않을 것 같아 좀 걱정스러워
다른 날 보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
산자수려한 동네, 낙동강 하구와 대한해협을 지키며 서 있는
성곽 같은 우리 동네를 벗어나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면서
약속 장소인 동대병원 입구에 내려서 살펴보니
시간은 10여분이 초과되었는데
기다리고 있어야 할 사람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참가자가 적을 것을 미리 짐작하고 모두가 불참키로 한 것인가?
그래도 그럴 수는 없지. 비가와도 눈이 와도, 한 사람만 와도
산행을 멈추지 않는 것이 산삼회의 전통인데…….
눈동자를 크게 열고 병원정문으로 다가가며 좌우를 한참 살피니
저 안 쪽에서 모자 쓴 사람이 한사람 손을 흔든다.
춘성이다. 박세주가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다.
아침에 가까운 동네 친구 두 사람에게 산에 가자고 전화를 했더니
모두 갈 의향이 50%를 약간 상회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오겠구나 하는 마음에
버스 정류소를 눈이 빠지게 살피며 기다려도
아는 사람은 아무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슬슬 가고 있으면 올 사람은 따라 오겠지” 하면서 산행을 시작했다.
저수지 위의 급수장에서 눈을 입구 쪽으로 향한 채
일부러 천천히 물을 마셔도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공연장 위의 벤치에 잠시 쉬면서 집나간 낭군을 기다리는
아낙의 마음이 되어 한참을 오는 쪽을 응시하니
비슷한 모습이 하나 윤곽을 점점 또렷이 만들어 낸다.
“중산이다” 춘성의 목소리…….
중산은 3일 동안이나 배탈로 고생하고
아직 덜 나은 몸이지만 참가자가 적을 것을 걱정하여
억지로 나왔다고 한다. 정말 고맙다.
매점을 지나서 좌로 꺾이는 다리에 걸터앉아
난곡의 떡과 춘성의 도넛을 하나씩 나누어 먹어보지만
간식의 수는 입의 수보다 너무 많다.
가까이 있는 아주머니들을 온갖 미사여구를 써서 권해 보았지만
성과는 미미하여 한 사람이 한 자루씩 들고 산행을 계속한다.
춘성이 공작을 했으면 성과가 컸겠지만
나의 여성 다루는 솜씨가 형편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엔…….
꽃마을로 향하는 분기점 전 3,40m 지점에서
꽃마을 쪽으로 난 오솔길을 발견하고 그 길로 길을 잡았다.
입구는 아주 작게 보였으나 몇 걸음 들어가니 아주 잘 난 길이었다.
길이 좁으니 숲은 더 가까이 느껴졌고 더 빽빽하게 보였다.
애용하던 임도보다 오히려 더 평탄하고 요철도 적어 다니기 좋았다.
“이 길이 더 좋다. 다음에도 이 길로 오자”하면서 계속 걸으니
내원정사 조금 못 미친 곳으로 나왔다.
나무, 정말 좋은 것이고 고마운 존재이다.
나무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잎으로 그 관(冠-樹冠 : 키 작은 관목이나
관상수의 윗부분을 이르는 말)을 장식하여 자신과 숲을 아름답게 꾸민다.
나무나 숲이 주는 도움은 무수히 많지만
지구 온난화가 큰 문제로 된 이 시대에는
그 주범인 탄소를 저장하는 숲의 기능에 인류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숲의 탄소저장 기능은 공기중의 탄소를 나무의 몸체에 저장하는 기능이다.
숲이 생성한 잎, 줄기, 뿌리, 낙엽, 부엽토
이런 것들 모두가 주성분이 탄소이고
탄소가 산소와 결합하여 만든 이산화탄소가 온난화를 일으키니
인류가 지구 온난화라는 큰 재앙의 해결을 위해
숲에 큰 기대를 걸고 숲의 양을 키우는데 적극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는 일이다.
우리는 그 거대한 고마움의 冠 속을 걷고 또 걸으며
건강과 우정을 다진다.
내원정사가 앞에 보이고 조금 더 가면 할매집이 반겨주겠지만
두 사람의 손에 들려있는 간식 주머니는 아직도 배가 불러
대신초등하교 앞까지 걸어가잔다.
구덕산 청소년 수련장 앞 숲 속에서 회식을 즐기는
150명은 됨직한 어떤 단체 회원들의 옆을 지나
계곡을 거쳐 차도로 나와 광성공고 앞에 오니
“한방돼지국밥”이란 새로 만든 간판이 보인다.
춘성이 새로 생긴 집이니 음식 맛을 보자고 하고
주인인 젊은 부부는 6월 중에 오는 손님에겐
술 1병은 서비스를 한다고 한다.
돼지국밥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하여 먹으니 값은 18,000원
춘성이 자기가 주장하여 온 집이니 자기가 계산한다고 고집이다.
우리 세 사람은 다음 주에 만나자며
굳센 악수를 나누었다. 끝
모두 모두 건강하세요.
첫댓글 산행기 잘 읽었소이다. 나뭇잎들을 관이라고 표현한 것은 처음이네요. 난곡 선생도 시인이오. 사람들에게 어렴풋한 관념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것이 시인들이지오.
冠이란 말은 樹冠이란 말에서 따온 말이고, 수관이란 용어는 조경업자나 원예가들이 쓰는 말인데, 보통 키작은 造景樹 - 둥근 향나무, 둥근 주목, 둥근 반송 등 - 의 크기를 말할 때 그 나무 윗부분의 직경을 樹冠幅. 윗부분까지의 높이를 樹冠高라하며, 가격 결정의 중요 자료로 삼는데, 대형 교목도 그 외관을 수관이라 불러보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나무를 존중하는 뜻에서 冠이라 불러보았다네. 늘 관심을 가지고 좋은 평을 남겨 주시는 남계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