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격언 중에 물밑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하라는 말이 있다. 조정 장세에 미세하게 감지되는 변화의 줄기를 읽으라는 뜻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24만명)의 은퇴에 들어맞는 말이다. 시작되기 전에는 말이 많다가 막상 시작되고 나면 조용한 분위기다. 이제부터 나타나는 물밑의 은근한 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 오팔세대가 부각되고, 개성과 취미에 따라 파격을 즐기는 에코세대(베이비부머 자녀 세대, 1979~1997년생, 1345만명)가 등장하는 등 베이비부머와 에코세대의 세대 현상이 어느덧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은퇴를 준비하는 한 지인은 큰 집을 처분하고 작은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짜임새 있는 아파트 내부는 물론이고 단지 내 공동시설도 다양하게 마련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앱 예약으로 스크린골프장에서 운동을 하고, 코인세탁실 이용료가 앱으로 관리비에 자동 부과된다. 느긋한 시간에 인근 카페를 탐방하며 브런치를 즐기고, 주변 생활 정보를 서로 긴밀히 공유하는 젊은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화려한 중년 오팔세대에 걸맞게 살아가는 삶의 힌트를 얻었다고도 했다.
직설적이고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라이프스타일을 베이비부머가 흡수하고, 은퇴 세대의 노하우와 경험을 에코부머, 그리고 더 젊은 세대가 응용한다. 노유 공존, 세대 간 교류, 세대 현상이 막 시작되고 있다.
공간도 세대 현상에 따라 빠르게 변한다. 부모·자녀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가변형 벽체로 방이 두 개로 나뉘고, 하나로 합쳐진다. 알파 공간이 방이 되고, 거실이 되고, 창고, 공부방과 서재가 된다. 주방이 브이로그(영상일기) 촬영장이 되고, 랜선 집들이(온라인 집들이)가 일상이 된다. 세대 현상이 관습을 부수고, 개성과 파격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세대 현상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공간 수요 변화를 따라가는 주거 공간의 변화 속도와 폭은 세계에서 으뜸일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이 끝나간다. 세대 현상이 갈등으로 드러나는 사건·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모든 가정에 세대 현상이 긍정의 에너지로 작용했으면 한다. 세대가 함께 어울려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힘이 되고, 존중받기를 바란다.
퇴물, 애송이 취급이 아니라 베이비부머는 인생을 즐기는 오팔세대가 되고, 에코세대는 전 세계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자료 : 매일경제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2020.05.22. 오전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