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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피난(1)
“짝!”
피눈물을 흘리며 몸부림치는 차녀 오네챠와
“짝!”
그녀 위에 올라타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장녀 오네챠
“짝!”
사실 내가 어떻게 이 언덕으로 올라오게 되었는지,
모두가 내 특기라고 추켜세우던 나의 기억력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달려보니 언덕이었고, 그곳에는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자매들과 마마는 내 일련의 탈출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언덕 등성이부터 나를 죽여버리겠다며 달려들었던 차녀 오네챠는 다른 자매들이 붙잡고 장녀 오네챠가 덮쳐서야 겨우 제압되었습니다.
그리고 마마는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온 힘을 다하여 뺨을 후렸습니다.
‘그래서 구한데스우? 그렇게 잘나서 엄지를 구한데스까?’
“짝!”
‘으읍...읍읍!! 으으으읍!!’
‘제발... 이러지 마는테치, 소리 내면 다 죽는테츄!’
장녀 오네챠가 차녀 오네챠에게 빌다시피 속삭였습니다.
얼얼한 뺨보다도, 차녀 오네챠의 살기어린 눈빛이 더욱 아프고 무서웠습니다.
그녀는 바닥에 납작 깔려 입을 틀어막혔어도, 필사적으로 나를 바라보려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책망, 원한, 저주, 혐오...
“짝!”
‘데히이... 데히이... 나쁜 년인 데스. 제 머리 잘난 맛에 사는 불효자 데스. 솎아버렸어야 했던 분충이었던 데스우’
한 번 더 뺨을 후려친 마마가 내 머리를 잡아 흔들며 말했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주를 퍼붓는 마마의 두 눈에서도 색색의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오마에도 영영 잃어버렸어야 와따시 마음이 편안할 줄 알았던 데스까?’
마마가 다시 팔을 들어 힘껏 뺨을 쳤습니다.
‘이모토챠, 제발 진정... 테챠아아앗!’
‘오마에에에! 죽여버리겠는테츄! 이모우토를 팔고 산 똥분충! 죽여버리겠...! 으으브브븝!’
입을 틀어막는 장녀 오네챠의 손을 물은 차녀 오네챠가 그 틈을 타 소리쳤습니다.
순식간에 4녀 오네챠가 달려들어 다시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테기이..잇...! 조용히 있는테치이, 조용히이...! 6녀 이모토챠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일 뿐인 테츄우우...!’
4녀 오네챠가 혼신의 힘을 다해 차녀 오네챠의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습니다.
“짝!”
‘...데히이, 누누이 말한데스. 가족이 위험에 빠질 때 무모한 집착을 가지면 그대로 일가실각이라고 말인 데스우. 기억하는 데스까?’
‘...’
‘대답하지 못 하는 데스까?’
마마가 다시 뺨을 후려쳤습니다.
곧 중실장을 앞두고 있었더라도, 성체실장이 연거푸 힘껏 뺨을 후리니 입안이 얼얼해 피가 잔뜩 고였습니다.
‘...테츄우’
언덕에 오르니 공원 옆 외곽순환 고속도로 교량과 꽉 막힌 4차선 도로에서 나는 소음에 한쪽 귀가 얼얼했습니다.
다시 왼쪽 귀로는 우리 집을 파괴하는 예초기가 여전히 대단한 굉음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머리에서 윙윙대는 엄지챠의 모습과 마마가 힘껏 치는 뺨의 충격으로 내 뇌와 위석은 곤죽이 되어버린 양, 그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어려웠고 사실 그저 한숨 자면 잊어버릴 몽중몽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나는 몽롱한 정신에 순간 다리가 풀려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러면서 언덕 정상에 듬성듬성 심어진 나무에 저절로 탁 기대게 되었습니다.
‘...데스우’
‘테에...’
‘...어설픈 양충들의 치명적인 약점이 뭔 줄 아는 데스까?’
쭈그려 앉은 마마가 나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가족에게 집착한다는 것인 데스. 물론 분충이라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닌 데스. 그러나 잡생각이 많은 어설픈 실장석은 열이면 열, 무모할 정도로 가족에게 집착하는 데스우.’
가족이란 단어에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축 늘어진 손이 긴장되며 덜덜 떨렸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이, 내 앙증맞은 귀여운 동생을 나는...
어디에 두고 온 거지. 어떻게 해버린 거지, 내 동생.
‘...이게 양충의 한계인 데스. 지나친 집착은 장점이 아닌 데스우.
마마도 위험에 빠진 하나의 자를 구하려다가 다른 자를 잃어버리고 망연자실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데스.
다른 자매를 구하려 무모하게 나서다가 함께 콘페이토 별이 되어버린 자들도 있었던데스.
똑똑하던 오마에도 결국 그렇게 집착하다가 가버리는구나, 와따시는 피눈물을 흘리며 이 언덕에 올라왔던데스’
‘...’
‘와따시는 이 언덕에 올라오고, 오마에가 그대로 죽은 줄로 알아서 오마에처럼 풀썩 주저앉았던 데스우. 알겠는데스까. 그만한 불효가 이 세상에 또 있는 데스까?
그러나 데스우님이 보우하사, 오마에가 엄지챠와 함께 무사히 나온 것만 해도 기적이었던데스. 와따시는 멀리서 오마에가 안전하게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는 깨져버린 돌씨 다시 붙은 기분이었던 데스우’
‘...그래도... 엄지챠를 구하지 못한테치. 와따치가... 버린테치. 와따치가...’
‘...’
‘...와따치가...잘...못한테츄까? 아니지테치?’
자꾸 눈물이 앞을 가리니 지척에 있는 마마의 얼굴도 흐릿흐릿, 보이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들썩거리는 차녀 오네챠와 그걸 깔아뭉개고 있는 다른 자매들도 뜨거운 눈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습니다.
‘잘한 것인 데스. 오마에 잘못이 결코 아닌 데스우’
마마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터져서 피가 나는 내 오른쪽 뺨을 쓰다듬었습니다.
‘마마... 마마... 와따치가... 엄지챠를... 끝까지 마마한테... 데려간다고... 테엥... 분명 그랬... 약속했는...’
마마는 나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기억하는데스. 가족 하나가 커다란 위험에 빠지면, 오마에는 그저 등을 돌리고 살아남아야 하는 데스우.
가족을 팔아서라도 살아야 하는 데스. 실장석으로 태어났다면 그것이 운명인데스.
마마도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한데스. 닝겐상의 자로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한데스우.’
서로의 얼굴에 진한 색눈물이 뒤엉켜 묻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실장석이란 것이 더없이 혐오스러웠고, 가족을 팔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의 무력함에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왜 이렇게 태어난걸까.
왜 모두가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살아야만 하는가.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이럴 바에야,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한꺼번에 사라진다면 그걸로 좋을 텐데.
...
...
몰려오는 피로와 혼란한 정신, 깊은 고뇌에 나는 어느새 다시 인사불성이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눈에 초점이 돌아왔을 때, 마마는 그녀의 앞치마가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으며 세심하게 나의 얼굴에 묻은 피와 흙먼지를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불어터진 뺨을 정성스레 핥아주었습니다.
...
...
시간은 쓰라린 심정을 외면하고 초침만 돌렸습니다.
어느새 호수에는 분수가 켜져 시원한 물줄기가 솟았습니다.
이제 해는 정오만치 높이 뜨지는 않았어도, 순식간에 저편 아파트를 뛰어올랐습니다.
광분하던 차녀 오네챠나, 엄지를 팔고 뛰쳐 온 충격에 미치기 직전인 나나,
이제는 모두 진이 빠져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는 나무에 기대 앉아있었습니다.
다만 차녀 오네챠는 장녀 오네챠와 서로 한쪽 팔에 노끈을 묶은 채로 멀찍이 다른 나무에 앉아 있었습니다.
차녀 오네챠가 언제 또 나에게 달려들지 몰라 4녀 오네챠가 둘을 묶어둔 것입니다.
그런 차녀 오네챠와 마주앉은 마마는 그녀와 오랫동안 진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침부터 등을 기대고 있는 나무에 4녀, 5녀 오네챠와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차녀 오네챠가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이었던테치’
내 옆에 앉아 한참 풀을 조물딱 거리던 5녀 오네챠가 말했습니다.
4녀 오네챠가 ‘테츱!’ 하며 5녀 오네챠를 쏘아보고는 팔을 꼬집었습니다.
작은 4녀 오네챠의 꼬집음에 덩치 큰 5녀 오네챠가 꼴사납게 몸을 배배 꼬았습니다..
‘사실인...테츄...’
‘조용히 안 하는 테츄까, 눈치가 그렇게 없어가지고는...’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일은 오마에, 6녀챠 잘못이 아닌테치. 물론, 마마의 말을 듣지 않고 집으로 뛰쳐 들어간 부분은 오마에 잘못인테치’
‘...’
‘멀리서 보아도 엄지챠의 상태는 심각했던테치. 살아남기 어려웠을테치.
엄지챠를 낼름씨에게 바치고 살아남는 것이 가장 현명했던 것이 맞는테츄.
절대로 오마에가 나빴던 것이 아닌테츄. 엄지챠도 자신을 그렇게 희생시켜 주기를 바랬을테치.’
‘...오네챠’
‘테치’
‘...오네챠 아팠을 적에... 기억하는 테치까. 엄지한테... 우리가 실장 동화...’
‘정신차리는테치, 이모토챠’
단박에 말을 끊은 4녀 오네챠가 나에게 완전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습니다.
특유의 쏘아보는 눈매가 매서웠습니다.
평소에는 그러한 눈매가 도리어 퍽 비율 좋은 그녀의 매력을 북돋웠지만,
오늘만큼은 누구보다도 증오심이 담긴 듯한 효과를 내었습니다.
‘엄지챠는 파킨한테치. 저 멀리 콘페이토 별이 되러 간 테치. 자꾸 기억을 더듬고, 회상하고, 후회하면 엄지챠가 낼름씨 배를 가르고 살아 나와주는테치까?’
‘오네챠, 그만하는...’
심한 표현에 5녀 오네챠가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그렇게 나약해서 어떻게 살아남겠다는테치까?
그 좋은 머리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테치까? 값어치를 못 하지 않는 테치까?
정신차리는테치. 우리들도 돌씨에 금 저리게 색눈물을 흘리며 이곳에 올라왔던테츄.
오마에만 슬픈테치까.’
‘...’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엄지챠를 슬퍼할 자격이 없는 것일 수도 있는테치.
수많은 실장석들이 이보다도 더한 슬픔을 매일 겪잖냐는 테치.
그리고 우리도... 많은 동족을 그렇게 하지 않았냐는 테치.’
머릿속으로 나를 조소하는 생각들이 무럭무럭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죽여온 수많은 생명과 동족들...
그들을 거리낌 없이 죽여 놓고, 작은 엄지 이모토챠 하나 잃은 내가 세상 다 잃은 양 있는 것도 참 우스운 꼴이었습니다.
‘...오네챠 말이 맞는테치... 그런테치...’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이 여린 마음씨가 고쳐질지는 나 또한 장담치 못했습니다.
다시 엄지가 떠올랐고, 나와 가족이 죽였던 수많은 생명들이 떠올랐습니다.
눈물이 왈칵 올라오고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다시 눈물을 보이는 내가 싫었고, 오네챠 말마따나 그 좋은 머리 값어치를 못 하는 여린 성격이 싫어졌습니다. 차라리 분충으로 퇴화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4녀 오네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내 어깨를 토닥였습니다.
...
어느새 해가 벌써 저편으로 가라앉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언제까지고 죽치고 있을 수만도 없었으나, 그렇다고 집에 돌아가기에는 또 언제 인간들이 위이잉씨를 들고 찾아올지 알 수 없었습니다.
마마는 떠날 채비를 하며 우리를 한 곳에 모았습니다.
‘그나마 이 언덕은 이미 풀이 깎여나가서 다행인데스우. 아무도 이곳을 다시 찾아오지는 않을테니데스우...’
지는 해를 바라보는 마마가 말했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노숙하는 테치까? 테칙!’
4녀 오네챠가 물었습니다.
‘가을씨가 돌아온 탓에 저녁은 아주 쌀쌀한데스우. ...밤바람에 오마에가 또 감기에 걸리면 큰일인데스. 벌써 이렇게 기침도 도지고... 다른 짐승들도 돌아다니고...’
‘마마는 생각해둔 게 있는테치까’
무언가 눈치를 챈 4녀 오네챠가 되물었습니다.
‘남쪽 광장으로 가는 데스우. 며칠 전에 새로 지어진 화장실로 가는 데스’
‘테에, 마마, 화장실은 위험한테치. 닝겐상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곳인테츄’
장녀 오네챠가 걱정스러워하며 말했습니다.
‘며칠 밤 정도는 괜찮을데스우. 숨기 적당한 곳도 분명 있을거인데스’
마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5녀챠가 줄곧 지고 있던 비상물품 비닐봉지를 건네받았습니다.
그리고는 바닥에 놓여있던 장창끝에 비닐봉지를 단단히 묶고 어깨로 들쳐 매었습니다.
‘출발하는데스우. 부지런히 가면 햇님상이 딱 질 때쯤에 화장실에 도착할 것인 데스’
석양이 이제 인천의 아파트 뒤로 넘어가려 했습니다.
나는 마마의 예측과는 달리 한참 어두워지고서야 남측 광장 화장실에 도착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마마가 앞장서 언덕 능선을 내려갔고 그 뒤로 장녀 오네챠와, 줄이 연결된 차녀 오네챠가 끌려가듯 뒤따랐습니다.
다시 그 뒤로 나와 4녀 오네챠, 5녀 오네챠가 바짝 따랐습니다.
멍한 것처럼 보였던 차녀 오네챠가 이따금씩 힐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나와 눈이 마주치려 할 때면 나는 눈을 깔고 바닥을 보았습니다.
꽤 완만했음에도, 어둑해지는 사방 탓에 몇 번 발을 헛구른 우리 가족은 겨우 언덕을 내려와 산책로 수풀 틈으로 숨어들었습니다.
바짝 깎인 풀은 우리를 완벽히 가려주지는 못했으나 숨지 않는 것보다야 나았습니다.
한참을 종종걸음으로 걷고 또 걷다가, 인기척이 들리면 최대한 온 가족이 흩어져 제 몸 숨기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지나가면 다시 부스스 나와 합류하고는 남쪽 광장을 향해 종종걸음을 쳤습니다.
‘거의 다 온 데스우...’
‘정말 그런테치. 저 소나무가 보이고 조금만 더 걸으면 남쪽 광장이 나오는테치’
얼마 뒤, 장녀 오네챠의 말대로 소나무밭 중 가장 휘어진 마지막 소나무를 지나치니 타일 바닥이 곱게 깔린 남쪽 광장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광장 저 구석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조그마한 건물이 보였습니다.
‘닝겐들이 새로 지은 화장실은 저렇게 밤에도 빛이나는데스’
마마가 멀찍이서 화장실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제 해는 거의 저물어 보라색 빛깔을 하늘에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저녁이 옴과 함께 불기 시작한 바람이 거세졌고, 얼굴에는 한기가 돌았습니다.
한겨울마냥 치명적인 추위는 아니었지만, 어서 따뜻한 공간에서 푹 몸을 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문제는, 인간들에게는 선선한 가을 날씨덕에 저녁 산책을 나온 인간들이 광장에 많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는 공원 한복판을 사선으로 통과해야 화장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길로 돌아서가자니 무척이나 긴 시간이 더 필요했고, 그 길마저 조명이 가득한 큰 산책로 길가와 맞닥트리는 곳이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닝겐들을 뚫고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는테치? 마마, 다른 방법은 없겠는테치까’
내가 마마에게 물었습니다.
‘...일단 집을 탈출하고 생각해둔 방법은 화장실 뿐이었던데스우...’
침착한 어조이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해 가족 모두가 동요했습니다.
‘마마, 그냥 이대로 집에 돌아가는테치. 한 번 우리 집을 헤집어놨으니 다시는 닝겐상들이 돌아오지 않을 테츄’
‘무슨 소리인테치까, 헤집어 놓은 곳에 또 나타나서 헤집어 놓는 것이 위이잉씨와 닝겐상인 테츄.’
‘그런테치, 적어도 3일은 집이 안전해졌는지 지켜보고 다시 되찾아야하는테치’
나와 장녀, 4녀 오네챠가 저마다의 의견을 내며 갑론을박을 이어갔습니다.
대화를 따라가지 못한 5녀 오네챠는 ‘테에...’ 하며 혼란해 하였고,
차녀 오네챠는 다른 것에 관심이 없다는 듯, 앉아서 풀떼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하는 데스우. 달님상 뜨고 요란한 실장, 열 마디 못외치고 죽는다 한 데슷!’
몸의 반도 가리지 못 하는 수풀 사이에 엎어져 공원을 관찰하던 마마가 힐끔 돌아보며 주의를 시키었습니다.
‘...곧 있으면 어른 실장도 추워서 못배길 정도로 찬 바람이 부는 데스. 지금 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데스’
‘닝겐상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하는 테치까’
‘닝겐상은 닝겐상 걸어 다니라고 만들어둔 길 이외로는 잘 움직이지 않는 데스우... 그러니까... 우리가 저 풀밭에서 뛰어가도 보지 못하기를 바라는 수밖에는...’
그렇게 말하며 마마가 가리킨 ‘풀밭’이란, 한때는 길가에 수북이 자랐던 잡초 숲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갈려 엄지실장 무릎만치나 겨우 가려줄 높이로 낮아진 곳이었습니다.
‘저... 저 구역을 어떻게 통과하는테치까. 가는 중에 닝겐상이 밟으러 오거나 하면...’
5녀 오네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으나, 옅은 공원 조명에 비치는 그녀의 구릿빛 얼굴이 4녀 오네챠만치 창백해 보였습니다.‘
‘...한가하게 어슬렁거리기나 하는 것이 저녁에 공원으로 나온 닝겐상 심리인데스우. 굳이 와따시타치를 해치러 길가에서 벗어나진 않을 것인 데스.’
‘저 중에 학대파가 없다고 할 수 있는 테치까. 위이잉씨가 나타난 이후로 갑자기 줄어든 우리 동족을 찾으러 두리번거리고 있는 학대파가 있을 수도 있는 테츄.’
4녀 오네챠가 그럴싸한 경고를 하자, 마마도 ‘끄으응..’ 하는 소리를 내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습니다.
‘이대로 여기서 끙끙대다가 햇님상 뜰 때까지 덜덜 떠느니 눈 질끈 감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게 맞다고 보는테치.’
내가 말했습니다.
‘마마 말대로 이 시간대에 공원을 나온 닝겐상은 우리를 해치고 싶은 마음이 없는테츄. 특히... 보는테치, 닝겐상들이 다들 저렇게 한 쌍씩 짝을 짓고 돌아다니면 적어도 학대파는 아니라고 한 테치. 가로등씨도 어두운데 우리를 볼 확률도 낮을 것인 테치.’
내가 이렇게 덧붙이자 마마는 조금 몸을 일으켜 내 두건을 쓰다듬었습니다.
‘장한 자인 데스우. 관찰력이 누구보다 훌륭한데스우’
‘6녀챠 말이 맞는테츄. 이렇게 있다가 낼름씨나 야옹씨가 나타나면 일가실각인테치’
5녀 오네챠가 불안한 눈빛으로 사방을 힐끔거리며 말했습니다.
야옹씨란 단어에 마마의 몸이 잠깐 들썩거렸습니다.
‘그럼... 가는 데스우.’
우리는 모두 ‘테치’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곧이어 마마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피고는, 그나마 사람들이 가장 없을 때를 틈타 타일 깔린 산책로를 넘었습니다.
우리 또한 광장 타일 길에 발을 들이며 전속력으로 마마를 따라 반대쪽 수풀가로 몸을 던졌습니다.
어둑한 조명이었다고는 하나, 잡초가 이렇게 짧아진 이상, 그 속에서 기도비닉을 유지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어? 저기 어둠 속에서 빛나는 저거...”
“참피겠지. 참피 눈깔이 원래 밤에는 반짝거려.”
이따금 웅성웅성 들리는 인간들의 잡담이 우리 귓전과 위석을 후볐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전속력으로 발을 놀려 광장을 가로질렀습니다.
한 수풀가를 지나면 다시 다른 타일 길이 나왔고, 우리는 또 멈추어 사방을 살피고는 기회를 보아 길을 건넜습니다.
‘테뱟!’
‘오네챠, 다친테츄? 일어나는테치!’
길을 건너던 중 넘어진 4녀 오네챠를 5녀 오네챠가 끌다시피 일으켰습니다.
다리를 헛디딘 4녀 오네챠가 신음하자 5녀 오네챠는 그녀를 업고는 뒤에서 우리를 뒤쫓아왔습니다.
‘마마, 4녀 이모토챠와 5녀 이모토챠가 뒤쳐진테치. 조금 속도를 늦추는테츄!’
장녀 오네챠가 외쳤습니다.
‘뎃?’
마마는 달음질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마마, 어차피... 닝겐상들은 관심이 없는테치.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가도 되겠는테츄’
내가 말했습니다.
“어디서 테치테치 거리는 소리 안 들렸어?”
“참피아니야?”
“예초 이후로 여기 참피 거의 절멸당했다던데? 뉴스에도 나왔어.”
“아, 봤어. 애호파들 밖에서 시위 하는 것도 나오던데.”
내 말이 무색하게 지척에서 인간들의 수다 소리가 들렸습니다.
과연 우리를 지나치며 나란히 걷는 인간 남녀 한 쌍이 보였습니다.
인간 남녀가 나란히 걷는다면, 우리가 먼저 위협하지 않는 이상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을 경험상으로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째선지 그날은 마른 침이 꼴깍 삼켜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참피가 있네, 저기.”
“쟤네들이 또 새끼까면 도루묵 아냐? 확 밟고 올까?”
몸서리가 쳐지는 위협이었으나, 곧 인간 여자가 까르르 웃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멀어졌습니다.
인간의 한낱 농담에도 우리가 몸서리를 치는 동안, 뒤처졌던 4녀 오네챠와 5녀 오네챠가 합류했습니다.
‘4녀 오네챠가 다리를 삔 테츄...’
‘쉿, 4녀를 와따시한테 넘기고 장녀가 이 장창을 드는 데스우. 조심해야하는데스.
창에 매달린 봉지에 우리 비상식이 다 들어간데스’
장녀 오네챠에게 장창을 건넨 마마가 4녀 오네챠를 안았습니다.
우리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았으나, 어느새 부쩍 커버린 오네챠였기에 마마가 두 손으로 안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였습니다.
그래도 마마는 힘든 기색 없이 속도를 내어 뛰었고 우리도 최대한 짧은 다리를 놀려 마마 뒤를 바짝 쫓았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타일 길 하나만 건너면 화장실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도달했습니다.
마지막 수풀에 도착한 마마가 고개를 빼고 두리번거렸습니다.
이윽고 마마가 뛰었고 그 뒤를 장녀, 차녀 오네챠가 뒤따랐습니다.
곧 나와 5녀 오네챠가 한꺼번에 길가를 벗어나 타일 길에 발을 들였습니다.
“왕! 왈왈왈! 크르르르...!”
‘테챠아악!’
‘멍멍씨인테치! 오네챠! 뭐하는테치까!’
가깝지는 않았으나, 개와 함께 조깅하는 사람이 바람같이 빠른 속도로 우리 앞에 들이닥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실장취를 맡은 것인지 매섭게 짖어대는 소리에 5녀 오네챠가 그만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버렸습니다.
‘왈왈!’
“말쑥아! 말쑥아! 쓰읍!”
‘테...테히히이...’
‘빨리 일어나는테치! 테챠아아...!’
다행히 미친 듯이 우리를 향해 짖어대는 애완견에 놀란 주인이 속도를 멈추고 개를 달랬습니다.
그틈에 나는 있는 힘껏 5녀 오네챠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등을 떠밀다시피 그녀를 움직였습니다.
곧 정신을 차린 5녀 오네챠와 내가 간신히 길을 건너 화장실 입구에 도착하자 입구 기둥 뒤에 숨어있던 가족들이 나타났습니다.
‘둘 다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던테치...’
장녀 오네챠가 울먹거리며 말했습니다.
‘왜 이리 정신을 못차리는데스까, 마마가 몇 번이고...’
마마가 주저앉고는 나와 5녀 오네챠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습니다.
어쩐지 오늘따라 마마도 상황의 혼란스러움에 냉정해지지 못 하는 듯했습니다.
‘마마... 마마, 이럴 때가 아닌테치. 어서 문씨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테치. 언제 또 닝겐상이 들이닥칠지 모르는테츄’
‘데에... 그런데스우. 어서 문을 열어야 하는 데스’
마마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우리 앞에 펼쳐진 두 문을 연거푸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데에... 여기 이 문인데스. 분홍 드레스 닝겐상 표시가 있는 문인 데스우.’
마마는 오른쪽 유리문에 다가가서는 힘껏 힘을 주며 밀쳤습니다.
새로 지어진 신식 화장실의 두꺼운 유리문은 마마가 아주 용을 써서야 작은 틈이 열렸습니다.
‘데샤아아아! 자들은 어서 들어가는데스우우!’
‘어서 들어가는테치!’
5녀 오네챠가 외쳤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따라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마 옆에 붙어 함께 문을 밀쳐냈습니다.
자실장치고 힘이 센 5녀 오네챠가 붙자 육중한 불투명 유리문이 조금씩 더 열렸습니다.
그 틈에 우리는 재빨리 몸을 던져 화장실 안에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다 들어가고 나서야 5녀 오네챠가 들어갔고,
마마는 더 용을 쓰며 문을 기어이 거의 열어젖히고는 손을 떼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마마가 들어오자마자 그 육중한 문이 순식간에 휭! 하며 닫혔습니다.
그러며 생기는 거대한 광풍에 힘이 빠져있던 내가 휙 넘어졌습니다.
‘정말... 정말 살기 힘들어진 세상씨인 데스우...’
마마가 철푸덕 앉아서는 숨을 고르며 말했습니다.
‘역시 새로 지어진 닝겐상 건물이라 그런지 우마우마한 냄새가 나는테츄...’
4녀 오네챠가 장녀 오네챠와 차녀 오네챠가 묶인 끈을 풀어주며 말했습니다.
‘정말 그런테치... 그리고 확실히 따뜻하기는 한 테츄...’
‘자들은 듣는 데스, 분명 모든 화장실에는 쓰지 않는 빈칸...’
‘데프프프프, 또 분충이 들어온 데스까?’
갑자기 들리는 낯선 동족의 목소리에 모두가 굳어졌습니다.
동시에 닫혀있던 첫 번째 칸 문이 탁 열렸습니다.
‘데프프프, 우마우마한 식량이 또 늘어난데스웅~’
곧이어 나타난 거대한 성체실장의 모습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깨져서 탁한 오른 눈의 애꾸,
실장석 특유의 재생력으로도 회복하지 못한 커다란 흉터가 가득한 얼굴.
피와 땟국물에 적셔지고 찢겨나가 걸레만도 못한 분홍빛 옷.
잔뜩 헝클어지고 기름져 때 묻은, 차라리 검은 빛에 가까워진 불결한 머리카락.
무엇보다도... 본적도, 들어본적도 없는, 마마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커다란 몸집과 쩍 벌어진 어깨의 거구.
처음에는 우리의 동족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오마에는...!’
‘보검을 드는테츄!’
장녀 오네챠가 외쳤습니다.
잠시 멍을 때리던 자매들이 황급히 팬티를 더듬으며 보검을 찾아 쥐었습니다.
여태 본 적 없던 크기, 끔찍한 몰골의 성체실장에 당황한 자매들의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마마가 서둘러 장창에 묶여있던 보존식 봉지를 풀었습니다.
그러고는 장창을 들어 쥐고는 지친 몸을 일으켰습니다.
성체실장이 데프프 웃으며 한 발짝 다가오자,
신식 화장실에서 주기적으로 뿜어지는 방향제에 감추어졌던 끔찍한 실장취가 도리어 방향제 향과 뒤섞여 우리의 코를 찔러대었습니다.
‘동족식...만 하는 분충인 데스까, 얼마나 오랫동안 동족식을 했길래...’
‘데프프프, 보기보다 똑똑한 분충인데스. 오마에도, 오마에의 자들도 모두 모두 와따시의 뱃속으로 들어오는데스우~’
낯선 실장석이 바닥에 놓인 커다란 바늘을 주우며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혓바닥을 뽑아 그 끝을 날름거리며 피식 웃어댔습니다.
‘주사...바늘...’
‘데에? 이게 무엇인지 아는데스까? 데프프프, 좋은데스! 정말 좋은 날인 데스우! 이걸로 오마에타치를 찔러 죽이고 맛볼 보람이 있는 날인 데스우! 데퍄퍄퍄퍄!’
‘다른 동족이 먼저 이곳을 선점했는지는 몰랐던데스우.
특히 이런 두껍고 불투명한 문을 평범한 동족들이 함부로 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데스우. 그래서 다른 동족이 없는 줄로 알았던 데스.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는 데스’
‘평화? 데프! 데프프프, 데프프프프! 아주 웃기는 분충년인데스, 데프프프프프프!’
거대한 성체실장이 자지러지게 웃으며 박장대소하였습니다.
나와 자매들도 여러 실장을 해쳐보고 심지어는 성체실장의 목숨 또한 앗아간 경험이 있었으나 마마 뒤에서 우리는 그저 부들부들 몸을 떨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한참을 웃던 성체실장은 몸을 굽혀 자신이 나온 첫 번째 칸에 팔을 뻗었습니다.
마마는 공격을 경계하며 장창을 겨누었습니다.
‘데프프프, 말로하자는데스웅~ 평화롭게해결하자는데스웅~ 친구인데스웅~’
성체실장은 무언가 둥근 것 여러 개를 한 움큼 쥐고는 마마를 향해 굴렸습니다.
‘테챠아아!’
‘테히이이익!’
‘데퍄! 데프프프프프프프! 데프프프! 아주 웃기는 분충 가족인데스!’
차녀 오네챠와 5녀 오네챠가 비명을 지르며 탈분하자 그 성체실장은 아주 웃겨 죽으려는 듯 폭소를 이어갔습니다.
‘그 분충들이 와따시의 뱃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유언이었던데스우~ 오마에타치도 곧 이렇게 될 테니 안심하는데스우, 데프프프’
마마와 우리 앞에 굴러온 동족의 해골 중 하나가 내 발 앞에 탁 멈췄을 때, 나는 졸도할 것 같은 공포심에서 정신을 차리려 무던히 애를 써야만 했습니다.
‘...어떻게 다른 실장들이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데스까’
‘데에? 궁금한 게 그런 것인 데스까? 데프프프, 저기 하얀색 라디에이터를 타고 창문을 넘는 것인 데스우. 이 화장실 밖에는 실외기가 있는 데스우. 데프프프. 그걸 넘으면 간단한데스네~’
부들부들 떠는 와중에도 나는 “라디에이터” “실외기” 같은 처음 듣는 단어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무언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사육이었던 데스까, 용케 이렇게나 살아남았...’
‘닥치는데샤아아아아!!!’
‘뷰류류륫....’
도저히 실장석의 성대에서 나왔다고는 믿지 못할 거대한 포효에 5녀 오네챠와 장녀 오네챠 또한 자신도 모르게 탈분을 해버렸습니다.
백전노장의 마마 또한 놀랐는지 공격자세 그대로 움찔해버렸습니다.
‘이...이 팔다리를 잘라내고 눈깔을 뽑아서 총구에 쑤셔 박아도 모자란 분충년이... 오마에가 뭔데... 감히 와따시를 넘겨짚는데스까, 죽여버리겠는데샤아!’
‘...’
마마가 겨드랑이 사이에 창을 고정하고는 다시 성체실장의 머리를 향해 끝을 겨누었습니다.
매서롭게 갈아놓은 창끝 바늘이 신식 화장실의 눈부신 LED조명에 반짝거렸습니다.
‘그딴 장난감 들고 설쳐도 소용 없는데샤아! 오마에는 숨만 붙여놓고 자들을 눈앞에서 먹어주는데샤아!’
그 거대한 성체실장이 커다란 보검을 마구 휘두르며 마마에게 다가오자, 마치 인간이 지나가듯 쿵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자들은 뒤로 피하는데스우!’
마마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했습니다.
‘저...저기 밑으로 가는테츄!’
4녀 오네챠가 세면대 밑에 어두운 곳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에 덜덜 떨며 그 안으로 뛰어갔습니다.
더러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탈분한 자국을 흘리며 질질 기어갔습니다.
‘죽이는데샤! 눈깔을 뽑는데샤! 팔도 뽑고! 다리도 뽑는데샤아!’
성체실장이 마구 보검을 휘두르자 마마도 최선을 다해 창을 이리저리 움직였습니다.
창끝이 부딫쳐 쇠붙이 소리가 화장실을 가득 채웠습니다.
나는 창끝에 묶어 고정한 바늘이 빠져나올 것 같은 공포심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세게 바늘을 쳐대니 갈대 노끈이 얼마나 버텨줄지 의문이었습니다.
강력한 마마였지만, 마마보다 강력한 성체실장이 나타남으로서 꼼짝없이 일가실각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심이 우리 자매를 엄습했습니다.
‘제...제발... 싫은테치... 죽기 싫은테치...’
‘오네챠아...’
혈전이 벌어지는 동안, 차녀 오네챠가 몸을 둥글게 말고는 마구 흔들어대며 중얼거렸습니다.
오전에 있었던 일로 심신을 다친 상태에서, 그녀의 정신력이 한계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제발 인간이 일을 보러 화장실 안에 난입하기라도 바랬습니다.
마마가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무언가 기적이 일어나 싸움이 멈추기를 바랬습니다.
실제로 마마의 싸움은 누가 보아도 불리해 보였습니다.
비록 내가 만들어준 창은 그녀에게 기다란 유효타 사정거리를 만들어주었으나,
성체실장은 그 커다란 키와 전능한 괴력으로 마마가 휘두르고 찌르는 창을 우스운 듯 튕겨냈습니다.
‘데푸푸프프프!! 계속 그렇게 뒷걸음질 치는 데샤! 데프프! 문에 막힐 때 까지 계속 뒷걸음질 치는 데스우~’
“챙! 챙! 깡!”
마구 튕겨지는 쇳소리와 점점 우리 쪽으로 가까워지는 마마와 성체실장.
잠깐의 안락한 피난처인 줄 알았던 이 곳이 우리가 죽으러 온 지옥 한복판이었다는 사실이 억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지금 마마가 패배해도, 마마를 버리고 도망갈 수도 없었습니다.
저 육중한 유리문을 우리가 열려고 한들, 그 문을 열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지만 열기까지 저 성체실장이 놓아줄 리가 없었습니다.
그 성체실장을 통과하고 라디에이터라고 불리던 하얀 철 기계에 도착한들, 저 기계를 타고 올라가기에는 아직 우리 모두 키가 부족하였습니다.
“데프프프! 죽어! 죽는데샤! 죽는데샤아아!”
“챙! 챙! 챙! 깡!”
마마가 뒷걸음질 치는 속도가 빨라졌고, 어느새 유리문이 그녀의 등에 닿았습니다.
장녀 오네챠가 ‘마마!’ 하고 소리쳤고, 나는 색눈물을 줄줄 흘리며 ‘테흡!’ 하고 숨 멎는 소리를 내었습니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이렇게. 우리 가족은 이것으로...
‘데퍄퍄! 이제 죽는...! 뎃? 데갸아! 이 마라 같은 년이...!’
‘...마마!’
어느새 마마는 성체실장과 위치가 바뀌어, 도리어 성체실장이 문 쪽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성체실장은 매우 혼란해하면서도 자신의 왼쪽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에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말이 많은 데스우. 싸움에 집중하지 못 하는 분충은 꼭 그렇게 허를 찔리는데스’
‘이 마라 같은 분충 년! 씹어먹는데샤아아!’
마마가 등에 문이 닿았을 때, 성체실장은 마마의 창을 옆으로 뿌리치고 자신의 손에 든 보검을 그대로 마마의 머리에 찌르러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마마는 즉시 창을 놓고는 옆으로 굴러 간발의 차로 보검을 피했습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속옷에 꽂아두었던 보검을 휘둘러 성체실장의 왼쪽 옆구리를 베었던 것입니다.
‘이... 이...!’
분노에 어쩔 줄을 모르는 성체실장을 두고, 마마는 태연히 창을 집어 들어 뒷걸음질 쳤습니다.
마마에게 재무장의 기회를 허용한 성체실장은 그제서야 마마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죽는데샤아아아!’
마마는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창을 내질렀습니다.‘
‘데갸아!’
창끝이 성체실장의 왼쪽 어깨를 정확하게 찔렀습니다.
‘이 정도는!!’
그러나 성체실장은 꽂힌 창을 무시하고 마마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더욱 깊숙이 창끝이 꽂히며 마마도 그 창에 끌려 밀려났습니다.
‘데그이익...!’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데샤아아아!’
화장실 타일 바닥에 밀려나던 마마가, 마침내 다음 타일 틈에 구두가 끼어 미끄러졌습니다.
그러나 창을 놓지 않은 그녀는 눕힌 채로 질질 밀려났습니다.
바닥에 닿아 끌리는 창 끝이 타일 틈과 부딫쳐 “딱! 딱!” 거리는 소리를 내었습니다.
‘분충은 죽는데샤아아!’
‘데기잇..!’
‘마마아!’
기다란 복도를 질질 밀려나던 마마는 마침내 반대쪽 벽에 닿아 머리를 쿵 박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성체실장은 멈출 기색 없이 마마를 압박하며 밀어냈습니다.
이대로도 마마의 목이 꺾여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마마! 마마! 하고 애타게 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마에 따위가... 오마에 따위가....!! 와따시를 애먹이는데샤아!’
‘데걋, 쿠우소옷...!’
창에 찔렸음에도 마마가 벽에 닿는 바람에, 둘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그 덕에 성체실장이 오른 팔로 기다란 주삿바늘을 휘두르니 마마의 다리가 크게 베였습니다.
‘이...이렇게 주...죽나, 저렇게 죽나테츄...’
‘오네챠아...?’
‘마마를 도와야 하는...테츄. 아무것도 안 하다가 죽는 것보다야...’
장녀 오네챠가 다리를 후들거리며 일어섰습니다.
다른 자매들이 운치를 지리면 죽을 만치 쥐어패던 그녀의 모습과는 달리, 오늘은 그녀 또한 성대히 팬티를 초록 물로 적셨습니다.
‘와...와따치도!’
5녀 오네챠가 겨우 차녀 오네챠의 몸을 짚고 일어섰습니다.
차녀 오네챠는 여전히 몸을 말고 덜덜 떨고만 있었고 4녀 오네챠는 어느새 지그시 눈을 감고만 있었습니다.
‘이미... 끝난테츄. 겸허하게 핀치를 받아들이는테치.’
‘...끝나지 않은테치, 4녀 오네챠.’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5녀 오네챠를 따라 일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앞서간 둘과 함께 달려갔습니다.
‘죽어! 죽어! 데프프프! 죽는데샤아아! 피! 피! 피를 뿜는 데샤아아!’
‘데극! 데갸아! 데걋! 데갸아아악! 오마에에에...! 데갸아아!’
자신의 주삿바늘 사정거리가 닿는 것을 확인한 성체실장이 그 우월한 몸집과 괴력으로 마마의 왼쪽 다리를 연거푸 푹푹 찔러대었습니다.
왼쪽 다리가 집중 공격을 당하자 천하의 마마도 비명을 질러대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창을 꽉 쥐고 놓지 않은 덕에 둘의 거리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어느새 마마의 피가 모처럼 새로 지어진 화장실 구석을 더럽히고 있었습니다.
‘이... 이 장난감인 데스네, 이 장난감만 아니면 오마에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 데스까? 데퍄퍄퍄!’
‘쿠웃소오... 동족식으로 뇌가 빠개진 분충년이...!’
‘데퍄퍄퍄아아!’
어깨가 심하게 찔려 거의 관통 직전임에도 성체실장은 그 초참적인 힘으로 왼팔을 움직여 창을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힘을 주었습니다.
‘잘 보는 데샤아! 이런 건... 부서트리면 그만인데샤아! 데퍄퍄퍄!’
등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 손으로 창을 부러트리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성체실장이라지만, 인간들이 꼬치용으로 만든 두꺼운 나무꽂이를 부서트린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놈이라면 정말 가능할 것만 같았습니다.
‘데프프프, 이걸로 사요나라데스, 사요나라 분충인데샤아아! 뒤지는데...데걋!’
‘테챠아아아!’
‘자... 자들!’
둘만의 싸움에 집중한 나머지, 뒤에서 부리나케 뛰어온 우리를 눈치채지 못한 성체실장은 그대로 자신의 후방을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비록 덩치와 보검의 길이 탓에 다리 밖에는 찌를 수 없었으나,
먼저 도착한 장녀 오네챠가 그 즉시 성체실장의 왼쪽 다리를 찔렀고, 5녀 오네챠가 오른쪽 다리에 보검을 꽂았습니다.
나는 오른쪽 발등에 푹 하고 보검을 내리꽂았습니다.
능숙한 장녀 오네챠는 그러고도 보검을 뽑아 다시 한 번 유효타를 찔러넣었습니다.
‘데갸아! 데걋! 이 마라만도 못한 새끼실장들이...!’
‘테뵷!’
‘오네챠!’
그 거대한 성체 실장이 왼다리를 움직여 뒷발길질을 하자 옆구리를 맞은 5녀 오네챠가 멀찍이 날아갔습니다.
‘죽는테챠! 죽는테챠아아!’
‘데갸아! 데걋! 다 죽여버리는데샤아아!’
앞 뒤로 적을 두고 혼란해하던 성체실장은 양다리를 마구 찔러대는 장녀 오네챠를 치러 오른 다리를 움직였으나, 간발의 차이로 그녀를 빗맞췄습니다.
오히려 그 공격으로, 다시 그녀의 발을 찌르려던 내가 검을 놓치고 구둣굽에 튕겨나갔습니다.
철푸덕하고 타일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고, 다만 오전에 불어터져 약해진 입에서 무언가 단단한 것이 씹혔습니다.
‘...이빨이...’
‘뭣하는테츄까! 이모토챠들! 마마를 어서... 테뵤옥!’
‘오네챠!’
계속 발을 바삐 구르는 성체실장이 마침내 장녀 오네챠의 어깨를 밟아 으스러트렸습니다.
‘데프프, 잡은데스우! 이대로 다 죽이는... 데갸아아아아?!’
‘이...마라 같은 석녀 분충년이 감히...’
어느새 마마는 성체실장이 우리에게 정신이 팔린 동안, 자신이 잡던 창을 놓아 벽 끝에 고정하고는 내가 놓친 옷핀 보검을 주워들어 성체실장의 오금에 찔러넣었습니다.
‘...갸아...데....데에...이...이이이...와따시의 소중한...’
‘테에...테에...’
급소를 찔린 고통에 말을 잇지 못하는 성체실장을 두고, 마마와 나는 재빨리 움직였습니다.
나는 으스러진 어깨에 고통스러워하는 장녀 오네챠를 5녀 오네챠가 엎어진 곳까지 질질 끌어냈고, 마마는 벽과 성체실장 사이에서 고통스럽게 찌그러져 있던 좁은 공간을 탈출하고 자신이 놓친 검을 찾아 비틀거렸습니다.
‘서지 못 하는 데샤아아! 죽이는데샤아아! 데...데에에...데갸아아!’
오금이 찔려 분대와 총구 끝이 관통당한 그녀는 고통에 다리를 우스꽝스럽게 놀리며 방향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왼쪽 어깨에 찔려있던 장창이 라디에이터에 걸려 더는 돌지 못하자, 그녀는 그 상태에서 양팔로 옷핀을 굳세게 잡고는 비명을 지르며 뽑아냈습니다.
‘데그으윽... 죽이겠는데샤아... 데그윽... 감히 이 초록이를... 이렇게까지... 데그윽...’
마마 또한 비틀거리며 검을 쥐었습니다.
‘6...6녀, 장녀와 5녀를 데리고 뒤로 피신하는데스우. 하...함부로 어른들 싸움에 끼지 말라고 했던 데스.’
‘마마...’
‘마마가 미안한데스.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마마가 현명하지 못해서 늘 미안한데스. 그러니 마마가... 오마에들 목숨이라도 꼭...’
‘개소리말란데샤아아아!’
성체실장이 포효하였습니다.
‘오마에타치 모두... 여기 발을 들인 이상... 못 나가는 데샤아... 와따시의 우마우마...한... 밥이 되는 데샤아... 잘 보는 데스우...! 데히이이! 데갸아아아!’
‘뿌드드득!’
옷핀을 내던진 성체실장이 자신의 어깨에 꽂힌 장창을 잡고 마구 힘을 주자 ‘뿌드득’ 하며 창이 꺾였습니다.
‘테에...’
나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정신... 정신 차리는데스. 오네챠들을 구하는데스우!’
마마가 그렇게 외치는 동안에도 성체실장은 바닥에서 자신의 주삿바늘을 주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마마의 피가 묻은 끝을 핥짝거렸습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장녀 오네챠를 다시 질질 끌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5녀 오네챠까지 끌고 저 뒤로 숨을지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웠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혼란한 날이 또 있었던가.
당장 죽을 것 같은 마마와 오네챠들, 나의 목숨.
입에서 자꾸 새어나오는 피와 욱신거리는 입, 아니, 온몸.
당장이라도 사람이 문을 박차고 들어올 것만 같은 조바심.
역겨운 성체실장의 실장취와 굴러다니는 해골.
정신이 나가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차녀 오네챠.
‘...테...텟? 테텟?’
‘오네챠! 정신이 드는 테치까!’
그렇게 혼란한 상황에서 다행히도, 5녀 오네챠가 정신이 들었는지 몸을 일으켰습니다.
코피가 흐르고 나처럼 입에서 피가 흐르던 그녀는 내가 엉망이 된 장녀 오네챠를 질질 끌고 자신에게 다가오자 무척 당황하였습니다.
‘오...오네챠! 장녀 오네챠! 어떻게 된... 텟... 퉷! 퉷!’
5녀 오네챠는 입에서 이빨을 두어 개 뱉어냈습니다.
‘마마가 저 끝에 숨어 있으라고 한 테츄. 어서 장녀 오네챠를 끌고 가는테치’
‘마마...’
마마의 뒷모습을 보며 5녀 오네챠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검을 쥔 마마는 예전, 5녀 오네챠가 콜로세움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다만 다리를 절며 천천히 성체실장에게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데프프프... 오는데스우... 그렇게 오는 데스우... 와따시의 먹이가 되는 데스웅~’
‘...쳐죽이는데스우... 와따시의 자를... 감히... 쳐 죽여버리는데샤아...’
마마답지 않게 이를 갈며 천천히 성체실장에게 걸어가는 모습에 나는 우리 가족이 오늘 밤을 목숨이 붙은 채로 넘길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저 데스우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바닥에 철푸덕 드러누워 한숨 자고 싶어지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테...테에...’
‘텟? 장녀 오네챠, 정신이 드는 테치까. 움직이지마는 테츄. 크게 다친테치.’
‘마마는...?’
‘일단 안전하게 피하라고 하신테츄. 가는테치. 우리가 업는테츄.’
‘...안되는테치... 마마가 죽으면...’
‘안죽는테츄! 테에에에엥...!!’
5녀 오네챠가 장녀 오네챠의 상처를 어쩔 줄 몰라하더니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잘 듣는...테츄... 이모토챠들, 잘 듣는 테츄.’
‘듣고 있는 테치, 오네챠, 듣고 있는테츄... 테에엥...’
‘마마가 죽으면... 우리 다 죽는테치.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으니까... 죽어도... 마마와 함께 싸우다가 죽자는테치...’
...
‘...오마에, 공원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년인 데스우. 어디서 나타난 데스까.’
‘아아, 와따시 말인 데스까, 그런데스우. 이 공원은 온지 얼마 안 된 데스우... 사산체육관을 아는 데스까’
‘체육관... 설마 부릉씨가 다니는 큰길을 건넌 데스까, 해지는 쪽에서?’
‘어설픈데스네, 해지는 쪽이라니. 데프프프프. 무식한 들실장들은 와따시의 우마우마한 한 끼가 되어야 걸맞는데스웅~’
‘사육실장이... 원사육실장이 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 데스까. 버려진...’
‘데샤아아악! 닥치는데샤아! 오마에에! 와따시는 버려진 적이 없는 데샤아!
봄이 오면 꼭 찾으러 온다고 하신 데샤아! 비록 시로 아쿠마가 공원에 나타나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녔지만! 오마에 같은 분충들을 먹고 강해져서 올봄에는 꼭 공원에 돌아가는데샤!
올해도! 작년도! 작년의 작년도! 오마에같은 분충들이 방해해서 만나지 못했던 데샤아아!
꼭 올봄에는 만나는데샤아아아악!!’
‘...소데스까, 그랬던 데스까... 데프프, 분충은 오마에였던 데스네. 본참이 버려졌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닥치는데샤! 닥치라는데샤! 데갸아아아아!’
‘오마에 꼴을 보는 데스. 그렇게 비대해진 몸에 눈깔도 없는 석년이 씻지도 않고 거지꼴인데스우? 주인이 나타난들 알아보겠는데스까. 알아봐도 모른 채 할 것인 데스우~’
‘오...오...오마에에에....오마에에에...!’
성체실장 또한 마마에게 다가가려 다리를 떼었으나, 이내 움찔하였습니다.
오금을 찔린 탓에 양다리를 움직이기에는 고통이 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큰 보폭으로 한 걸음씩 마마에게 다가갔습니다.
‘주인사마를 걸고... 맹세컨대... 오마에는... 오마에는... 오늘 여기서... 와따시 뱃속에 들어가는데스...’
‘버림받은 애꾸 석녀는 말이 많아봤자 들실장인 데스요?’
‘죽이는데샤아아아!’
성체실장이 한 손에는 뽑아낸 창 자루와 다른 손에는 주삿바늘을 휘두르자 마마가 황급히 뒤로 물러섰습니다.
‘이리로 오는데샤아! 오는데샤아!’
그러나 전에 비하면 마마에게 다가오는 속도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우리에게 양다리를 찔리고 무엇보다 마마가 팔과 옆구리, 오금을 찌른 탓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마마 또한 한쪽 다리를 저는 탓에 뒷걸음질 치는 속도가 전에 비하면 몹시 느렸습니다.
‘분충은! 죽는데샤아아!’
성체 실장이 창 자루를 내리치자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타일이 울렸습니다.
마마가 피하자마자 반대편에서 기다란 주삿바늘이 아슬아슬하게 마마의 머리카락을 스쳤습니다.
머리카락을 스친 마마는 오히려 앞으로 쑤욱 발을 내밀고는 성체실장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어림없는데샤아!’
‘뎃!’
성체실장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마마에게 재빨리 창 자루를 휘두르자 마마는 보검으로 막아내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에 마마는 보검 채로 부웅 몸이 떠 날라갔습니다.
그리고는 화장실 세 번째 칸 문 고정 벽을 맞고는 철푸덕 엎어졌습니다.
‘마마!’
‘데....데히이... 데그으으윽...’
마마는 겨우 몸을 일으켰으나, 격한 고통에 그만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보검도 어느새 저 멀리 날아가 무장해제 상태였습니다.
‘데...데프프프! 데프프프프프프! 이것으로! 이것으로 정말 마지막인데스네?’
성체실장이 그 커다란 눈을 아주 가늘게 휘었습니다.
‘마마! 받는테츄우!’
‘오네챠?!’
옷핀이 휙 던져져서는 마마곁에 톡, 톡 하고 튕겨졌습니다.
4녀 오네챠의 단검이었습니다.
삶을 포기했던 4녀 오네챠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우리 곁에 다가와 있었던 것입니다.
‘데프프프프, 걱정 마는 데스. 달마로 만들어서 자들 먹는 것을 구경하게 할 것인 데스웅~’
‘지랄...하는데스우... 데그윽...’
어느새 바로 지척에 선 성체실장이 문 고정 벽에 기대어 맥 없이 쓰러져 있는 마마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자신도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승리의 도취와 성취감이 얼굴을 환하게 매웠습니다.
‘자아~ 이대로 오마에는 영양 만점 우마우마가 되라는 데스웅~’
‘데갸아아!’
성체실장이 바늘로 마마의 어깨를 푹 찔러 관통시켰습니다.
‘마... 마마... 테에에엥... 마마... 테에엥...’
‘마...마마...’
‘마마의 뒤를 따라가자는테츄. 죽어도... 칼 한 번 휘둘러보고 죽어보자는 테츄우...!’
나마저 울음을 터뜨렸지만, 장녀 오네챠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짚고는 비틀거리며 상체를 일으켰습니다.
‘싸우다가... 죽는테츄우...’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울음을 테끅, 테끅하며 그쳤습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칼은 저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모두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이제 죽음을 목전에 둔 마마를 지나쳐 검을 주우러 발을 뗐습니다.
‘데프프프프프, 도망칠 곳은 없는 데스우~ 일단 와따시를 찌른 그 발칙한 팔부터 씹어 먹어주는 데스우~’
그리고는 성체실장은 그 커다란 얼굴을 마마에게 갖다대어 팔을 씹으려 하였습니다.
그 순간...
‘뒤져랏!’
‘데갸아아아앗! 데갸! 데갸아아아악!’
‘테에엣?’
‘데갸아아아! 누우우운! 눈이이이! 데갸아아아아?! 데에에에에에?! 앞이! 앞이! 오마에에에!’
마마의 팔을 뜯기는커녕 마구 바닥을 구르더니 엉뚱한 곳을 향해 손을 뻗는 성체실장에 보검을 주우러 비장하게 걸어가던 우리는 놀라서 뒷걸음질 쳤습니다.
‘데...데프프프, 마마가... 마마가 오마에들을 구한다고 했었던데스네’
‘오마에에에! 어디있는데스! 쳐죽이는데스! 어딨는데샤아아악!’
‘마마...?’
4녀 오네챠가 보다못해 던진 옷핀이 톡 하고 마마 곁에 떨어지자, 마마는 그것을 냉큼 쥐었습니다.
마마를 핀치에 몰아넣고 조롱하는데 정신이 팔린 성체실장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마를 물어뜯으러 얼굴을 가까이 댄 틈을 노려, 마마는 성체실장의 남은 눈 하나를 단칼에 베어버린 것입니다.
‘데갸아아아! 주인사마! 주인사마! 오로로롱! 오로로롱! 이래서는 주인사마를 보러 가지 못 하는 데스우우! 주인사마아!’
나는 마마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4녀 오네챠와 함께 주삿바늘을 마마의 어깨에서 빼내었습니다.
‘데....데그그극....’
‘마마 참는테츄우!’
우리가 마마의 어깨를 잡고 부축하자, 마마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몸을 일으켰습니다.
‘...쳐죽이는테츄. 오마에 원수는 쳐죽이는테치’
5녀 오네챠가 중얼거렸습니다.
몸이 성한 자매 중 가장 힘이 센 5녀 오네챠가 성큼성큼 피바다가 된 라디에이터 앞으로 걸어가더니 자신의 보검, 바늘을 주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곳이나 주먹을 휘두르다가 넘어진 성체실장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5녀, 안되는데스우... 조심...’
‘주인사마아아아악! 초록이 여기있는데스우우! 주인사마아!’
‘분충은! 뒤지는 테챠아아악!’
‘데갸아아악!’
‘뒤지는테츄! 뒤지는테챠아!’
‘데갸악! 데갸아아! 오마에에에! 비겁한데샤아!’
5녀 오네챠가 넘어진 성체실장의 팔과 목을 마구 찔러대었습니다.
넘어진 상태임에도 그 거구가 들썩거리며 일어서려 용을 쓰니 5녀 오네챠가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파킨하라는테츄! 파킨하는테챠아!’
‘데갸아! 아픈데샤아! 주인사마!!’
‘5녀! 물러서는데스우!’
‘...마마, 그렇지만...’
‘데이이... 잡은 데샤아!’
‘테챠아아아!’
‘5녀 이모토챠!’
주변을 더듬거리던 성체실장이 마침내 5녀 오네챠의 팔을 잡았습니다.
‘이이익... 뜯어내는데샤아아!’
‘테챠아아악! 테보오옥...!’
성체실장이 5녀 오네챠의 팔을 잡고 흔들자 그 악력과 고통에 5녀 오네챠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성체실장이 5녀 오네챠를 끝장내러 입을 쩌억 벌린 순간...
“푹!”
‘데갸갸아아아...!’
우리의 부축을 뿌리친 마마가 재빨리 5녀 오네챠의 검을 줍고는 엎어져 있는 성체실장의 가슴에 찔러넣었습니다.
“푹!”
‘데보오옥... 주...인사마... 와따시 버틴데샤아! 함께 다니던 공원도, 체육관도, 교회도!! 다 돌아다...’
"푹!"
‘갸아아...어딨는데샤아! 주이인....’
‘이제 뒤지라는데샤아!’
"푹!"
‘주...하무라...뾰...루빠...모...메빠소...’
‘징한 년...’
...
그리고 마마가 두어 번 가슴을 찌르며 휘젓자 커다란 “파킨!” 소리와 함께 그 성체실장의 생은 막을 내렸습니다.
탁해진 두 눈은 결국 그녀의 주인을 다시 보지 못하고 검은 눈물만 줄줄 흘린 채로 영영 색이 꺼졌습니다.
‘...끝난테츄까’
‘...끝난데스우’
‘...’
곤란한 하루였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집을 잃은 실장에게 세상은 학대의 이빨을 드러낼 뿐이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집으로 돌아갔더라면.
어리석게도 무리하면서까지 화장실로의 피난을 선택한 우리 가족은, 일가실각의 목전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그렇게 화장실을 차지했습니다.
첫댓글 언제나 잘보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연재 조금 빠르게 해주는 레후
@victorious09 이래저래 시간에 치이고 사느니라 짬 내기가 어렵습니다. ㅜㅜ 그래도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실장권리증진본부 고마운 레후
필력 너무 좋은 레후
와~ 미친... 1화부터 숨도 못쉬고 보고있는데스... 파킨 할 정도로 잼있는 데스웅
실장 문학의 백미인데슷!
오마에는 실장문학계의 셰익스피어실장인 데스!!! 카페의 보배인데스!
우마우마한 레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