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측유야(之側有若)
‘그대 내 곁에 있다면’이라는 뜻으로, 제가 직접 개발한 닉네임입니다.
원래 있던 사자성어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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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학교서 종일 아까 그 남자 생각뿐이였다.
분명 성진이 인데……. 성진이가 맞는 데…….
성진이가 백혈병이 완치 되서 다시 한국에 온 것일까…?
근데 강지훈? 이름을 바꿔서 돌아왔나? 성까지 바꿨나……? 그리고 나를 전혀 기억 못 하다니…….
뭐가 어떻게 된 일이지…?
오늘 학교서는 수업은 듣지 않고 아까 아침에 있던 일만 머릿 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하굣길…….
교문을 나오자 마자, 내 눈 앞에 보여야 할 것은 재하인데…….
오늘은 재하랑 아까 아침에 그 남자가 동시에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쪽 누구세요? 이슬 누나랑 같이 집에 갈 사람은 저 거든요.”
“오늘부터는 내가 할 테니깐, 너는 신경 꺼.”
둘이… 싸우나……?
“어…? 누나!! 여기여기!!!! 오늘은 일찍 나왔네!”
“이슬 아가씨!”
“그 쪽이 뭔데 이슬 누나한테 아가씨라 그래요? 둘이 서로 알아요?”
“이게 내 맡은 바 임무거든? 꼬맹이는 빠져라.”
안 되겠다……. 저러다 싸움이 격해지면 저 남자가 모든 걸 재하에게 말해버릴 지 모른다.
그러면 또 내 이미지만 나빠질 테고……. 학교가 소란스러워 질게 뻔하기에,
나는 빨리 가서 재하의 손목을 잡고 우리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어? 누나! 누나, 진짜 저 사람 알아? 왜 저 사람을 피해?”
“…….”
“누나! 말 좀 해 봐! 오늘 또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구나?
누가 누나 괴롭혀? 누구야! 다 데려와, 내가 혼내줄게!”
“…….”
“누나, 말 좀 해 봐……. 왜 아무 말이 없어? 그렇게 눈 부릅 뜨고 걸어가지만 말고…….”
“…….”
재하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나는 우리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평소의 걸음걸이 보다 3배는 빠른 스피드로 걸어갔다.
“아가씨!! 아가씨!!!”
하지만, 아까 그 남자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다.
내 옆에 와서 나와 걸음을 맞추어 걸었다.
그리고 나는 그 남자가 무슨 말을 하든, 완전 무시해버렸다.
“아가씨, 천천히 좀 걸어봐요! 그렇게 급하실 거 없잖아요!”
급할 거? 당신 얼굴 보면 사랑하는 내 남자친구 떠올라서…….
당신 얼굴 안 보는 게 급한 일이야…….
“당신은 왜 따라 와요? 누나가 당신 얼굴 보기 싫다잖아요!”
“아가씨……. 저 아가씨가 생각하는 것 만큼 나쁜 사람 아니거든요?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얼굴 보는 것도 괴로운 데 당신 목소리까지 들으라고?
확실히 목소리는 성진이와 많이 다르긴 한데…….
그래도 당신 목소리 들으면 성진이 생각나니깐……. 당신 목소리도 듣기 싫단 말이야…….
눈을 감고 무작정 걸어갔다.
이미 이 곳 지리는 다 파악하고 있었기에, 앞에 전봇대가 있는 지,
어느 곳에 커브길이 있는 지 정도는 다 파악하고 있었기에
눈을 감고도 걸어갈 수 있었다.
걸으면서 중간중간에 눈을 찔끔찔끔씩 떠서 지리를 확보한 결과,
벌써 우리 오피스텔 앞까지 와 버렸다.
그렇게 빨리 걸었는 데도 나는 전혀 숨이 차지 않았지만,
나와 함께 걸어온 두 남자는 숨을 헉헉 거리고 있었다.
“누나… 왜 말을 안 해……. 아까부터… 한 마디도 안 했어…….
아침 등굣길이랑, 점심 하굣길에 30분씩 밖에 못 보는 데…….
대화라도 많이 해야지……. 누나 말 좀 해봐…….”
내 팔을 잡고 흔드는 재하……. 오늘 따라 재하의 목소리가 서글프게 들린다.
“아…아가씨……. 혹시 저 때문에 불쾌하셨다면……. 절대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전 그냥……. 음…….”
이 남자도 말을 얼버부렸다.
이 상황에 난 뭐라고 말 해야 하지……?
“들어가 볼게.”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입을 연다고 한 말이 고작 들어가 본다는 말이라니…….
서이슬… 너 참 한심하다……. 한심해…….
“으…으응!!! 들어가 봐, 누나~”
내 팔을 잡고 있던 두 손을 놓아주고 애써 웃음 지으며 들어가 보라고 손을 흔드는 재하…….
재하야, 미안해……. 내일은 오늘 못한 말까지 실컷 다 하자.
“아가씨, 그럼 들어가 보세요.”
그 남자 역시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준다.
하지만, 나는 그 남자의 인사는 무시해버렸다.
등을 돌려서 번호키에 우리 오피스텔 암호를 누르고 문이 열리자,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재하와 그 남자의 투덕 거리며 싸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저러다가 각자 헤어질 거라고 생각하고는 그냥 무시해 버렸다.
그리고 우리 집 현관문도 암호를 누르고 문이 열리자, 집에 들어가자 마자 나는 책가방을 던지기도
전에, 핸드폰을 꺼내들어서 꼰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한 번에 전화를 받을리가 없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후 소리샘으로 연결된다는 안내 메시지가 수십번은 나왔다.
하지만, 나는 포기 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었다.
한 서른 번 쯤 전화를 걸었을 때 였을까? 그제서야, 꼰대 핸드폰 컬러링이 끝나갈 무렵에
꼰대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 길래 전화를 이렇게 많이…….]
“오늘 아침에 뭐야?”
꼰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도직입적으로 꼰대에게 물었다.
분명 꼰대도 무슨 생각이 있는 거겠지……. 그러니깐 그 남자를 내 옆에 두려 하겠지…….
[알잖니. 아빠가 너한테 매일 새로운 경호원 붙여주는 거……. 그 경호원이다.
오늘은 경호원이 좀 특별한 가 보다? 이렇게 전화를 많이 걸게.]
“경호원? 웃기지도 않는 소리. 채성진이 왜 내 경호원이야? 걘 내…….”
[채성진? 아……. 그 독현동 깡패새끼 말하는 가 보구나.]
“깡패새끼? 성진이를 그딴식으로 말하지 마!! 아빠가 다른 사람한테 깡패새끼라고 말할 자격은
없는 것 같은 데?”
꼰대는 알고 있다. 솔직히 독현동 사는 사람이라면 채성진을 모를 수가 없다.
꼰대가 아무리 유명하고 바쁜 회사 사장이래도, 독현동에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성진이가 누군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얼굴도 분명 알 것이다.
근데… 그런 성진이가…….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내 눈 앞에 나타나 있다…….
있을 수 없다. 이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오늘 간 그 경호원이 채성진이라는 아이를 닮긴 했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다.]
“거짓말……. 사기 치지 마!! 그럼… 이 지구 상에 성진이가 두 명이라는 소리야? 말도 안 돼!”
[채성진이 두 명이 아니란다. 채성진은 한 명이고, 오늘 그 경호원은 그냥 채성진을 닮을 뿐이다.]
“근데, 왜 그 사람을 내 옆에 갔다 둬? 왜 하필 그 사람을 채용한 거냐고!
왜 그 사람이 내 눈에 보이게 했어?! 왜!! 왜!!!”
머리를 헝클어 뜨리며 신발장 벽에 기대어 주저 앉고 말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너랑 채성진이랑 설마 연인 사이였냐?]
“…….”
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맞다……. 꼰대는 나와 성진이가 무슨 사이였는 지, 전혀 모른다.
내가 착각해 버렸다. 내 실수다…….
[너와 채성진이란 아이가 무슨 사이 였는 지, 이 애비는 관심 없다.
그 아이는 어느 날 실종된 걸로 독현동 시내에 소문이 쫙 퍼졌었다.
어차피 그 아이는 더 이상 이 동네 사람이 아니다. 오늘 그 경호원은 채성진이란 아이와는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그 최재하란 아이와 같이 다니지 말고,
그 경호원과 같이 다니면서, 너의 몸을 보호하렴. 학교 옮기라는 말은 하지 않으마.]
“솔직히 말할 게. 나 성진이랑 사겼어.”
[오늘 통화는 여기까지 하자. 이 애비가 바빠서…….]
“미국 유학 가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채성진이랑 사겼는 데, 내가 차였어.
존나 비참하게…….”
[전화 끊는…….]
“그 사람 얼굴 보기 힘들어. 계속 성진이 생각 나.”
[…….]
꼰대가 내 얘기를 듣던 안 듣던 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전화를 끊는 다던 꼰대는 전화는 끊지 않고 계속 내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 그 사람이 얼굴만 채성진이고 본질은 채성진이 아니겠지.
왜냐면 채성진은 지금 백혈병 때문에 미국에 있거든.
아니지, 인정하긴 싫지만 이미 죽었을 지도 몰라.”
[…….]
“나한테 경호원 같은 존재는 필요 없으니깐, 다시는 그 딴 사람 내 옆에
붙이지 마.”
먼저 전화를 끊는 다던 꼰대는 끝까지 내 얘기를 들어주었고,
정작 먼저 전화를 끊은 사람은 꼰대가 아니라 나였다.
갑자기 성진이 생각이 북받쳐 나는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어버렸다.
그 지저분한 신발장서 교복 치마가 더러워 지는 것도 모르고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직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 데……. 정말 미치도록 보고 싶은 데…….
그 보고 싶은 사람이랑 닮은 사람이 내 옆에 힘들면…….
난 더 힘들어질 텐데…….
닮긴 닮았지만, 내 사람이 아니니깐……. 더 힘들어질텐데…….
하지만, 이젠 괜찮겠지……. 평소처럼 다른 경호원이 내일 아침에 나타나겠지……?
다시는 그 남자 얼굴 볼 일 없겠지……?
첫댓글 재미있어용>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