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끝자락을 꽃양귀비가 화려하게 장식했다.
광양 서쪽 가장자리 따라 서산 아래를 지나는 서천 수로는
광양 입구 배고픈다리 아래에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갈대숲을 지나 남해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서천 수로 주변에 방치되어 있었던 천변을 정비하여 양쪽으로 넓고 평탄한 둔치가 만들어졌고
그 둔치 빈터에 시민들을 위해 보리와 유채를 심었고 꽃양귀비도 대량으로 심어졌다.
유채는 꽃이 이미 다 져서 꼬투리가 여물어가고 있는 중이였고
보리도 노르스름하게 익어 이미 수확이 끝나 버렸다.
그 위쪽 둑방 경사로에는 금계국이 심어져 황금빛 꽃이 만개했고, 하얀 나비들이 춤추며 그 위로 날아 다녔다.그
옆에는 잎사귀에 털이 숭숭한 루드베키아가 금계국의 두 세 배는 될 듯한 커다란 노랑 꽃을 피워 올렸다.
꽃양귀비를 처음 본 것은 마트에 들어와 판매되는 관상용이였다.
관상용은 조금 더 꽃봉우리가 컸었는데 럭비공처럼 타원형으로 생겼다.
녹색의 꽃봉우리는 울퉁불퉁했고 몸 전체에 가시가 촘촘하게 돋아 있었다.
처음 보았을때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특이하고 괴이해 보였다.
마치 우주에서 온 녹색 괴물과 같아 보였는데 열대 과일 두리안을 닮아 있었다.
저 속에 뭐가 들었나 궁금했었는데 개화 하려는지 녹색 괴물이 꼭 다물고 있던 입을 살짝 벌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피처럼 진한 붉은색이 번져 나왔는데 가시돋힌 녹색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칠해 놓은듯 했다.
그 모습은 정말 낮설었고 우스꽝 스러웠다.
그 느낌을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소름이 돋았고 징그러워 보이기 까지 했다.
입을 벌릴 수록 빨간 립스틱은 점점 더 전해졌고 입술도 두꺼워졌다.
다음 날 꽃이 개화했다.
꽃잎을 보호하던 녹색 괴물은 임무를 다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개화된 꽃잎은 전체가 쭈글쭈글 마구 구겨져 있었는데 처음에는 누가 손으로 우그러 뜨린 걸까?
아니면 꽃에 문제가 있나? 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큰 꽃이 작은 꽃봉우리속에 같혀 있느라 낙하선처럼 차곡차곡 접혀 있었던 흔적이였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꽃잎에 남아 있던 주름은 사라지고 다림질 하듯이 매끈해졌는데
그 색감과 이미지가 무척이나 곱고 이뻤다.
세상에나...
녹색 괴물에게서 저리도 가녀리고 보드랍고 이쁜게 나왔단 말이야?
천변을 따라 길게 눕혀진 꽃양귀비 꽃밭은 멀리서 보면 빨간 물감으로 칠을 해놓은듯 보였다.
진빨강의 꽃잎이 바람에 휘어지면 그 색감이 더욱 도드라졌다.
화선지처럼 얇은 꽃잎이 바람에 팔랑거리자 마치 붉은 나비들이 모여 군무를 하는듯 했다.
근처에 심어진 푸른 보리밭에 군데군데 빨간 꽃양귀비가 하나씩 섞여 있었는데
그 선명한 색의 대비와 보리가 주는 특이한 질감으로 인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빨간 나라의
빨간 여왕을 보호하기 위해
녹색 괴물은 사모하던 여왕의 호휘병이 되었다.
제가 피어 날 때까지 당신은 저를 지켜줄 수 있나요?
네, 저만이 당신을 온전하게 지켜줄 수 있습니다.
좋아요, 그럼 저의 호위병이 되어 주세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사랑을 받아 들일 수 없어요.
당신은 제가 사랑하기엔 가시가 너무나 많군요.
그렇습니다.제 몸엔 가시가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전 당신이 피어날때까지 온전하게 당신을 지켜야 합니다.
오직 제 몸에 돋아난 가시만이 당신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완전하게 피어 날 때까지
저의 품속에서 지내야 합니다.
저의 품속은 가시가 없고 따뜻하고 안전합니다.
당신을 그때까지 안고 있는 것으로 저는 충분합니다.
당신이 아름답게 피어난다면 저는 소멸될 것이고 그것은 저의 운명입니다.
첫댓글 청록에 양귀비꽃이 참 잘 어울려요
어디인지 몰라도 아름다운 곳입니다
늘 건필하세요 시인님
양귀비 꽃이 눈부시도록 아름답습니다 *^^*
정말 아름다워요
꽃양귀비도
눈이 부시게 곱지요
감사히 읽습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보리속에
양귀비
잘 어울리네요
정말 보기도 좋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