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 프로필 이미지
I Love NBA
 
 
 
카페 게시글
국내농구 게시판 스크랩 WKBL 10년 만에 다시 찾은 청주체육관
Charles #34 추천 5 조회 1,768 11.03.09 04:21 댓글 9
게시글 본문내용

이번에는 여자프로농구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3월 5일에 청주에서 열렸던 국민은행 세이버스 대 안산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세이버스, 에스버드라는 팀명이 정말 입에 붙지 않네요. 뜻도 잘 모르겠고요. 무슨 발상으로 지었는지 궁금해서 구단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더니 ‘팀명인 "SAVERS"는 영어의 '구원자, 수호자'의 의미로 농구를 사랑하고 KB를 사랑하는 고객의 꿈과 행복을 지켜주고자 하는 KB의 마음’ ‘신한은행 여자농구단 S-birds의 이니셜 S는 Shinhan, Smart, Speed, Strong을 의미’라고 되어있네요. 상당히 함축적입니다.

 

 청주체육관 전경입니다. 거북이 등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가족단위 유료팬들이 많이 보입니다. 젊은 층들도 많이 오셨더군요.

 티켓은 일반 5천원 학생 3천원입니다.

 

 오랜만에 기자가 아닌 유료관중의 한 명으로 갔다는 사실이 기분 좋더군요. 경품도 많이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SK 나이츠가 청주를 떠난 이유

 

 

저는 청주가 고향입니다. 고등학생이었던 97년에 청주에 SK 나이츠가 창단했습니다. 원래 충북향토기업 진로가 ‘맥카스’(그 맥주이름 맞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창단하려다가 팀이 매각되면서 팀명이 바뀌게 됐죠. 저는 나이츠가 생긴 후 2002년 서울로 연고를 이전할 때까지 청주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단 두 경기 빼고 모두 가서 돈 주고 봤었습니다. 심지어 한일전 국가대표 축구를 하던 어느 토요일에도 SBS 정재근을 보기 위해 농구장에 갔었죠. 당시 농구장에 1200명 정도 왔었던 기억이 납니다. 2002년 여자농구 현대 하이페리온의 홈경기를 본 것이 청주체육관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었습니다. 군입대를 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전역하기 전에 현대여자 농구단이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지난 10년간 청주에서 농구를 보지 못했습니다.

 

 

나이츠가 생기기 전에는 충청북도에 프로팀이 생긴 적이 없었습니다. 생기자마자 꼴찌를 했지만 청주사람들이 나이츠에 대한 애정은 강했습니다. 2000년 창단 3년 만에 우승을 달성하면서 애착으로 굳어졌죠. 당연히 나이츠가 서울이전을 발표하자 청주사람들의 반대가 대단했습니다. 농구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여가활동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우리 팀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SK는 체육관 시설문제로 청주시와 마찰이 많았습니다. 청주시 재산인 체육관 시설관리는 시의 몫인데 책임을 구단에 전가하면서 문제가 생겼죠. 70년대 지은 낡은 청주체육관은 시설보수 없이 프로농구 개최가 불가능했는데 시에서 그 비용을 일방적으로 구단에게 대라고 한 것이죠.

 

그 전에 SK는 이미 큰돈을 들여서 대단히 미끄럽고 낡았던 코트 플로어를 교체한 상황이었습니다. SK입장에서는 어차피 사이가 틀어진 청주시에 남느니 50억 들여서 서울연고권을 가지고 빅마켓에 입성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서울이전 후 우승은 없지만 한 시즌 10만명을 유치하는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올바른 판단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청주시민들만 상처를 입게 된 것이죠.

 

 

경기장 시설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프렌차이즈로서 청주의 가능성

 

 

10년 만에 찾은 청주체육관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습니다. 특히 경기장 시설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좌석도 편안하게 바뀌었고 대형스크린도 생겼습니다. 점수, 간단한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는 LED, 공격권 표시를 하는 LED 등 여러 가지 장비들이 추가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홈구단 국민은행을 뜻하는 노란색으로 골대 등 경기장 전체의 컬러를 맞춘 점이 홈구장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합니다.

 

KBL경기를 했을 때 청주체육관은 수용규모(약 3800석)와 시설에서 원주 치악체육관과 꼴찌를 다퉜습니다. 하지만 시설보수를 마친 현재 상황에서는 청주체육관은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구장으로 탄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청주체육관은 수용규모에서 부천 신세계의 부천체육관(예전 전자랜드 홈구장 최대 5200명 수용)에 이어 2위입니다. 나머지 구단은 연고지가 대부분 수도권 위성도시 또는 지방에 있고 체육관 수용규모도 천 여 명 정도 수준입니다. 그나마 신한은행이 안산 와동체육관 1200석을 모두 채울 뿐 다른 체육관은 만석이 되지 않습니다. 신세계 경기에는 웬만큼 관중이 많아도 텅 빈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2월 20일 벌어진 국민은행의 청주 개막전에 체육관 수용인원을 초과하는 4천 여 명의 관중이 입장했습니다. 심지어 2천명 이상의 팬들이 입장을 못하고 체육관 앞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물론 그날 개막전이 공짜였고 인기가수 애프터스쿨이 온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애프터스쿨의 나나도 청주출신이죠 ^^)그런데 3월 5일 신한전에서는 3500명 정도가 입장해 거의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대부분의 관중이 유료관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주말에 치른 최강팀과의 대결임을 감안해도 일반 경기의 세 배가 넘는 관중이 왔다는 것은 대단한 수치입니다. 청주가 여자농구의 메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한 것입니다. 그만큼 청주시민들이 기본적으로 농구에 관심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역시 각종 응원도구와 경품(수건, 장바구니, 응원봉, 디카, 자전거, 외식상품권 등)으로 시즌 마지막 홈경기서 청주시민들에게 화끈한 서비스를 했습니다. 심지어 관중 전원에게 빵과 음료수까지 주더군요.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하프타임 행사에 지역 태권도학원생들을 초청해서 시범을 보여주게 한 것입니다. 우리 동네사람들이 다 같이 응원하는 팀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연계된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죠. 앞으로 국민은행은 전국구 강호로 군림하며 프로선수를 다수 배출하고 있는 청주여고 선수들만 영입한다면 자연스럽게 청주에 정착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차세대 국가대표 센터로 불리는 청주여고출신 이정현(188cm)이 우리은행으로 드래프트된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죠.

 

 

 기자석도 굉장히 좋아졌더군요.

 

 오 김연주 선수

 

 오랜만에 보는 최윤아

 저 정도 열정적인 응원은 여자농구에서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건지

 대단한 포스의 정선민 선수

 

신한의 베스트5

 강영숙과 하은주의 부상으로 높이 공백이 대단히 컸습니다.

 

 

 

 태권도 시범 보이는 지역 학원생들

 임달식 감독 작전시간은 매우 아쉽네요. 정작 분위기 넘어갈 때는 타임을 아끼다가 이후에 선수들 불러서 너무 닥달만 하는 모습. 신장차이로 리바운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짜증만 부린다고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

 

 

 

 

 

 

엄청난 위력의 국민은행 프론트코트

 

 

이날 경기를 살펴보죠. 70-53으로 국민은행이 크게 이겼습니다.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거함 신한을 대파하며 홈팬들에게 큰 선물을 했죠. 신한은 하은주-강영숙의 줄부상으로 정선민이 센터를 봐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정선민은 그날따라 몸도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양과 질에서 리그최고인 국민은행의 프론트코트를 혼자 상대하기 벅찼습니다. 국민의 정선화(183cm)-김수연(183cm)-곽주영(183cm) 라인은 남자농구로 치면 203cm 세 명이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여기에 세계청소년 선수권 득점왕 출신인 강아정(179cm)이 20점을 퍼부었습니다.

 

최윤아-진미정-김단비-이연화-정선민이 주전으로 나온 신한은 몸싸움에서 밀려 골밑에서 자리도 쉽게 내주고 엔트리패스도 쉽게 먹었습니다. 공격리바운드까지 장악당해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죠. 이연화가 곽주영, 강아정을 몸으로 막기는 대단히 벅차 보이더군요. 특히 정선화가 인상적이었는데 여자농구 센터로서 상당히 피지컬하고 체격이 좋아 정선민이 밀릴 정도였습니다. (결국 고전하던 정선민은 4쿼터 중반 발목부상까지 당해 코트에서 물러났습니다.) 정선화는 공격리바운드 잡아내는 적극성이나 골밑 위치선정도 좋더군요. 이날 23분 뛰고 9점, 6리바운드를 잡았습니다. 백업인 김수연 역시 13점, 11리바운드를 잡았고 강아정은 3점슛 3개까지 꽂으며 9리바운드를 잡더군요.

 

 

국민은 에이스 변연하가 빠진 상황에서 노장 김영옥이 풀타임을 뛰며 경기를 노련하게 풀었습니다. 3점이 1/8로 부진했는데 적절한 상황에서 동생들을 챙기면서 6어시스트를 올렸네요. 박세미가 스피드는 좋은데 아직 경기운영이 미숙한 점을 김영옥이 잘 메우는 모습입니다. 장선형은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팀에 공헌하는 능력이 탁월하더군요. 에이스 변연하만 복귀하면 국민은 차기시즌이 훨씬 기대되는 팀입니다.

 

 

 정선민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리지 않은 정선화가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요.

 정선민 선수 고생만하다가 결국 크게 다쳐서 매우 안스럽더군요. 나중에 여쭤보니까 수술했던 부위를 또 다친거라면서 통증은 괜찮아지셨다더군요.

 

 

 

여자농구계의 단비! 김단비

 

 

사실 국민이 홈팀임에도 불구하고 신한만 쳐다봤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김단비만 본거죠. 여기에 이연화, 김연주, 최윤아까지 신한은 정말 외모와 실력이 모두 되는 선수가 많다는 점에서 인기요소를 다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마치 황연주-김연경-전민정-한송이 시절의 흥국생명을 보는 것 같더군요. 여자농구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김단비를 ‘캔디스 파커’처럼 언론에서 엄청 밀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김단비를 처음 본 건 2007년에 명신여고시절 청소년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나갈 때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강아정 등 동기들에게 가리는 면이 없지 않았는데 이제는 리그에서도 부동의 영건으로 자리를 잡고 있네요. 외모도 아가씨가 다됐더군요.

 

 

김단비의 플레이를 보니 스타일이 르브론 제임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 초반 최윤아가 공을 돌리다가 나중에 공운반만 맡고 하프코트에서 김단비가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습니다. 사실 최윤아에게 굉장히 실망스러운 부분인데 세트오펜스를 전혀 만들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습니다. 물론 센터가 없어 포스트에서 자리를 제대로 못 잡는 이유도 있었지만 포워드와의 2:2 등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인트가드 역할을 다하지 못했죠. 공격리바운드는 악착같이 잡았는데 정작 어시스트는 2개 했습니다. 부상 이후에 기량발전이 더딘 것 같아 걱정스럽군요.

 

 

반면 김단비는 슈터 역할을 맡다가 김연주가 들어오면 골밑까지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리바운드를 잡더군요. 심지어 정선민 퇴장 후에는 상대센터 수비까지 했습니다. 정말 1번부터 5번까지 다 맡을 기세였습니다. 이날 기록이 11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5블록슛, 1스틸이네요. 5개 던져서 모두 실패한 3점만 터졌다면 정말 완벽했을 경기였죠. 더구나 김단비는 이날 단 1초도 쉬지 못한 유일한 신한선수였습니다. 승부가 일찌감치 기운 마당에 임달식 감독이 부상에서 갓 복귀한 선수를 너무 혹사시키는 면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김단비는 여자농구계의 인간문화재인데 말이죠. 초반에 점수 차가 벌어질 때 타임아웃을 부르지 않았던 임 감독의 콜 타이밍도 이해가 안 되더군요.

 

 아 못 본 사이에 정말 잘 컸구나!

 

 

 

 

 

 

 

 

 

 김연주와 김단비가 제게 르브론 제임스고 드웨인 웨이드입니다.

 

 

 

 풀타임뛰면서 센터까지 막는 모습이 대단히 안스러웠습니다.

 

 

 왼쪽에서 3-5번째 아가씨 제 스타일이군요

 결국 국민의 대승

 

앞으로 국민은행이 청주에서 잘 자리잡길 바랍니다.

 

 

 
다음검색
댓글
  • 작성자 11.03.09 04:26

    첫댓글 제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아 근데 다음뷰 추천단추 나오게 하려면 어케하는지 아시는분 설명좀 해주세요

  • 11.03.09 10:50

    블로그 성황하길 기원합니다.

  • 작성자 11.03.09 21:21

    감사합니다. 게을러서 꾸준히 쓰는게 쉽지 않군요

  • 11.03.09 11:47

    고향이 청주인 저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글 잘 읽엇씁니다^-^. 나이츠가 떠나간 것에는 저런 배경이 있었군요. 당시 중고딩이었던 저도 SK 나이츠의 이전 결정에 엄청 분개했었는데ㅋ

  • 작성자 11.03.09 21:21

    당시에 서명운동도 하고 충북농구협회에서 현수막도 걸었었죠

  • 11.03.09 12:33

    정말 좋은 글 잘 봤습니다~추천하나 달았습니다~와~저 많은 관중이 대부분이 유료팬이라면 청주로 연고지 옮긴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네요~부천은 거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선물로 주는 가정용품 받으러 오는 게 대부분 입니다~3/4쿼터 되면 거의 나가버리고...구리(kdb생명)와 안산(신한은행)은 그나마 가족 관중이나 젊은 층 관중들이 보이지만 체육관 자체가 농구를 즐기기엔 매우 작고 불편하기까지 하죠~용인(삼성생명)/춘천(우리은행)은 가보질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다른 곳도 청주 만큼의 인기와 관심을 받으며 농구 했으면 좋겠네요~

  • 작성자 11.03.09 21:22

    천안시와 트러블로 옮긴건데 천안에서 체육관 위치도 나빴고 대우도 남자배구에 밀려 안 좋았다고하니 윈윈인듯 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1.03.09 21:23

    네 이정현 중학교시절부터 타지역 명문팀에서 빼갈라고 엄청 로비했었죠. 제 고향집이 청주여고 뒷동네라 프로지명되고 현수막 걸린것도 봤네요 ㅎㅎ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1.03.09 21:24

    네 진통없이 오래갔으면 좋겠네요. 근데 전 왜 자꾸 신한에 눈이 가는지 ㅎㅎ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