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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근 칼럼] ‘대한민국 공동체’ 위협하는 ‘추경호표 재정 준칙’
최배근 건국대 교수
‘사회 몫’ 독차지해 신분 세습사회 노리는 극우세력
근대를 전근대와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가 사람이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인정받은, 즉 인간 존엄(Menshenwürde; 칸트, 윤리형이상학정초)의 인정일 것이다. 이 가치를 인정한 정치질서가 민주주의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인간 존엄과 더불어 자유와 평등 역시 추구할 주요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힘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배자는 피지배자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취급하였다. 경제외적 강제와 경제적 강제로 힘을 구분할 때 전통 시대는 전자가 후자를 결정하는 시대였다. 반면, 근대 사회는 형식상으로 경제외적 강제를 제거하였지만,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자유 가치로 인해) ‘경제적 강제’가 잠복하기에 언제든 힘이 지배하는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 돈의 힘은 필연적으로 빈익빈 부익부를 만들어내고, 궁극적으로 경제적 ‘지배-예속’ 관계의 강화와 경제력 세습화의 경향성을 갖는다.
그렇지만 전근대 사회와 달리 근대 사회는 경제적 ‘지배-예속’ 관계의 구조화를 막는 힘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1인 1표의 민주주의 원리’가 구현하려는 소득과 금융에 있어서 경제적 기본권(평등 가치)이다. 따라서 경제적 국민 기본권이 무력화될 때 야만사회로 회귀하는 이유도 그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 칼럼에서 소개했듯이) 문재인 정권 기간 후반부에 경제적 기본권 확장을 포기하고 (자산 중심 경제에 기반을 둔) ‘부동산 카르텔’에 굴복하면서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극심해졌고, 그 결과물이 극우 반동 정권의 출현이다.
소외와 희망 상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주의로 이어지고 실질적 세습사회의 복원을 꿈꾸는 세력들은 이 틈을 무섭게 파고든다. 경제력 축적의 재생산 구조는 공공자원을 사유화할 수 있는 정치력을 장악할 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가치 중 ‘사회 몫’의 크기나 배분 등은 정치 영역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제력을 장악한 이들은 (자신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회가 만들어낸 전체 가치 중 ‘사회 몫’의 배분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이들은 (전리품 챙기듯이) ‘사회 몫’의 사유화까지 시도한다. 이들에게 정치력은 경제력 확장의 수단인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지배-예속’의 관계가 구조화되는 사실상의 신분 세습사회다. 이처럼 정치 영역이 경제력에 종속될 때 민주주의는 무력화되고, 인간 존엄 가치는 공허해지고 ‘근대 가면을 쓴’ 신분제 사회로 후퇴한다.
‘모피아의 나라’ 만들려 동원되는 가짜뉴스와 수치들
이상은 민주주의가 무너지면서 한국 사회에서 현재 진행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권이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와 목표는 간단하다. 돈의 힘(사적 금융)이 지배하는 사회를 제도적으로 구축하여 정치와 민주주의 실패를 구조화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경제적 ‘지배-예속’ 관계를 최고 선출 권력인 대통령조차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작업이 추경호가 추진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이다. 근대 사회에서 힘은 시장과 정부가 나누어 갖고 있고, 한국 사회에서 정부의 힘은 공적 물리력과 (공적 영역에서 돈을 배분하는) 공공금융, 즉 재정 권한에서 비롯한다. 공적 물리력을 사실상 검찰이 장악한 결과가 ‘검찰공화국’의 등장이고, 공공금융을 모피아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한국형 재정 준칙’이 도입되면 (검찰 공화국보다 일반 국민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모피아 공화국’은 완성된다.
추경 편성을 둘러싸고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있었던 6월 13일 국힘당의 이헌승 의원은 “국가 채무 비율이 50% 가까이 되는데 이대로 가면 2070년경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그리스와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하면서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했다. 추경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정 준칙 도입 이유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50~60%만 되면 곳곳에서 경고등을 날리고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돈을 빌려줄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고금리를 요구하게 된다”며 면전에서 국회의원들을 겁박(?)하였다.
한국 사회 특권층이 원하는 ‘모피아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모피아와 이들을 지원하는 부패언론과 전문가들의 단골 메뉴는 유로존 국가채무 위기, 특히 ‘그리스 위기’이다. (얕은 정보를 가진 일반 국민을 현혹할 수 있도록) ‘한국형 재정 준칙’을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는 수치들의 유일한 근거(?)가 유로존 재정 준칙의 수치들이고, 그리스는 10여년 전 세계를 흔들었던 유로존 국가채무 위기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두 가지와 관련하여 모피아가 흘리고 부패언론이 유포하고, 국힘당 정치인들과 극우 유튜버들이 퍼 나르는 내용들은 가짜뉴스들이다. 이 과정은 정치검찰이 흘리고 부패언론이 유포하고, 국힘당과 극우 유튜버 등이 확산시키는 방식과 똑같다.
유로존 국가채무 위기 사태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 유럽으로 확산하며 시작된다. 2008년 10월 (유로화 도입국도, 유럽연합 회원국도 아닌) 아이슬란드의 은행시스템 붕괴에서 시작해 2009년에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들로 확산하였고, 특히 2010~2012년에 남유럽국가들에서 절정에 달했다. 유로화 체제의 붕괴와 금융 전염 등을 우려해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 IMF 등이 지원에 나섰고, 특히 2012년 9월 6일 유럽중앙은행이 회원국 국채에 대한 ‘사실상 무제한 매입(Outright Monetary Transaction)’ 선언하며 진정되기 시작했다. 국내 부패언론은 유로존 국가채무 위기를 의도를 가지고 자기들 입맛에 맞춰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이 과정에서 그리스를 제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재정준칙은 이번 학기 학생들이 ‘세상을 보는 자기 눈’을 갖게 하는 두 번째 훈련의 좋은 교육 재료였다. 다음의 내용들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이 스스로 확인한 관련 자료들로 구성한 것들이다.
국가채무는 유로존 금융위기의 원인 아닌 결과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끼도록 국내 유포된 주장들에 대해 사실 확인부터 하였다. 첫째 유로존 위기에서 국가채무 문제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장 먼저 은행시스템이 붕괴한 아이슬란드부터 아일랜드, 스페인 등의 국가채무는 금융위기 직전에 독일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아이슬란드는 2000년대 초 GDP 대비 80%대에서 금융위기 직전까지 (독일과 같은) 60%대로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에 아일랜드는 30%대에서 20%대로, 그리고 스페인도 50%대에서 30%대로 감소 추세에 있었다. 둘째, 국가채무 수준이 높은 국가들인 그리스조차 금융위기 전까지 2000년대 내내 100%대가 지속하였고, 심지어 이탈리아는 1992년 이후 100% 밑으로 하락한 적이 없었음에도 금융위기 이전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국가채무 수준으로 유로존 위기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셋째,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상식적 수준에서 생각하게 하였다. 은행시스템 위기는 은행에서 돈이 갑작스럽게 대량 유출하면서 시작하였다. 항상 그렇듯이 금융위기라는 충격이 발생하면 돈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유로화 도입 당시 이들 국가에서 채권수익률이 독일 등보다 높았기에 금융위기 이전까지 이들 국가의 은행으로 (독일 은행 등으로부터) 자본 유입이 급증하였다. 그런데 금융위기 충격이 발생하자 이들 국가의 은행들에서 자본이 유출되기 시작하며 은행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했고,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해당 국가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자본을 수혈하였다. 이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자금 차입비용이 급증하며 이른바 국가채무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해외에서 유입된 자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국제수지 중 경상수지이다. 그런데 아이슬란드 및 아일랜드와 더불어 남유럽국가의 공통점은 금융위기 전까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국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유로존 위기는 국가채무 위기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국가채무는 위기 대응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을 파악하였다. 부패언론의 (의도를 가진) 엉터리 보도 그리고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는 역할을 지원한 지식장사꾼들의 심각성을 깨닫는 기회였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 네 번째 사실에서도 재확인되었다. (현재 선진국 중 일본 다음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3년부터 지난 10년간 한 번도 17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유로존 위기 이전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졌고, (일본처럼)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지난 8년간 국가채무 문제는 재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리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른바 파산 선언이 있던 2015년 6월 말 약 14.9%를 기록한 후 계속 하락하여 21년 8월에는 0.6%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길게 기록할 수 없지만 그리스 파산 역시 국민 대다수가 요구한 긴축 반대와 자금지원 조건의 재협상, 채권국의 책임 분담을 뜻하는 부채 탕감 등의 실행을 내세운 좌파 정당 시리자가 집권하자 채권단의 보복성 자금지원 중단 압력의 결과였다. 이 압력에 굴복한 시리자의 정치적 몰락은 또 하나의 결과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누그러지고 경제활동이 복원되며 지난 2년간 겪고 있는 인플레 상승 및 유럽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채 수익률(10년물 기준)은 상승세로 전환했으나 최근까지 (한국과 차이가 없는) 3.7% 주변에서 형성되고 있다. 국가채무 비율 170%대의 나라가 지불하는 자금조달 비용이 (국가채무 비율이 그리스의 ⅓도 되지 않는) 한국과 차이가 없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국가채무 비율이 50~60%만 되면 자금 조달하기 어렵고, 고금리를 요구한다는 주장이 엉터리인 것은 유로존 국가채무 위기 국가 중 하나였던 스페인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유로화 도입 이후 금융위기 이전까지 국가채무 비율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2011년까지 독일보다 낮았던 스페인은 2012년에 90%로 치솟고 2013년 이후 현재까지 100%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지만 국가 파산 같은 것은 없을 뿐 아니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020~22년초까지 0.3% 안팎에서 안정되었고, 인플레 상승과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에 꾸준히 올랐지만, 최근에도 한국보다 낮은 3.4%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또 국가채무 비율(22년 기준)에서 172%의 그리스와 경쟁하는 167.6%의 싱가포르 국채 수익률이 한국에 시사하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 GDP 대비 높은 외환보유액 비중이다. 싱가포르가 국가채무 비율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국가이지만 90년대 이후 국가신용등급에서 최고 등급을 상실한 적이 없는 이유이다. 참고로 만기 1년 미만 국채 수익률은 그 나라의 기준금리에 비례하기에 기준금리로 대체하였다. 이처럼 추경호의 겁박(?)은 사실과 거리가 먼 이른바 뇌피셜이다.
‘사회 몫’ 늘리지 않으려 자극하는 국가채무 공포감
모피아가 자신들의 숙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가 ‘재정건전성’이다. 건전한 재정 운용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부패 정권 및 언론 등이 내세우는 ‘건전재정론’은 ‘재정지출 최소주의’라는 공적 금융(재정) 역할의 최소화에 방점이 있다는 점이다. 재정건전성(국가채무 최소화)은 재정지출 최소화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적 금융의 필요한 역할을 하면서 재정건전성을 달성하는 방법은 필요한 공적 금융의 확보를 위해 사회 전체가 생산한 가치 중 ‘사회 몫’을 늘리면 된다. (과거 칼럼에서 소개했듯이) 우리 사회(2020~21년 기준)에서는 통화량 증가분 중 21% 정도만 (땀 흘려 가치를 창출하는) 실물경제로 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대부분 불로소득과 관련된)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시장으로 간 결과 순자산 증가분(3239조 원)이 소득 증가분(103조 원)의 31배가 넘는 나라이다. 2021년 소득이 있는 개인 2536만 명 중 0.1%의 세전 소득(18억5 천만 원)이 중간선 50%에 있는 사람들 소득(2633만 원)의 70배가 넘는 나라이다. 선진국 중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이고, 불평등의 내용도 (자산 증가분이 주식보다 부동산자산에서 대부분 발생한다는 점에서) 악성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조세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지적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세수 감소로 재정 적자 규모가 심하게 증가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먼저, 이들은 우리나라 국민의 채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 특히 청년세대의 부담감을 이용해 국가채무에 대한 공포감을 이용한다. 그 연장선에서 국가채무 팽창을 막기 위해 재정지출 억제 필요성을 얘기한다. 그리고 국가채무의 공포감이나 부담감을 주기 위해 국가채무 절대 규모를 강조한다. 지난 글에서 얘기한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채무 1000조 원 돌파와 임기 중 400조 원 국가채무 증가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이자 납세자 국민에 대한 사기’ 논리가 그것이다. 모두가 가짜뉴스들이다(지난 칼럼 참조).
구체적인 얘기를 전개하기 전에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단순한 개념부터 정리하였다. 경제학에서 채무는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갖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부정적 측면으로 각인되고 있지만) ‘시점 간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돕는 순기능도 존재한다. 경제적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 표현이 너무 어려울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가계나 기업 등이 소비나 투자 등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일반적으로는 수입 범위에서 지출하지만, (특별한 경우, 예를 들어 가정의 달이나 좋은 투자 기회가 왔을 때) 자기 수입이나 자본을 초과하는 지출이나 투자를 위해 차입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가족 구성원 전체의 행복(효용)이나 기업이 추구하는 수익 극대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증가한 채무는 미래 지출을 절약해 해소하거나 미래 수익으로 상환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채무를 ‘미래 소득을 당겨쓰는 것’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채무를 이용하는 것이 채무 없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채무의 순기능이 존재한다.
국가에도 필요한 빚의 순기능
국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그리고 수출 등이 위축되어 경기가 둔화할 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여 경기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가 있다. 그 결과로 재정은 일시적으로 적자가 되지만 경기가 살아나 세수가 증가하면 국가채무도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채무 증가에서 한국보다 압도적이었던 주요 선진국의 지난 1년간 국가채무 변동을 보면 절대 국가채무액의 여전한 증가 속에서도 GDP 대비 비중이 상당히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국가채무 절대액 및 비중 모두 증가한 한국이나 일본 등과는 대조적이다. 대체로 성장률이 좌우했음을 보여준다. (참고로 일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족을 붙이면, 채무는 소득에 따라 감당 능력에 차이가 있듯이 국가채무 역시 국가의 소득을 나타내는 GDP 대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두 번째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국가채무 최소화와 국가지출 최소화는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부 지출은 사회의 공공선 추구를 위해 사회가 생산한 가치의 일정 부분을 ‘사회 몫’으로 배분한 것이기에 지출을 최소화하면 사회 안정이나 발전에 해로울 수가 있다. 사회 공공선에 필요한 재정 자원을 확보하면서 국가채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사회 전체의 소득(GDP)을 증대시키거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는 길이 있다. 후자에 대해 부유층의 조세 저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부유층의 부는 개인의 능력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경제이론적으로) 지나친 빈익빈 부익부는 성장에 부정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유대와 번영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 정권이 강조하는 재정건전성의 실체는 올해 1분기 재정적자 규모에서 잘 확인된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윤석열 정권이 올해 1년간 목표로 잡은 재정적자 규모를 크게 추월한 이유가 (지출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세수가 심하게 감소한 데서 비롯하지 않았는가. 재정적자를 인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4월까지 정부 지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7조 원을 줄였다. (정치와 정부에 불신이 높은) 일반인은 지출을 줄이면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힘이 있는 부문에 대한 지출보다 힘이 없는 부문의 지출 조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세수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 긴축재정은 가뜩이나 취약한 성장 기반을 훼손시킴으로써 국가채무 비율을 다시 증가시키는 악수가 된다. 그 결과 재정지출 최소주의로 재정건전성 달성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회는 물론 대통령 권한까지 노리는 모피아의 음모
서론이 길어졌다. 이제부터는 추경호가 추진하는 ‘한국형 재정 준칙’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여러 번 지적했지만, (정치검찰처럼) 모피아는 사적 혹은 조직의 이익을 위해 공공자원을 사유화하려는 경제관료 집단이고, ‘재정 준칙’ 도입은 모피아가 추진하는 ‘모피아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모피아가 제도적으로 해체되지 않는 한) 재정 준칙은 정권 성격과 관계없이 추진된다. 박근혜 정권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재정 준칙이 문재인 정권의 홍남기 기재부에서도 계속된 이유이다. 정권 성격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된다는 것은 민주당 등 야당 정치인 다수가 ‘재정 준칙’의 문제점을 잘 모르고 있거나 심지어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 정치인 중 상당수가 대중 앞에서는 친서민 행보를 보이고, 안 보이는 곳에서는 친재벌 행보를 하듯이, 사실 경제관에 있어서는 국힘당과 별 차이가 없는 민주당 정치인이 많다. 이재명 대표 체제이기에 둑이 무너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추경호표’ 재정 준칙은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 재정 준칙과 차이가 있다면 모피아가 발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 또한 후안무치를 특징으로 하는 윤석열 정권의 속성에서 비롯한다. ‘추경호표’ 재정 준칙과 기존 재정 준칙과의 차이는 (아래 표에서 보듯이) 재정적자의 기준을 통합수지에서 관리수지로 바꾸고, 국가채무가 GDP 대비 60%가 넘으면 3%까지 허용한 재정적자 한도를 강제적으로(?) 축소하고, 이를 위해 법률로 못 박아 최고 선출권력인 대통령조차 건드리기 어렵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편성권을 갖는 예산에 대해 (또 하나의 선출 권력인) 국회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다.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각 항의 예산 규모를 늘릴 수 없고, 새로운 용도의 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헌법 57조)는 점에서 사실상 권한이 없다는 말도 과장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예산심사권을 갖고 (표를 의식한) 지역구 예산 확보용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행위는 (선출 권력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주기에 경제관료나 부패언론 등이 볼 때 나쁘지 않은 구조이다.
국제적 비교 불가이며 이론적 근거도 없는 한국형(?) 준칙
학생들이 재정 준칙의 이해와 문제점을 스스로 파악하도록 다음의 질문들을 던졌다. 첫째, 60%와 3%라는 수치를 명시적으로 도입한 나라가 유로존을 제외하고 선진국 중 또 존재하는가? 둘째, 유로존이 기준으로 도입한 60%와 3% 수치의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가? 셋째, 재정수지를 관리하는 지표를 통합수지에서 관리수지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관리수지는 적합한 기준인가? 넷째, 재정 준칙의 수치들을 법률로 못 박은 나라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법률로 수치들을 못 박을 때 문제점은 없는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학생들 조사의 결론은 여러 나라가 건전한 재정의 필요성과 준칙의 필요성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수치를 명시적으로 도입한 나라는 유로존 이외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로존이 이 수치들을 명시적으로 설정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로화를 도입한 국가는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수단인) 통화정책을 포기했기 때문이고, 그에 따라 개별 국가는 재정정책 의존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에 재정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조사 결론은 이론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40%나 100%가 아니라 왜 60%여야 하는가에 대한 유일한 근거는 유로화 도입 당시 회원국 평균 채무 비율이 60% 근처였다는 것, 그리고 유로존에서 비중이 가장 큰 독일의 명목 GDP 성장률과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이자율)이 거의 같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참고로 유로화가 유통되기 직전인 2001년 당시 유로화 도입을 한 12개 국가의 국가채무 비율의 산술 평균이 62.8%였다. 문제는 국가채무 비율 60%와 재정적자 3% 이내로는 국가채무 비율 60% 달성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유로존 국가채무 비율이 목표를 달성한 적이 한 해도 없는 이유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에는 8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재정수지 목표로 설정한 3% 수치 역시 이론적 근거는 없다. (경기 대응 등의 필요에 따른) 개별 회원국의 재정 운용 자율성을 허용하면서 물가 안정이나 국가채무 관리 등을 위한 절충점이었다.
세 번째 질문을 처리하기 위해 먼저 국가채무 비율의 구성 요소를 간단히 정리하였다. 국가채무 비율의 분모는 명목 GDP 성장률(경상성장률)이 결정하고, 분자는 기존 채무액과 채무액에 대한 이자 부담 그리고 그해에 새로 발생하는 재정적자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참고로 재정수지는 (국세수입과 세외수입과 기금 수입 등이 대부분 차지하는) 정부의 총수입과 (예산과 기금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부의 총지출 간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이 차이가 ‘통합수지’이고, 통합수지에서 (국민연금, 사학연금, 산재와 고용 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 부분을 제외하면 ‘관리수지’가 된다. 그리고 정부 채무에 대한 이자 부담을 제외한 정부 지출과 정부 수입의 차이가 ‘기초수지’이다. 따라서 그 해의 국가채무 비율은 (모든 정부가 참고로 하는) 다음 산식으로 결정된다. 참고로 평균 조달금리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국채 이자 부담과 차환하는 국채 이자 부담 등을 평균한 것이다.
이처럼 이전 정부에서 재정수지 관리 기준을 통합수지로 설정한 것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런데 추경호 재정 준칙에서는 왜 통합수지를 관리수지로 설정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 이유는 사회보장성기금 수지에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는 지난해 16.9조 원 흑자였고, 올해도 4월까지 9.8조 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수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정부 순수입(≡수입-지출)이 작아진다. 재정이 적자일 경우 적자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관리수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재정지출을 억제해야만 한다. 문제는 국가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가 흑자 혹은 적자일 수 있기에 관리수지를 국제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이다. IMF가 통합수지를 기준으로 제시한 배경이다. 기초수지가 국가채무 비율에 영향을 미치기에 학생들에게 국가채무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수지를 볼 수 있는 IMF의 ‘재정 모니터’(매년 2회 발간)를 소개하고 한국을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라 하였다. 2006~22년간 선진국 평균의 기초수지 적자가 3%를 넘었던 해는 여섯 해였고, 유로존도 네 해나 되었다. 반면 한국은 한 해도 없었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했던 2020년도 3% 이내였다. 학생들은 한국이 재정 관리가 가장 잘 되는 국가였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 비중이 작은 이유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공금융 무력화’ 이데올로기 신봉자의 위험한 도박
그런데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2020~21년)에는 적게 증가하였고, (앞에서 소개한 표에서 보듯이) 지난해에는 감소로 전환한 다른 선진국과 달리 증가를 지속하였다. 팬더믹 기간 국가채무 증가가 지나치게 낮았던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반대급부로 가계 채무가 급증하고, 성장 기반을 훼손시켜 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재부도 밝히고 있듯이) 중장기적으로 재정 기반이 지속 가능한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추경호는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으면 재정수지 한도를 강제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재정적자에서 보듯이 재정수지는 (정확히 전망하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경기 변동에 따라 자동적으로 재정수지가 흑자 또는 적자가 되어 경기 변동을 완화하는)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얘기한다. 그런데 법률로 수치를 못 박아 재정을 경직적으로 관리하면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은 포기하는 것이다. 이처럼 추경호 등 모피아가 이론적 근거도 없고, 현실적으로 무리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통 모피아인 추경호가 (법제화할 경우) 한국에만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재정 준칙을 반드시 만들겠다는 것은 ‘재정지출 최소주의’(공공금융 무력화)라는 이데올로기를 종교처럼 신봉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 최소주의는 공공금융을 약화하고, 사적 금융 주도, 즉 돈의 힘이 지배하는 사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재정지출 최소화는 감세로 이어지고, 감세 혜택은 부유층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불평등이 심한 한국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출처 : 국회는 물론 대통령 권한까지 노리는 모피아 < 최배근 통찰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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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또한 개혁해야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경제의 진실과 정의를 밝히시는 최배근 교수님!!
짱 !!
바른말 하면 다 공산당으로 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