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신군부의 멤버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녔다고 하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이 모여든 곳은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며칠 전에 사망한 윤필용 씨는 신군부의 다른 이름인 ‘하나회’의 대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 등 정치군인들이 군대에서 사조직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설쳐대는 짓거리를 뒤에서 도와준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윤 씨의 빈소에는 하나회 회원 수십 명이 옛날의 은인을 추모하려고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동지 의식으로 똘똘 뭉친 하나회 멤버들의 집단행동은 저 세상에 가서도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날 삼성병원을 찾은 하나회 회원들 대부분은 또 한 사람의 전직 수경사령관 장태완 씨의 빈소에는 조의를 표하지 않았다. 장 씨는 공교롭게도 윤필용 씨가 별세한 날 이틀 후에 세상을 떴다. 겨우 장세동 씨 한 사람만 빈소에 다녀갔다고 한다.
1979년 12.12.사태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장태완 씨는 신군부의 군사반란에 누구보다 극렬하게 맞선 사람이다.
(신군부는 반란군의 소모임 장소를 탱크로 밀어버리겠다는 장태완 사령관의 엄포에 한때 사색이 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너무 늦은 감이 있었지만 1995년이 되어서야 뒤늦게나마 하나회 멤버들이 작당하여 군대와 국가를 말아먹으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군인의 본분을 다 한 참 군인의 표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신군부의 음흉한 계획과 암행을 일찍이 간파하고 있었던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12.12. 사태 때 체포되어 1980년에 강제로 군복을 벗어야 했다. 신군부는 거사를 추진하는데 방해가 되는 사람들에게 모조리 락(Lock, 행동제한)을 걸어버렸다.
12. 12. 그날 밤에 대한민국 군대는 세 동강이 나있었다. A그룹. C그룹. N그룹(neutral).
정부군 A그룹의 열혈 애국자 장태완은 참 군인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반란군 C그룹은 정보 채널을 장악하고 온갖 불법을 자행했다. 육군 참모총장을 납치한 후 국가안보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 무리들의 난동이 위험수위를 훌쩍 넘어버렸다.
어정쩡한 자세로 좌고우면하던 중립지대의 N그룹의 사람들은 하나씩 신군부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한강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여 신군부에 길을 내준 30사단장 박희모 같은 기회주의자가 그들이다.
총리공관의 경호원들까지 불법 길빵해버린 하나회의 끄나풀들에게 국가 안보 따위는 남의 일이었다.
그 반면 정부군 장성들은 무엇보다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걱정했다는 걸 알 수 있는 기록들이 있다. 12.12 사태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현장 육성 녹음을 들어보면 장태완, 합참의장, 3군사령관 등 주요 장군들이 전방의 상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아군간의 교전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하는 절박한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대목이다.
불법 길빵이 난무하던 신군부의 세상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신군부의 싹쓸이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는 갖가지 집단 이기주의와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포회라는 신판 권력형 사조직이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정의가 실종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25일 신군부 주요 인사들의 갑작스런 행차는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었다. 참 재수 없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몹시 울화통이 터졌다.
전두환 씨는 대역 죄인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사람이다. 그렇다면 뒤늦게라도 지난날의 죄과를 반성하고 국민 화합과 통합의 시대에 동참해야 하는데 아직도 잘난 체하며 하나회 멤버들을 이끌고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이건영 3군사령관 - “연대에서 똥콜 띄우면 안 돼!”
구창회 9사단 29연대장 - “연대 똥콜 안 뿌립니다!”
1980년 어느 무덥던 날 높은 단상에 앉아있는 전 씨에게 엎드려 넙죽 절하는 코미디언 백남봉 씨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날이다.
♣[토막난 기억 한 가지]
수년 전 전두환의 아들 전재국 씨가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되었는데 그 후의 이야기는 못 들었다. 전 씨는 대리기사를 불렀으나 너무 늦게까지 연락이 없어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차를 몰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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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얼마전에 작고하신 원맨쇼의 거장이신 백남봉씨가 생각납니다.
부디 평안한 곳에 영면하시기를.....
사십오 년 팔일오 이후 두 번째의 쿠테타에 국민은 살얼음판이라~~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군사 쿠테타.....
29만원의 마술로 세상을 놀라게 한 두환이 헝아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을까 싶기도 합니다. 친일행적이 들통나 말년에 이름을 더럽히고 만 당대 최고의 서정시인 서정주도 넙죽 업드리게 할 정도였으니...ㅎ
감사합니다
훗날 우리 자손과 역사가 평가하겠죠....
5.16/5.18/6.10/10.29/12.12...근현대사의 암울했던 역사의 한조각들입니다.빨갱이 타도를 외치며 독재를 찬양하는 아이러니한 국민성이구요.민주주의를 통째로 말아잡순 전대머리녀석과 그의 잔당들,그를 좋아라해서 모인 단체도 '전사모'라는...참....
한 수 또 배우고 갑니다
왠지 추리소설 한편을 읽은 기분 입니다__^^
저도 토막난 기억 한가지___
전두환이 아들차를 대리 해준적이 있었는데..
신라 호텔에서 역삼동까지 50,000만원 주더군여..차는 밴_____
머리 스타일은 전두화니랑 꼭 같이 해서 다니더군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