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잠 '장보고 N사업' 발표
국방부는 26일 ‘장보고 N’으로 명명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 사업을 추진해 2030년대 중반 원자력 추진 잠수함 1번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 원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힌 뒤 실제로 구체화된 내용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이날 원잠 연료로 저농축 우라늄(LEU)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료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한미 간의 대면 실무 협의는 지난 6개월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외교부는 지난 20일에야 원잠 도입 등을 위한 “킥오프(kick-off)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미국 대표단이 수주 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러도 다음 달 중순에나 실무협의체 첫 회의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의식해 이재명 정부가 일방적 발표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원잠에 탑재할 소형 원자로 건설은 국내 기술 개발이 상당히 진전돼 있다고 보고 있다. 곧 육상에서 테스트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연료 확보인데 연료 교체가 필요 없는 고농축 우라늄(HEU)은 핵무기 개발에도 사용되므로, 한국의 원잠 도입이 ‘핵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
이 정부는 핵 확산을 감시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저농축 우라늄 확보 과정에서 핵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저농축 우라늄도 미국의 협조 없이는 확보가 불가능하다.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르면 한국이 20% 미만의 저농도로 우라늄 농축을 하려 해도 한미 고위급 협의를 개최해 미국 측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 저농축 우라늄을 수입하는 경우에도 미국 원자력법에 따라 미국 의회의 지지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저농축 우라늄 기반 ‘쉬프랑급’ 원잠을 운용하는 프랑스와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말도 나오지만, 외교 소식통은 “한미 관계가 완전히 틀어질 것을 각오해야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정부는 이날 원잠을 “대한민국 내에서 개발·건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동을 걸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한미 회담 후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했다”며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회담 내용을 정리해 양국이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건조 장소에 대한 언급이 없다. 국방부도 원잠 국내 건조에 대한 미국의 명시적 동의를 받지는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한국의 원잠 도입 목적에 대해서도 한미 간 인식 차가 있다. 이재명은 원잠이 “자주 국방의 핵심 전력”이 될 것이라고 했고, 안규백은 원잠이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을 대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지난해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후 케빈 김 당시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공동 도전 과제에 대응해야 한다”며 중국의 서해 구조물 무단 설치 등을 원잠 도입 승인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영국과의 삼자 안보 파트너십(AUKUS)을 통해 원잠 도입을 승인받은 호주에 대해 “호주는 남태평양에서 대중 견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한미 관계 소식통은 “대중 견제 작전에 동참하지 않으면 원잠 도입을 위한 협조를 받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원잠 도입 추진이 본격화되면 북·중·러 등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원잠 도입 추진 발표 직후 “한·미가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길 바란다”고 했고, 러시아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일본에서는 원잠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