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아 경기 보신 분들은 다들 들으셨겠지만 오늘 경기 해설을 맡은 안경현이 여러 번 지적한 사항이 있었죠.
지나치게 스트라익이 많다, 너무 공격적이다 라는 겁니다.
투수로서 공격적인건 어디까지나 무조건 좋은건 아닙니다. 그렇게 가다가 두드려 맞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윤석민 같은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죠. 알고도 못치는 스터프들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윤석민은 분명히 좋은 공을 가지고 있었고, 아주 다양한 구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구력도 좋고 그렇다고 멘탈에 이상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이나 김광현에 비해서 아래로 평가받았고 그건 바로 경기 운영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잘 던지는 공이 잘 먹힐 수 있는 위치에, 그러한 타이밍에 던지는거였죠.
윤석민의 경우엔 좋은 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레파토리를 스스로가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결정적인 순간에 핏치 첫번째 옵션이나 두 세번째 옵션이 아닌 공을 던지다 맞는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지나치게 삼진을 의식하며 달아나는 투구를 하다가 투구수가 불어나 고생하는 모습도 있었고요.
하지만 작년부터 윤석민은 완전히 달라졌죠.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승부가
제대로 먹힐 수 있을만한 구위를 갖춘 슬라이더, 직구에 집중됐습니다.
스트라익-볼 비율이 7:3에 달하는 윤석민은 실제로 스트라익을 70% 던지는게 아닙니다. 스트라익처럼 보이는 공이 70%죠.
타자로서는 볼도 스트라익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러한 볼에 뱃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되면 원래 노리던 코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파울이 되거나 헛스윙이 되면서 카운트를 벌 수 있죠.
물론 실수로 맞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통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로페즈도 마찬가지죠.
빠른 승부를 통해서 맞아나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빠른 승부로 얻는 이득은 매우 많습니다.
우선 빠른 승부를 통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흩어놓을 수 있습니다. 한국타자들은 기다리는 성향이 강하죠.
3볼 상황에서 스윙하는 타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3볼 1스트라익 상황에서조차 기다립니다.
그만큼 볼을 고르고 소극적인 타자들이 한국 타자들인데, 빠른 승부를 들어가면 타자들이 그만큼 조급해집니다.
또한 빠른 승부를 통해서 투구수를 아낄 수 있죠. 투구수를 아끼면서 긴 이닝을 가져갈 수 있게됩니다.
더불어 빠른 승부를 하면 카운트가 대부분 투수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그만큼 범타유도가 쉬워집니다.
물론 그러한 장점들은 윤석민같이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을 갖추고 있을 때 적용될 수 있는 사항들입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윤석민은 적어도 한국에서 투수가 보유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장점들을 보유한 선수고
그러한 선수가 빠른 승부와 승부 구질의 선택적 집중이라는 카드를 빼들었을 때 나온 결과는 지난 시즌 4관왕,
올시즌 2경기 17이닝 동안 피안타 4개로 귀결됐습니다.
그 필승패턴은 2012년 들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게 증명됐고, 경기마다 각 팀의 타자들이
윤석민의 필승무기인 '슬라이더'에 삼진을 당하며 뱃을 허공에 휘두를 뿐 아니라
그 뱃이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내던져지는 광경을 연출한다는건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는걸 역설합니다.
심지어 3년 넘게 던지지 않다가 시범경기부터 '그냥 사인이 나서 던져봤다, 하지만 이제 던지지 않을거다'라던
팜볼로 최형우, 강정호라는 양팀 최고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은 말이 필요 없죠.
글이 좀 장황하게 쓰여져서 (써놓고보니 횡설수설한 감이 있군요) 글의 핵심을 다시 정리하면,
윤석민의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구위, 구질, 컨트롤이나 멘탈 문제라기 보다는 게임운영방식에 있었고
지난 시즌 이후로 윤석민의 운영방식은 공격적으로, 몇몇 구질을 선택적으로 승부에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그렇게 결과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그러한 방식은 올시즌에도 변함이 없으며 결과 또한 마찬가지다라는 내용입니다.
지난 시즌부터 그 전까지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윤석민이
올시즌도 지난시즌처럼 압도적 모습을 보이며 류현진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갑니다.
첫댓글 이제 확실히 3톱 체제입니다. 김광현이 얼마나 빨리 복귀해서 예전 기량을 펼치느냐에 따라...자칫 잘못하다간 류,윤 2인 체제로 굳혀질 수도 있습니다. 일단 윤석민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우완 원탑인 것은 확실합니다. 어서 빨리 김광현이 돌아와서 진정한 3명의 에이스 대결을 보고 싶습니다.
한국 선수중에 이 정도의 슬라이더를 가진 투수도 역대로 선감독 밖에 없었지만,
이 정도의 슬라이더를 투구폼에 무리없게 던지는 투수역시 선감독 외에는 처음이라는 점이 정말 대단합니다.
다만 지난시즌에도 슬라이더 비율이 높은 경기에서도 지구와 1:1 정도 비율이었는데 이번시즌에는 오히려 슬라이더가 직구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우려ㅡ럽긴 합니다. 부드러운 투구폼이야 존 스몰츠도 마찬가지였지만... 마성의 슬라이더는 팔꿈치에는 그 스몰츠마저도 선수생명을 갉아먹었음을 생각해본다면, 아주 조금은 걱정이 되네요.
9회에 143km 슬라이더를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전성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마무리 롭넨에 슬라이더를 보는듯한 ㅎㄷㄷ
이순철 코치가 있기때문에 올해는 다양한 레파토리보다 직구를 많이 던지겠네요. ㅎ
저도 이 생각을 했다는 ㅋㅋㅋㅋㅋㅋㅋ 해설위원 시절에 변화구 너무 좋아한다고 좀 까댔더니 바로 그 다음경기에 직구 위주 피칭하면서 이순철 당시위원한테 사과를 받아냈죠 ㅋㅋㅋㅋㅋㅋㅋ
그 날 사실 1실점인가 했나요? 굉장히 잘 던지고 MVP 인터뷰인데 각잡고 혼냈었죠. 실실 웃다가 표정 굳고요. 사실 변화구 위주로 다양하게 던져도 타자들이 못치는데 뭔가 비효율적인 거보고 뭐라고 하니까 바로 직구 위주로 던져서는 다음번에 또 MVP 인터뷰했죠.
작년부터 올해까지의 모습은 저공은 알고도 못친다는 느낌이 확실히 듭니다..직구의 구위만으로 그런생각이 든 것은 오승환 윤석민 둘뿐,..
오늘은 가끔 던지던 커브도 안보이더군요... 좋은 선택 같습니다. 이 정도의 구위면 직구, 슬라이더, 왼손타자에게 가끔 체인지업.. 이 3구종으로만 던져도 충분하니까요... 누가봐도 슬라이더가 들어오겠구나 하는데, 알고도 못치는 넥센타자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올시즌 정말 기대되네요...
진짜 마구 딴거 없습니다. 알고도 못 치는게 바로 마구죠. 그런 의미에서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충분히 마구입니다.
기아와 윤석민팬으로서 올해 바램은 우완최고라는 호칭에서 우완을 떼어버리는겁니다.....
단 두경기지만 몸쪽을 자신있게 던지고 서클체인지업이 다시 좋아졌더군요. 올시즌 너무 기대됩니다.
어쩐지 윤석민은 야구만 알고 야구만 하는 선수같습니다. 그래서 믿음이가네요. 몇년전에 바로앞에서 만난 적이있는데 그때 싸인 받아뒀어야 했는데 싶네요ㅋㅋ
직구 위주에 결정구는 슬라이더, 거기에 정말 가끔 커브 던지고, 좌타자 상대로는 써체, 거기에 강타자 상대로는 정말 아주아주 가끔 팜볼. 사실 윤석민이니까 이정도 던져도 '투피치로 던지네. 간결하네'하는거지 솔직히 어지간한 투수면 저렇게 던지면 '구질이 다양하다.'라고 할만한 피칭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