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늘이란 매체에 제가 음악칼럼을 쓰는데, 이번에 콜트 콜텍 동지들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미흡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진심을 담아 쓴 글이니 콜트 콜텍 동지들 모두 읽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박영호라는 자가 김재철이란 자와 비슷하군요. 둘다 명박스럽지요. 우리가 연대해야 할 이유입니다. 더워지니 더 힘드시겠네요. 살아 있으니 감사하며 의연히 투쟁합시다. 홧팅!
이채훈 올림
“기타를 쳐라, 공장을 돌려라!” - 두 번 정리해고된 콜트 노동자들께 기타 음악 한 곡
저는 MBC의 이채훈 PD라고 합니다. <뉴스타파>에서 여러분 얘기를 보았습니다. 그간 간헐적으로 콜트 콜텍 해고노동자의 소식을 듣긴 했지만, 화면으로 보니 새삼 여러분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클래식 기타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석 달 학원 다녀서 ‘로망스’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쳤습니다. 여섯 줄의 울림이 기타 몸통에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 브릿지 가까이서 단단한 소리, 줄 가운데 쪽에서 부드러운 소리가 나지요. 몸통을 두드리면 탬버린 소리가 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베토벤이 말했듯, 기타는 다양한 음색이 매혹적이지요. 기타를 만드는 여러분께 제가 감사해 온 이유입니다.
저희 MBC 노조의 파업이 만 5달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쉬운 싸움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도무지 언론인이라 할 수 없는 몰상식한 자들이라 대화로 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복직 투쟁은 벌써 만 5년을 넘겼군요. 그 동안 여러분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상상이 잘 안 됩니다. 방송에서 여러분의 투쟁을 충분히 전하지 못한 것, 사과드립니다. 뒤늦은 격려와 연대의 손길이지만 뿌리치지 말고 잡아 주십시오.
콜트 노동자 여러분은 기나긴 투쟁 끝에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의 ‘정리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습니다. 자랑스런 투쟁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연히 여러분은 복직되고, 공장은 다시 가동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공장이 외국에 있기 때문에 복직시킬 수 없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콜트 콜텍은 세계 기타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판매량 세계 1위, 당기 순이익 100억을 기록한 회사입니다. 당연히 국내 공장을 재가동할 여력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박영호 등 경영진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여러분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했습니다.
“여기 (대법 판결문에) ‘해고는 무효, 복직시키고 임금 주라’고 써 있잖아? 너희들 법 좋아하잖아. 늘 ‘법대로 하자’ 그랬잖아? 말 좀 해 봐.”
콜트 여러분들의 절규에 돌아온 대답은 다시 정리해고한다는 일방적 통보였습니다. 5월 31일이었죠. 그들은 복직을 전제로 한 교섭을 거부한 채 돈 몇 푼으로 적당히 무마하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이 땅의 사법 정의를 무시한 채 자기 배만 불리겠다는 파렴치한 짓이었습니다. “해고는 살인”입니다. 두 번의 정리해고…. 그들은 여러분을 두 번 죽였습니다.
73년 창립된 콜트 악기는 여러분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세계 수준의 기타 제조업체로 성장했습니다. 여러분은 먼지를 마시고, 칠에 중독되고, 기계톱날에 손등을 다쳐가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여러분은 소음 때문에 귀가 약해지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콜트 공장은 ‘산업재해의 종합 백화점’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작업환경과 저임금에도 여러분은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나날이 번창하는 것을 보며 묵묵히 참으셨지요. 박영호 사장이 한해 100억씩 챙겨서 한국의 120대 부자가 될 때 여러분은 여전히 저임금이었지요. 그런데도 그저 순박하게 일만 하셨지요. 여러분이 만든 악기가 선남선녀의 손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쏟아내는 그 순간을 상상하며 스스로 위로하셨지요.
여러분은 30년 안팎 기타를 만들어 온 최고 기술자들입니다. 이러한 여러분을 콜트 콜텍 경영진은 ‘가족’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동남아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서는 순간, 하루아침에 여러분을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2007년 4월 12일, 노동자 56명에 대해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그해 8월 31일 콜트 부평공장을 폐쇄해 버렸습니다. 아름다운 악기를 만드는 회사가 이렇게 비정하다는 걸 저는 믿기 어렵습니다. 그 뒤 5년이 넘도록 그들은 아는 체도 안 하고, 여러분을 보면 도망 다니기 바빴습니다.
지난 세월 여러분이 겪은 고초를 돌아보는 것, 이 또한 괴로운 일이지요. 생계의 벼랑에 몰렸을 때는 눈앞이 캄캄하셨지요. 아이들 학비가 없어서 휴학시켜야 할 때는 마음이 울컥하셨지요. 부인이 “이혼하자” 하셨을 때는 하소연할 곳 없어 외로우셨지요. 심지어 분신으로 억울함을 호소한 조합원이 계셨지만 박영호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걸핏하면 ‘하나님’을 찾는 자가 이렇게 비정할 수 있다는 현실, ‘하나님’이 계시다면 뭐라고 하실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이 모든 괴로움을 딛고 대법원의 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는 저들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잊으셨을 겁니다.
자본의 탐욕은 끝이 없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아귀’ 같다고 할까요? 노동자의 피를 다 빨아먹고 나 몰라라 하는 ‘흡혈귀’ 같다고 할까요? 쌍용자동차의 경우, 공장은 한국에 있지만 소유주가 국경을 넘어 다닙니다.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서 인도 마힌드라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한국에 남아 있는 2646명의 생존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콜트 콜텍은 소유주는 한국에 있지만 공장이 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경영진은 공장이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있다는 이유로 여러분의 정당한 복직 요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코오롱, 대우자동차판매, 유성기업 등 장기 투쟁 사업장은 사회적 문제이므로 정부가 나서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돈벌레’의 우두머리라서 해결이 난망입니다. 권력자가 불법 비리 그 자체이니, 경영하는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법을 무시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와 경영진이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니 우리의 투쟁은 불가피합니다. 자본은 국경이 없지만 우리 노동자들은 여기저기 흩어진 채 자기만의 방에 갇혀 있는 요즘입니다. 그 벽을 넘어 손을 잡아야 합니다. 음악은 그 벽을 넘어 날아갑니다. 여러분은 ‘콜트 콜텍 밴드’를 만드셨군요. 여러분의 음악은 콜트 콜텍의 희망, 우리 모두의 희망을 노래합니다. 참 명쾌한 음악입니다.
♬♬ “기타를 쳐라! 공장을 돌려라!”
‘기타의 베토벤’으로 불리는 페르난도 소르의 ‘위안’ (L'Encouragement) Op.34를 보내 드립니다. 첫 부분 ‘칸타빌레’, 둘째 부분 ‘주제와 변주’, 마지막 부분 ‘왈츠’로 이뤄진 이중주곡입니다. 불가리아의 쌍둥이 자매 보야나 스토야노바, 케티 스토야노바가 연주하는 모습이 정답습니다. 특히, ‘노래하듯’ 연주하는 칸타빌레에서 두 대의 기타가 애절하게 대화하며 서로 교차하는 대목이 맘에 들어서 여러 차례 방송에 쓴 일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