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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Go to Manhattan!,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신화
‘바이킹’(The Vikings)이라는 1958년 제작의 미국영화가 있다.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쯤인가 해서 국내 개봉이 되었었는데, 그 즈음에 내가 참 좋아하던 커크 더글라스와 토니 커티스가 주연한 영화로, 참 재미있게 봤었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 커크 더글라스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외쳐 부르는 신의 이름이 ‘오딘’이었다.
바로 그 ‘오딘’이라는 북유럽 신화의 주신이 나를 신화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 단초가 됐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어진 연줄이었다.
그 즈음에 내가 또 신화에 빠져들게 된 이름이 하나 있다.
헤라클레스다.
역시 그때쯤에 내가 알게 된 이름이다.
세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힘이 장사여서 누구도 풀기 힘든 신이 내린 숙제 열두 가지를 해결했다는 것이었다.
그 숙제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것을 꼭 알아야겠다고 그때부터 마음에 작정을 하고 있었다.
세월은 흘렀고, 세상 살기에 바빴던 나는, 내 그 작정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이 태어나면서, 내 생각의 세계에서 그 신화에 대한 관심이 솔솔 일기 시작했다.
신화라고 해서 그저 마구잡이로 꾸며낸 허구가 아니라, 갖가지 인간관계를 설정함에 있어 도움이 되게끔 논리적으로 연결 지어 지어낸 것이라는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어린 내 두 아들에게 그 신화에 대한 이해를 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그 두 아들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인 1980년대 후반쯤에 삼중당문고에서 발행한 손바닥크기의 문고본 ‘그리스로마 신화’를 각 한 권씩 사주어서 읽게 했고, 그 확인 차원에서 독후감까지 쓰게 했다.
그렇게까지 했으면서도, 정작 그리스로마 신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나는, 이 핑계 저 핑계로 그 책에 접근하는 것을 미루어왔었다.
그러나 결국 때가 오고야 말았다.
12년 전으로 거슬러, 검찰에서의 내 마지막 근무처인 대검찰청 감찰부 감찰 제 2과 검찰수사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당시 대검찰청 이수만 국장님과 서유럽 여행을 하는 기회가 생겼다.
아내를 동반한 여행이었었는데, 그때 신화시대의 흔적들이 가득한 이태리 로마거리를 다니면서 신화를 읽지 않고는 서양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내가 맨 먼저 읽게 된 것이 단테의 ‘신곡’(神曲)이었다.
이태리 피렌체에서 단테의 생가를 찾았었는데, 그 생가 앞에서 내 심중으로 스스로 다짐 한 것이 바로 단테의 ‘신곡’을 읽겠다는 것이었다.
우연한 기회가 있어 800여 쪽 되는 책도 한 권 샀다.
그러나 책장에 꽂아놓은 채 먼지만 쌓이고 있었다.
책 두께에 기가 질려서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도 내 그 다짐을 밝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 책을 읽지 않고 넘어가도 그만이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또 흘렀다.
그러나 내 생각의 세계에서 그 다짐이 잊히지는 않았다.
스스로 양심의 세계에서 쪽이 팔리는 허송의 세월이 한참을 지나갔다.
더 이상 그 쪽팔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책장 속에 꽂힌 채 먼지가 쌓여가고 있던 그 책을 꺼내 들었고,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내가 큰며느리를 맞아들이던 2007년 그해 9월의 일이었다.
단테의 ‘신곡’ 그 책을 읽다보니, 수천을 헤아려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과 신들이 등장하는데, 그 사람과 신들의 이름만 가지고는 그 책을 읽어본들 수박 겉핥기식의 껍데기 독서가 될 뿐이었다.
그 책에 등장하는 사람과 신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알아야 ‘신곡’ 그 책에 대한 이해가 가능했다.
하도 얽히고설킨 사연들이 많아, 정성스럽지 않고는 읽기를 계속할 수 없는 것이, 단테의 ‘신곡’ 바로 그 책이었다.
그랬기에, 그 즈음에 어느 선배 한 분이 ‘그만한 정성이라면 다른 책을 읽어도 훨씬 더 많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왜 쓸데없이 그런 책을 읽느냐.’라면서 나를 힐난을 해서, 내 심기를 불편하게 한 적도 있다.
이왕 읽기 시작했으니, 그 책의 뿌리까지 빼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파고들었다.
결국 그 책을 독파하고 100편에 이르는 독후감을 썼을 뿐만 아니라, 잇고 이어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도 읽게 되었고,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도 읽게 되었으며,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까지 읽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신화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또 하나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책이 한 권 있었다.
그리스 학자 아폴로도로스(Apollodoros)가 그리스신화를 집대성해 놓았다는 책이었는데, 그 책을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라는 바로 그 책이었다.
일단 그 책을 구입했다.
그때가 2014년 10월쯤의 일이었다.
그런데 또 그 책을 책장에 꽂아둔 채, 세월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딱 한 해 전인 2015년 이맘때의 일이다.
중학교 동기동창 중에 서울 강동에 사는 친구들을 주축으로 해서 어울리는 모임인 ‘강동회’에서, 부부동반으로 3박 4일 일정의 홍콩과 마카오와 심천을 들르는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그 여행에서 내 특별히 한 짓이 하나 있었다.
그동안 1년 가까이 책장 속에 꽂혀 먼지가 폭 쌓여가던 책 한 권을 꺼내들고 간 것이 그것이다.
‘BIBLIOTHEKE by APOLLODOROS’라고 해서 BC 140년경의 그리스 학자인 아폴로도로스가 쓴 그리스신화였다.
옮긴이인 천병희 교수가 그 책의 제목을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라고 한 것으로 봐서, 내가 그동안 읽은 그리스신화에 대한 다른 요약본과는 달리, 그리스신화 그 전체를 포괄하는 내용일 것 같았다.
다음은 Daum사이트에서 챙겨본 그 책에 대해 간략한 소개의 글이다.
「그리스 신화의 본류를 간추린 이야기 형태로 담아낸 체계적인 안내서. 우주와 신들의 탄생에서 트로이아 전쟁과 트로이아 전쟁에 나간 영웅들의 귀향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신화의 주요 권역들과 주요 영웅들에 얽힌 사건들을 폭넓고 깊이 있게 기술하고 있다. 기원전 2세기의 고대 그리스인 '아폴로도로스'가 집필한 이 책은 문학적인 상상력을 과감히 걷어내고 그리스 신화 세계를 객관적으로 전한다. 또한 치밀하고 풍부한 이설들에 대한 비교와 풍부한 주석을 통해 그리스 신화에 대한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부록에서는 그리스 신과 영웅들의 가계도와 주요 12신의 행적, 신화 속 동물과 변신에 대해 다룬다.」
책의 목차는 이렇다.
「제1권 / 신들의 탄생 /데우칼리온의 자손들 /이아손과 아르고 호. 제2권 / 아르고스 지방의 초기 신화 / 헤라클레스와 그의 자손들. 제3권 / 크레테와 테바이 신화 / 테바이 전쟁 / 아르카디아 지방의 신화 / 라코니케 지방과 트로이아 지방의 신화 / 하신 아소포소의 자손들 / 아테나이의 왕들 1. 요약 / 아테나이의 왕들 2 / 펠롭스의 자손들 / 트로이아 전쟁 / 영웅들의 귀향. 부록」
다음은 출판사인 도서출판 ‘숲’의 서평이다.
더 이상 그리스 신화는 낯선 나라의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스 신화의 신과 영웅들은 영화나 뮤지컬이나 책으로 우리나라의 대중 속으로 성큼 다가와 있고 그것은 이제 일시적인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이제 인류의 공동 자산으로 우리 곁에 파고들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최근에는 학생들의 교과서(중3 국어교과서)에도 그리스 신화가 실리게 되었다. 그러나 ‘번역이냐, 편역이냐.’ 할 정도로 전문가들에게 오류로 지적된 책의 내용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문학적 상상력으로 각색한 책들에 의존해 그리스 신화를 접하고 있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오류가 정답’으로 자리잡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여기에 원전에 대한 정확한 번역과 이해의 절심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져가는 이때 고대 그리스인이 쓴 그리스 신화에 대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안내서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가 번역 출간되었다.
기원전 2세기 알렉산드레이아에서 활동한 아테나이 출신의 대학자 아폴로도로스가 쓴 이 책은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필사본으로 보관되어 있던 것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이 책은 우주와 신들의 탄생에서 트로이아 전쟁과 트로이아 전쟁에 나간 영웅들의 귀향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신화의 주요 권역들과 주요 영웅들에 얽힌 사건들을 선별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세세하고 빠짐없이 기술해 폭넓고 깊이 있는 그리스 신화의 본류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이 책은 대중들에게 일종의 그리스 신화 대전이나 소 백과사전을 간추린 이야기 형태로 제공하는 체계적인 그리스 신화 안내서이다. 또한 그런 종류의 책으로서는 그리스 로마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전해지는 유일한 책이다.
사실 그리스 신화는 내용도 복잡하고 여러 가지 불일치나 모순을 가지고 있는데다 주로 문학 작품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져왔다. (그리스 신화를 가장 뛰어난 형태로 전해주는 것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비롯,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등 3대 비극 시인이다.) 그러나 이런 뛰어난 문학 작품들은 주요 신화를 있는 그대로 전해주지 않고 선별된 신과 인물의 이야기만을 전해준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헬레니즘 시대와 로마 시대에 방대하고 다양한 신화 문학의 유산을 남겼으나 현재 남아 있는 약간의 안내서들은 이를테면 별자리 이야기나 변신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쪽으로 치우친 신화 책들이다. 그나마 국내에 소개된 몇몇 문헌은 중역이거나 편역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 분야의 독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을 보다 정확하고 생생하게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모범을 삼을 만한 출전들에 나오는 자료들을 비판하고 해석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정리하고 요약하여 후세에 전하려는 의도로 씌어졌다. 따라서 재해석된 문학적인 상상력을 과감히 걷어내고 그리스 신화 세계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많은 것들을 객관적으로 전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작가들이 남긴 주요 저술들이 대부분 없어졌음에도 이 책이 필사본 형태로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리스 신화의 초기 형태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 믿음직한 정보들 때문에 후기의 학자들이 신화의 물줄기를 거슬러서 그 원류를 탐사하는 데 이 책이 매우 유용하게 쓰였다는 것을 예측하게 한다.
신화는 역사처럼 태동, 형성, 변형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전승과 이설들을 가지게 되고 그것들이 있어 신화는 더욱 풍성한 상징과 관념들을 내포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이설들이 성실하게 소개되어 있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일례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누구의 딸이며 어떻게 태어났을까. 크로노스에 의해 베어져 바다에 던져진 우라노스의 남근 주위에 일던 바다 거품(aphros)에서 태어났다는 설도 있으며, 제우스가 디오네에게서 얻은 딸이라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디오네는 또 누구인가. 헤라클레스가 무찌른 휘드라에게는 몇 개의 머리가 있었을까? 트로이아 전쟁은 몇 년 동안 지속된 전쟁이었을까?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 전쟁에 나갈 당시 몇 살이었을까? 아킬레우스는 누구의 손에 죽었을까?
이 책에는 우리가 전혀 접해보지 못한 치밀하고 풍부한 이설들에 대한 비교를 통해 그리스 신화에 대한 우리의 지평을 넓혀준다. 이러한 이설들은 신화 읽기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더욱 풍부한 신화의 세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8편의 독자 리뷰가 있었다.
다음은 그 중 하나로, 인터파크도서의 ‘마이북피니언’ 블로그에 ‘기원전 2세기 그리스인이 들려주는 원류 그리스신화’라는 제목으로 실린 필명 ‘시간의 길’이라는 이가 쓴 리뷰 그 전문이다.
이 책이 2004년 6월에 국내에 출간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내 출판의 역사에서도 각별한 의미였다. 특히, 서양문명의 배꼽이라 그리스의 신화, 이후 로마가 수용하고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함으로써 통상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하지만, 그 원조는 그리스신화이고, 단지 희랍어 원본을 한글로 원전 번역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원전 2세기 그리스에서 그리스인이 집대성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그리스 신화가 국내에 번역되어 나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무슨 얘기인가, 반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다들 안다고 생각하는데, 정확히 어디에 근거 하냐를 따지면, 그간의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펴낸 편저 형식의 책이 잘 읽히면, 그것이 원조인양,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정복한 양 생각하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그리스 신화를 집대성한 책으로, 그리스 인이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인데, 그의 이름이 기원전 2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하던 아테나이 출신 대학자 아폴로도로스다.
그가 쓴 그리스 신화의 원제는 '아테나이 출신 문법학자 아폴로도로스의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이라는 말이 뜬금없지만, 그 무렵에는 여러 책들에게 수집한 자료를 정리한 안내서를 하나의 도서관으로 간주하는 것이 관행이었고, 거기에는 소(小)백과사전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이 책을 원전 번역한 책이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다. 우주와 신들의 탄생에서 트로이아 전쟁과 그 뒷이야기까지 주요 영웅들에 얽힌 사건들을 빠짐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그리스 신화 안내서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의문이 생길 것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나 <오뒷세이아>가 이 책보다 앞서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다. 또한 앞의 두 책들에 비해 대중독자들에게는 좀 생소할 수 있으나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일명 신통기)도 그가 호메로스의 저작들과 더불어 아폴로도로스보다 앞서며, 두 서사문학 작가들의 저작에서 언급한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를 아폴로도로스가 종합하고 있다. 그런데 기원전 8세기말에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는 같은 서사문학이라고 해도, 그들의 저작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옮긴이 천병희는 '고대 그리스인에게 듣는 그리스 신화'(옮긴이 서문)에서 이러한 사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호메로스가 하나의 플롯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데 엮어나가는, 규모가 크고 호흡이 긴 이야기꾼이라면 헤시오도스는 신들의 계보를 소개하고 있는 <신들의 계보>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나씩 새로 소개해야 하는 소재의 성질 탓도 있겠지만 말수고 적고 호흡이 짦은 편이다. 그래서 <신들의 계보>는 전 24권으로 된 <일리아스>의 1권 분량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 책에는 서로 모순될 것 같은 이 두 전통이 공존하고 있다."
이후의 신화작가-3대 비극작가들을 포함하여-들은 신들과 영웅들의 복잡다단한 계보를 서로 모순되지 않게 하나의 체계로 종합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 결과 여러 '목록'들이 만들어진 점은 성과이나 이야기의 재미 면에서는 소홀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신화작가들이 남긴 주요 저술들이 대부분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원전 2세기에 활동한 아폴로도로스의 이 책은 살아남았다. 그리스 영웅들에 대한 체계적인 신화 책들이 모두 없어진 지금 우리는 이 저자의 노력에 감사해야 한다. 숱한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다루는 책들이 세상에 범람한다. 그런데, 옮긴이도 서문(2004년 6월 당시)에서 안타까워하듯이 지금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그리스 신화에 관련 책들은 그리스 신화에 관한 1차 문헌들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요약한 2차 문헌들이거나 이들 2차 문헌들을 다시 손질한 3차 문헌들이다.
어쨌거나 원전 번역으로 이 책이 우리나라에 출판된 때는 2004년 6월이었다. 그리고 천병희 선생은 원전 번역작업에 박차를 가해, 앞서 언급한 2차 문헌들이 참고한 그리스 신화에 관한 1차 문헌들을 새로 번역하거나 일부는 앞서 번역한 책들을 증보하고 변화된 상황에 맞게 주석작업을 하는 과정을 거쳐, 원전번역 관련서적들을 출판했다.(이 책부터 도서출판 ‘숲’에서 펴내고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 오비디우스의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라틴어) 등등. 다시 말해 이 책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는 그리스, 로마의 고전들을 원전으로 번역출판한 시리즈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국내 번역된 그리스로마신화를 거론할 때,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가 고전 목록에 어김없이 선정 수록되어 있다.
토마스 불핀치(Thomas Bulfinch, 1796~1867)는 미국의 역사가이자 신화학자로 미국 산업혁명기에 사망하는데, 그의 작품 『신화의 시대』는 오늘날까지 꾸준히 애독되고 있다. 이 작품의 국내 번역본들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의 이름을 붙여서 '그리스 로마신화'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여러 그리스 로마신화 자료들을 편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신화를 소재로 한 스토리모 임집이라고 할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수록된 상당수 이야기들이 불핀치의 신화에 녹아들어 있다. 더구나 그리스 로마신화를 바탕에 둔 문학작품들까지 인용하고 있는 점들은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기원전 2세기 무렵에 당시의 신화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그리스신화'(아폴로도로스)와 18세기 미국인이 당시 시점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새롭게 정리한 그리스 로마신화(불핀치)와 양팔 저울을 올려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신화는 신화이고, 그 신화에서 소스를 얻은 그리스비극들이 나왔으며, 후대의 숱한 작가와 저자들이 참고했던, 될 수 있는 한 가장 오래된 원본을 그것도 원전번역으로 읽고, 전후 신화와 관련된 문헌이나 글들을 살피는 자료도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상식으로 그리스 로마 신들의 이름과 행적들을 알려는 입장에서는, 우선 잘 읽히는 책으로 '이유식'을 할 필요는 있다. 신들과 영웅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 익숙하게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신화공부의 반은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름들부터 익숙하지 않은데, 간명하게 정리한 기원전 2세기, 곧 고대 그리스인에게 듣는 그리스 신화를 원전 번역으로 만나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리스 로마의 신화가 딱딱하다는 선입관은 버려도 좋다. 힘들다면 역시 원전번역으로 나와 있는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를 함께 읽는다면, 흥미진진한 곧 신화를 다룬 신화 이야기의 참맛을 보게 될 것이다. 신들의 족보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무엇이 신화의 본 모습에 가까운 것인지 그 원류를 찾아가는 데에 주안점을 주고 고전을 읽자는 말씀이다. 그리고 상상력을 맘껏 발휘하여, 새로운 글을 쓰고 작품을 창조하고, 요즘 너나없이 말하는 '스토리' 작가가 되시기를~ 그래야, 글로벌 시대, 세계와 통하지 않겠는가!
1건의 미디어서평이 있었다.
2007년 2월 2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그리스어랑 씨름하는 노전사의 오디세이아’라는 제목의 기사가 그것이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서양 문화의 원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전 그리스어·라틴어 원전 번역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서양 고대철학사를 오래 연구한 원로 학자들뿐만 아니라 유럽어권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젊은 연구자들도 번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서양을 앎으로써 서양을 넘어서는 학문 전략의 하나가 원전 번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 분야에서 평생에 걸쳐 사투해온 학자가 천병희(68) 단국대 명예교수다.
천 교수의 번역 작업의 결과는 2004년 이래 매년 두세 권씩 숲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다.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에서 시작해 최근에 출간된 <오뒷세이아>와 <일리아스>까지 10권이 나왔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국내 최초의 원전 번역본이다.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는 헬레니즘 시대 아테네 출신 문법학자 아폴로도로스가 수집·정리한 것을 초역한 것이며, 로마 건국 신화를 다룬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와 그리스·로마 신화의 집대성이라 할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도 첫 원전 번역본이다.
대부분 국내 첫 원전 번역
<그리스를 만든 영웅들> <로마가 만든 영웅들>은 비록 완역판은 아니지만,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의 주요 인물들을 그리스어 원본에서 뽑아 옮긴 것이다. 천 교수는 로마 시대의 위대한 산문들의 원전 번역본도 펴냈는데, 세네카의 글을 묶은 <인생이 왜 짧은가>, 키케로의 원숙한 사유가 내장된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그리스어로 쓴 <명상록>이 그것들이다. 이 세 번역 작품도 모두 원전을 옮긴 것이라는 점에서는 국내 최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와 <일리아스>는 천 교수가 과거에 이미 번역한 것을 다시 전면적으로 손질해 펴낸 것이지만, 그리스어 원본을 번역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역시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 작품이다. 이밖에 천 교수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의 번역본을 2002년에 한길사에서 펴내기도 했다. 학자로서는 황혼이라고 해야 할 60대에 어떤 젊은 학자도 따라오기 힘든 투지로 고전 문헌을 정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꼼꼼하게, 정확하게’를 표어로 내걸고 하루 6~7시간씩 책상에 붙어 앉아 문헌과 씨름해온 그는 말하자면, 원전 번역의 노전사다.
이 노전사는 사실을 정확히 말하면, 그리스어·라틴어 고전 번역에 관한한 젊은 시절부터 맹렬한 전사였다. 30대 혈기 넘치는 시절이던 1970년대 초반 고대철학자 박종현 교수와 플라톤의 대저 <국가>를 함께 번역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의 고전 사랑은 대학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56년 서울대 독문과에 입학한 그는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그리스어 문법을 배운 뒤 서양의 아득한 과거에 대한 향수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대학 2학년 겨울방학 때 고향에도 내려가지 않고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그리스어로 읽기 시작했다. 첫날에는 온종일 50행정도 읽었다. 그때만 해도 편리한 호메로스 사전이 있는 줄 몰라 옥스퍼드 희영사전(그리스어-영어 사전)을 뒤져 동사나 명사의 원형을 찾아 노트에 옮기는 고된 작업을 했는데 이미 플라톤을 읽으며 고대 그리스의 인간적인 사고방식에 심취해 있던 터라 내가 호메로스를 읽는 것을 아무도, 아니 나 자신도 말릴 수 없었을 것이다. 자나 깨나 호메로스뿐이었다. 호메로스 읽기는 방학 때문 물론이고, 학기 중에도 강의시간과 시험 때를 빼고는 계속되었다. 3학년 겨울방학 때 <일리아스>를 끝내고 <오뒷세이아>를 읽기 시작했다.”(위즈덤 하우스 펴냄 <공부의 즐거움> 중 ‘플라톤이 열어준 지식의 향연’에서)
한번 불붙은 열정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61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부모님과 4년만 공부하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젊은 문학도는 정작 해야 할 독문학은 제쳐둔 채 그리스어 공부에 더 깊숙이 빠져들었다. 그리스어를 제대로 하려면 이웃 언어인 라틴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먼 이국땅에서 라틴어 학습을 시작했다. 몇 년 공부 끝에 그곳 주 정부가 시행하는 그리스어검정시험과 라틴어검정시험에 합격했다. 고전 연구자로서 자격을 획득한 셈이었다. 그러나 부모님과 약속했던 4년의 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1966년 귀국한 그는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 전임강사로 자리를 잡았다. 공부는 고전문학을 했는데, 가르치는 것은 독일문학이었다.
대학서 그리스 문법 배우다 끌려
그러다가 사건이 터졌다. 1967년 온 나라를 뒤흔든 ‘동백림사건’이었다. 유럽에서 공부하고 거주하던 예술가·연구자들이 대거 ‘간첩’ 혐의로 잡혀들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천 교수는 독어과 임용 석 달 만에 교수에서 죄수로 떨어지고 말았다. 10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3년 반 동안 옥고를 치르고 특사로 풀려났다. 그러나 10년 자격 정지라는 사슬에 묶여 그 뒤로도 10여년을 강단에 설 수 없었다. 70년대 초반 감옥에서 나온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번역밖에 없었다. 옥중에서도 잊을 수 없었던 그리스·로마 고전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우기 시작했다. 생활고가 그 열정에 풀무질을 했음은 물론이다. 사악한 권력이 한 젊은 학자를 강단에서 낚아 챈 것은 그 개인에게는 말로 할 수 없는 불행이었겠지만, 고전작품 번역이라는 인문학의 중대 사업에는 오히려 행운이 되었다. “만약 그때 대학에서 독문학을 계속 가르쳤다면 고전 번역에 뛰어들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동백림 사건’ 뒤 강단 10년 못서
81년에야 단국대 강단에 다시 서 교수의 직위를 되찾은 그는 한동안은 독문학 연구와 강의에 힘을 쏟았다. 대학 입학 후 30년 만인 86년에야 18세기 말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94년 천 교수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고전 번역 생각은 계속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정년 이후의 일로 미뤄 두었는데,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안 되겠다 싶어 새로이 결심을 하고 원전을 붙들었다.” 50대 후반이었다. 20대에 그 세계에 눈떴고 30대에 첫발을 내디뎠던 고전 번역은 이제 그의 필생의 과제가 되었다. 그리스 3대비극 시인 소포클레스·아이스퀼로스·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작품을 잇달아 번역한 것이 노년의 그가 얻은 첫 결실이었다.
무엇이 그를 옛 시대의 문헌으로 파고들어가게 했을까. “우선은 재미가 있었다. 옛날의 지혜는 여전히 오늘에도 통용된다. 가령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보자. 이 작품은 현대에도 수많은 드라마로 계속 각색되고 변주되는데, 국법이 우선이냐, 인륜이 우선이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고 있어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감동을 준다. 게다가 고전어 세계는 서양 문화의 원류다. 서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시대의 정신을 이해하는 데 필수다. 서양의 역사와 정신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학자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참 귀한 기사를 하나 찾았다.
내 그동안 고대 그리스의 시인으로 ‘눈 먼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ILIAS)와 ‘오뒷세이아’(ODYSSEIA), 또 한 사람의 그리스 시인으로 ‘그리스 교훈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THEOGONIA), 로마의 시인으로 ‘사랑을 노래한 연애시인’으로 불리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METAMORPHOSES) 같은 대작을 읽으면서, 그 책들을 우리말로 번역한 천병희 교수에 대해 참 많이 궁금했었는데, 한겨레신문의 그 기사는 내 그 궁금증을 풀어줬다.
좌절할 수 있는 위기를 창조의 기회로 이끌어간 그 열정적 삶의 주인공이 천병희 교수 바로 그였다.
틈틈이 책을 읽었다.
출국과 귀국의 비행기 안에서도 읽었고, 홍콩에서 마카오로, 마카오에서 심천으로, 심천에서 다시 홍콩으로, 버스와 배를 타고 이동할 때에도 읽었고, 잠들기 전에도 읽었고, 새벽같이 일어나서도 읽었다.
심지어는 화장실 볼일 볼 때도 책을 들고 들어가서 읽었다.
불도저 같은 밀어붙임이었다.
그렇게 3박 4일의 일정 내내 읽어, 455쪽의 그 책을 다 읽었다.
그래서 비록 좀 미흡하기는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 대한 대강의 줄기를 세울 수 있었다.
혼돈에서 질서정연한 우주에 이르는 태초의 과정,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비롯한 신들의 탄생, 신의 제왕인 제우스와 티탄 신족과의 전쟁인 티타노마키아,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데우칼리온, 이아손의 황금 양모피, 헤라클레스의 12고역, 테바이 전쟁,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 소머리 괴물인 미노타우루스의 죽음, 미궁 라비린토스를 지은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 질투의 여신 에리스의 황금사과와 파리스의 심판, 그리스 군의 트로이아 상륙과 처음 9년 동안 있었던 일들,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죽음, 오뒷세우스의 목마, 오뒷세우스의 귀향 등, 그동안 여기저기서 조각으로 읽었던 그리스 신화의 모든 이야기들이 총 망라되어 있었다.
그렇게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도 기쁨이었지만, 천 교수의 그 열정을 본받을 수 있었던 것은 더 큰 기쁨이었다.
그렇게 읽은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신화’를 또 꺼내 들었다.
지난 2016년 9월 21일 수요일부터 같은 달 28일 수요일에 이르는 7박 8일 일정의 미국 뉴욕 여행길에 나서면서 그랬다.
한 해 전 이맘때 중국 여행길에 올랐을 때 그 책을 다 읽었음에도 이번에 또 들고 간 것은, 그렇게 한 번 읽은 것으로는 주위에 자랑삼아 이야깃거리로 내세우기 어려울 것 같기에, 더 읽고 더 읽고 해서 신화의 줄거리를 푹 익혀놓을 작정에서였다.
특히 헤라클레스가 완수한 12과업에 대한 대목을 확실하게 꿰뚫어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틈날 때마다 읽고 또 읽고 했다.
책의 시작은 ‘우라노스와 게-티탄 신족의 탄생’이었다.
다음은 그 대목이다.
우주 최초의 지배자는 우라노스였다. 우라노스는 게와 결혼하여 먼저 헤카톤게이레스들(Hekatoncheires)이라 부르는 브리아레오스와 귀에스와 콧토스를 낳았다. 그들은 각각 백 개의 손과 쉰 개의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 크기와 힘에서 그들을 능가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 다음으로 게는 우라노스에게 퀴클롭스들, 즉 아르게스와 스테로페스와 브론테스를 낳아주는데, 그들은 각자 이마에 외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우라노스는 그들을 묶어 타르타로스(Tartaros)에 던져버렸다.(그곳은 하늘에서 대지가 떨어져 있는 만큼 대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저승의 어둠침침한 곳이다.)
우라노스는 게에 의하여 또 티탄 신족이라고 부르는 아들들, 즉 오케아노스, 코이오스, 휘페리온, 크레이오스, 이아페토스 및 막내인 크로노스와 티타니데스(Titanides)라고 부르는 딸들, 즉 테튀스, 레아, 테미스, 머네모쉬네, 포이베, 디오네 및 티이아를 낳았다.//
책의 끝은 ‘오뒷세우스의 뒷이야기’였다.
다음은 그 대목이다.
오뒷세우스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와 테이레시아스에게 제물을 바친 뒤 걸어서 에페이로스 땅을 지나 테스프로토이족(Thesprotoi)의 나라에 가서는 예언제 테이레시아스의 지시대로 제물을 바쳐 포세이돈을 달랜다. 당시 테스프로토이족의 여왕인 칼리디케가 그에게 머물기를 간청하여 왕위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와 동침하여 아들 폴뤼포이테스를 낳는다. 그는 칼리디케와 결혼한 뒤 테스프로토이족의 왕이 되어 그들을 공격한 이웃 백성과의 전투에서 이긴다. 그러나 칼리디케가 죽자 그는 왕위를 자기 아들에게 넘겨주고 이타케로 가서 페넬로페에게서 낳은 아들 폴리포르테스를 발견한다.
텔레고노스는 키르케한테서 자기가 오뒷세우스의 아들이란 말을 듣고 배를 타고 그를 찾아 나섰다. 텔레고노스는 이타케 섬에 도착하여 가축 떼 가운데 몇 마리를 몰고 가다가 오뒷세우스가 그것들을 구하러 오자 손에 들고 있던, 끝이 [가오리‘뻐로 된 창으로 그에게 부상을 입힌다. 그리하여 오뒷세우스는 죽는다.
텔레고노스는 그의 정체를 알고 몹시 슬퍼하다가 그의 시신을 키르케에게로 운반하고 페넬로페도 데려간다. 그곳에서 텔레고노스는 페넬로페와 결혼한다. 키르케는 그들 두 사람을 축복 받은 자들의 섬으로 보낸다.
일설에 따르면 페넬로페는 안티노오스에게 유혹을 받아 오뒷세우스에 의해 그녀의 아버지 이카리오스에게 보내졌는데 아르카디아의 만티네이아(Mantineia)에 이르러 헤르메스에 의해 판(Pan) 신을 낳았다고 한다.
또 일설에 따르면 그녀는 암피노모스 때문에 오뒷세우스의 손에 죽었다고 한다. 그들의 주장인즉 그녀는 암피노모스에게 유혹받았다는 것이다.
또 일설에 따르면 오뒷세우스는 죽은 구혼자들의 친척들에게 고소를 당했다. 에페이로스의 섬들을 다스리던 네옵톨레모스에게 사건의 재판을 맡겼는데 그는 일단 오뒷세우스가 제거되면 케팔레니아(Kephallenia) 섬을 자기가 차지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오뒷세우스에게 추방령을 선고했고, 오뒷세우스는 아이톨리아로 안드라이몬의 아들 토아스를 찾아가서 토아스의 딸과 결혼하여 얻은 아들 레온토포노스를 남겨두고 고령에 죽었다고 한다.//
그 사이에 끼어있는 ‘프로메테우스와 최초의 인간’이라든가, ‘이아손, 황금 양 모피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다’라든가, ‘페르세우스가 고르고의 머리를 가져오다’라든가, ‘미노스, 파시파에, 미노타우로스’라든가, ‘칼리토스와 아르카스의 출생’이라든가, ‘프리아모스, 헤카베,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이라든가, ‘테세우스, 아리아드네, 미노타우로스의 죽음’이라든가, ‘파리스의 심판과 헬레네의 납치’라든가, ‘아킬레우스의 분노’라든가, ‘목마’라든가 해서, 지금껏 여기저기에서 얻어들은 신화의 조각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이나 내게 궁금증으로 남아있던 ‘헤라클레스의 12고역’, 즉 ‘네메아의 사자’와 ‘레르나의 휘드라’와 ‘케뤼네이아의 암사슴’과 ‘에뤼만토스의 멧돼지’와 ‘아우케이아스의 가축 떼’와 ‘스팀팔로스의 세 때’와 ‘크레테의 황소’와 ‘디오메데스의 암말들’과 ‘휩폴리테의 허리띠’와 ‘게뤼오네스의 소 떼’와 ‘헤스페리데스들의 사과들’과 ‘케르베로스의 포획’에 관한 이야기들의 이해를 더 깊게 한 것이 참 기뻤다.
2016년 9월 28일 수요일 오후 6시, 우리 일행이 탄 아시아나항공 OZ 221편 비행기가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내려앉는 그 순간, 455쪽의 그 책 끝장을 덮었다.
내 손에 쥔지 2년 만의 쾌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