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만물상점]
(21) 하므웰에게로 가는 길 ⑥
설마 그 짧은 시간안에 이런식으로 전개해 버릴 줄은 몰랐지만 일단은 그렇고 그런 상황이다.
입은 확실하게 찰싹 달라붙어있고, 뭔가 애매한 자세로 로키씨가 내 위에 있는 상태랄까.
대체 이 사람이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이러는 겐진 모르겠지만, 일단 어떻게든 해야 할텐데 말이다.
몸에 힘이 도ㅡ저히 들어가줄 생각을 안하는 탓에 이거 뭐 밀쳐내버릴 수도 없고. 젓가락 하나도 못들 만큼이라고 하면 믿겠는가.
…설마 노림수인건 아니겠지?
멍하니 그냥 로키씨가 하는 대로 가만히 당해만 주고 있던 터라 뭐하고 있는 지도 잘 몰랐는데
입 속에 뭔가가 들어왔다. 이거 뭐지?
…혀? 그런거지?
갑자기 턱빠진 인간처럼 멍하니 입벌리고 있던 내가 무지하게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젠장, 방심했어.
저 혀를 확 깨물어 버리면 어떻게 되려나. 혀 깨물어 죽을때 과다출혈이 아니라 질식사로 죽는거던가?
아니지 아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임마. 그딴건 나중에 백과사전이라도 찾아보면 나온다구.
문제는 지금 남의 입 속에서 장난쳐대고 있는 저 마족아저씨인데, 이걸 어찌해야 하나.
지금 이 인간을 밀쳐내버리려곤 해도 수저 들 여력조차 남지 않은 내가 이 괴물마왕을 힘으로 이긴다는 건 애시당초 시도해 볼 가치조차 없는
결과가 뻔한 일인데다가, …뭐 솔직히 이럴 기회가 두번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데 떼내버리긴 쪼금 아깝기도 하고. 으음, 세상사가 다 그런거지 뭐.
이 계륵같은 상황을 어찌해야 좋을지 감이 안잡힌다. 갈팡질팡,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골 때리는 건데 그런상황이 직격타로 날아왔으니
이거 참. 나의 상황대처능력을 시험해 보기라도 할 작정인가. 아무리 내가 핀치에 강한 편이라곤 해도, 시험받고 싶은 생각따윈 요만큼도 없거든요?
누가 이딴 아리따운 상황을 조성했는지 잡히기만 하면 그대로 펄펄끓는 마계 인당수 물에 머리부터 헤드샷으로 집어던져 버릴테다.
나에게 자비를 바라느니, 로키씨가 성실해지길 빌어라. 물론 전자는 실현가능성이 약간은 있지만 후자는… 사디씨도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들었다.
보좌관인 사디씨한테까지 버림받았으니 이제 갈 때까지 간거겠ㅡ으응?
"…아?"
입이 떨어졌네? 언제? 내가 만담하면서 딴짓 할 동안?
그렇구나. 잘됐군. 안 그래도 왠지 점점 더 진해지는 것 같아서 묘사하기가 두려웠었는데.
"으음, 저기, 로키씨?"
"왜?"
입술이 더 붉어져서 얄미울 정도로 아름다운 귀족 아가씨(같이 보이는)인 로키씨는 꽤나 재미있는 걸 목격한 사람마냥 웃고 있었다.
내 표정이 그렇게 웃겼수?
"아, 아니, 그러니까 말이죠오. …정말 뭘 묻는지 몰라서 그래요?"
그 사람은 장난끼 서린 눈동자를 한채로 혀로 입술을 한번 핥더니 말했다. 왠지 고양이 같아.
"글쎄, 어떤 질문인데?"
그렇게 물어보셔도 말입니다. 나도 내 입으로 그다지 발설하고 싶지 않은 단어인데. 으으음, 정말 말하기 부끄러운데. 사실은 당신 다 알면서 그러는거지?
하여간 그 배배꼬인 성격하고는… 그래서야 어디 결혼 하겠수?
"뭐, 나랑 결혼하고 싶다는 여자는 많다고?"
"…인정하긴 싫지만 그럴 거 같긴 하네요. 그 성격만 숨기면 못 꼬실 여자도 없겠죠 뭐."
로키는 내가 악담이라고 말한 걸 듣고는 되려 더 웃었다. 아니 이거 욕인데. 칭찬 아니거든요오?
한참 큭큭 거리면서 웃는 게 진정이 된 듯이 입을 가리고는 나한테 물었다.
"그럼 너는?"
"예?"
"그럼 너도 꼬실 수 있는거야?"
하아? 이 사람 지금 뭔소릴 하고 자빠졌니? 날 꼬셔? 뭐하러? 엿 바꿔 먹으러? 날 팔아봤자 엿 세 개정도 밖에 안나올건데?
혹시 내 귀가 필터 청소를 안해줬다고 환청을 들은건가?
"나를요?"
"응. 너."
친절하시게도 고개까지 끄덕여주시면서 재차 확인 시켜줬다.
"…날 왜요?"
"그거야, 마음에 드니까."
"…미쳤어요? 아 유 크레이지? 드디어 어딘가가 제대로 맛간거예요? 예? 연수에 녹 슬었어요? 아니면 뭐지, 그, 전부 다 장난이었다거나?"
"설마. 진심이야. ㅡ못 믿는거야?"
…당신이 그런식으로 실실 웃으면서 말하는데 그걸 믿으라고 하면 어디사는 누가 덥석 그렇구나! 하고 믿겠냐고요오?
"웃는건 단순한 버릇이야."
버릇으로 웃는다는 사람이 있단 소리는 처음들어보는데요.
"애초부터 싫어했으면 키스 같은 것도 안했어."
"그거야! …그렇지만. 왠지 당신말은 신용이 안가요."
"너무하네. 내가 뭘 어쨌다고."
"…내가 몸 상태가 평소만큼만 됬어도 당신의 행실을 낱낱이 말해줄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안타까워요."
"그럼 난 네가 아픈걸 감사히 여겨야 하는거야? 그건 좀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아아, 정말 아깝다. 이 참에 속 시원하게 죄다 말해버릴 수 있었는데.
"그런건 나중에 몸 다 회복되고 나서 말해도 괜찮아. 들어줄테니까."
"…으음, 하루."
"응?"
"오늘 밤하고 내일 아침, 하루사이에 완치 되어있을테니까, 내일 오전에 출발해요. 셈셈이 위에서 할 일도 없는데 그 소리나 열심히 들으면 되겠네요."
"그러니까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다니까?"
"내가 근질거려서요. 이 엄청난 육체라면 회복속도도 빠를거고, 이제 두통도 없어졌으니 낫는건 금방이에요. 후딱 해치워 버려야죠."
"그러니까ㅡ!"
"다음마을, 얼른 가야하잖아요? 이러다가 하므 뭐시기 하는거 다른사람이 따가 버릴거라구요오."
로키씨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변했다. 이대로 날 데려가도 되는 걸까를 생각하는 걸까. 난 정말로 괜찮은거 맞는데. 날 물로보면 곤란하다구요오.
"자자, 그렇게 생각할 거 없어요. 그나저나, 다음마을 이름이 뭐예요? 난 목적지도 모르고 있는데."
그는 못말린다고 중얼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성지, 엘도미렐 이라는 곳이야. 그리고 그 곳에 하므웰이 있고."
"음? 성지? 성지라면 그거죠? 성스러운 땅. 그런 데를 로키씨가 들어갈 수 있어요?"
요즘 성지는 마족도 갈 수 있는 곳인가?
"들어가는 것 까진 괜찮겠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순 없겠지. 일단 성지니까 난 움직이는 데 제약이 따를거고. 레아 네가 많이 움직여 줘야 하는데, 이렇게 아프니까
내가 데려가기가 꺼려지잖아."
"괜찮아요, 괜찮아. 그 때까지는 충-분히 다 낫고도 남을 시간인걸요. 그러니까, 내일부터 다시 출발!"
내 반 억지같은 말을 듣고, 로키씨는 여전히 못말린다면서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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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21편 어떻게 쓰긴 썼네요. 난 평생 이 편 못쓰게 되는 줄 알았..
이 편 하나를 쓰고 지우고 다시쓰고 또 지우고만 거의 4번은 반복한듯. 소설이 늦어진건 그 때문이라죠.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한 편은 나왔군요. 다음 편부턴 엘도미렐이 나옵니다.
여러모로 중요한 마을이고 한데, 제 필력이 어디까지 그 분의 가호를 받을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여러분 모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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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흐음... 에... 그러니까... 로키가... 에... (포기) 에휴, 로맨스와 병행하는 건가요. 로키 왠지 건방지지만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니깐요... 그럼 다음 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요즘은 연재 속도가 빠르시다는... 흠, 건필하세요!
로키 얘가 좀 겁없이 자라서 말입니다 <-? 그나저나 좀 빨라졌다니 그나마 다행이여요 ㄷㄷ;
로키는 아무래도 레아를 좋아하는건가?!다음편도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아 ;ㅅ;
말돌리기의 진수-_-v저저...!
화술의 달인! 인걸까요 [..]
로키 ..... 얼굴ㅇ ㅔ 철 판깔았네요...ㅡㅠㅡ
으하하하 이거 온갖 악담이 속속 등장중인가 보군요 ㄷㄷ;
연수에 녹슬었어요? 이표현 너무 웃겨서 ㅠㅠㅠㅠ; 잘 보고 가요
사실은 척수에 녹슬었어요? 라고 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ㅇㅈㄹ
로키는 정말 제 타입이군요~~+ㅁ+ 역시 사람은 자기감정엔 뻔뻔한게 좋아요 ㅎㅎ 잘보고 갑니다 담편 빨리요~>_<
ㅠㅠ 로키 이 능글맞은 녀석 으흐흐흐 [...]<-
로키 능글맞긴해도 자기 감정에 솔직해서 멋있어요~~
로키!!!!!!!!!!!!적극적인대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