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산-토요일 아침 신문을 읽으며
토요일 아침, 조간신문 토요 섹션을 본다.
신문 첫 면에는 한쪽 팔이 없는 부인과
한쪽 다리를 못 쓰는 남편이 서로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서 있다.
신문을 넘기고 넘겨
맨 마지막 면에 이르면, 팔십 세 소년이
팔십 세 소녀 부인의 손을 잡고 빙긋이 웃고 있다.
손을 잡으면, 누구나 웃는구나
손을 잡으면 누구나 마음이 환해지는구나
팔이 한쪽 없어도 한쪽 다리가 불편해도
나이가 팔순이 넘어도
손을 잡으면 누구나 세상을 향해 웃을 수 있구나
그래서 세상의 앞면과 뒷면 모두를 장식하는구나.
토요일 싱그러운 아침을 열며
한쪽 팔이 없는 사람이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사람의 손을 잡고
활짝 웃으며 걸어 나온다.
팔순이 훨씬 지나도 스물같이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계면쩍음도 없이 서로 손 꼭 잡고
한 장 한 장 또 한 장 세상 넘기고 계신다.
*위 시는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박광수 엮음)”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본 것입니다.
*윤석산-1947. 서울특별시, 대학교수, 시인, 한양대학교(명예교수), 197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바다속의 램프' 데뷔, 2018.03~2020.03 제42대 한국시인협회 회장,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 한국언어문학과 명예교수,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저서로 “반달은 반쪽인가”, “햇살 기지개”, “절개지”, “어머니께서 담배를 태우게 된 연유” 등
*박광수-사람과 세상을 향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광수 생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광수 생각”외에도 “참 서툰 사람들”, “어쩌면, 어쩌면”, “광수 광수씨 광수놈”, “나쁜 광수 생각”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