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비로 우는 사막 (외 1편)
강수니
나미브 사막은 하루에 한 번씩 운다
동 트는 사구위로 밤새워 기어오른 딱정벌레들
줄지어 물구나무서서 사막이 울기를 기다린다
먼 옛날 푸른 바다 기억이 슬픈 사막
밤마다 얼어서 더 커진 별들을 모래에 묻고
그리운 갈피사이로 새벽이 묻어오면
사막의 속눈썹엔 눈물방울이 맺힌다
극심한 일교차의 결로는 딱정벌레 등에 업혀 운다
새벽마다 딱정벌레등짝을 빌려 곡비로 우는 사막
거꾸로 선 등에서 입까지 흐르는
남의 눈물 받아먹고 사는 사막딱정벌레.
울고 싶은 여자가 아무 영안실에나 가서
원 없이 제 눈물을 받아먹고 나오듯
눈물도 때로는 힘줄이 된다
해 뜨면 달궈지는 모래 뚜껑을 열고
깊은 모래의 속살로 감춰지는 눈물
난반사된 모래의 사연을 지우려
모래폭풍은 옮겨 다니며 사구를 낳아 덮는데
사막의 깊은 기억엔 아직도 눈물이 고여 있는가
길이 그린 지도
내 발등엔 지도가 있다
걷기에만 바빠 못 보던 길들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툭툭 불거져
발 거죽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다
굽은 길도 펴가며 걸어 왔었는데
구비를 돌 때 마다 부풀며 휘어져있다
위기 때마다 불끈, 힘주어 일어섰던 불거진 마디들
저 아래 퍼런 시집살이 정맥이 희미하게 지나가고
자지러지는 아기 업고 숨 멎을 듯 뛰던 길
남편 상여 뒤로 발 굴리며 따라가던 깜깜한 길들이
거미줄처럼 엉켜있다
세월의 발목을 잡고 여기까지 그려진 지도는
세상의 지우개로는 지울 수도, 다시 쓸 수도 없다
그러나 길은 이어지는 것, 걸으면 또 길이 된다
여기가 종점, 발등 위는 다시 찾아 오르는 길
그래 가자! 이렇듯 걸어 왔는데 어딘들 못 가리!
다시 심장으로 되오르는
회전문 앞에 섰다
월간 『시인』 2024년 3월호
강수니 시인
경남 진주 출생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한쪽 젖으로 뜨는 달』『실꾸리 경전』『피는 꽃은 연습하지 않는다』
푸른시학상. 경기 수필 대상. 탄천문학상 등 수상
[출처] 곡비로 우는 사막 외 1편|작성자 마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