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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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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밥의 일상 스크랩 [용산 개 방실이]는 `동물 책`이 아닌가?
더불어밥 추천 0 조회 108 11.02.23 11:21 댓글 9
게시글 본문내용

 

‘동물 책 전문 출판사라더니...’ 독자의 불만

혼자 출판사를 꾸려가는 1인출판으로 창피하지만 영업, 마케팅은 손을 놓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신간이 나오면 각 서점을 돌며 MD를 만나 책 소개를 하고, 온라인을 통해 책 홍보를 하는 것 이외에 딱히 마케팅 활동이랄 게 없기 때문이다. 혼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1인출판사는 기획, 편집에 집중하든가 영업, 마케팅에 집중하는 2가지 부류가 있는데 우리 출판사는 전자에 속한다. 물론 기획과 편집은 물론 영업도 혼자서 다 하는 능력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다보니 책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가 쉽지 않아 종종 인터넷서점의 리뷰를 훑어보는데 며칠 전 지난 달에 나온 신간 <용산 개 방실이>에 대한 리뷰를 보고 뜨끔했다. 아니 사실은 예상했던 일인데 직접 독자의 입을 통해 들으니 제대로 확인이 된 셈이다. 리뷰의 요지는 이렇다.

 

‘책공장은 동물 책만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다. 그래서 책이 나오자마자 책을 구입했는데 큰 기대에 비해 용산참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내용이 좀 그랬다. 그다지 감동도 없고 방실이가 주인공이고, 방실이와 아빠의 이야기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강아지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가격이 비싼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는데 책 가격에 대해서는 나도 출판을 시작하고 처음 알게 된 게 많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으니 그건 다음에 제대로 하기로 하자. 리뷰의 주요 내용은 <용산 개 방실이>가 동물 책이 아니고 용산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어서 아쉽다는 것이었다. <용산 개 방실이>는 동물 책이 아닌가?

 

 

동물 책이 아니라 생명의 ‘관계’에 관한 책이다

<용산 개 방실이>는 2009년 용산참사 때 떠난 고 양회성 님의 이야기이다. 양회성 님은 반려견 방실이와 함께 살았는데 양회성 님이 참사로 떠나자 방실이가 음식을 거부하더니 24일 만에 아빠를 따라 떠났다. 사랑하는 이를 따라 목숨을 끊는 것은 어떤 생명체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만들어진 이야기보다 더 드라마틱해서 슬픈 이 이야기를 만화로 옮긴 게 바로 <용산 개 방실이>다.

 

 

사실 독자가 지적한 문제는 책을 기획하면서 나도 고심했던 문제다. 그간 우리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대부분 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들이었는데 이번 책의 출발은 용산참사라는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용산참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기실 용산참사는 사회문제라기보다 생명의 문제가 아닌가.

 

책공장더불어는 동물 책을 내는 전문 출판사지만 내가 늘 주장하는 건 생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반려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지, 나아가 야생동물과, 모든 생명과, 지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책. 그 연장선상에 <용산 개 방실이>가 있다.

 

 

동물 책 애호가들이 외면한 책 <용산 개 방실이>

그간 우리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다 즐겁고 행복한 동물 관련 책은 아니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20년간 수 많은 동물들과 나눈 대화집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는 동물들의 깊은 마음 씀씀이와 감정을 알게 되어 감동적이었고, 고양이 만화인 <나비가 없는 세상>은 만화가와 개성강한 세 마리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는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유기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독자들을 불편하게 했고,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은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해 최초로 다룬 책이어서 이별을 준비하는 반려인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사실 죽음이라는 주제는 살면서 피하고 싶은 문제 중의 하나이니 이 또한 불편한 책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즐겁건 슬프건 아프건 간에 책공장의 책은 오롯이 반려동물, 동물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를 바라는 독자의 마음이 있음을 안다. 편집자가 ‘책공장은 생명 간의 관계에 관한 책’을 낸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독자들이 ‘그건 아니지.’라고 출판사의 성격을 정의했다면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 모습도 저 모습도 다 책임져야 하는 출판사의 모습이니까.

 

그러다보니 이 책이 독자들의 외면을 받나보다. 그간 나온 책들이 출간이 되면 바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과 달리 이번 책 <용산 개 방실이>는 홍보용으로 언론사 등에 전달한 것을 뺀 대부분의 책이 아직도 창고에 그득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책은 반려인이 아니라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책인가? 지금까지 책공장의 책을 사랑해주던 독자와는 또 다른 곳에서 판매처를 찾아야 하나? 왜 그럴까? 고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고 양회성 님과 방실이의 이야기는 여느 책이나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진한 사랑이 그려져 있는데......

 

 

 

‘망하는’ 책에서 ‘되는’ 책이 된 동물 책

내가 처음 동물 관련 책만 내는 출판사를 한다고 했을 때 들었던 충고의 말을 기억한다.

“짐승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 안 읽어. 100% 망해!”

무시무시한 그 예언과 달리 책공장은 5년차에 들어섰지만 용하게 아직 안 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세상이 좀 변했다.

 

최근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반려인들이 급격하게 늘면서 고양이 시장이 팽창했고 그 분위기는 출판 쪽에도 이어졌다. 2~3년 사이 고양이 관련 서적이 엄청나게 늘었고 제목에 ‘고양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판매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고양이 관련 실용서부터 에세이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그 간의 출간 도서 목록으로 봐서 도저히 동물 관련 서적은 내지 않을 것 같은 출판사들도 고양이 관련 서적을 출간한다.

 

바야흐로 동물 관련 책이 '망하는 책'에서 '되는 책'이 된 것이다. 오죽하면 5년 전 동물 책만 낸다니 고개를 젓던 지인에게 “책공장은 왜 고양이 책 안 내요?”라는 조언을 듣게 되었을까.

 

이런 상황에서 책공장의 위치는 어디에 있을까? 답은 같다. 동물을 출판의 소재가 아니라 인간이 그들과 좋은 관계, 선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책을 만들겠다는 것, 그것뿐.

 

동물과 좋은 인연을 맺어서 그들에게 많은 교훈을 얻은 사람들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그 범위가 사람에게로 확장된다. 타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법을 제대로 배운 것이니까. 그래서 동물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평화로운 인간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출판사의 성격까지 파악하고 있는 고마운 독자들

독자의 리뷰를 읽고 한참 멍하니 있다가 그의 블로그를 찾아가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리뷰를 쓴 사람은 한 명이지만 분명 이 책을 사 본 독자 중에 같은 생각인 독자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진심을 담아 글을 썼다. 그런데 쓰다 보니 이게 온통 변명이다.

 

일단 책을 보고 실망했으니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기대한 것처럼 강아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용산참사로 인해 방실이와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일상을 잃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고, 강아지를 키우며 용산에 살았던 평범한 이웃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도로 만든 책이다. 그런데 그런 의도를 사전에 제대로 알리지 못해 오해를 일으킨 점을 사과했다.

 

책공장더불어라는 출판사의 성격까지 파악하고 있는 독자는 출판사에게 참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재산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건 또 출판사와 독자의 관계의 문제인데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오해라 글로나마 설명을 드리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온통 변명이 되어 버렸다. 과연 우리 관계를 호전시킬 수 있을까?

 

용산참사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아픈 구석이다. 그래서 더 외면하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강아지와 단란했던 가족이 살았고, 소중한 일상을 빼앗긴 그들의 아픔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면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아무래도 그게 우리 출판사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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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2.23 12:39

    첫댓글 사실 우리가 강아지를 전적으로 사랑하고 애태우는 마음은... 말하자면 우린 '자연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거'쟌아요. 그 가운데는 사람도 포함되고 식물들도 포함 되는건데 개중 인간의 횡포에 대처 할 수 없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의 손에 달린 목숨이 되있는 반려동물들에게 열정을 바치고 있는거지요. 불쌍한 사람을 돌보지 않고 개새끼 끼고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들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 이라도 스스로 할수 있는 기본 능력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 아이들은 전적으로 우리에 의해서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여기에 마음을 쓰는것 일 뿐이지요.

  • 작성자 11.02.25 15:42

    맞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명과 연대의식을 갖고 있고 그중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에 더욱 연대감을 갖는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박애주의자들인 셈이지요.

  • 11.02.24 12:44

    보에님 말씀에 한표!요..동물은 자의적으로 어떤 운명을 개척할 수 없는 아주 약한 대상입니다..그래서 인간보다 저는 동물에 더 마음이 가고 아픈가봅니다..용산개방실이는 사놓고도 아직까지 읽지 못하는 책인데 언젠가는 읽어봐야하겠지요..ㅠㅠ

  • 작성자 11.02.25 15:42

    읽어보세요. 그리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 11.02.24 13:26

    그저 현실을 외면하고 감동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소설책을 읽으면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생명과 생명과의 관계...그것의 잘못됨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동물들과의 관계이기 때문에 출판의 주가 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상하지 마세요. 저도 점점 인터넷의 글들 거의 신뢰하지 않습니다. 주절주절 써놓은 리뷰도 읽지 않고 제가 쓰지도 않습니다. 아 제가 다 욱하네요.

  • 작성자 11.02.25 15:43

    비판은 언제나 발전의 밑거름인 걸요. 절대 마음 상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사람들이 용산 참사를 잊고 싶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거지요.

  • 11.02.24 20:02

    늘 보면 즐겁고 행복한 책이 있을수는 없다고 봅니다. 사람삶에 희노애락이 있듯이 책속에도 그게 담겨있어야 진정한 책이라고 생각되니까요. 고양이라는 단어만으로 뜨는 책이라는 부분에서 몇일전 교보갔을때까 생각나네요.
    몇해전만해도 베스트셀러자리에 일본소설 한국소설만 가득했는데, 오만가지 고양이가 다 있더라구요. 7-8권을 훑어봤어요. 그냥 정말 고양이와의 소소한 삶을 쓴책들이 많더군요...그래도 동질감에 책을 사보는 이가 많다는 이야기겠지요...책공장님 책중 아직도 못읽은 책이 몇권있는데, 그이야기가 위에서 나와 혼자 뜨끔했습니다.
    읽으려 노력하지만, 장수가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것 또

  • 11.02.24 20:04

    한 사실이나...읽으려 노력합니다. 왜냐^^ 전 생명은 다 중하다 믿고 동물들이 처한 이세계가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중 한명이니까요..아마 여기 카페분들은 다 밥님의 응원자이실껍니다. 그런 정말 한 개인이 적은 리뷰에 넘 맘상해하지마세요. 힘~~내세요^-^

  • 작성자 11.02.25 15:45

    아이고 제가 푸념을 적었다가 몇배로 위로받는군요. 저로서는 믿는 구석이 이곳 노견 카페인지..^^;;
    아무래도 저는 주류 인생과는 거리가 먼 인생인 것 같습니다. 위로 감사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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