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바 경영
저자 : 미야 히로시 외
발행 : 한송, 2000
서평 : 최종옥 (인터넷 북코스모스 대표)
아메바는 주변환경의 변화에 따라 분열과 결합을 거듭하며 생존한다. 아메바 경영은 바로 이런 아메바의 생존원리를 경영에 도입한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 우량회사인 교세라(京セラ)는 아메바 경영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비약적인 성장과 좋은 실적을 가져왔다. 서구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경영방식으로 '미니 프로핏 센터(Mini Profit Center)’가 있는데, 번역하면 소집단 부문별 채산제도 정도쯤 되는 시스템이다. 이 책은 일본의 고베 대학 경영학부 대학원생들이 교세라를 직접 현장 조사하면서 아메바 경영의 실체를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아메바 경영의 목적, 아메바 사이의 매매, 가계부적 발상에 의한 캐쉬 베이스에서의 실적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시간당 채산(즉 시간당 부가가치), 그리고 시간당 채산에 의한 PDCA(Plan→Do→Check→Action)의 사이클, 아메바의 분열 통합이나 신규 프로젝트의 수립 같은 유연한 조직에 관해서 상세히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하여 아메바 경영의 전체상을 이해할 수 있다.
◎ 아메바 경영의 이념
아메바 경영은 교세라가 아직 중소 부품 메이커이던 무렵, 실질적인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현 명예회장)씨에 의해서 만들어진 소집단 부문별 채산제도다. 아메바 경영에서는 회사 내부를 작은 독립채산 집단으로 나눈다. 제조라면 공정별로, 영업이라면 지역별이나 담당상품별로, 그야말로 소규모 공장이나 상점과 같은 수준으로 10명 전후의 아메바라고 불리는 프로핏 센터(profit center)에서 이익을 관리하는 경영 방법이다.
각 아메바의 리더는 아메바라는 작은 규모의 공장이나 상점의 경영자가 되어, 자신들의 식솔들을 먹여 살릴 의무를 가진다. 작은 아메바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지혜를 짤 수밖에 없다. 어떤 때는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몰림으로써 화재 현장의 초인적인 에너지가 발휘되기도 한다. 그것이 아메바가 건강하고 늠름하게 성장하는 원동력이다.
아메바 경영에서는 리더의 자주적인 판단에 맡기는 비중이 크다. 그러나 리더가 자기 부문의 수익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공정성이나 정의감, 타 부문에 대한 동정, 협력이라고 하는 마인드를 잃으면 아메바 경영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 전체 속의 자기 부문으로서, 전체에 대하여 공헌하는 확고한 사상을 가져야 비로소 전체의 아메바 경영이 기능하게 된다.
◎ 아메바 경영은 인재 양성 시스템
아메바 경영의 특징은 아메바의 생존방식과 같이 주변환경의 변화에 따라 분열과 결합을 거듭하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 구조라는 것이다. 아메바 조직이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메바 경영이 ‘피드백이 원활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투명한 경영’을 통해 모든 경영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므로 문제를 바로 수정하고 개선해 나가며 주변의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아메바 경영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인재 양성 시스템에 있다. 아메바 경영에서는 조직으로 하여금 ‘이익을 낼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까지 나누고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수가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많이 필요하다. 아메바 조직의 리더는 지위, 직급, 학력을 따지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이 맡게 된다. 그리고 리더는 자신의 조직을 책임지고 경영하는 만큼 조직의 일에 한해서는 리더의 판단으로 모든 일을 결정하고 진행해 나간다. 즉 경영자는 아메바를 이끄는 리더를 믿고 모든 것을 맡기고, 리더는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아메바를 운영해 나가는 것이다. 경영자와 직원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아메바 조직은 유지될 수 없으며 직원의 창의력도 유인해 낼 수 없다.
◎ 시간당 채산의 지표
아메바 경영의 실제적인 운영은 누구든지 알 수 있는 경영지표에 의거한 경쟁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그것이 시간당 채산이라는 개념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매월의 가계를 회사에서 받은 급료 안에서 생활하고, 남은 부분은 장래에 대비하여 저축을 하고 있다. 아메바 경영의 시간당 채산 방식은 일반 가정에서 가계부를 쓰는 것과 같은 쉬운 감각으로 번 돈으로부터 쓴 돈을 빼서 이익을 계산하여 그것을 일한 시간으로 나누는 캐쉬 베이스의 간단한 회계방식이다. 시간당 채산은 누구나 쉽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얼마만큼 벌고 있는가를 직감적으로 알기 쉽고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한다.
각 아메바는 스스로 하나의 프로핏 센터로서 다른 아메바(사내외를 막론)를 대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 가격도 스스로 정하고 구매처나 판매처도 채산성이 좋은 곳으로 결정한다. 일손이 부족할 때는 다른 아메바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시간을 구매)하고 도움을 얻는다. 모든 것은 시장 정보에 의하여 리더가 판단해서 수행되는데, ‘무엇을 만들면 이익이 나는가’ 또는 ‘얼마의 비용이 아니면 수지가 맞지 않는가’를 스스로 판단하여 경영해 나간다. 각 아메바는 사내뿐만 아니라 사외의 공급자나 수요자들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항상 시장의 변동에 적응해 나가지 않으면 이익을 얻을 수 없다.
◎ 전원참가의 경영
시간당 채산의 지표는 기본적으로는 관리 스태프나 경영자에 의한 컨트롤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현장 사람들의 지혜를 결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기본은 전원참가의 경영이며 권한 이양을 위한 경영 방법이다.
아메바 경영의 지표는 현장의 상황을 숫자로 파악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경영자가 판단하여 액션을 취하기 위한 경영 툴이기보다는 오히려, 현장 사람들이 자기 상황을 파악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현장이 스스로 액션을 일으키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표가 현장에서 용이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 따라서 아메바 경영의 관리방법에서는 관리 회계제도로서의 우아함보다도 현장 사람들의 ‘알기 쉬움’에 중점을 둔다.
◎ 아메바 경영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조건
아메바 경영은 단순한 이익관리의 방법이 아니라 전원참가 경영을 위한 방법론이다. 물론, 현장의 성적을 시간당 채산으로 재는 것만으로는 참가형 경영의 기능이 원활하지는 않다. 그것을 기능시키는 조건의 정비가 필요하다. 그 조건으로서 우리들이 주목하는 것은 다음 다섯 가지이다.
첫째, 기업내부의 신뢰관계이다.
경영자 측이 종업원의 능력을 믿고 종업원의 지혜에 의지하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종업원 측에서도 자기들의 노력이나 지혜가 기업이나 고객, 나아가 자신들의 장기적인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이 없으면 전원참가의 경영은 잘 기능하지 않는다. 경영자 측에서도 종업원 측의 신뢰를 바탕으로한 경영을 하고자 하는 자세가 없으면 안된다. 이것은 아메바 경영을 지탱하는 기본조건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건이 없으면 경영상의 중요한 정보를 종업원에게 오픈할 수 없다. 기업 비밀이 외부에 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진 상태에서는 전원참가의 경영은 성립하지 않는다. 종업원을 단순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경영공동체의 멤버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교세라의 아메바 경영에서 아메바의 실적이 멤버의 금전적인 보수로 결부되지 않는 것은 이러한 기본조건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숫자에 대한 집착이다.
경영자나 종업원에게 경영수치에 대한 집착이 없으면 아메바 경영은 유효하게 기능하지 않는다. 그를 위한 열쇠가 되는 것은 경영자의 진지함이다. 경영자가 경영에 대하여 진지하게 대응하려고 하는 자세를 가진 회사가 아니면 아메바 경영은 성립하지 않는다. 아메바로서는 숫자에 집착하면서 그것을 철저하게 추구해 나가자는 자세가 불가결하다. 집착과 추구가 있기 때문에 현장의 지혜가 솟아나고 전원참가의 경영을 할 수가 있다. 이러한 추구를 종업원 측에만 요구한다면 아메바 경영은 오래 계속되지 못한다. 전원경영은 현장에 맡겨 놓는 경영이 아니다. 아메바 경영은 경영자에게 있어서는 ‘힘드는’ 제도이다. 편안해지려고 하는 경영자에게는 맞지 않는다.
셋째, 경영 수치를 빠르게 현장에 알리는 것이다.
아메바 경영은 그 수치를 바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현장에서 생각하게 하는 제도이다. 경영수치를 빠르게 현장에 피드백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떻게 하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경영수치가 피드백되어 현장의 책임만 추궁 받았다면 현장의 의욕은 시들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손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동안에 경영 수치를 피드백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넷째, 아메바의 편성이 일의 특성(특히 일의 흐름)에 잘 합치되고 있는가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
오늘의 기업경영에서는 유연성과 스피드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아메바로 나누는 방법이 일의 특성에 맞지 않으면 어딘가에 무리가 생기거나 트러블에 의하여 기동력 있게 대응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보다 아메바의 힘을 더 끌어내는 편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말고 아메바의 분열 및 통합을 실시해야 한다. 더구나 그 판단은 현장을 숙지하고 있는 아메바 리더다. 아메바 경영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아메바의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아메바를 재편성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사람들의 교육이다.
현장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식이 주어져 있지 않으면 경영수치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발견하던가, 적절한 문제해결을 꾀할 수 없다. 그를 위한 교육은 구체적인 실례를 바탕으로 한 현장에서의 교육이다. 관리자나 경영자가 아메바의 멤버와 함께 하나가 되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도입 초기 단계에서는 필수불가결하다. 현장에 맡긴 채로 놔두는 것만으로는 전원참가 경영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나아가 여러 아메바 사이에서 문제해결의 지혜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 확산되는 전원참가의 경영
실제로 아메바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 않고 시간당 채산이라는 방법은 쓰고 있지 않지만, 작은 조직단위에서 이익책임을 갖게 하는 경영제도는 여러 나라에서 보급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를 미니 프로핏 센터라고 부르고 있다.
독일의 어떤 자동차 메이커는 QC 활동의 발전 형태로서 집단이익 책임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마찬가지로 독일의 정밀기계 메이커는 작은 단위의 이익책임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서 직장의 제조라인의 배치를 바꿔 굳이 집단의 사이에 벽을 마련한다는 고안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GM의 자회사인 새턴은 현장주도의 참가경영으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도 교세라나 아메바 경영의 도입기업 이외에 독자의 방법으로 미니 프로핏 센터를 두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현장에 이익책임 혹은 부가가치 책임을 갖게 하여 현장 사람들의 지혜를 받아들이는 전원참가의 경영은 앞으로도 더욱 보급되어 나갈 것임에 틀림없다.
IMF 위기를 겪고 난 이후의 한국 기업들에게 있어서 구조조정의 열풍 속에서 바람직한 경영의 패러다임을 찾아 고민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자나 종업원들 모두에게 전원 참가의 아메바 경영이라는 방식은 하나의 빛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메바 경영은 경영자와 종업원이 서로 신뢰하면서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바람직한 시스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