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병마와 싸운 듯한 통증 끝에 시화 17점을 마무리했다.
시화 할 때마다 목과 어깨가 아프다. 팔과 허리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는 눈이 추가되었다. 촛점이 흐려지고 이내 시리다.
캔버스에다 그리던 종래의 틀을 버리고 나무판에 글과 그림을 입혔다.
어릴 때부터 써왔던 내 글씨체로(?) 멋과 기교 없이 담담하게 썼으며 그림도 삽화처럼 꾸몄다.
가끔 나무나 조롱박에다 무언가를 끄적거렸던 기억이 불려나왔다.
오랜만에 소꼽살림 느낌이 났다.
나무의 결이 나는 좋았다. 흘러가는 듯한 나무의 세월들.
그곳에다 시 한 편 한 편을 새기는 의미는 누구나의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럴 때, 내 서푼짜리 가난한 재능은 조금이나마 다행스럽다.
구름재.. 의령의 동쪽 끝 낙서면에 소재한 구름재라는 고갯마루는
요즘 이곳 시인들의 화두가 되었다.
구름재를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그저 지리산의 운무를 스케치하기로 하였다.
나무의 결과 지리산의 능선이 숨바꼭질하듯 운무에 휩싸이는 모습이 조화롭게 보였다.
때죽꽃.. 단순한 몇 줄 속에 인생의 어느 한 모퉁이를 가감없이 스케치하는 시인의 간결함이
작은 나무 위에 하얗게 꽃을 피웠다.
때죽나무의 열매는 마취성분이 있다고 한다. 이 열매를 갈아 냇물에 풀면 물고기가 둥둥 떠서
떼죽음을 당한다고 한다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다고 떼죽, 즉 때죽나무가 된 것이라는데,
그 으스스함을 잠재우는 소박한 일상의 한순간을 엿보는 느낌이다.
의병의 꽃.. 충익사 관리소장님으로 계시는 시인의 향토사랑이 이번엔 충익사 뜰을 밝히는 목련으로 피었다.
어린 목련의 새순을 따서 뜨거운 찻물에 우려 마시던 것에서 이미 목련의 꽃이 피었을까.
실제로 충익사엔 아름드리 목련들이 후두둑 피어난다. 남산 아래 하얀 등불이 핀 것처럼 그렇게 불을 밝힌다.
바람이 데려왔네.. 부모에게 할말 많은 시인의 부모사랑이 애잔함을 묻힌다.
바람이 데려왔다는 많은 상상의 것보다, 어미를 모시고 왔다는 것에 착안해내다 우연히 모데미풀을 떠올렸다.
이 풀 이름이야 그런 의미가 아니겠지만, 모데미풀 모데미풀.. 어미를 데려왔다는 왠지 그런 끌림이었다.
목단.. 충익사 모란을 보고 시를 쓴 그날의 기쁨을 그림으로 표현하려니..
여러송이 모였던 것을 다시 한 송이 활짝 웃는 것으로 교체하게 되었다.
진달래보다 더.. 우리 문협 신입회원의 시.
항상 개인적인 글귀들에 시의 모양도 짧고 길어서 '칠레지도'처럼 생겼다고 말했더니,
이번엔 옆으로 길게 누운 시를 내었다. 규격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액자를 입히지 못하였다.
당당함.. 의외로 글씨체가 어려웠던 제목이다.
삽화의 소재도 떠오르지 않아 가장 마지막에 여러차례의 수정 끝에 겨우 올렸다.
치통의 세계.. 시가 너무 길어, 가장 먼저 써놓았던 작품이다.
글씨만 먼저 써놓고 어디에다 그림을 끼워 넣을지를 고민하다, 수련 잎들들 사이사이 띄워주기로 했다.
치통으로 고통 당해본 시인에게 수련 웃는 입모양을 씌우니, 이빨 빠진 사람 웃음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네 송이 임플란트 꽃, 그것에도 적절하게 수련이 제 역할 해 준 듯하다.
이 시의 지은이께서 정확히 시화를 시작하려는 그 무렵, 문자를 보내왔다.
마지막 구절의 단어를 고쳤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 정말 다행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언니는 나에게 '기찬체'라는 새로운 글씨로 써보기를 권하였다.
그 무렵 내가 글씨체에 관해 고민해 오던 것을 어찌 아는지 라고 생각되기만 했지,
나에게 "귀찮지?" 라는 뜻으로 물은 거란 걸 뒤늦게서야 알았다는...우스운 이야기.
붉은 장미.. 오직 너무 붉었나는 그 생각만이 지금도 머릿속을 배회한다.
손길.. 아픔의 치유과정을 겪고있는 시인의 마음이 전해져오는 작품이다.
이번 시화전은 지나치게 시간이 없었다.
나무판 재료를 구해놓고 글씨를 붓펜으로 쓸 거라는 편리함을 생각했던 것도
마지막까지 늑장을 부릴 수 있었던 이유가 될 것이다.
붓펜은 고등학교 때부터 익숙했던 내 손글씨의 벗이었다.
눈이 먹먹하게 시린 그것도 후련함일까.겨우 해냈던 의병의날 시화제작.
액자의 완성품만을 남겨 두었다.
이제는 전시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5월이 어느덧 끝나가고 있다 한다.
첫댓글 여기에 쓴 글과 나레이션은 순전히 개인 블로그에 쓴 그냥의 감상입니다.
제 블로그에 언니라고 굳이 적지 않기에 신입회원, 이곳 시인들, 이런 식으로 썼습니다.
오로지 개인적으로 쓴 몇 자 평이라는 것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것 헤아려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네요.
참고로, 시화 직후에 올렸던 글입니다.
사무국장 수고하셨어요 예년의 시화에 비해 액자 안의 액자이어서 한번 더 시선이 가는 예쁜 시화 작품이었습니다
누구나 소장하고 싶은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새로운 변화를 주며 관객의 시선을 모으게 하는 좋은 시도였습니다
정말 수고 했습니다
제가 변화를 좋아하다보니^^ 스스로 캔버스의 방식을 버린 것이 저도 좋았습니다.
좋은 면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시화, 감사합니다.^^
칠레지도.. 즐거이 읽어주길 바랍니다.
공개적으로도 그런 말 했기에...^^
액자를 입히지 못했다 함은 블로그 내에서 액자를 입히지 못했다는 뜻이란 것도 여기에 밝힙니다.
방송대 시창작론 출석수업 할 때 장미를 보면서 생각나는 시어를 말해보라해서 결혼이 아닌 이혼이라 말했습니다. 화장을 짙게하는 여자 , 가시를 품고사는 여자..등.. 아무튼 내 시화를 잘 보이는데 두고 자중하며 살겠음. 고생했습니다 ㅎ
제 웃음의 특성상 이 수업 분위기와 남강님 조곤조곤한 말투에 상상력이 뻗칩니다.
소심하게 이혼.. 하며 손짓과 과도한 표정연기까지 하시는 연극톤의 자세까지.
결혼은 오래 전에 하셨기에, 오직 희망은 이혼이라고 얼추 상상해 보겠습니다요.
ㅎㅎ
이 댓글에 비호감이신 분, 항의 바랍니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고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특별한 님의 재능이 부러워요^^
뭘여~~?
오랜만에 카페 나들이.. 다녀간 흔적에도 한번쯤 인사하고 갑시다.
키스야 참말로 고생했다
이번에는 감상하는 모든 이 ' 의령문협 시화전 ' 너무 예쁘게 했다고 칭찬이 대단하더라
김인선씨 사무국장이 재주가 많아 이렇게 예쁘게 했다고 했더니 의령에도 이런 숨은 인재가 있나 하면서
자꾸 물길래" 백두대간 와이퍼" 했더니 수더분하게 생긴 그 새댁이 하면서 연발 감탄을 자아내더라
버들이 시화 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 주었고 키스가 멋지게 시화를 꾸며 주어서 감솨 감솨
아니... 저처럼 화려하고 이국적인 사람에게 무슨 수더분?
ㅎㅎ
백두대간 와이퍼는 작동을 잘한답니다. 히~^^
백두대간에도 와이퍼가 있군요
자동차에도 와이퍼가 있고
버스에도 와이퍼가 있고
화물차에도 와이퍼가 있고
자동차 정비공장에도 와이퍼가 있고
농혐 하나로마트에도
와이퍼가 있는데
농협 마트에는
여러 종류의
맞춤형 와이퍼가 있는데
몇천원 안하던데
쌍으로 살 수도 있는데
자동차 와이퍼는
평상시엔 별 소용이 없는데
비내리는 날엔
없으면 어디 가지도 못하는데
비내리는 날 더 소중한
와이퍼
비 오나?
윤재환님 말씀에 비올 때 와이퍼 없으면
어디 가지도 못한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시화 그린다고 고생했오
멋지데예
자료로 만들어
사진까지 올려놓고
서평까지 해주셨군요
고맙고로
훌륭합니다
김인선 국장님
아침부터 '와이퍼'들 때문에 즐겁습니다.
ㅎㅎ
서평, 훌륭, 국장....
지금 손발이 오그라들라는데예. ^^
^^
언니가 카페에 나들이 하니 활기가 넘치네요
카페에서 자주 만나요~~
카페를 잠시 카스로 착각했네요.
댓글에 댓글.. 그 빨간 불들이 바쁘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