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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사실 확인도 없이 토벌대 군인에 총살당한 21살의 양홍기 스님
탐라성보문화원 제주불교 4·3증언마당서 원만사 성연법사 증언 나서
사단법인 탐라성보문화원(이사장 관행스님, 원장 강규진)이 제주불교 4·3피해 증언마당 네 번째 이야기를 마련했다. 이번 증언은 21살에 토벌대에 의해 희생당한 양홍기 스님에 대해 원만사 대법사인 성연 법사가 나섰다. 성연 법사는 현 원만사 주지인 정법스님의 어머니인 정무생 보살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증언에 나섰다.
이 증언마당은 지난 9월 6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대강당에서 열렸으며, 탐라성보문화원 김진희 기획부장이 질문하고 성연 법사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증언자 성연법사(원만사 대법사)
-오늘 증언하실 분은 서귀포시 하원동 원만사에서 주석하고 있는 성연법사를 소개합니다. 먼저 원만사 창건에 대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만사는 1923년에 창건되었습니다. 무오법정사 사건으로 방동화 큰스님이 좌재장으로 참여했다가 6년여의 옥고를 치른 후 출옥하여 기도처 겸 피난처로 하원동 산자락에 지연굴에 의지해 세운 것이 최초의 일입니다. 그때 이곳 원만사 도량을 땅 주인으로부터 임대해 100일기도를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진입로가 없어 그 입구에 큰 바위 옆으로 기암괴석인 옛길도 올라다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길을 낸다고 108계단도 놓고 10여 평의 초가 법당을 짓고 수행하셨다고 해요. 처음 스님께서 숨어지낼 때는 물이 없어서 고생했고, 물을 담아 108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는 안봉려관 스님이 중창하면서 영실에서 물길을 찾았고, 절로 물길을 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정무생 보살님의 기억으로는 약간의 습지가 있었는데, 목탁을 치며 기도하면 신기하게도 물이 솟아났다고 해요.
원만사 3대주지 석천당 정법스님(가운데) 행자시절
정법스님 학생시절과 어머니 정무생 보살
-양홍기스님에 대한 증언은 현재 원만사 주지인 정법스님의 어머니인 정무생 보살에게 전해 들었다고 하셨는데, 양홍기 스님이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전해 들은 말씀을 해주시지요.
▶양홍기스님은 월평출신으로 방동화 스님의 상좌셨어요. 그 당시 법당에 도와주시던 법련화 화주님의 조카였습니다. 스님은 어릴 때 절에 와서 살면서 기도도 하고, 청소도 하면서 절을 지키셨고, 큰 스님께서 외부로 출타 하실 때는 절을 맡아 사찰도 관리하셨어요. 그러다 제주 4·3이 발발하자 방동화 스님은 작은 부처님만 놓아 두시고 법당의 주요 법기와 물건들을 다 갖고 내려가셨다고 해요. 그때 양홍기 스님만 원만사를 홀로 지키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스님의 나이는 21세였는데, 원만사가 해안선에서 5Km 밖의 거리에 있었기에 소개령을 내린 원만사에도 토벌대가 들이닥치게 됩니다. 토벌대 군인들은 스님에게 “소개령이 떨어졌는데, 왜 여기에 있느냐?”라고 물었고, “나는 여기를 지키는 스님이다”라고 답하자, 그러면 “여기 스님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도록 안내하라”고 하였고, 이에 스님은 “여기 뒤에 목장이 있는 데 소를 지키는 그 목동이 나를 알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토벌대는 스님을 데리고 그 목동에게 갔다고 해요. 그런데, 그 목동이 말하기를 무슨 일인지 두려워 자기도 죽게 될까 봐 “나는 이 사람을 모른다”고 했어요.
그러자 스님은 “나는 그냥 절에서 기도하며 지키고 있는 스님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속았다고 생각한 토벌대는 스님을 끌고 내려오면서 목장 인근 ‘냇바위’로 가서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고 총살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토벌대 군인들은 원만사 초가법당도 모두 흔적도 없이 불태워버렸다고 합니다.
1990년대 중반에야 대웅전 신축과 함께 양홍기 스님의 위패를 처음으로 법당에 모셨다.
-참 어리신 나이에 당한 가슴 아픈 희생입니다. 그후 법사께서는 양홍기 스님을 위한 제사를 매년 지내고 있다는데, 그 과정을 말씀해 주시고, 4·3희생자로 지정되어 보상금 신청은 받고 계시는지요?
▶제가 어머님께 양홍기스님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가에서도 주변에서 누구 하나 제사를 지내지도 않고 기억해 주는 이도 없는 것입니다. 80년대 말 그래서 너무 불쌍하고, 얼른 위패라도 모셔야 되겠다고 해서 천도재도 드리고 지금까지 제사를 지내드리고 있습니다. 또 4·3사건 희생자로는 별도로 신고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하원동의 피해자 위령비에 그 이름이 올라가 있어서 따로 위령비를 세우거나 피해자 신청을 생각하지 못했던 탓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피해보상금이 나올 수 있다면, 그 돈으로 스님을 위한 기도비로 올릴 것입니다.
-소실된 원만사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재건되었는지 소개해 주시지요.
▶그후 원만사는 폐허로 남아 있다가 1962년에 서시용스님이 방동화스님에게 인수하여 2대주지로 취임했고, 현재 주지이신 정법스님은 당시 13살의 나이로 원만사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땅 주인이 나타나 그 땅주인에게도 대금을 지불하고 인수를 받았습니다. 시룡스님은 1972년에 입적하셨고, 그후 정법스님이 주지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3차 중창불사를 현재의 주지이신 정법스님이 하시면서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 노보살님과 신도님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내가 30대에 처음 원만사에 왔을 때도 새벽부터 호미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일을 했습니다. 야산이라 나무도 쳐야 하고 길도 만들어야 하고, 전기가 없어, 불이 들어오는 냇가로 가서 허벅 물을 지고 와서 그 물로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절을 중창하려니 마땅히 길이 없어 스님은 1988년에 현재의 진입로도 새로 닦으셨어요. 냇가 도랑이라 길을 높게 만들게 되었고, 1994년에 대웅전을 건립하고 1995년에 강당과 요사채를 지었습니다. 1997년에는 산신각을 올렸고 2000년에는 조왕단을 지었습니다.
또 당시 부족한 불사비용을 월계사 진공스님이 도와주시기도 하셨고, 대웅전 단청과 주춧돌 공사, 그리고 벽돌로 외벽도 보강하고 사적비도 세웠습니다. 전기는 1988년에야 처음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법당을 짓고 나서 빚이 2억에 달했는데, 그후 10년에 걸쳐 열심히 기도하여 그 돈을 다 갚게 되었으니, 그 과정에서 꿈에 호법신장님들이 현몽하는 등 부처님의 큰 가피가 아닐 수 없습니다.
4.3으로 전소된 원만사가 오늘날의 가람으로 정비되기까지 정법스님의 큰 원력과 노력이 있었다.
-오늘의 이러한 증언으로 앞으로 불교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제주4·3과 같은 사건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한 증언을 책이나 영상으로 잘 남겨서 후손들에게 잊히지 않게끔 노력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양홍기 스님은 불과 21세의 나이로 아무런 죄도 없이 희생을 당하셨습니다. 스님의 극락왕생을 위해 마음을 모아주시는 것은 그 분을 제대로 기억해 주는 것입니다.
-오늘 증언마당을 통해 이러한 희생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제주4·3과 불교계의 희생에 대한 올바로 된 진상규명과 함께 국가가 이 원혼을 달래주실 것을 당부하고자 함입니다. 오늘 증언해 주신 성연법사님게 감사드립니다. *
이날 증언마당에는 각계각층에서 찾아와 증언을 청취했다.
이날 증언마당은 탐라성보문화원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4·3특별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피해증언마당에 앞서 열린 개회식에서 도의회 4·3특별위원회 하성용 위원장은 “제주4·3의 현안과 불교희생자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허운스님도 “불교계 피해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진실규명을 위한 이러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태고종 전 종무원장이며 성보문화원 자문위원인 탄해스님도 “국가공권력의 무지막지한 학살이었던 4·3에서 무려 7만여 명의 제주도민이 처참하게 희생됐다. 우리가 이러한 참상에 대해 가해자들을 용서는 할 수 있겠지만, 이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규진 원장은 “제주불교계는 4·3 과정에서 56개 사찰이 불에 타는 등 피해를 입었고, 열 여섯 분의 스님이 희생당했으며, 화주 1분, 가족 2분도 희생됐으며, 네 분의 스님은 육지로 도피를 해야 했다. 이는 불교공동체가 역사의 한 부분을 상실한 증거로, 이 증언마당을 통해 이 아픔을 기억하고 진실을 밝혀 그 아픔을 치유하도록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첫댓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사건으로
너무도 억울하게 당하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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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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